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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한의학 - 낮은 한의사 이상곤과 조선 왕들의 내밀한 대화
이상곤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왕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도끼'를 상징했다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하늘과 사람 사이(二)의 중간에 위치하여(一) 하늘과 백성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
하늘의 명으로 만민을 통치하는 존재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위로는 하늘을 우러르고, 백성의 민심을 모두어 반영하는 존재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었다.
왕이 없어졌지만,
그에 가장 근접한게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국민의 숫자가 늘어나고, 숫자에 걸맞게 민심이 다양해졌다.
'하늘을 우러르고, 백성의 민심을 모두어 반영'하는게 번거로워 졌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역할을 소홀히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어느 한 곳에서부터 어긋나서 삐그덕거리고 그리하여 균열이 생기는 걸 무시하다 보면 어찌되는지,
역사는 이름만을 달리할뿐, 되돌이하여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한때 택시 요금이 엄청 바가지인것 같았을때, '할머니와 택시'라는 웃지못할 유머가 나돌았었다.
택시를 탄 할머니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보니,
요금이 3000원 나왔는데, 700원만 주고 내리면서,
"내가 탈때 2300원부터 시작했어!"라고 했다는 거나,
요금이 2000원이 나오자,
1000원만 주고 내리면서,
택시기사를 향하여,
"이놈아! 네놈은 같이 안타고 왔냐!"라고 했다는,
경우가 바르고 셈이 정확한 할머니가 유머에 등장한다.
며칠전 또 하나의 웃지못할 유머가 탄생하는걸 몸소 경험하였다.
해가 바뀌어 다니러 오신 어르신이 있었다.
접수에서 진료비를 낼때만 해도 쿨하게 계산을 하셨다는데,
내가 '어르신'이라고 부르자 노발 대발 하시더니,
낸 진료비 중에서 1500원을 제외한 차액을 돌려달라셨다.
진료비를 많이(=1500원이상) 내는건 65세가 안된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하셨고,
1500원을 넘게 받길래 당신이 아직 65세가 안 되어보여 그러는 구나 싶어,
접수에서 몇 살로 보이냐고 진지하게 물어보기까지 하셨다는거다.
그런데 내가 어르신이라고 부르자,
'젊은 오~화~'의 꿈은 산산이 무너져 버렸을 뿐이고~ㅠ.ㅠ
당신의 연세를 다 알면서 진료비를 왜 비싸게 받냐면서,
우산꼬챙이를 들고 삿대질을 하셨다.
2015년이 되어, 의료보험 수가가 인상되었다.
의료보험수가가 항목마다 조금씩 인상되는 바람에,
공단에서 보조해주던 상한선인 15000원을 쉽게 넘어가고, 그 부분은 개인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걸 일선에서 체감하게 되는건 65세 이상의 노령층이다.
전과 똑같은 의료 서비스인데 부담해야할 진료비가 늘어나는걸,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무런 저항없이 이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괴담으로만 끝났으면 좋겠을, 또 하나의 민심의 표출이다.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리우던 연말 정산은 13월의 세금 폭탄이 되었고,
의료보험료, 담배값 등 공공요금이고 민간 요금이고 뭐 하나 인상되지 않는게 없다.
유머가 되어야 할 민심의 표출은 오히려 괴담이다.
경우 바른 할머니의 유머가 절실하다.
조선시대 왕이라고 하면 절대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겉으로는 피의 숙청을 통해,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 개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하늘과 민심을 진정으로 두려워했고,
그리하여 평생 여러가지 약을 달고 살았던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
먹는 것만 해도, 산해진미나 진수성찬을 먹고 살았을 것 같지만,
오히려 아주 소박했다.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오는,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은 잘못된 표현인 셈이다, ㅋ~.
가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때,
참고가 된 책을 쓴 사람의 입장이나,
그가 속한 당파나 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번,
후대에 그걸 해석하는 사람의 역사관에 따라, 또 한번,
개인의 주관이 개입되는 통에 혼란스러웠다.
왕이나 대신들의 초상화를 보다보면,
책속에 나타난 그들의 성격이나 행동과 일치하지 않아서 혼란스러울때도 여러번이었다.
물론, 이 책 또한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가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논리적이고 개연성 있는 접근으로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재미가 있었다.
영조의 경우,
숙종의 아들이 아니라 광선부원군 김만기의 손자 김춘택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었다.
김춘택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동이, 즉 숙빈 최 씨를 숙종의 침전에 집어넣었다는 이야기 등이 당대에도 널리 퍼졌고 야사로도 전해진다.ㆍㆍㆍㆍㆍㆍ『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등 각종 기록을 통해 살펴보면 영조의 체질은 확실히 특이한 데가 있다.그의 풍성한 수염이나 큰 키는 숙종의 풍모와 전혀 달랐다.ㆍㆍㆍㆍㆍㆍ조선 왕들은 무장인 이성계의 혈통을 이어바다서 그런지 대개 성격이 불꽃같거나 화병을 앓았다. 심지어는 화가 내부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못해 피부로 솟아오르는 종기 질환을 앓다가 죽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몸에 열기를 보태는 인삼을 약재로 잘 쓰지 않았다.(302~303쪽)
라고 하는데,
'설도 있었다'라고 둥글리는 어법도 그렇고, 제법 설득력도 있다.
사람을 보게 되면, 그냥 사람이 보이지 않고,
그 사람의 외형으로 미루어, 성격이나 질병의 연관성을 자꾸만 유추하려 드는 건,
아무래도 직업이 만들어낸 오랜 습관이지 싶다.
모든 책을 그렇게 읽는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주인공은 살아 움직이는캐릭터라는 둥,
어떤 캐릭터는 만들어낸 설정이라는 둥,
그렇게 너스레를 떨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 '미생'의 경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움직였다.
하나도 겉도는 인물이 없었다.
그런데, 만화'미생'의 인기를 업고 만들어진 드라마 '미생'의 경우,
다른 캐릭터는 몰라도 '오과장'은 좀 아니었다.
(이건,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나 '외모가 캐릭터에 들어맞는다' 따위의 평가가 아니다, ㅋ~.)
이름부터가 '오상식'인 그는 '상식'있고 경우에 맞게 행동하는 캐릭터이다.
만화에선, 처음 장그래의 사수로 등장할때 잠깐이었지만, 바둑의 묘를 아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반해,
드라마 마지막 회를 보고 놀랐는데,
어디 사막에 가서 가드 올리고 폼 잔뜩 잡는 인물로 그려지더라~--;
'오상식'에 맞춤인 인물을 연기자 중에서 찾기 쉽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충혈된 퀭한 눈의 만화 '오과장'과 드라마의 '오과장'은 전혀 다른 체질과 성격이다.
그런 예로,
역대 왕들의 대표적인 질병은 '산증(疝症)'으로 진단명은 같지만,
처방과 치료법은 체질에 따라 각각 다르다.
그걸 이 책을 쓴 '이상곤'님은,
역사적 접근에서 크게 비껴 가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에 입각하여,
알기 쉽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솔직히 일반인들이 얼마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엔 한방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애쓴,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접점을 모색하려고 애쓴,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개인에게 살아온 이력이,
왕에겐 살아온 이력의 흐름인 역사가,
질병을 이해하는데,
질병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온 우주, 자연 삼라만상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시고,
그러다 보니, 그런 각종 분야의 공부와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다.
그걸 알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등을 두루 넘나드는 것이다.
게다가 '장자'의 '소요유'등을 떡주무르듯 인용한다.
권말에 그가 남겨놓은 '논문'과 '단행본'등 참고 문헌만 훑어보아도,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하늘을 우러르고, 백성의 민심을 모두어 반영'하는게 왕의 역할이라면,
하늘과 백성이, 자연과 국민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게,
한의학에서 말하는 '치료'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늘과 백성이, 자연과 국민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찾았으니,
왕만 찾으면 되는 건가 보다.
나는 하늘의 이치는 고사하고,
맨날 환자들이랑 지지고 볶는 일개 돌팔이이니까,
조선의 왕들 같은 통치자를 학수고대하는 수밖에 없겠다.같은 '치'자가 들어가서 생각해본 엉뚱한 발상이다.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은
한의학 관련, 치료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닌것 같다.
왕이나, 대통령 등 통치자들이 솔선수범해야할 당면과제이다.
나의 툴툴거림을 보고,
왜, 어떻게 그런 비약이 가능하냐고 할 사람들을 위해 대답도 준비해 놨다.
짬뽕공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고,
엿장수가 가위질을 몇번 하는가는 엿장수 맘대로다, ㅋ~.
한자가 많이 섞인 책인데도 불구하고 오ㆍ탈자가 없어 눈에 띄었다.
손수 갔다 드렸다->손수 갖다 드렸다.(2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