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리습관이 어때서! 맛있는 습관 8
이상미 글, 장연화 그림 / 파란정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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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박상천'의 시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과의 정리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정리 습관이란 말은 나의 행태를 잘 반영하는 말이 아닌 것 같다.

결벽증 내지는 편집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털털하고 수더분하다 못해 지저분해진건,

우리 아들이 어렸을 적 식당에만 가면 식당에 온 다른 사람들 신발 정리까지 하느라고 입구를 떠나지 못하는 걸 보고나서였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지만,

너무 지저분하고 흐려도 위계질서가 흔들려 생태계에 교란이 오더라.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과 조율이 필요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습관 시리즈의 '내 정리습관이 어때서!' 이 책은 어린이용 책이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잘 기획 되어,

내용도 알차고, 기획 의도도 좋고, 대상도 명확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하게끔 흥미 유발도 하고 있지만,

나처럼 정리가 서툰 어른이 봐도 좋은 책이다.

 

각 장이 끝날때마다,

'체크 리스트'를 두어 중요한 점들을 집고 넘어가게 했으며,

'깔끔 선생님의 한마디'라는 박스 코너를 통하여 어린이의 마음을 다독여 줌과 동시에 해결방안을 같이 모색해 보는 것도 좋았다.

거기다가, 보드게임처럼 'yes', 'no'가 있어서 각자 선택하여 결과에 이르는 것도,

성취감과 재미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였다.

 

한가지 명확하게 집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우리는 흔히 버리지 않고 쌓아두거나 쑤셔 넣어두고는 그걸 알뜰하다거나 근검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옛날에, 아니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물건에 감정이입을 해서 단지 필요없거나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일 뿐인데, 버림받는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걸 애착육아와 연관시켜 공부하기도 하고 책도 읽었지만 그때뿐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대대적이고 획기적으로 정리를 결심하게 된건,

언젠가 포천 빌라의 살인용의자가 시신을 어쩌지 못하고 빌라 안에다 방치한 것과 엄청난 쓰레기들을 쌓아둔 것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을 보고 경악하고나서였다.

 

흔히 콜렉션이라고 하는 수집 또한 적당한 선에서는 취미가 되지만,

과하게 되면 못버리고 쌓아두고 방치하는 병이 되는 걸 명심해야 겠다.

그리고 수집이 되는지 벽癖이 되는지를 가르는 기준은 정리인지 쌓거나 쑤셔넣는 수준인지에 달려 있다.

 

항상 '적당한'과 '적절한'의 수위를 조절하는게 관건일텐데, 언젠가 웹서핑을 하다가 보았던 어떤 동영상이 떠올라서 씁쓸했다.

씁쓸한 이유는 물론 동영상 속의 저 상황이 물론 과장된 설정이겠지만, 그럴 듯 해서 격하게 공감하겠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제대로된 정리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일단 물건의 자리를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물건을 쓰고 나서 아무곳에나 두지 않고 정해진 자리에 둔다.

정리보다 어려운 것은 정리한 것을 유지하는 일이란다.

 

무엇보다 내가 격하게 공감하였던 것은, 정리 정돈은 자기관리 능력이라는 부분이었다.

자기 앞가림을 한 연후에 시선을 타인에게로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이다.

 

정리의 기본 4단계는 '꺼내기, 나누기, 버리기, 넣기'란다.

일단 끄집어 내어 중요도나 사용도에 따라 나누고,

필요없는 물건이나 버리기 아까운 물건이라도 쓰지않을것 같으면 버리고,

중요도나 사용도에 따라 분류하였으면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넣는다.

 

암튼 이 책은 엄마 선생님이 우리 딸이나 아들에게 조곤 조곤 들려주듯 자상하고 다정하다.

난 이 책을 보며, 책꽂이=책장 정리에 돌입해보아야 겠다, ㅋ~.

수준에 맞지 않는 책 고르기, 책 사이에 여유 두기, 영역별로 분류하기, 위치 정하기, 정하기, 책꽂이 설계도 그려보기 등 내용이 꼼꼼하면서도 알찬게 세심하고 섬세한 배려가 느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19쪽의 그림 같은 경우 사실감이 떨어진다.

건희는 남자 어린이인데 방의 모습만으로는 그것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걸려 있는 옷이나 인형 같은 경우는 여자 어린이의 그것에 가깝다.

그리고 침대 머리 맡의 선반 같은 경우,

화분 미니어처인지 진짜 화분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화분이어도 그렇고 미니어처여도 겉도는 느낌이다.

(자는데 머리 위로 떨어지면 어쩌나?, 또는 화분에 물과 영양 공급을 제대로 안해주면 어쩌나?

 만약 전자파 차단용이라면 있어야 할 곳은 저기가 아니라 책상 컴퓨터 옆이 그럴 듯 하다~--;)

내가 가장 이상하게 느낀 것은 침대와 책상의 크기로 미루었을때,

벽면의 세계지도 포스터와 창문 크기가 안 어울린다.

물론 일러스트인데 왜곡, 굴절시킬 수 있지 뭐 그리 예민하게 구냐고 하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어린이가 주요 독자인 책이고,

그렇다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림도 그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그렇다.

아무리 유니섹스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유행과 취향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뭐랄까, e-book 리더기를 통하여 철수와 영희가 나오는 옛날 교과서를 추억하는 느낌이다, ㅋ~.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엄마가 읽고 아이에게 권해 줄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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