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의 겉표지뿐만 아니라, 속지도 참 예쁘다.

겉날개 안쪽의 저 안내 문구를 보자마자, 난 몇개가 해당될까 하고 체크를 시작한다.

01 심각한 야행성이다

02 책 먼지 알레르기가 없다

03 외출보다는 퍼즐 풀기처럼 가만히 안장서 뭘 하는게 좋다

04 솔직히 마법사가 있다고 믿는다

05 세상 그 무엇보다도 책을 사랑한다

 

저 다섯 개의 항목 중에서 '솔직히 마법사가 있다고 믿는다'만 '때때로 예스'이고,

다른 것들은 '강하게, 심하게 예스'이다.

이걸로 미루어 '페넘브라24시 서점의 손님자격'은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내가 책중독환자라는 것만은 판명되었다, ㅋ~.

 

내가 장르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판타지는 또 별로이다.

그건 꿈이나 낭만, 상상력이 부족하다 못해, 결핍된 인간이라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뭐, 어쩔 수 없다.~--;

이 책도 광고를 봤을때 너무 재미있었고,

책을 막 시작했을때 흥미진진했었고 했던 것에 미루어,

뒤로 갈수록 좀 황당한것이 판타지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때문이지, 다른 사람들에겐 재밌을 수도 있는 것이라서...이점을 명확이 하고자 한다.

 

이 책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내게 이 책이 별로였던 까닭을 곰곰 생각해보니,

영생, 불멸의 방법으로 선택되어지는 '그것'이 좀 뜬금없었다.

우리나라처럼 지적소유권의 개념이 미미한 나라에선 크게 와닿지 않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책에 나오는 비밀결사단이라는 것이, 그동안 여러 책에서 보아오던 프리메이슨의 그것과 비슷할 뿐더러...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안드로이드(인조인간내지는 로봇쯤 되려나?)가 나온다는 설정은,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를 봤던 사람이라면 특별날 것이 없다.

다시 말해, 이런 종류의 책들을 좀 읽은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구태의연할 수 있는 설정이다.

대단히 넓고 방대한 대신에 깊이가 없는 것이 시대조류를 반영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넷 상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처럼이나, 넓고 방대한 대신...인간적인 깊이가 없다고나 할까?

체온의 따뜻함이 그립다.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러라', 즉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의미의 라틴어-옮긴이)(26쪽)

이 말이 도대체 왜 쓰이는지를 모르겠다.

이 얘기의 주축이 되는 사람들은 컴과 모바일,핸드폰 등을 이용해서...엄밀하게 말하면 구글과 아이폰, e-북 리더기인 킨더를 통해서, '페스티나 렌테'를 외쳤던 사람들이 500년에 걸쳐서 완성한 일들을 속전속결로 해치운다.

참, 아이러니컬한게 모든일을 더 빨리 속전속결로 해치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

그것들만 적절히 활용하면 시간을 훨씬 길고 효용있게 쓸 수 있는데도,

옛날의 구태의연한, 어찌보면 고전적인 방법을 쓰면서 시간을 낭비하고는, 그러면서 불멸을 꿈꾸는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불멸을 얻게 되면, 뱀파이어의 그것처럼 살아있는게 지옥처럼 생각되지나 않을까?

'희소성의 법칙'처럼 귀해야 그게 소중해지지는 않을까?

 

내가 이 책이 별로였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클레이라는 인물 성격이 좀 평면적이고 구태의연해서 이다.

시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훨씬 미래의 일인것 만은 사실이고,

인터넷 홍수에 빠진 그 시대에도 직업의 귀천이라는게 있어서,

중요한 학위 하나를 따고 앞으로 전진할 직장 동료에게,

직장이라고는 하지만 헌책방에서 시간 교대를 해서 같이 있지조차 못하는 그런 직장동료에게 질투심을 느낀다는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의 투사로 봐야할 것 같다.

그런 올리버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질투심이 솟구쳤다. 현재 그와 나는 같은 직장에서 동료로서, 똑같은 의자에 앉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올리버는 매우 중요한 학위 하나를 따고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앞서 나갈 것이다. 그는 한적한 서점에서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기술 말고도 잘하는 것이 있는 까닭에 진짜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다.(33쪽)

 

여자는 불꽃 같은 활기를 지녔다. 남녀를 불문하고 새 친구를 사귈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그거였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칭찬이 바로 그런 활기를 지닌 사람이라는 거였다. 나는 정확히 무엇이 불꽃을 점화하는지 알아내려고 수차례 시도했었다. 어떤 형질들이 모여야 차갑고 어두운 우주에 반짝이는 별을 만드는지. 주로 얼굴 표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알았다. 눈뿐 아니라 이마와 볼, 입, 그리고 이 모든 걸 연결하는 미세근육들.

캣의 미세근육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ㆍㆍㆍㆍㆍㆍ

더없이 흥미로운 얘기로 들렸지만, 그건 캣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었다.(74쪽)

이렇게 활기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직장 동료가 중요한 학위 하나를 따고 앞으로 전진할 것이라는 것에 대하여 질투심을 느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직장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하는 그런 모습,

그건 생동감 쯤으로 표현해도 좋을 그런 것이고,

생동감은 불꽃 내지는 활기로 대체되어도 좋을 것이다.

'더없이 흥미로운 얘기로 들렸지만, 그건 캣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었다'는 구절은,

재미있는 얘기인지 아닌지, 의 여부는 내용에 관한 문제라기 보다는,

같이 있는 대상이 얼마나 흥미로운지에 관한 문제라는 걸, 나 또한 경험해봤기에 알겠다, ㅋ~.

 

"도서관의 목적은 책을 보존하는데 있는가, 책을 읽기 위한 곳인가?"-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167쪽)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난 이 질문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책의 목적은 정보를 보존하는데 있는가, 책을 읽어 정보를 내것으로 만드는데 있는 것인가?

이렇게 질문을 바꾸고나면, 내가 읽지도 않은 책들로 책탑을 쌓아두고도 또 내가 갖지 못한 책들에 연연해 하고 집착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 책에서 정녕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난 내맘대로 책 속에 등장하는 책을 통하여 이런 것을 깨달았다.

아니라구?

정답은 없다, 내 맘이다, ㅋ~.

 

"트리포의 금빛 나팔은 정교하게 만들어졌군."

텔레마크의 보물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제노도투스가 말했다. "마법은 오직 만드는 방법에 있어. 이해하겠나? 여기엔 주술 같은 게 전혀 사용되지 않았지. 내가 감지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그 말에 펀웬이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은 이 마법의 나팔을 되찾기 위해 무수한 공포와 용감하게 대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제1마법사는 이 나팔에 특별한 힘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건가?

"세상에는 마법 말고 다른 힘도 존재해." 늙은 마법사가 나팔을 왕족인 주인에게 돌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리포는 죽은 이들까지도 그 소리를 들으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너무나 완벽한 악기를 만들었어. 그는 주문이나 용의 노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손으로만 만들었지. 나도 그처럼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264쪽)

세상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해도,

인터넷이 발달하고,

그리하여 그것들이 부려내는 재주가 마법보다 판타스틱하다고 하여도,

세상에는 마법 말고 다른 힘이 존재한다는 것.

과학의 발달이나 인터넷의 발달로도 어찌할 수 없는 그것은 다름아닌, '손수'만든 것이라는 것.

손수 만든 것이라는 말 속에는, 정성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그건 마음이라는 말을 또 담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손수'내지는 '정성'이라는 말 속에 들어있는 '마음'을 능가하는 것은 없나 보다.

난 그렇게 믿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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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15 21:05   좋아요 0 | URL
책은 삶을 가꾸려고 있고,
책을 쓰는 사람은 스스로 삶을 가꾸는 사람이고,
책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삶을 사랑스레 가꾸는 사람이겠지요.
저는 이렇게 느낍니다.

다른 분들은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테지만요.

그런데,
책뿐 아니라,
밥을 짓고 먹을 적에도
옷을 빨래하고 입을 적에도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과 놀 적에도,
언제나 이러한 마음 그대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