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한가운데 밀리언셀러 클럽 134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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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쓸쓸한 가을날, 대책없이 쓸쓸하고 고독해지고 싶다면 읽어봐야 할 책 목록 1순위에 올려 놓으면 딱 일것 같다.
우리의 주인공 '매튜 스커터'가 여전히 쓸쓸하고 고독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알콜성 해리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이때까진 심각한 알콜리즘은 아니다.

 

이때까진 쓰디쓴 에스프레소에,

쓸쓸함이랑 고독이라는 샷을 추가하거나 물의 양을 줄여 진하게 뽑은 '리스트레토'나,

브랜디 따위를 넣은'코레토'쯤이라고 하면 될까?

 

제목 '죽음의 한가운데'를 흉내내어 얘기한다면, '고독의 한가운데'쯤 되겠다.

다른 말로 '절대 고독', 또는 '고독의 정수', 또는 '고독의 고갱이'

 

그래서 그런지 이때까지 하는 짓을 보면 꼭 외톨이 같은 짓만 골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저 자식을 위해 일하고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흠. 항상 사람을 봐 가면서 일할 순 없으니까. 먹고살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는 사려 깊게 말했다.
"사는 게 그렇죠."

ㆍㆍㆍㆍㆍㆍ
"저 자식은 경찰 아닌가?"

"그런데요?"
"ㆍㆍㆍㆍㆍㆍ평소에 입던 옷을 입고 혼자 있단 말이야.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아서 아티카 같은 곳으로 이송된다고 치자고. 그러면 경찰과 원수진 범죄자들로 넘치는 감옥에 가게 될 거오, 그중 절반은 경찰을 씹어 먹으려고 드는 놈들일 텐데. 콩밥을 먹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 불쌍한 자식보다 더 힘들게 형기를 사는 것도 어렵지 않겠나?"(68~69쪽)

모두가 미워하고,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모두가 그가 콩밥을 먹어도 싸다고 하는 사람의 편을 든다.

의뢰를 받고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도 남자이면서, 남자들이란 이상한 짐승이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꼭 자신은 남자가 아닌 것처럼 얘기한다.

이러니 외톨이일 수밖에 없지 싶다.

"남자들이란 정말 이상한 짐승이야."

"아이고, 남자나 여자나 다를 거 없어요, 자기. 이거 알아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 이상해요. 모두 다르죠. 가끔은 성적 취향이 특이할 때도 있고, 가끔은 또 다른 면에서 기이한 점이 드러나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모든 사람은 괴짜예요. 당신, 나, 세상사람 전부가 다 그래요."(160쪽)

그래도 대인관계는 모나지 않았었는지, 상대는 이렇게 응수한다.

남자만 이상하지 않다.

남자도, 여자도, 누구도...인간은 근본적으로 다 이상한 존재다...이런 뉘앙스로 얘기하고 있고,

그때서야 난 '이상하다'를 '나와 다르다'와 바꾸어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매튜 스커터는 그러니까,

'나를 제외한 남자들이란 나와 달라'이렇게 얘기하고 있는거고,

상대방은,

'남자나, 여자나 다 나와는 달라요. 나와 똑같은 사람은 이세상에 나 하나 밖에 없어요.'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른게 이상하고 특이하고 기이하고 괴짜인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걸 당연시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삶...

타자에 대한 이해와 소통은 거기에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려면 먼저 내 마음이 경직되거나 딱딱하게 굳어있지 않고,

말랑말랑 유연해야 할테고 말이다.

 

근데, 이 말랑 말랑 유연함에도 기준은 필요할 것 같다.

내가 나일수 있느냐(자아),

그 나의 경계조차 지워가느냐(무아),

에 따라 일반적인 사랑과 어머니의 그것, 또는 종교라고 부르는 것의 경계가 나뉘는 것이리라.

 

난 어머니처럼 그렇게 대단한 희생정신을 발휘할 때도 잘 없지만,

종교적인 사고방식도 갖지 못해서 그런가,

나를, 나의 경계는 잃고 싶지 않다.

 

이런 얘기의 연장선 상에서,

매튜스커터는 이틀에 거쳐 연달아 자기 타입의 여자를 만난다.

어찌 되었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상상에 맡기겠다.

  내 타입의 여자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은 점점 더 드물게 일어나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일이거나 내가 변해 가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여자를 어제 만났지만 의식적인, 그리고 무의식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여자를 그냥 보냈다. 그런데 이제 그녀와 나 사이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게 돼 버렸다.

  아마도 내 뇌에 있는 어떤 멍청한 세포들이 그런 면에서 날 설득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녀의 거실 소파 위에서 다이애나 브로드필드를 안지 않는다면, 어떤 미친놈이 와서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할지도 모른다고.
  ㆍㆍㆍㆍㆍㆍ지금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였지만 가장 슬픈 때이기도 했다. 겨울이 오고 있으니까.(105~106쪽)

 

 "적어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전에는 바람을 피우는 남자와도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ㆍㆍㆍㆍㆍㆍ. 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걸까요, 매튜?"

"좋은 질문입니다."

"제게는 좋은 질문이 아주 많답니다. 전 사실 남편을 잘 모르겠어요. 이거 참 놀라운 일 아닌가요? 그 오랜 세월 부부로 살아왔는데 그 사람을 모르겠어요. 그 사람을 알았던 적이 없었던 거죠.ㆍㆍㆍㆍㆍㆍ"(95쪽)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만큼 자기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랑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다른 사람의 인생에 내가 개입할 수도 운명을 바꿔 놓을 수도 없다.

자신의 운명은 자기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지나친 운명론자가 되는걸,

자포자기하는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은 잘못을 했으면 뉘우치고 반성을 하고,

그리하여 똑같은 전철을 번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못을 하는건 인간의 일이고 용서를 하는건 신의 일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ㆍㆍㆍㆍㆍㆍ사람은 운명을 바꾸지 못해. 운명이 사람을 가끔씩 변하게는 하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지."(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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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0-21 20:32   좋아요 0 | URL
임창정 님 숨은가수찾기 재미있었어요.
보셨나요?

신승훈 님 숨은가수찾기도 재미있더라고요.
텔레비전은 없어도 인터넷으로 보았어요 ^^;;;

모두들 다 다른 멋과 맛으로
삶을 즐겁게 일구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