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력제, 경력제...이딴 지나온 자취에 대해서,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자취에 '등급이 매겨진다는데 대해서' 발끈하는 편이다.

얼마전 지인과 노닥거리면서,

소의 등급을 얘기할때는 마아블링의 상태를 가지고 얘기하는거다, 아니다...해가며 카톡으로 몇차례 설왕설래를 했었는데...

그만, '그류' 하는 '단어'를 노안이었는지 잠시 잠깐 '2류' 로 읽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갑자기 꼭지가 '팽~' 돌아서 'what?'했더니,

'아이참, 우리 말 못 알아 듣네...Yes라고요.'하는 소고기를 사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난 민망한 마음에,

'내가 미류나무 꼭대기의 '미류'는 들어봤어도 '그류'는 첨 들어봤네, 참~--;'

이러고 말았는데,

이 책 <충청도의 힘>에서 원없이 '그류'를 접한다.

 

 

 

 

 

 

 

 

 

 

 충청도의 힘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그류!ㆍㆍㆍㆍㆍㆍ"(31쪽)

"히히히ㆍㆍㆍㆍㆍㆍ 그건 그류!"(62쪽)

 

처음 이 책의 제목과 겉표지만을 보고선,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직업성 특성 상,

저런 깜장 비닐 봉지를 든 어르신들이 낯설지 않은 나로서는,

충청도든 서울이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 같고,

"인생 별거 있간디?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를 너무 일찍 터득해 버렸다고 자만했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낄낄 거리고 웃고 말 수 있을 책일 줄 알았다.

 

"인생 별거 있간디?"하고 읽으면 그냥 웃으며 지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발목을 붙잡혔다.

처음에는 그것이 서울촌놈 특유의 사투리가 주는 생경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편집과정의 지나친 자상함이 부른 과실이다.

 

46쪽의 '코를 박고 조시(시작)를 살피지는 못할망정'의 경우에,

네이버 국어사전에 '조시'가 '시작'으로 나온다고 하여,

일본어이고 ちょうし, 조건,상태, 컨디션의 뜻으로 쓰였는데,

'시작'이라는 해석을 달아준건 왠지 좀 씁쓸하고 아이러니 하다.

87쪽의 전(田)도 그렇고,

해석이 맞나 틀리나 검사하며 읽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ㅋ~.

 

실은, 내가 이 책을 페이퍼로 쓸 결심을 한 건

들추기도 싫은 이력등급제 때문이 아니라, 이 똥냄새 나는 사랑 얘기때문이다.

인연은 미수꾸리가 안 되는 것이구, 현다 혀도 헐렁하게 쩜매야지 흘릴께비 꽁꽁 묶으믄 못쓴다, 낭중에는 반다시 도로 풀르야 쓰는 것이 인연인디 꽉 쩜매믄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푼다, 그라니께 집이를 지 옆이다가 꽁꽁 묶아 둘라고 허믄 못쓴다 맴먹었슈.(110~111쪽)

 

미수꾸리(に-づくり , 作り, り 는 일본어로 묶어서 포장한다는 뜻이란다.

저 미수꾸리 같은 단어에는 해석이 없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저 인연이 부산에서의 만남이라 미수꾸리 같은 단어가 일반화되어 사용되었나 보다.

이 책에서, 저 인연에서는 보따리의 네 귀퉁이의 매듭을 묶듯 인연을 묘사했는데...

난 인연은 저런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런 것이어도 네 귀퉁이를 모두고 여미어 꼭 묶어도 나중에 묶은 시발점을 알면 그 반대방향으로 하면 잘 풀린다.

저건 무책임하고,

덜사랑하고,

(아니 한순간 뜨겁게 사랑하겠다, 가 아니라 오래 영원토록 사랑하겠다...

강신주 식으로 얘기하면 구속하겠다가 부른 욕심이다, ㅋ~.)

감정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그런 칠칠 맞은 사람의 그것으로만 여겨진다.

아님? 아님 말고~(,.)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색깔을 가진 실로 삶이라는 옷감을 짠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과 만나면 얽히고 섥히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엮이기도 한다.

만나고 스치고 헤어지고 다투고 하면서

옷감을 짜고 겹치고 모두고 자르고 매듭짓는다.

뜨게질을 생각하면 좀 쉽다.

매듭을 찾을 수 있으면 실을 풀어 거두어 들일 수도 있다.

 

'낭중에는 반다시 도로 풀르야 쓰는 것이 인연'이라고 하여,

'꽉 쩜매믄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푼다'고 두려워,

그리하여 감정을 질질 흘리고 다닐 것이 아니라...

여러사람에게 못할 노릇 만들지 말고,

묶고 풀르는걸 야무지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꽉 쩜매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풀르면 가위로 잘라내면 된다.

 

내가 맨날 하는, 만석꾼 며느리 얘기가 있다.

쌀을 빌어 죽을 먹지 말고,

쌀로 밥을 지어 배불리 먹고 그 힘으로 일을 해서 쌀 살 돈을 벌면 된다고~.

 

난 배불리 쌀밥을 먹고 삯바느질을 하여야 한다, ㅋ~.

지난번에 만든 인형은 키보드 손목 보호대였다.

말인형이어서 이름은 '마군'이었고,

마우스용으로, 말인형과 짝으로 당근을 만들었는데 이름은 '당근군' 줄여서 '당군'되시겠다.

근데, 문제는 얜 넘 크고 동그래서 마우스 용으로 부적절하다.

그래서 '당근'이 미운 털이 되어 '호박'신세가 됐다.

 

 

요즘은 알라딘 서재에서 노는 일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알라딘 서재에서 놀다보면 곳곳에 지름신인고로, ㅋ~.

그래도 이 책은 꼭 사고 싶은 책이다 싶은 것 몇 권만 살짝 찜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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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8-22 06:53   좋아요 0 | URL
시골 할매 할배가 일제강점기 영향으로 일본말을 자꾸 섞어서 쓰시는데,
그런 낱말 아닌 먼먼 옛날부터 쓰던
지역말, 고장말로 고소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얼마나 고울까 싶으면서도
이제 그런 말은 다 잊혀졌고
시골도 텔레비전 연속극 말투에 길들여졌으니
이만 한 말투로나마 이야기를 듣는 일도
대단한 셈이리라 생각해요.

2013-08-22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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