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증언 2
존 카첸바크 지음, 김진석 옮김 / 뿔(웅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ㆍㆍㆍㆍㆍㆍ매사는 겉보기와는 결코 다르다."(1권, 275쪽)

 

만약에 뒷다리가 저려서 병원에 갔는데 새파랗게 젊어 신뢰가 안가게 생긴 의사가 허리를 건드리면 어떻게 하겠는가?

요추가 지배하는 신경 분포 영역은 많이 알고들 있으니까, 그럼 다른 것으로 바꿔 물어보자.

악관절이 아프다고 갔는데,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픈 부위는 그곳이 아니라고 하며 툴툴거리거나, 환자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듣는다며 화를 내게 되지않을까?

(의사가 아픈 부위와 치료부위와의 상관 관계를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환자들은 자신이 아프게 느껴지는 부위를 힘주어 얘기하게 마련이지만, 치료 효과를 놓고 봤을때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ㆍㆍㆍㆍㆍㆍ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이틀 전, 그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신문기사와 보도에 관해 주의 깊게, 에둘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명심하렴, 그들이 바라는 건 사실이 아니란다. 진실을 바라지."라는 말을 했다. (1권, 203쪽)

그런 의미에서 봤을때, 이 책의 주제는 "매사는 겉보기와는 결코 다르다."라는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신문 기사와 보도에 관해서, "명심하렴, 그들이 바라는 건 사실이 아니란다. 진실을 바라지."라고 한 저 문단까지 인용하게 되면 좀 복잡해진다.

그럼 이렇게 복잡한 책읽기에서 사실과 진실의 상관관계를 놓고 혼란스러움에 빠져 길을 잃지않는 방법은 딱 하나 내 자신의 소신을 믿는 것이 되겠다,ㅋ~.

 

이 책은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존 카첸바크'의 작품되시겠다.

책의 겉날개에선 그가 스릴러의 대가로 평가받는 이유를 놓고,

스릴러의 강점인 빠른 전개와 사실감 넘치는 사건 서술의 힘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견고한 이야기 구조와 세밀한 심리묘사를 유감없이 구현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난 거기에 시적인 서사의 적절한 배치와 더불어,

인간 심리묘사를 하는데 있어서 양가 감정을 대등하게 배치하는 것을 들고 싶다.

 

그의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겉으로 보고 사실이라고 정의내린 그것들의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허를 찌른다.

사실과 진실과 거짓의 관계가 그러하며,

미친 것과 정상의 경계없는 넘나듦이 그러하며,

선과 악이 그러하다.

이 모두는 나로부터냐, 나로 말미암음이냐,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눈에 직접 보이는 객관적 사건의 실체들, 실제 이루어진 일들을 '사실'이라고 한다면,

'진실'은 사실 속에 감추어진 본질적인 것 (거짓이 없는 참)이란다.

누군가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의사라거나,

또는 언론의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자라면,

눈에 보이는 사실만이 아니라, 사실의 이면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치는 눈을 가질 필요가 있겠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짓이나 참'을 가르는 그 기준이라는 것이다.

'fact'를 바라보는 시선 말이다.

 

쉬운 상황으로 예를 들어보면, '사랑해요'라는 말 속에도 여러가지 의미와 입장이 있겠다.

'당신의 영혼을 사랑해요'일 수도 있겠지만,

'당신의 재산이나 돈을 사랑해요'일 수도 있겠고,

'당신의 배경을 사랑해요'일 수도 있겠고,

'당신의 취향을 사랑해요'일 수도 있겠으며,

'당신의 보드를 사랑해요'일 수도 있겠고,

'당신의 외모를 사랑해요'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런 예는 드물겠지만,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요'일 수도 있겠으며,

의미나 입장과는 상관없이 '너'이기만 하면 된다는 집착에 가까운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이 상황을 정리해보면,

내가 바라보는 사실은 '당신을 사랑해요'지만,

극단적인 진실은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이다.

 

퍼거슨은 코워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로 저에 대해 아시는 게 뭔가요?"

ㆍㆍㆍㆍㆍㆍ"당신이 내게 말해 준 것들. 또 남들이 당신에 대해 말한 것들이죠."

"저를 안다고 생각하세요?"

"아마 약간은요."

퍼거슨은 코웃음을 쳤다. "틀렸어요." 그는 조금 전 자신의 말을 곱씹는 듯 약간 뜸을 들였다. "기자님은 현재의 저를 보고 있어요. 전 완벽한 사람이 아닐 거예요.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했을지도 몰라요.ㆍㆍㆍㆍㆍㆍ"(1권, 150쪽)

 

내게 이 책이 의미있었던 것은,

선은 좋은 것이고 악은 나쁜 것이며,

진실은 좋은 것이고 거짓은 반드시 나쁜것이고,

우리는 매사에 사실이 아닌 진실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하고,

이렇게 이분법적이지가 않아서 였다.

 

스스로가 편견과 선입견에서 탈피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 책의 결말을 놓고 허를 찔린 듯 낭패감을 맛볼 수도 있다.

ㆍㆍㆍㆍㆍㆍ자신의 목숨을 구하려면 모질게 싸워야만 한다는 걸 그때는 깨닫지 못한 거죠.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어선 안 된다는 걸요."  (1권, 57쪽)

 

"가장 힘든 건 여기 감방에서 지내면서 내가 죽인 자들이 늘 가장 죽이고 싶어 하던 자들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거야."

"무슨 뜻이죠?"

"살면서 그게 가장 가혹하지 않을까? 기회를 잃는 것. 그게 제일 후회되겠지. 우리가 밤에 잠 못 드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지."(1권, 174쪽)

 

생각만으로도 사람이 죽은 듯 느껴질 수도 있고,

그래도 난 죽지 않았어, 하고 생각했다.

내 사소한 일부만이 죽었을 뿐이라고.(102~103쪽)

 

사소한 감정에 의해서 상처를 들추기도 하고 고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감정들이 사실과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편가르기를 해야 하는 그런 감정이라고 설명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적어도...

"어려운 취재에 응하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가 말했다.

"아니에요. 감정을 감추기보다는 털어놓는 게 더 나아요." ㆍㆍㆍㆍㆍㆍ"고통은 사라지지 않거든요."

"약간 무뎌지기는 할겁니다. 항상 찔러대니까 그렇게 따끔한 줄 모르게 되는 거죠. 그런데 사소한 일들 때문에 처음의 고통이 되살아나기도 해요. 가령, 어느 날 의자에 그냥 앉아 있어요. 글 바깥에서 이웃집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러면 잠시 후 전 제 딸아이를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게 상처랍니다, 코워트 씨. 정말 상처를 받죠. ㆍㆍㆍㆍㆍㆍ"(125~126쪽)

 

감히 움직이지는 못하고 눈물만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ㆍㆍㆍㆍㆍㆍ한동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이의 엄마가 흐느낄 때마다 가슴이 짓눌렸다. 그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간신히 방 밖으로 돌아섰다. 이 광경을 결코 잊지 않을리라 생각하면서 그는 윌콕스 형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지 슈라이버에게 사과하고 고맙다는 말을 건넬까 잠시 생각했지만, 자신의 말은 그들의 괴로운 심정만큼 공허할 것 같았다.(131쪽)

작가는 코워트를 통하여,

의미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칼날이 되어 상처를 내고 피 흘리게 할 수 있음을,

때로는 마음이나 진심을 담을려고 애를 썼더라도 공허한 말이나 행동이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이미 쏳아버린 화살은 되돌릴 수 없고,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더불어, 미국인들의 이런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리지만, '옳다 그르다'하지는 않는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들은 내게도 가혹하게 굴 거예요. 미국은 살인범들에게 길들여져 있어요. 그런 종자들에게 익숙하단 말이죠. 하지만 실패에 대헤서는 어떨까요? 우린 누군가의 실패에 유난히 관심을 갖죠. 얼빠진 짓이나 실수는 미국인들의 방식이 아니니까. 살인은 참아줘도 실패는 용서하지 않는다고요. ㆍㆍㆍㆍㆍㆍ당신이 감추려고 한 건 뭐죠? 다른 실수를 저지른 건 아닌가요? 진실과 거짓이 어떻게 다른지는 압니까?'하고 묻()을거란 말이죠."2권, 202~203쪽)

 

 

번역이 틀린 곳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언급하지 않은)...껄끄러운 곳이 두어군데 더 있었다.

 

처음부터 승산이 없다는 낌새를 맡았겠죠.(1권, 253쪽)

위 문장의 경우, '낌새'는 '맡다'보다는 '눈치채다, 보이다, 느끼다' 등과 호응 관계에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영어의 'scent'나 'smell'을 '낌새'라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맡다'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 같은 데, 왠지 껄끄럽다. 

 

"진짜 강하다는 게 뭐죠? 코워트 씨?"

"강하다는 건 시기와 때를 아는 거예요. 자신은 온전히 건강하지만 사회가 구제 불능인 질병을 옮겼다는 걸 알아야죠. 강하다는 건 숨을 내쉴 때마다 마지막 숨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걸 아는 거예요."(2권, 156쪽)

위 대화는 셰퍼가 퍼거슨을 상대로 하는 얘기이다.

그러니 맨뒤의 것이 호칭이면 '퍼거슨'이 잘못된 것이고,

강하다는 게 코워트같은 기자나 펜의 힘을 지칭하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면 부연 설명이 좀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2-12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3-02-12 20:54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진짜 내가 미쳐, ㅋ~.
제가 '매사는 겉보기와는 결코 다르다'뒤에 '?'를 붙인 이유를 바로 간파해 내셨어요.
그러니까 말예요.
이 책의 주제어가 문장의 호응관계가 '꽝'이었지 뭐예요.
정말 대략난감이길래,
어떻게 할까 하다가 question mark 하나 찍어 넣었습니다여.

숲노래 2013-02-13 07:51   좋아요 0 | URL
어떤 일이든 겉으로는 알 수 없어요.
겉은 겉일 뿐이니까요.

사람도 얼굴로만 사람을 알 수 없어요.
사람을 알려면 마음을 알아야 할 테니까요.
마음을 모르고, 얼굴만 익혀서, 그 사람을 안다 말한다면,
또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삶을 들여다보지 않고
글자락 몇 가지만 살피고, 누군가를 안다 말한다면,
우리들은 무엇을 아는 셈일까요.
아마, '껍데기'만 안다고, 아니 '껍데기만 본 적 있다'고 할 테지요.

양철나무꾼 2013-02-17 17:32   좋아요 0 | URL
오늘 이지누를 읽고 쓰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관심을 자기자신에게로 집중시키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투명하고 말간 유리처럼 닦아서 안팎으로 같은 걸 내어보이고 있는데,
정작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또 저렇게 보고,
이렇게 저렇게 다르게 말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말예요.

어찌되었건 변하지 않는 '고갱이'는 있을테니까 말예요, ㅋ~.

2013-02-13 12:47   좋아요 0 | URL
"스릴러의 강점인 빠른 전개와 사실감 넘치는 사건 서술의 힘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견고한 이야기 구조와 세밀한 심리묘사를 유감없이 구현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난 거기에 시적인 서사의 적절한 배치와 더불어,
인간 심리묘사를 하는데 있어서 양가 감정을 대등하게 배치하는 것을 들고 싶다."

- 이렇게 이야기하시면 정말 안 읽을 수가 없는 책,인 거잖아요.ㅎㅎ

잘 지내시죠? 양철님. 강추위와 추위가 오락가락하는 2월입니다. 건강하세요!

양철나무꾼 2013-02-17 17:35   좋아요 0 | URL
그래도 그 추위와 강추위가 오락가락하는 틈을 비집고 목련이 빼꼼이 봉오리를 내밀었더라구요.
그렇게 그렇게 봄은 오고,
그렇게 그렇게 햇살은 누그러지고 넉넉해지겠죠.

섬님~.
봄이예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