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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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좀 아팠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할때마다 중국의 서시마냥 가슴을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려야 했다.

감기의 끝 무렵, 지인들의 안부를 챙기다가 누군가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좀 울었고,

그리고 내가 아는 온갖 종류의 신을 한 번씩 불러가며 그의 안녕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했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어쩜 장르소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얘기일 수도 있고,

어쩜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얘기일지도 모르니,

이런 것이야말로  레알(real) 장르소설일 수도 있겠다.

 

웹서핑을 하다가 이런 글을 만난게 시작이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사람에 대한 열정과 온기 따위는 폐기처분해버린지 오래...

욕심과 심통을 양볼 가득 빵빵하게 집어넣고 실룩거리면서 연륜이라고 위장을 하겠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서늘하고 알싸한 느낌이 들면 어쩌지 못하고 오지랖을 펼쳤었다.

 

바람소린가 하면서 눈을 떴다.

잠에서 덜 깬 귀를 기울여보았더니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똑~, 똑~, 소리와 소리 사이가 꽤 길었다. 혼자 일어날 수 없는 이에게 줄어든 잠은 형벌이다. 숙면을 처방받고 잠들어 있는 이의 새벽 단잠을 깨울 수는 없다. 나는 억지로 자야 하는 벌을 감수하겠다 다짐한 사람이다. 바깥이 환해지고 나서야 베란다로 나가 문을 열었다.

ㆍㆍㆍㆍㆍㆍ

기다림은 언제나 지루하고 만남은 한번도 길지 않았다.

 

 

꽃이 피는 건 피는 게 아니라 지는 것이다.

봄이 오는 건 오는 게 아니라 가는 것이다.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두신,

흰 머리가 드문드문, 안경을 끼고 휠체어에 곱게 웃으며 앉아계신 모습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

(아마 '억지로 자야하는 벌을 감수하겠다'는 저 구절이 시리고 아팠나 보다~--;)...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난 그분을 척수손상(spinal cord injury)환자라고 생각했고,

손상 부위(injury level)을 여쭸고,

컴퓨터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미루어 짐작하고는

보조근이나 협력근을 잘 사용하거나 또는 도구를 적절히 사용하면

혼자서 push up이 가능하고,

그것만 되면 Bed self care가 가능하여,

조금만(여기서 '조금만'이란 건 다소 주관적이다~--;)

노력하고 연습하면 억지로 자야하는 형벌은 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었다.

 

그런데, 그분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것이었다.

근이영양증, 더 이상 나빠질게 없으니 나아질 것은 기대하지 않으신단다.

 

척수(spinal cord)는 손상(injury)이라고 하지만, 근이영양증(muscular dystrophy)은 손실(loss)이라고 한다.

이때, 손상과 손실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은 외력이다.

내가 여기서 외력을 들먹이는 이유는 기왕력이나 가족력, 유전을 들먹이려는게 아니라, 진행성의 여부 때문이다.

때문에 척수손상은 어느날 갑자기 사고에 의해서...라는 의미에서는 청천벽력 같을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근이영양증(muscular dystrophy)은 '진행성 근위축증'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울 정도의 진행성, 소모성 질환안 것이다.

그러니 하루를 생활하는데 필요한 어느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지르 알면 그안에서 생활하면 되고,

또 그생활이 숙달되면 좀 나아지고 하는 척수손상과는 달리,

근 이영양증은 하루를 생활하기 위한 힘 또는 에너지가 날마다 더 많이 요구돨테니,

하루 하루 만들어낼 수 있는 더 작은 에너지를 가지고 버텨야 하니,

힘과 에너지의 적절한 안배부터가 일종의 참선이고 수행이고 형벌일 것이다.

 

암튼, 우리의 뇌가 기억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근육이란 녀석도 기억을 하는데,

자주 깜빡깜빡하기도 하는 것이 뇌만큼 신통하지 못하다.

꼭 하루살이 같다..

그래서 어떤 것이 습관으로 몸에 배게 되려면 하루에 한번씩은 재교육을 시켜놔야 한다.

 

단절하거나 잘라내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를 온몸(머리 끝에서부터 손끝, 발끝으로까지)으로 골고루 보내주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잘은 모르지만,

우주의 운용 원리도,

삶과 죽음도,

이런 기의 움직임도,

우리 몸이 좋아하는 터치도, 마사지도, 부비부비*^^*도...크고 작은 일종의 순환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염력도 이런 순환의 의미로 미루어...믿어볼만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순환은 곧 소통이고,

소통이라는 것은 '막히지 아니하고 서로 통함, 뜻이 서로 통함, 속이 트임, 도리와 조리에 밝음'이라는데,

이런 소통이 원할하기 위해서는 사이가 트이고 드물고 성기어야 한단다.

 

연쇄살인범을 찾아내는 장르소설을 읽은 리뷰라고 하기엔, 서론이 감상적이고 게다가 의학적인 얘기가 엄청 길었다.

제목에서부터 '리뷰를 빙자한 오지랖'이라고 했지만, 굳이 변명을 하라면...

이 책의 마지막에서 우리의 주인공 '데이브 거니'가 머리에 총을 맞고 계단으로 구르는 사람과 함께 미끄럼을 타주셨고,

그리하여 2주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깨어나 주시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총알이 뇌를 관통한 상태인데,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다친걸로 되어 있고...

(단층촬영 결과 청력신경이 회복되었다고 하는데, 뭘 어떻게 단층촬영 했다는 건지, 그것만으로 청력신경이 회복되었는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brain CT라고는 표현해 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끙~(,.))

또 총알이 뇌를 관통한 상태인데, 감각중추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포팍되었다는 게 무슨 애기인지...원~--;

하지만, 이런 의학적 오류들을 가지고 딴지를 걸기 시작하면 끝도 한도 없다.


몸에 기브스를 했다는 데 명확하게 부위가 표현되어 있진 않지만,

저렇게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고난이도의 액션이었으면 분명 척수손상도 동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데이브 거니'를 6백만불의 사나이나 프랑켄슈타인의 아류쯤으로 만들 요량이 아니라면,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그려내려고 한다면 적어도 '척수 손상 환자'정도는 될 수 밖에 없을텐데,

앞으로 그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혹시 '존버든'자신이 나이가 들어가며 실제 액션 체험이 어려워지면서,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같은 버전으로 가려는 포석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연쇄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내가 이 책에서 읽어낸 것은 삶에 대한 이해, 다시 말해 사람들이 얘기하는 '자아성찰'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자기자신을 낯설게하듯 객관화하여, 물고기 쳐다보듯 말끄러미

 

전에 'Let me in'도 그랬고, 이 책도 그렇고, 요즘 등장하는 많은 소설이나 영화들을 보면 소아성애자 - 다시말해, 아동상대 성범죄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아동이 앞에 나서는 범죄도 점점 늘어나고 지능적으로 바뀌어 간다.

여기서 여러가지 사회현상과 문제들을 읽어낼 수 있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이다.

모두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아동들을 역추적하다보면, 아동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아동들은 부모를 선택한게 아니다.

그런 부모에게 태어나서, 그런 가정환경에 노출된 죄 밖에 없다.

내 의지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부모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 노력이라는게 자식을 위하여 무엇을...하라는게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다시말해, 자기자신을 낯설게하듯 객관화하여, 물고기 쳐다보듯 말끄러미...바라보다 보면,

내 주변도 그렇게 볼 수 있게 되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자신을, 또 주변을 그렇게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난 몇 달 동안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멜러리 사건의 악몽으로 인한 격한 감정들은 불완전한 평화로 진화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와 매들린은 부드럽게 서서히, 애정 어리고 너그러운 관계로 발전해갔다.ㆍㆍㆍㆍㆍㆍ일을 갖는 것 자체가 결혼생활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서로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로부터 숨통을 틔워준다고나 할까. 아니면 그저 희망사항인지도 몰랐다.

  희망사항. 세계 공통의 진통제.(25~26쪽)

주변을, 그리고 자기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이 때로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말씀이신가요?"

ㆍㆍㆍㆍㆍㆍ

상대가 믿어주기를 바라는 사실을 그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죠.ㆍㆍㆍㆍㆍㆍ누구나 자신이 '발견'한 것 같은 사실을 믿고 싶어 하죠.ㆍㆍㆍㆍㆍㆍ저는 그것을 '유레카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스스로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오류죠."(39~42쪽)

 

"사람들은 이야기를 지어내. 그래서 진짜 증거를 놓쳐. 그게 문제야. 우리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니까. 사람들은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 우린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자네 그거 알아? 이야기를 믿고 싶은 바로 그 마음이 우리를 파멸시킨다는 거."(570쪽)

내가 하고싶은 얘기를 하기 위하여, 너무 멀리 돌아왔다.

사람의 상상력 만큼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부정적인 상상력보단 긍적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자는 거다.

 

다시 오지랖으로 돌아간다.

내가 이 길고 긴 글을 쓴 건 딱 한사람을 위해서다.

 

날이 따듯해오면 행여 기력을 더 차릴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님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게요.

 

상상력만큼 상대적으로 에너지나 기력이 소모되지 않는 것도 없다.

그리고 상상력만큼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도 없다.

난 오늘도 내가 아는 온갖 종류의 신을 한 번씩 불러가며 그의 안녕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한다.

그리고 긍정이라는 무한염력을 마구마구 날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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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1-28 09:58   좋아요 1 | URL
그분의 안녕을 함께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봄이 되면 기력을 좀 차리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기를 전합니다.

2013-01-28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