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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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을 흔히 '취미'라고 한단다.

지난 며칠동안, 아들과 진로를 놓고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자사고에 다니는 울 아드님께서 사상 초유의 성적표를 받아온게 발단이 되었다.

난 모든 엄마가 그렇듯,

공부에 관한 잔소리를 조금, 아주 조금 늘어놓았을 뿐이고...

울 아들은 공부가 재미없으니 다른걸 하고 싶으시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울 아들은 밥 몇끼 굶는게 낫지,

평생을 재미없는걸 하면서 불행하게 사는게 낫겠냐며 날 설득하는데...헐~--;

'엄마, 아빠가 너 밥을 안 굶겨봐서 니가 참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

는 소리가 입밖으로 돌출하려는 걸 맨밥을 삼키듯 꾹꾹 눌러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울 아들이 하겠다는 공부 아닌 다른 것이...

어느 특정한 한가지도 아니거니와,

그 중 어느 것도 밥을 벌어먹을 만큼 특출난 것이 없다.

 

아들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봤을때...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난, 그저 공부를 즐겁고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잔소리를 할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봤을때,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난 변변히 내세울만한 무언가가 독서 밖에 없다.

마흔이 넘은 인생을 돌이켜볼때,

그나마 땀과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던 건 '공부'가 있겠는데...

그렇다고 공부가 취미라고 할 수는 없는거고 말이다.

(어째 내가 생각해도 얘기가 점점 밥맛으로 흘러가고 있다~--;)

 

요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발달로 주변을 보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취미들을 갖고 자기계발을 하고,

그 과정을 블로그나 카카오 스토리 따위에 소상히 밝혀놓기도 하곤 하던데,

운동이나 여행, 맛집 탐방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몹시 부러울 따름이지만,

난 그야말로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는건 딱 질색인 저질체력되시겠다.

그래서 여행은 이렇게 여행기로 만족하고,

맛집탐방은 집에서 레시피를 보고 흉내를 내서 해먹는 걸로 대만족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여행기와 맛집탐방기 따위로 대리 만족을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여행과 맛집이라는 책의 필요조건 말고 한가지 더 고려하게 되는게 있는데,

그게 소위 '글발'이라고 하는 '글의 맛과 멋' 되시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김훈, 신경숙, 은희경, 박찬일, 이적,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박칼린, 장기하에 이르기까지

검증된 '글발'의 집합소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제품사양서 마냥 빵빵하고 폼나는 사진과 지도, 그 밖의 자료들을...

감정이입 없이 빽빽하게 실어놓은 책을 만나게 될 경우가 있다.

그런 책은 지도를 읽지 못하는 내게 지도가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읽어도 전혀 재미있거나 즐겁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암튼, '여행이 그다지~--;'인 내가 이상한 것인지,

열 명의 사람들은 마음을 빵빵한 이스트 불리듯 불려가며...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추억을 찾기 위해,

이미지를 찾기 위해,

휴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등등 여행의 변을 늘어놓는다.

 

나의 '여행이 그다지~--;'인 것과 가장 근접한 구실을 찾는다면,

얼마전 읽은 이다혜의 '책읽기 좋은 날'에서 만난 이런 구절이다.

그녀는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 사이에 편지 글로 오고간<경계에서 춤추다>를 읽고 이런 생각을 남겼었다.

이름이 보통명사와 다른 점은 시간이 지면서서 의미를 잊게 된다는 사실이다. 설령 의미를 알고 있더라도 쓰면서 의미를 잊게 된다. 그게 좋은 것이다. 여행은 자신을 붙잡아 두고 있는 일상으로부터의 일시적인 해방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이름을 말해야 하고, 신분증명을 요구당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행이라는 것 역시, 자신을 재정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다혜의 '책읽기좋은날'181쪽)

자신을 붙잡아 두고 있는 일상으로부터 일시적으로라도 해방 되기를 바라고 계획한 여행인데...

잘못하면 안 되는 언어로 끊임없이 이름을 말해야 하고, 신분증명을 요구받고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놓여나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자신의 존재의미를 되묻고, 자신을 재정의해야 하는 '자기 증명'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일상으로부터 일시적으로라도 해방되기 위해서 나는 '여행'이 아니고 '쉼'을 택하고 볼 일이다, ㅋ~.

 

암튼, 책을 다 읽은 후...여행의 결과물을 놓고 봤을때 제일 부러웠던 사람은 이병률이었다.

박찬일 세프는 내가 닮고 싶은 형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그의 솜씨가 그렇고 그의 지적인 사고의 기럭지가 그렇고 그의 부러 탈색시킨 듯한 내면의 다면이 매력인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6쪽, 이병률)

나야말로 여행에서 '사람' 하나쯤 얻어가질 수 있다면...아무리 힘들고 녹초로 만들어 놓는 여행이라도 불사하겠다.

게다가 그가 박찬일 쉐프로부터 닮고 싶다는 것이 발가락도 아니고,

지적인 사고의 기럭지와 일부러 탈색시킨 듯한 매력있는 내면의 다면이라고 하니 말이다.

흔히 생김새와 성질을 닮는다고 하는데, 그리하여 '지적인 사고의 기럭지'라는 생김새와 '매력있는 내면의 다면'이라는 성질을  만들어준 그의 언어유희도 눈여겨봐둘만 하다.

 

개인적으로 여행의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은희경'이다.

난 (포도밭을 지나도 그리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밀밭만 지나도 취하는 타입이니,

그니의 여행이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한 답사라는 고고스한 것이여서...는 아닐테고 말이다.

술의 맛을 만드는 조건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 술을 마시는 순간 내가 붙잡은 시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전 조금 친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힘든 사랑 때문에 붉은 와인에서 죽음의 달콤한 맛을 느꼈듯이. 그리고 내가 서늘하고 향기로운 화이트 와인의 맛에 오래 떠나 있던 집을 떠올렸듯이, 밤의 비행기 불빛을 그리움 속에 가만히 바라보았듯이.(16쪽, 은희경)

'술'이란 단어를, '여행'이나 '추억'으로 바꾸어도 좋겠다.

그리고 햇살...

(술꾼이 아니라서, 술의 참맛을 모르는) 난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의 당도라고 생각하는 고로,

햇살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 같고,

햇살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포도의 당도 뿐만 아니라, 여행과 추억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꿈같은 여행과 추억은 그래서, 꿀 같은 여행과 추억과 동의어인지도 모르겠다, ㅋ~.

나는 야생 새들에게 먹이를 줄 때 신기하긴 했지만 그들이 사는 이끼 낀 나무 사이를 걷는 게 더 좋았다. 삽으로 석탄을 부으며 움직이는 기차 체험도 재미있었지만 그 기차를 타고 달릴 때 숲의 햇살이 더 좋았다.ㆍㆍㆍㆍㆍㆍ벽난로 위의 선반에 여러 대에 걸친 가족사진 액자가 겹쳐 놓여 있었다.ㆍㆍㆍㆍㆍㆍ어쩐지 마음이 애틋해지는 사진이었다. 인연을 맺는다는 것, 관계를 지속하고 또 넓혀가는 것, 마음을 나누는 것,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33쪽.은희경)

그래서인지 나도,

여행을 할때 야생 새들에게 먹이 주기나 석탄으로 움직이는 기차에 석탄을 부어주는 등 독특한 체험을 하는 것보다는,

나무 사이의 산책이나 기차 차창으로 느껴지는 햇살바라기 등 어디에서나 넉넉하고 고르게 누릴 수 있는 그런 것들 사이에서...

문득 사는게 고마워지는 걸 느끼게 되고 뭉클해지는 게 더 좋다.

다시 말해, 여행에서 고마움을 느끼게 될때는 특이한 경험이나 독특한 체험, 멋진 장관 등을 봤을 때가 아니라...

내가 일상을 떠올리고 생각나는 그런 순간,

지지고 볶고...그러고 평범하게 사는 게 문득 고마워지는 그런 순간, 들이다.

게다가 여행하는 동안 사진도 찍지 않고 메모도 하지 않는다. 여행의 기록은 몸 속에 새겨지는 것이므로 그 시간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록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소문난 장소와 유명한 코스를 답습하기만 하는 여행은 마치 필기한 노트처럼 잃어버리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 발견하고 즐겨야 내 것이 되지 않을까.(38쪽.은희경)

여행에서 처음하게 되는 특이한 경험이나 독특한 체험은 놀랍고 생소하기는 하지만,

습관이나 버릇을 몸이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필기한 노트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직접 체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었을때 의미가 있다.

 

아래 문장 같은 경우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니가 햇살이, 또는 바람이 되어 대지의 등에 올라타 본 후에만 나올 수 있는 그런 문장이니까 말이다.

그 창가에 앉아 와인을 마셨다. 등뒤의 벽에는 책장에 꽂힌 책들처럼 벽을 가득 채운 와인들이 꽃혀 있고. 겨울 와이너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른한 평화와 달콤한 탈선의 의식이랄까. 잠깐 와인 잔을 들고 나가 맨발로 풀밭을 밟아보았다. 내가 밟고 선 땅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스쳐갔고, 그러자 대지의 등에 올라탄 듯 잠깐 몸이 흔들렸다.

 

와인 투어를 진행했던 와이너리의 매니저에게 물었다. 겨울에 와이너리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대답은 간단했다.

 

 - 포도 밭을 가만히 놔둡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죠.(41쪽)

 

이어지는 와이너리 매니저의 선문답도 그렇고,

이어지는 다음 문장들도 그렇다.

똑같은 와인이 담긴 병이라고 해도 와인은 마시는 순서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 기분의 높낮이에 따라 맛이 다르다. 살아 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45쪽)

 

 

 

 

여행에서 평범한 일상을 떠올리고, 우리의 삶이란 것 또한 그렇게 평범한 하루 하루가 모여서 되는거라는 걸 깨닫게 되어야만,

난 '이명세'의 여행이 부러울 수도 있겠다.

 

 

 

ㆍㆍㆍㆍㆍㆍ그러나 퍼즐이란 무엇인가?

 다 제자리에 들어가야 비로소 하나의 장면,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내게 있어서 이미지란 있는 그대로 대상을 사랑하기다. 있는 그대로 사랑할 뿐이다. 가끔은 다가가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한다. 조급증 때문이다. 그럴수록 대상은 모습을 감추거나 거리를 둔다. 그럴 때면 너무 원망스러워 대상에서 등을 돌리거나 대상을 향해 소리치기도 한다. 그러나 소용없고 부질없는 짓임을 경함을 통해 뼛속 깊숙이 알고 있다. 결론은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다. 내게 있어서 이미지란 처음부터 기다리는 대상이다. 그저 사랑하고, 그저 묵묵히 기다리기. 그것이 전부다. 내가 할 수 있는. 그래서 언젠가 대상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를 받아들여줄 때 나는 그때 대상이 갖고 있던 본래의 이미지를 만난다. 하여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다. T.S.엘리엣의 시론에서 말하는 '당구알을 그리기 위해서는 당구알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결정되기 전 이미지란 환영幻影과 같다. 하여 내게 있어서 이미지란 부수기 위한 대상이다. 지우기 위한 대상이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풍경을, 내 기억 속에 자리잡은 풍경을 부수고, 지워야만 지금 그대로의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행은 떠남이다. 떠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누군가에 의해서 혹은 나에 의해서 규정된 것들을 몽땅 버리고 말 그대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다.(59~60쪽, 이명세)

이병률은 또 어떤가?

'바로 내가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사람이지만,

사람이 한말에서 그런 선물같은 문장을 끄집어내는 그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ㆍㆍㆍㆍㆍㆍ그럼 남편에게는 어떤 선물을 준비했냐고 묻자 더 파랗게 눈을 빛내며 대답한다.

"남편한테 선물을 왜 해요? 내가 바로 선물이죠."

뭐, 그러면 됐다. 그 사랑 한번 믿음직스럽다.

ㆍㆍㆍㆍㆍㆍ지휘를 맡은 안나에게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냐'고 묻자, 다른 달도 아닌 이 12월에 이렇게 모여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고마운 일 아니냐고 한다. 맞다, 휙.(Huick. 많은 사람들을 풍요롭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 에스토니아 말) 이 12월에는 뭐라도 해야 한다. 피가 돌게 마른 감정이라도 연소해야 한다.(96쪽)

 

쉰살 화가인 알렉산드르 사브첸코프를 만난 일은 조금 농담 같다. 도미니크 수도원의 기도실이라고 알려진 지하방을 찾았을 때 놀란 것은 동굴 같은 공간에 가득 채워진 그림들 때문이었고, 또 한번 놀란 것은 그 그림들은 그림의 숫자만큼이나 각자 다른 화풍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그림들 모두 단 한사람 알렉산드르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ㆍㆍㆍㆍㆍㆍ

"이 겅간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영적인 보살핌을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나요? 왠지 그런 느낌들을 문득문득 받고 있을 것 같아 묻는 겁니다."

나의 물음을 살짝 비껴 그가 말한다.

"신은 항상 보고 있어요. 그러면서 노력하고 바라는 이에게 영감도 주죠. 영감이란 건 무의식적으로 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주지는 않아요. 메마른 땅에 아무나 데려다놓았을때 그 사람이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난 장미를 그린 그림 한 점을 산다. 배낭에 넣어다니면 이 12월이 춥지 않겠다. 헤어지는 길에 그가 나뭇가지 하나를 내민다. 정원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가끔 이런 모양의 가지를 떨어뜨린다면서 건넨다. 가지와 가지가 만나 서로 혈관을 나누고 십자가 모양을 이루면 아침 정원 바닥에 무심히 떨어진다고 한다. 십자가 모양의 나뭇가지. 그가 기도를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그의 기도는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생각한다. 수많은 이들이 기도실을 찾느라 그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면서 귀찮게 해도 그가 그것을 등질 수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는 신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둥지를 튼 것이 분명하므로. (100~101쪽)

 

신은 어느 곳에 있고 공평하다는 말은 어쩜 거짓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신이라면 영적으로 깨어 있고, 준비하는 자를 편애하실 것 같다, ㅋ~.

암튼 여기서도 느끼는 것은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의 중요성.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깨달을 수 있는 마음 만이,

여행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한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쯤되면, 내가 그동안 여행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눈치챌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을 한장 한장 읽어나가면서,

여행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고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던 나는, 김훈의 이 한문장으로 명쾌해졌다.

물고기가 잘피 숲에 모여 살 듯이 그들은 숲속이나 병영의 잔해에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숲에서는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는 있었다. 그들의 가난을 무소유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무소유는 소유가 있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개념이었다.(181쪽)

어쩜, 김훈의 이 한문장은 수백번 아니 어쩜 수천, 수만번을 지우개로 고치고 다시 쓴 한문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글들도...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는건 딱 질색인 저질체력'이어서라는 구실로...

'여행이 그닥~--;'인 내가 '여행 한번 해볼까~?'라고 변심을 하게 하지는 못하다가, '장기하'에 가서 마음이 움직였다.

 

 세렌디피티. 그것은 혼자 하는 여행이 주는 가장 짜릿한 선물이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여행중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좋은 일일 경우에는 그 순간이 여행의 절정으로 기억되곤 하는 것이다. 나는 길치라서 어디가 어딘지를 잘 알지 못하지만, 또 길치라서 세렌디피티를 자주 마주치기도 한다. (285쪽, 장기하)

장기하와 나 사이엔 아주 큰 공통점이 있었다.

나 또한 길치라서 어디가 어딘지를 잘 알지 못하지만,

또 길치라서 세렌디피티를 자주 마주치기도 할 지 모르니까 말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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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0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3-01-11 09:56   좋아요 0 | URL
흐음...... 나는 절대 못 읽을 책이네,
얼마 전에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서 3박4일 해외 여행이라는 책을 읽다가
더 심통이 터져서 던져버렸오. 내가 먹는거 관련 책을 못 읽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나란 사람은 내가 직접 해야 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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