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논리가 가장 잘 적용되는 나라가 일본이 아닌가 싶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만,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제일 먼저 발 벗고 손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도 이 배 아파했던 사촌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한방향이 아닐 것이다.
사람 안에 여러가지 감정이 혼재되어 있고 그걸 꺼내 이렇게 또 저렇게 운용하는 것일 것이다.
어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사촌이 땅을 샀을 때 배 아파하는 그 사람들이 아니라...무관심한 그런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지인이 만들어내는 신문에 건강 칼럼 한꼭지를 쓰기로 했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라고 해서 봄철 장腸 건강법에 관한 내용인데,
알고 있는 내용이고 자다가도 벌떡 읊어댈 수 있는 그런 내용인데,
기사로 만들려니...문장을 읽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들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제주도에 다녀왔다.
김영갑 갤러리의 대문을 지키고 있는 아낙인데, 양철 나무꾼은 아니어도 '양철댁'으로 손색없는 캐릭이다.
그래, 이참에 닉네임도 '양철댁'으로 바꿔버려~

이렇게 조근조근 수다를 떨고 있지만, 사실 마음 속은 쑥대밭이다.
겉으로 드러내 놓지 않는 이유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걸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고...
옆동네 일본에선 지진 때문에 난리도 아닌데 이 정도는 눌러 삼켜도 될 듯 해서이다.
근데, 오늘 아침 손석희에 나온 그 아저씨, 참 멋있더라~
자꾸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어떻게 되느냐고 손석희가 물어보자,
통계적 수치를 제시하며 이렇게 한마디 덧붙인다.
"천하의 제갈공명도 바람의 방향은 바꾸기 쉽지 않았다."
이런 멋진 비유가 있었는데, 좀 아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인터뷰 내용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삭제되었나 보다.
아침 손석희를 들으며 또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일본사람들은 자기 먹을 만큼의 물과 식량만 딱 배급을 받을 뿐, 나중을 위해 비축을 하지 않는단다.
'나중'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한단다.
그래도 여전히 책을 읽는다.
'LIFE'와 '카모메식당'
내 허기지고 고갈된 정서를 은연 중에 대변하는지 요즘 음식에 관한 책을 자주 읽게 된다.

내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가양각색의 맛은 목숨을 걸고 얻은 것이다.
'사람은 살아있는 것을 죽여서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 이상으로, 나는 정말 생명을 먹고 있는 것이다. '살아남아서, 내가 먹은 것을 다른 형태로 바꿔서 전해줘야 하는 거야'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항상 생각한다.
- 'LIFE1' 94쪽, '요시모토 바나나'의 '카레라이스와 카르마' 재인용 -
그럼에도 어머니는 딱히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양배추롤을 만들어 놓고는,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40대 중반을 넘은 아들의 일 얘기나 건강 얘기를 집요하게 물어보는 잔적정 많은 어머니도, 양배추롤을 더 달라고 하면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짓는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네다섯 개나 먹는다. 식욕이 늘어난 게 아니다. 어머니가 혼자 만드는 고기 경단이 옛날보다 훨씬 작아진 탓이다.
전에 한번 "엄마, 잠깐 손 좀 보여줘 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살펴보니 일흔이 넘은 어머니의 손바닥은 상당히 작고 얄팍해져 있었다.
울지는 않는다. 슬픈 마음이 드는 것도 한순간, 대신 양배추롤을 하나 더 입에 넣는다.
"엄마가 만든 양배추롤은 주먹밥 같구마이."
- 'LIFE1' 168쪽, '시게마츠 기요시'의 '양배추롤'재인용 -
"난 잘 지은 밥이랑 채소 절임이랑 된장국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
"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식당을 만들고 싶어."(카모메식당, 20쪽)
사치에는 옛날 식당처럼 이웃 사람들이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음식은 소박하지만 맛있는 그런 식당이 좋았다.(카모메식당, 22쪽)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고 모두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어디에 살든 어디에 있든 그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요.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죠. 반듯한 사람은 어디서도 반듯하고, 엉망인 사람은 어딜 가도 엉망이에요.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카모메식당, 148쪽)
고르고 보니, 둘 다 일본 책이다.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만, 도움은 작은 관심만으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