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 김수영 -

꽃이 열매의 상부(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이태리어(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事物)과 사물의 생리(生理)와
사물의 수량(數量)과 한도(限度)와
사물의 우매(愚昧)와 사물의 명석성(明晳性)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는데,
그런 호기는 김수영의 저 시 속에서도 나타나는데,

사물의 도는 커녕 사람들과의 관계도 버거워 하는 나는,
아무래도 조만간 죽기는 힘들것 같다.
사람의 말이 그렇게 뾰족해질 수 있다는 걸,
그 뾰족함에 찔리고 상처 입을 수 있다는 걸,다시 한번 깨달았다.
피 나고 아프다. 
 

이럴땐 내가 좋아하는 류의 장르소설을 읽어줘야지 하며 펼쳐든 게,<대지의 기둥>이다.
3권짜리인데,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밀레니엄>급 재미를 준다. 















읽으면서 'C.J.샌섬'의 <수도원의 죽음><어둠의 불>이 생각났다.후속편 격인 <revelation>은 언제 나올 수 있을까?
또 <세상의 모든 딸들>도 생각났다.








 
읽으면서,제목을 잘못 뽑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원제가 <The Pillars of the Earth>이다. 
'기둥'은 '상부'의 하중을 받치는 것이다.
'땅'의 것을 그러모으는 것은 '주춧돌'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대지의 주춧돌'보다는 '대지의 기둥'이 좀 더 그럴 듯하기는 하다.
작가가 철학 전공자 답게, 일상에 철학적 교훈을 적절히 버무려 넣는다.

톰은 그 일이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딱딱한 땅에 삽질을 해서 흙을 퍼올리는 데,집중하자 마음은 점차 비워지고 마침내 안정이 찾아왔다.(120쪽) 

나도 그 일이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책을 읽는데,집중하자 마음은 점차 비워지고 마침내 안정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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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10-12 11:22   좋아요 0 | URL
땅으로부터 일으켜 세우는 건축물의 지지대 역할을 강조하는 정도라면 '기둥'도 괜찮긴 한데요... 근데, '대지'라는 한자와 '기둥'이란 고유어가 융합도가 낮아서 생긴 부조화 같기도 하구요. '대지의 열주들' 이라든가, '땅으로부터의 기둥들'이라면 어떨까... 오부더얼쓰...를 그냥 땅의...라고 번역하니깐, 소유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기서부터 솟아난, 또는 일으켜 세워진... 이런 의미라면 좀 색다른 조사를 쓸 수도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모르는 자의 자유로운 발언이었습니다. ^^)

양철님의 페이퍼가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마침내 안정이 찾아왔다'로 운이 잘 맞게 끝났네요. ^^
피나고 아프지 마세요.
말만 상처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있지도 않다는 제 머릿속 생각도 스스로를 상처주곤 하는 가을이니까 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0-12 00:49   좋아요 0 | URL
1권을 막 다읽었는데 아직까지는 신을 믿고 받드는 사람들의 얘기예요.
근데,더 읽다보면 님이 말씀하신 '땅으로부터의 기둥들'의 의미에 더 가까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10월을 시작하며 제 다짐이 '삿된 생각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말자'였는데,
잠시 까먹고 있었네요.
마지막 문장 너무 멋지구리 한 걸요.
진짜 글이 샘솟는 샘,맞으시나 봐요~^^

꿈꾸는섬 2010-10-11 17:21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재밌는 책을 한권 보고는 내쳐 아이들 책까지 두권을 읽었어요. 읽으려고 할땐 그리도 안 읽히더니 마음이 어느정도 풀려가고 있나봐요.^^

양철나무꾼 2010-10-12 00:53   좋아요 0 | URL
다행이네요~
이렇게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좀 나아지겠죠.
꿈섬님도,저도~~~.

순오기 2010-10-12 04:55   좋아요 0 | URL
요즘엔 읽는 일에만 치중하느라 읽고 나서 생각을 키우거나 정리는 역부족이에요.ㅜㅜ
독서마라톤의 폐해(?^^)를 실감하는 중입니다.
말이나 생각의 뾰족함에 찔리는 건 아프지만~ 아픈만큼 성장한다고 생각할래요.^^

양철나무꾼 2010-10-12 15:12   좋아요 0 | URL
네,읽어내시는 책들의 엄청난 양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전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한가 봐요.
성장을 내다보기 보단,상처를 끌어안고 있는 걸 보면요~ㅠ.ㅠ

2010-10-12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