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윈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8 링컨 라임 시리즈 8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읽다보면,'그리니치 빌리지'가 나온다. 

이 '그리니치 빌리지'의 좁은 골목길들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가난한 화가지망생들을 등장시킨다.
길의 너비가 좁고 파리의 뒷골목과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어,
아메리카의 보헤미안으로 불리우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마지막잎새가 씌여질 당시와는 다르게 지금은 고급주택가가 자리잡고 있단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한 여인이 살해당하고 그녀가 구입한 미술품이 도난당한다.
그리고 '링컨 라임'의 사촌'아서 라임'이 살인 누명을 쓰게 되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된다. 
'링컨 라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촌 '아서 라임'의 이런 상황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난 이 책을 <잠자는 인형>의 여새를 몰아 읽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우선,내용이 그렇다.
넷상에 집을 짓고 사는 우리들이라면 누구든 등골이 서늘해지는 오싹함을 느낄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개연성있다.  
그러다보니,책에 집중을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인터넷에 하나 이상의 집을 짓고 사는 우리가,우리의 신상 정보를 어느 정도 오픈해도 되는걸까?
간혹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노출하게 되는 우리의 일상을 이대로 방치해 두어도 좋은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이곳 알라딘서재에서 형성된 표면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도 사람을 유추하고 형상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잘 이용하면 고객관리가 되지만,잘못하면 사생활 침해와 범죄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컬 하지만,
이곳 알라딘의 '마이알라딘'이라고 했던 취향을 파악하는 기능이 실수 연발인게 다행스러웠다.
보관함에 들어 있다는 할인도서 안내의 경우,이미 장바구니로 옮겨가 구입을 한 경우도 있다,에효~ㅠ.ㅠ 
난,이런 실수가 애교스럽다.)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정보를,
병원이나 상담센터랑 연계되는 게 아니라,장의사랑 연결한다는 것이었다.

몰입을 방해했던 또 하나의 요인은 편집과 번역의 문제였는데,
'뭐가 잘못됐는데?''어느 부분이 틀렸는데...?"하고 종주먹을 들이대면 뭐라고 할말은 없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어법이 틀린 곳 몇 군데 짚어낼 수는 있지만,다른 번역서들도 이 정도의 실수는 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읽고 있다보면 정서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것이랑 많이 틀려서 엇도는 톱니바퀴 같아 껄끄러운 부분은 짚고 넘어 가야 겠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얘기의 발단은 '링컨 라임'의 사촌 '아서 라임'이 살인누명을 쓰는 것이다. 

링컨 라임 뿐만 아니라,그의 아버지,삼촌,사촌,심지어 사촌 아서 라임의 처 주디조차도 성,패밀리 네임은 '라임'이 라는 것을 상기해 주시기 바란다. 
책에서 라임이라고 하는데,이게 어느 라임을 얘기하는 건지 전후문맥을 한참 따져들어가야 하는데,이러다 보면 맥이 끊긴다.
원작에서  라임이라고 성을 사용했는지,he나 she등의 인칭대명사를 사용한건지 모르겠으나,
이쯤되면 풀 네임으로 번역하던지 링컨 라임의 경우도 통일하여 링컨이라고 이름을 불러줘야 하지 않았을까? 

84쪽의,'형제들과의 터울 때문에 외톨이였던 아서와 라임은 늘 붙어다녔다.'라는 문장의 경우,
위에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문장만 놓고 봤을때,형제들과의 터울 때문에 외톨이였던 사람이 아서와 라임 둘 다 인것 같다.
바로 뒤에,'로버트와 마리는 아서보다 상당히 나이가 많았고,링컨은 외아들이었다.'라는 문장이 연결되는 걸로 미루어,
'형제들과의 터울 때문에 외톨이였던 아서 링컨 늘 붙어다녔다'가 적절하지 않을까?

이렇게 중간 중간 맥이 끊기는데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만의 섬세함과 리듬감을 십분 살리는 멋지구리한 말들을 쏟아내 독자를 황홀하게 한다.
''왈츠'추듯이 도주한 인물이었다.'(19쪽) 
'좀스럽게 구는 것은 그 자체가 알코올처럼 중독성이 있다.'(23쪽) 
급기야 '라임은 장거리달리기의 서정성과 우아함이 좋았다(83쪽)'라는 설명으로 독자들의 마음 속에 작가뿐만 아니라 라임도 매력남으로 등극시킬 수 있게 한다.

199쪽에서 아멜리아 색스가 펠에게 하는 말을 통하여,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은 너라고 이야기해.그리고 너한테도 같은 걸 바란다고 해.우리한테는 중요한 뭔가가 있다,서로 마음이 통한다,그런 관계는 흔치 않다.이렇게 말해." 
... 
"아니,그건 안 돼요." 
"아니,내 얘기는 그렇게 말하라는 거야.네가 그러면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날 거라고.그 애도 양쪽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잖아."  
... 
"그래,허풍이 통하지 않으면 난감하겠지..."

 328쪽에선 링컨라임이 신참 형사에게 하는 충고의 형태로,

"명심해.사람들은 자네를 여러가지 방식으로 괴롭힐 수 있어.그 사람들이 자네가 모르는 걸 알고 있다고 해서 그쪽이 옳고 자네가 그른 건 아니야.중요한 건 이거야,일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그걸 꼭 아알아야 하는가?그렇다면 배워야지.그렇지 않다면 그건 다눈히 사람을 산만하게 할 뿐이야.집어치워." 

이들의 쿨함을 형상화 시킨다. 

148쪽에선,

범행현장을 수색할 때는 감정이입이 필요하며,그래야 범인가 피해자가 경험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랬다.그것이 현장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놓칠지도 모를 증거물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 
색스는 범죄의 끔찍함에 무감각해지지 않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현장에 갔을 때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항상 그 끔찍함을 느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심장이 단단해지면 우리가 뒤쫒는 사람들 속의 어두운 세계로 이끌려가게 된다고 색스는 말했다.반면 라임은 최대한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비극적인 현실을 한쪽으로 차갑게 밀어놓아야만 최대한 좋은경찰이 될 수 있으며,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비극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색스와 라임의 견해차를 그대로 보여주어,
독자로 하여금 색스의 입장에서 또는 라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감정이입의 장치도 적절히 마련해 놓는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기서 자신의 생각과 조율을 하게 되고,편한한 안정에 도달할 수도 있다. 

182쪽의,
'뉴욕에서는 사실상 익명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쉽다...이곳에서는 남의 눈에 띄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같은 문장은 우리의 일상과 시선으로 읽었을 때와는 달리,
범죄자의 입장에선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생각의 여지가 있다.

185쪽의,
' 모든 소장품이 왕관에 박힌 보석이 될 수는 없는 법.특별 수집품이 빛을 발하려면 평범한 물건도 있어야 한다.'
는 182쪽의 연장선 상에서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고,

388쪽의,
"...애들이 태어날 때 사용안내서가 딸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인간이 로봇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충고를 꼭 해주고 싶었다.

527쪽의,

"난 너하고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어.처음에는 친구라고 생각했어.하지만 넌 다른 사람들과 달랐어.내안의 뭔가에 불을 붙여 주었지.넌 물론 아름다워.하지만 넌 음,넌 휘트먼과 같아.판에 박히지 않고,시적이고,너 나름의 방식대로 시인이야."

같은 부분은 잘 외워뒀다,작업 멘트로 사용해야겠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해야할까,범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보헤미안 같은 영혼의 소유자다. 
장소나 배경설정과도 맞물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이것이 '제프리 디버'형님만의 매력이다.
마이클 코넬리의<허수아비>에서도 보면 '안젤라 쿡'인가 하는 여자도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노출했다가 죽었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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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3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3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3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4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03 18:05   좋아요 0 | URL
양철 나무꾼님... 그대를 지름신으로 이끄는 요주의 인물로 명명하노라~ ^^

양철나무꾼 2010-08-04 01:07   좋아요 0 | URL
마고님과 비슷한 코드의 책,아직 몇권 더 남았는데...
리뷰를 올릴까요,말까요?^^

저절로 2010-08-05 11:34   좋아요 0 | URL
올려요 올려!!!

양철나무꾼 2010-08-05 16:41   좋아요 0 | URL
그래 볼까요?(불끈~!)

쟈니 2010-08-05 13:23   좋아요 0 | URL
어. 링컨라임 시리즈 중 코핀 댄서를 회사 동료가 읽고있던데, 함 읽어봐야겠네요!

양철나무꾼 2010-08-05 16:42   좋아요 0 | URL
코핀댄서도 죽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