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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우리주변에서 접하고 한번쯤 생각해본 명제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비틀어 꼬집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의 고착되었던 사고를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하여 그것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생각의 전환을 갖는 방법으로 사유를 확장시킨다.
나는 그동안 일반론을 당연시하며 세상을 살아온 구태의연한 사람이어서인지,
처음진입하기가 좀 힘들었다.
차차 적응되어 그의 문체에 익숙해지자,
반어법과 비틀어 쓰는 그의 깊숙한 진심이 읽힌다.
일상에서, 학교에서,사회에서, 영화에서, 대화에서 라는 소단락의 주제에 맞게 묶인 내용들이 하나 같이 재밌게 읽혔다.
어느 하나 구태의연하지 않았고, 예상된 결말로 흘러가지 않았다.
문체도 통통 튀는 것이 경쾌했다.
다만 그의 모든 글들이 반어법을 사용하고 비틀어 애기하는 기법으로 쓰여 있어,
나도 그렇게 삐딱하게 읽은 것일테지만,
세상을 그렇게 읽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정도이지,
나도 강하게 동의한다고 하긴 힘들었다.
'영화에서' 코너가 좀 잘 읽혔는데,
홍상수의 그것은 좀 불쾌했지만, *표 주에 2003년 9월 '현대문학'에 실린 글이라고 하니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맨헌터', '양들의 침묵', '한니발'로 이어지는 한니발 렉터에 대한 글은 흥미로웠다.
난 이 시리즈를 책으론 읽었는데 영화로는 보지 못해서 이 영화평에 호의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프롤로그의 이 구절이 인상 깊었다.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꺘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8쪽)
마찬가지로 에필로그의 이 구절 또한 여운이 길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야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와 닮은 전도연 씨. 이건 불장난이 아니라 오독을 피하려는 구마 의식이랍니다. 글에서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것은 저자가 어찌할 수 없는 독자만의 특권일 터. 책을 출판하면, 둑자들이 너무 그럴싸한 메시지를 책에서 읽어낼까 두렵습니다. 전 인생의 확고한 의미에 대해서 설파하는 책이나, 한국을 부흥시킬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이나, 인류 문명의 향방에 대해 확실한 예측을 하는 책 따위는 읽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많은 것들에 대해 확신할 수 없죠. 저는 차라리 불확실성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그나마 큰 고통 없이 살아가기를 원해요.(340쪽)
책의 마지막에 '신동아(2018년 11월호)' 송화선 기자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본다.
각자 다르게 사유를 확장시키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만,
책을 읽는 이유만은 나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그게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만화를 보고 더 많은 사람이 극장을 찾으면 세상이 좀 더 좋아질까. 한국 사회의 고통스러운 단면을 조명한 영화를 본 뒤라 이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적어도 각자의 삶은 좀 더 즐거워질 것이다. 아니, 즐겁기보다는 풍요로워진다는 표현이 맞겠다. 적어도 내 삶은 좀 더 풍요로워졌다."
김교수의 답이다.(338쪽)
거침이 없지만,
나와는 생각이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던,
그래서 고여있던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게 해준 자극적인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