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할로우 찰리 파커 시리즈 (구픽)
존 코널리 지음, 박산호 옮김 / 구픽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책 겉표지를 보면 '찰리파커 시리즈'를 두고 이렇게 표현한다.

"시적 언어로 표현된 질감 있는 이야기, 고독과 슬픔의 탐정 찰리 파커 시리즈"

 

존 코널리는 아일랜드 출신이다.

'모든 죽은 것'은 읽은지 너무 오래되었고,

(그리하여 기억에서 하얗게 잊혀졌고~--;)

이 책의 배경이 미국의 북쪽에 위치한 다크할로우와 그린 빌이라길래 미국작가인가보다 하고 읽었는데,

읽다가 곳곳에서 '아일랜드'적인 정서와 마주치게 되는거라,

혹시나 하고 찾아봤는데 그렇더라, 아일랜드 출신이더라.

아일랜드 출신이라고 하니 그간 어긋나거나 비껴간 것처럼 느껴졌던 것들이 맞물려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거지만,

난 존 코널리의 시적이고 아름다움 문장들은 좋지만,

암울하고 어두운 정서가, 복수를 하고 말겠다는 불타는 의지가 버겁다.

입장 바꾸어 내가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면,

그렇다면 나도 복수의 칼을 갈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나였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 같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데,

복수 정도는 그렇다쳐도,

나는 수많은 장르소설을 읽으면서,

악을 물리치려다가 악에 침잠하는 얘기들을 너무 많이도 읽었나 보다.

 

읽으면서도 힘들었고 다 읽고난 후에도 힘들어서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존 코널리의 책을 읽느냐고 묻는다면 위로받고 싶어서라고 하겠다.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그렇고 그런 가벼운 위로 말고,

깊고 뜨겁게 다가오는 그런거,

복받친다고 해야할까 오열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걸 느끼고 싶었나 보다.

 

엘렌은 찰리 파커의 딸을 종종 돌봐주던 윌터 콜의 딸이다.

아내와 딸을 잃었을때,

엘렌이 찰리 파커를 위로해주는 이런 장면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같이 장례식장을 나왔을 때 아주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엘렌의 차에 같이 앉아 며칠 만에 처음으로 울었다. 엘렌의 가슴 속에 있는 깊고 조용하고 차분한 무언가가 마치 내 마음의 상처를 절개한 것처럼 그 안에서 고통과 상처와 슬픔을 끌어냈다. 엘렌은 날 다시 안아줬고, 잠시 구름이 걷혔고, 나는 다시 살아갈 수 있었다.(92쪽)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법도 전형적이지가 않다.

엘리스는 마치 누가 털에 돌돌 만 볼링공처럼 데굴데굴 굴러서 포치 위로 올라왔다. 그는 볼링공이 움직이는 속도의 절반 정도도 낼 수 없어 보였고, 자기 목숨이나 남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정도로 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엘리스는 뛰어다니는 일을 하는 게 아니었고, 어쨌든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엘리스는 뭐든 허투루 보는 법이 없고 생각도 깊은 데다 질문을 하고 관찰하고 또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그는 어느 것 하나 그냥 보아 넘기는 법이 없었다. 엘리스는 포크로 수프를 떠먹으면서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그런 사람이었다.(107쪽)

 

이 구절도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 그 사람은 고통을 겪었어, 참 대단하시네. 살면서 그 정도로 힘들어보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고통을 당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너도 알잖아.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도 고통스럽게 살고 있고, 그중에 또 일부는 너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이해하는 거야. 연민의 본질은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게 아니야. 그건 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건, 네가 아무리 운이 좋건 불운한 인간이건 상관없이 게속 사람들은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거야. 네가 거기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다면 하는 거고, 그렇게 할 때 징징거리거나 세상 사람들 다 보라고 네가 지고 있는 그 빌어먹을 십자가를 휘둘러선 안 돼. 네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야. ㆍㆍㆍㆍㆍㆍ(321쪽)

이 구절을 많이 생각한 이유는,

내 주변에도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나 또한 그 중의 한 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얘기를 한 사람이 청부살인업자와 강도로 짝을 이루는 루이스와 앙헬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보복이나 악행을 저지르면서 그렇게 하는 이유가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하다니,

청부살인자나 강도의 멘트라고 하기엔 너무 아이러니컬 하다.

오히려 보이도록 휘두르는 사람은 상처가 덧나거나 곪지는 않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3권 '킬링 카인드'가 준비되어 있으니 마저 읽겠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캐릭터가 명확하고 앙헬과 루이스 콤비가 보여주는 조화도 좋지만,

왜, 이토록 잔인해야 하는지,

피튀기도록 잔인한 방법을 이렇게 자세히 묘사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잔인함의 근원을 찾으려면,

계속 거슬러 파헤쳐야 하는데,

악을 파헤치다가 악에 침잠해버리는 책들을 많이 본터라 두려움이 앞선다.

 

암튼 악이 파멸하게 되는 것은 잉과응보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주연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조언들이 죽어나가야 한다지만,

엘렌의 남친으로 나오는 심리학 전공자 리키가 왜 죽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부디 사람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면서,

복수를 하기도 하고,

악을 물리치기도 하고,

그런 방법은 없는 걸까?

 

드라마 '도깨비'의 영향도 있고, ㅋ~.

영매가 등장한다던가,

예지몽을 꾸고,

귀신이 등장하는 것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정도의 내성이 생겼다.

하지만 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그들을 영원히 곁에 잡아두려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갈 곳으로 보내줘야 하리라.

 

우리는 흔히 좋은 만남을 해야 하고,

첫인상이 중요하고 따위의 얘기를 하지만,

헤어짐을 잘 하는 것,

죽음에서 뿐만 아니라,

살다가 헤어지는 수많은 순간들에서 헤어짐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뒤끝없이 쿨하게 헤어지는게 말처럼 쉽지않아서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리뷰는 쿨 하게 끝맺어야 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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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8-08-08 20:43   좋아요 1 | URL
앞의 주정뱅이 책에서도 그러시더니 이 더운 여름에 읽기 힘든 책들을 계속 읽으셨군요.

저는 더위와 바쁨을 핑계로 책을 안 읽고 살고 있어요.

아주 가끔 조금 읽다가 말고 또 한참 후에 다른 책을 조금 읽다가 그만두는 게 요즘 일상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8-09 09:55   좋아요 0 | URL
제 삶도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어서...술 먹는 사람들을 알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이 책에서처럼 아내와 다툰 후 술을 먹는 사이,
아내와 아이가 살해된다면 상실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복수를 꿈꾸게 되는게 인지상정이긴 한데,
복수는 또 다른 복수로 이어지는게 문제죠~--;

이런 책은 말 그대로 읽기 힘들지만 그래도 읽을 수 있는 것은,
위로가 되기 때문이죠.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등 두드려주는 느낌.

덥지만 바쁘게 잘 지낸다고 읽혀서 마음이 놓여요.
전 덥지만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서,
마음이 번잡한 것도 아니라서,
주로 책 속으로 피난을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