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가면 늘 내가 1등이다.

남편과 아들이 도착하기 전의 적막강산이 싫어서 텔레비전을 배경으로 틀어놓고 멍때리고 앉아 있는다. 

내 나름대로의 하루를 마감하고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다.

어제도 텔레비전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디에선가 해주는 '인간극장-인어할머니와 선장'편을 봤다.

처음엔 울릉도의 바다와 풍광이 좋아서 시선을을 주었는데,

어느 순간에 이르러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2011년 방송된것 같은데, 그때 할머니 나이가 91세였고 선장님의 나이는 65세였다.

같이 물일을 하신지는 10년이 되셨다는데, 가족이나 혈연 관계는 아니다.

방송을 보면서 할머니에게도 애잔함을 느꼈지만,

날 울게 만든건 선장님이셨다.

만나셨을 당시 할머니도 81세셨겠지만, 선장님도 55세였을 것이다.

65세를 노년이라고,

그리하여 욕심을 줄여야할 나이라고, 

백번 양보하여 그렇게 애기한다손쳐도,

55세는 무엇엔가 욕심을 좀 부려도 좋을 나이인데 말이다.

 

 

선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의 멍때리기와 닮았다, ㅋ~.

 

오늘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이런 게 있다.

 

 

 

 

 

 

 

 

 

 KBS 다큐멘터리 기획전 自然+人 : 인어할머니와 선장
 임원순 감독 / 이오스엔터 / 2012년 7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었나 보다.

 

문득 2011년의 91세이시던 인어할머니는 지금 어찌되었을까 궁금해졌다.

할아버지 티가 제법 날 선장님도 궁금하고 말이다.

아무리 뒤져봐도 얘기가 없는 걸 보니 상상대로 바다의 품으로 돌아가셨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들은 그러한 것 같다.

자욱한 안개에 둘러싸인 것처럼 미스테리로 남겨두었을때 더 오랜 여운으로 남는 그런 것들이 있나 보다.

 

선장님은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울릉도에 계시지 않고 떠도셨을 거라 하셨다.

지금은 어느 섬, 어느 바다 위에서 저런 멋진 멘트를 날리고 계실지 모르지만,

나는 무한 위로를 받았었고,

집으로 돌아가 오늘도 나만의 방식으로 멍때리고 휴식을 취할 것이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는데,

숨과 쉼은 묘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도 읽어보면 좋겠다.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서명숙 지음, 강길순 사진 /

 북하우스 / 2015년 10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8-06-13 17:19   좋아요 1 | URL
읽으면서 왜 인어할머니지? 했는데, 91세에도 해녀로 일하시는 분이었네요.
아마도 선장님에게는 인어할머니가 생의 구심점 같은 사람이었나봅니다.
저는 이 방송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어쩐지 외로움 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별 생각없이 사는 날이 좋은데, 생각 많은 날도 있고,
실은 어느 때를 좋아하는지 그런 것들도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오늘도 일찍 오셔서 텔레비전 보고 계실까요.
저녁이 되니 살짝 비올 것 같은 느낌이예요.
양철나무꾼님, 편안한 하루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8-06-14 09:40   좋아요 1 | URL
네, 폐활량도 좋으시고 물질도 잘 하시고 물속에선 완전 인어 같으시더라구요.
근데 물밖으로 나오면 연세 높으시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할머니.
2011년 촬영 당시에도 보니까 깜빡 깜빡 하시는게 치매 증세가 있으시던데,
그 점이 염려스럽더라구요.

나이를 먹는다는건 외로움을 감내할 일이 많아진다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비가 와서 그런가 왠지 센치해지네요, ㅋ~.
서니데이 님의 비 예보 맞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