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 선인장도 못 키우는 왕초보를 위한 4주 완성 가드닝 클래스 소원풀이 시리즈 15
허성하 지음 / 한빛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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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카페를 기웃기웃하다가 자주 마주친 책이 있다. 너무 궁금해서 결국 구입하고야 만 이 책,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내가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지만, 식물관련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솔직히 두근 반 세근 반! 식집사의 길로 들어선 이후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 그러고보니 난, 그 흔한 식물관련 책도 한번 읽어보지 않은 채 식집사의 길로 들어섰다. 예전만해도 모든 지식은 책을 읽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읽었어야 했을 식물 관련 책인데 말이다. 하지만 책 한권 안 읽고도 식물관련 여러 지식을 습득한 걸 보면, 새삼 책이 아니어도 컴퓨터,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싶었다. 와, 세상 참 좋아졌구나?



뭐, 아무리 세상이 좋아져 지식습득이 쉬워졌다고 하더라도, 기초를 다지기엔 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하겠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지식은 솔직히 단계적으로 습득한 것도 아니고, 워낙 중구난방하게 습득한 지식이 많으니까 ㅠㅠ 역시 책을 읽어야해!




물주기 3년, 또 3년 그리고 또 3년





사람들이 식물을 죽이는 제일 이유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과습’이라고 한다. 대충 99.9% 라고나 할까? 그래서 난 아직 닥치지도 않은 과습이 두려워, 모든 식물들 분갈이를 할 때 ‘배수’를 제일 큰 비중에 두었다. 아무리 물 좋아하는 친구여도, 무조건 특급배수!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하게, 물을 자주주면 될 일이니까. 뭐 덕분에 집에서 쉬어야하는 시간에도, 물시중 노동이다...ㅠㅠㅋㅋㅋㅋ



일주일에 한번, 이주일에 한번, 뭐 이런식으로 한방에 물시중을 들면 참 좋을텐데, 초록이들마다 물마르는 시간이 각기 다르다보니 휴. 그냥 집에 있는 시간은 물시중 노동시간이랄까?




식물 키우기는 도구빨?


ㅇㅇ 완전 도구빨!





식집사의 길에 들어서면서, 물시중 잘하고 볕시중 잘 들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물 주는것도 대충 생수통 재활용해서 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뭐, 공중습도를 위해 분무기를 하게 되고, 흙을 퍼나르기 위한 모종삽도 사게되고, 원예철사, 전지가위 등등. 심지어는 과거에 사용하던 공예도구까지 가드닝 전용으로 바꿨다. 정말 진짜 식물키우기는 완전 도구빨, 장비빨이었다...



뿐만인가? 혹시모를 갑작스런 분갈이를 대비에 크기별 화분 준비는 물론, 각종 흙을 준비하는 것도 기본이 되었다. 심지어는 언제 할지 모르는 파종을 위해 각종 일회용기까지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버릇이..... 이건 뭐, 책을 빼고는 나름 미니멀리스트였는데, 초록이들 때문에 맥시멀리스트가 되었다. 휴. 



결국 초록이용 도구함까지 만들게 되었으니, 확실히 식물 키우기는 무조건 장비빨이다.





식물 키우기 대비해 인터넷으로 주로 확인한 내용이 바로 병충해였다. 특히 충해!! 벌레라면 치를 떠는 나지만, 벌레 실사까지 찾아보며(...) 정말 벌레마다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지 열씸히 외우고 또 외웠다. 다만 병해는.....봐도봐도 어려운 것ㅠㅠ. 그래서 뭔가 정리된 내용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 책에 딱!!!! 세상에나 감사하기도 해라 ㅠㅠㅠㅠ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병충해에 대한 증상이 실사진이 아닌, 일러스트형식이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실사진이 있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벌레는 정말... 실사진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얘가 쟤같고, 쟤가 얘같고 넘나 어려운 것 ㅜㅜ






물주기, 병충해 말고도 초록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햇빛’.



식물 키우기에 앞서 그 위치를 선정할 때, 보통 직광, 반양지, 반음지, 음지 뭐 이런식으로 구분하는 이유가 바로 햇빛 때문이다. 대충 뉘앙스를 보자면 직광은 말그대로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테라스, 창문을 열어놓은 베란다를 생각하면 된다. 반양지는 창문을 거쳐 햇빛이 들어오는 거실이나 창문을 닫은 베란다, 반음지는 햇빛이 들어오지는 않으나 간접적으로 밝은 곳, 음지는 걍 어두운 곳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저렇게 따지면 우리집은 반양지, 반음지, 음지만 있다는 점(베란다는 창문을 열지 않음!).하지만 우리집에 있는 식물들은 거의 햇빛을 좋아하는 애들뿐이다. 일일초는 햇빛을 봐야만 꽃색이 쨍하게 나오고, 크기도 커진다. 몬스테라도 햇빛을 봐야만 찢잎이 나온다. 그외 망고, 아보카도, 아가베처럼 고향이 아열대, 적도부근인 친구들도...아휴 두말하면 입 아프다. 거기다 심지어 우리집 습도는 건조경보 수준인 20도~30도 사이. 특히 촉촉한 열대가 고향인 식물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다(미안해 몬스...).



그나마 습도관리를 위해서는 베란다에 내놓는게 제일 좋은데, 우리집은 베란다 확장형이다. 그나마 있는 베란다라고는 안방에 쥐똥만큼 자리잡은 공간 하나. 그 좁은 베란다에 자리잡은 애들은 습도관리가 정말 중요한 율마와 동백이들. 그외 대부분의 식물들은 거실창가 및 방구석 행이다.



여기서 또 하나 슬픈 사실은  우리집은 오전에만 해가 들어오는 동향이라는 점이다. 휴... 해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많은데, 해가 들어오는 공간은 협소하고. 결국 나름대로의 기준을 만들었다. 일일초나 몬스테라, 호야, 아가베 같이 햇빛 양에 따라 반응이 빨리오는 친구들은 거실창가에 배치했다. 고작 오전만 들어오는 해라도, 쨍하게 받으라고! 파키라는 간접광으로 그나마 밝은 거실 구석탱이로, 카랑코에 처럼 적은양의 햇빛이 필요한 애들은 안방으로, 스투키나 문샤인은 아예 해가 들지 않은 작은방으로 흑흑. 그나마 다행인점은 식물등을 설치했다는 정도랄까? 물론 그 식물등마저도 없는 곳도 있지만 ㅜㅜㅜ 하, 식물등을 더 사야되나 고민이다(역시 식물키우기는 장비빨).



아... 역시 전원주택으로 이사가는게 답인가보다... 이놈의 아파트 생활 얼른 탈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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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삶은 결국 여행으로 향한다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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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신종 전염병 코로나19로 우리의 모든 삶이 멈춰졌다. 여행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더더욱 힘든 한해였다. 그래도 ‘새해가 되면 달라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버텼던 1년이었다. 하지만 2021년인 지금도 코로나19는 우리와 함께한다. 백신이 나왔다고는 하나, 나같은 일반적인 성인이 맞으려면 빨라야 하반기. 고로 올해도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해야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여행은 STOP 이다.



멈춰진 시간만큼 여행에 대한 갈증은 계속 늘어만 갔다. 결국 이 갈증을 채우는 방법은 과거 여행기를 복기하거나, 누군가가 쓴 여행에세이를 읽는 것. 오늘은 후자, #여행에세이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처럼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삶이 멈춰지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과거의 여행기를 복기하며 해소하고 있었다. 이 책은 과거의 여행기를 복기하며, 그때의 감정과 추억을 써내려간 책이었다. 



수십 번 일본을 여행했지만 처음 여행한 사람처럼 감탄사가 나온다. 감탄의 대상은 ‘디테일’이다.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허를 찔린 느낌을 받는다. 기대하지 못한 배려와 상상하지 못한 아이디어는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맡은 일에 혼신의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p 079



지리적으론 가까울지언정, 마음의 거리는 미국보다도 먼 일본. 하지만 난 그런 일본을 연 2회 방문할 정도로, 여행지로써 일본을 좋아했다. 제일 큰 이유는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디테일’. 호텔에서, 길가에서, 관광지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주었고, 혹은 본인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를땐, 질문한 내가 미안할정도로 과하게 사과를 하곤 했다. 물론 그들이 속으로도 미안해하는지, 혹은 혐한을 하는 사람인지 알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난 일본을 가는게 더 편했던 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유명 관광지를 가면 일부 업자들은 손님을 앞에두고 대놓고 곁눈질하거나, 대놓고 불친절하고, 대놓고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이 꽤 있다. 이런 행태에 진절머리가 났던 나는, 더더욱 인적이 드믄 유적지를 찾아가거나, 편리함을 포기하고 상업이 발달하지 않는 국내 도시를 여행하곤 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사람 많은 곳을 다니고 싶을때도 있다. 어쩌다 한번 유명한 관광지를 가면, 꼭 못난 일부 업자들 때문에 기분좋아야 할 여행이, 기분나쁜 여행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난 대놓고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들보다는 속으론 싫어할지언정 겉으로는 친절하게 대하는 일본인들이 차라리 훨씬 편했다. 그럼 적어도 그 동안의 내 여행은 계속 기분이 좋을 테니까. 뭐, 그리고 어차피 나역시 일본이라는 나라에 사는, 일본인에 대해서는 썩 좋게 보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그러니까, 여행지에서 만난 잠깐의 시간동안 겉으로라도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면 서로 좋은게 아닌가. 



가끔 뉴스에서는 재난이나, 큰 사건으로 인해 관광객이 뚝끊긴 모 지역들 이야기가 나올때가 있다. 그 중 일부 지역은 군인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게 곳들이 꽤 있다. 그렇게 바가지를 씌우는 지역의 상인들이 주로 군인들이 빠져나가면 생계가 어렵다, 재난으로 인해 고객들이 안와서 생계가 어렵다, 라는 볼멘소리를 한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행동인가. 지금까지 바가지 씌우며, 배째라 식으로 영업을 해놓고 이제와서 못살겠다라니. 나참.



아니, 한 발 양보해서 워낙 핫한 관광지라 바가지 씌우는 건 어쩔수 없다 치자. 그렇다면 우리가 지불한 돈 만큼의 서비스를 받아야하는데, 그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 태반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 이전까지, 수 많은 국민들이 국내여행이 아닌,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다. 강원도나 제주도 여행비면, 일본에서 놀고 먹고 사는 거 까지 완전 충분했으니까. 아니, 외려 강원도, 제주도 여행비보다도 경비가 더 적게 들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코로나19가 강타한 지금,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인 지금, 많은 국민들이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린 지금, 핫한 관광지에서 배째라식의 장사를 하던 업자들은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음. 아직까진 멀어보인다. 이대로라면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다시 국내가 아닌 해외여행으로 눈길을 돌릴 것 같다.


아편으로 고통받던 이들이 매파루앙 정원에 활짝 핀 꽃을 보며 미소지었을 때 왕비는 얼마나 기뻤을까. 한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정원을 돌아볼 수록 왕비의 용감한 도전이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p 110(매파루앙 정원)



그저 여행기라고만 생각했던 이 책에서, 난 뜻밖에도 행동하는 리더십이 어떤 건지를 보았다. 저자가 방문했던 태국의 매파루앙 정원 이야기다.



한때 매파루앙 정원은 태국의 대표적인 아편(마약) 생산지였다. 그러다보니 아편을 재배하던 지역주민들도 자연히 마약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태국의 왕비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아편 생산을 멈추게 하였다. 아편은 분명 마약이지만, 돈이 아주 많이 되는 재배인건 분명하기에, 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리더들이었다면 아마 지역주민들 건강따위는 눈감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 왕비는 달랐다.



그녀는 이 곳을 수차례 방문하여, 지역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들을 이해시켰다. 그렇게 태국의 대표적인 아편생산지였던 이 곳은, 아편이 아닌 아름다운 꽃과 나무, 커피가 자라나는 멋진 정원으로 변모하였다. 아편만큼은 아닐지언정, 이런 꽃과 나무, 커피등의 재배로 지역주민들의 생계도 책임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마약에서 벗어나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 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관광수익까지. 이 모든게 마약에 허덕이는 국민들 구하기 위한 리더의 행동에서 빚어진 결과였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힌다. 여행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바람이 스치는 순간에도 적고 찍어야한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기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지만, 기록의 힘을 더욱 믿게 해준 여행지가 몇 곳있다. (중략) 옛 가톨릭센터에 둥지를 튼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을 찾았다. 기록관에 전시된 자료로 더듬어본 광주는 처참했다. p 125, 128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국민을 위해 행동하는 이런 리더가 있을까. 대통령이든, 관공서든, 국회의원이든 그 누구든 말이다. 아쉽게도 아직은 그런 리더들을 못본 것 같다. 국민들 주거 지원을 위해 신도시 개발한다고 지역을 지정해놨더니, 알고보니 그 지역들의 땅을 토지공사 직원, 친인척들이 죄다 매입해서 자기들 돈벌 궁리만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기록이 중요하다’. 


저자의 마음에 완벽하게 공감한 구절이다. 더군다나 그 예시를 든 곳이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이라니. 나 역시 이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애초에 여행 테마를 5.18 민주화운동으로 결정하고 관련 유적지만 돌아다녔었다. 어딜가든 마음이 아팠지만, 유독 더 아팠던 곳이 바로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이었다. 그 곳에서 만난 건 다름이난 당시의 기록들이었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가보면, ‘와-’ 하는 마음 반, ‘정말, 여기가 맞아?’ 하는 마음 반이다. 아무래도 역사적인 일이 벌어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방문하면 더더욱 그렇다. 파란 하늘과, 초록빛의 나무들 그게 끝이었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고는 해도, 그 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지지 않고, 그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록물은 다르다. 기록물은 역사적 사건의 매개체가 된다. 그 중에서도 사진으로 남겨진 기록물이라면 더더욱, 그 사건이 눈 앞에 되살아난다. 그렇기에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은 정말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 사건은 공권력에 의해 민간인들이 학살된 사건이기에, 이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철저하게 은폐되었을 사건이기 때문이다.





와, 묘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행 금단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실제로 어느정도 해소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감동은 여기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여행에세이에서 끝났을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나에게는 달랐다. 분명 이 책은 여행에세이지만, 나는 그 안에 담긴 그 나라의 사회를 보았고, 문화를 보았고, 정치를 보았다. 저자의 발길이 닿았던 그 곳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보았다. 그저 여행지에 대해 ‘설명’만 하려는 그런 책들과는 달랐다. 뭐,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아.. 여행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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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셋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필수 무기,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심효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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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켰고, 또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어떤 분야든 예외없이 모두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장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많은 것이 변화했다. 대면회의가 일상이었고, 가끔 회식도 했으며, 구내식당에 앉아서 수다떨며 식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간, 대면회의와 회식 그 모든 게 사라졌다. 노트북을 이용한 화상회의를 하고, 회식은 금기어가 되었으며, 구내식당에서는 칸막이에 둘러쌓여 말 없이 밥만 먹는다. 심지어 일부 프리랜서나 가능했던, 재택근무라는 근무형태도 생겼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우리 회사는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는 나름대로 잘 굴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생산이 줄고, 초반에는 원료 수급에 차질도 빚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대기업(하는 짓은 중소기업)이라는 이점덕분인지 나름대로는 굴러가고 있다. 반면에 어떤 회사들은 도산 직전까지 몰려, 자연스레 그 안에 소속되었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뉴스에서 종종 접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항공업이나 여행업이다. 정말 아주 갑자기, 준비조차 할 새도 없이 직장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만약 이렇게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게되는 일이 나에게 닥쳐온다면, 나는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 스믈스믈 기어올라올 때, 이 책 「빅 리셋」을 만났다. 이 책은 ‘셀프 트렌스포메이션’을 통해 위기를 기회를 만들도록 안내한다. 조금은 생소한 단어인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쉽게 말하면, 어떤 위기가 다가와도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꿔 대항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그런 카멜레온이 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든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



위기에 강한 기업이 있는 것처럼 위기에 강한 인재가 되어야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내구성이 생긴다. 그렇다면 위기에 강한 인재란 무엇일까?(중략) 기업이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갈 것이라는 위험 요인이 감지되었을 때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흔히 ‘핵심인재’라고 불리는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다. p 037


“역량을 갖춘다”



직장인이라면 최소 1회 이상은 들어본 말이다. 대체 역량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감이 오면서도, 뭔가 붕 떠있는 듯한 이 느낌. 하지만 모두들 알고 있는 ‘척’ 하는 바로 그 역량 말이다. 대충 일 잘하는 사람이 역량있는 사람같기도 한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



셀프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건 결국 상황을 감지하는 빠른 판단력과 변화 유연성을 갖춰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관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략) 내가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경쟁자는 이미 빠른 판단 후 실행에 들어간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p 064



빠른 판단력과 문제 해결력의 원천인 직관력과 이러한 직관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기본 근간이 되는 세 가지 요소인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시스템적 사고, 어떤 것을 배우거나 실행할 때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 파악하는 능력인 메타인지, 나를 객체로 두고 제3자인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는 자기객관화​를 알아보았다. p 082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직 실패로 귀결된 게 아니다. 경험이 없는데서 오는 두려움으로 결과를 예단하고 새로움과 낯섦의 가치를 미리 피하지 마라.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크고 작은 장애물을 만나는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한다. p 093



핵심인재는 역량있는 사람이고, 역량이 있는 사람들은 셀프 트랜스포메이션에 능하다. 결국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경기가 힘들어도 언제든 이직을 할 수 있고, 오히려 회사에서 이런 인재를 모으기 위해 여러 카드를 내민다. 실제로 우리회사에는 코로나시국에도 이직에 성공하며 떠나간 사람들이 있었다. 그 직원들이 한창 일을 하는 실무자, 중간매니저급이라는 사실은 안비밀이다. 이런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그 조직은 한동인 삐그덕거린다. 그들이 바로 그 조직의 핵심인재였기 때문이다.



개인의 역량도 쑥쑥 올리면서, 개인이 몸담고 있는 조직도 발전하여 서로 윈윈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조직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들 말하는 실무그룹, 핵심인재들이 매년 다른 회사로 빼앗겨버린다.



물론 전혀 반대되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 자리에 안주하고, 안일한 삶을 살며, 그저 한 회사에서 정년을 다하려는, 자기 발전 없는 사람들. 이들은 회사가 존속하는 한 직장생활에 문제가 없겠지만, 아마 회사가 휘청하게 된다면, 제일 먼저 도태될 사람들이다. 정말 아이러니한 부분이긴 하지만, 대체로 이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고인물이고, 이런 고인물 때문에 회사가 더더욱 도태되고, 조직문화가 개선이 안된다.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싶다면 좋은 사람을 늘리는 것보다 조직의 썩은 사과를 도려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 작업이 우선되지 않는 한 조직은 아무리 좋은 사람으로 채워도 나쁜 독이 퍼지는 걸 멈추기는 힘들다. p 220



“우리 회사는 정년이 보장된 회사야” 라는 한마디에 혹해서 입사를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고려해보는게 좋다. 이런 회사들은 대게, 흔히 말하는 ‘고인물’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은 언제나 현장경영을 외치지만 실상은 현장상황을 제대로 알려 하지도 않고, 문제제기도 듣고 싶어하지 않으며, 흔히 말하는 탁상행정을 논하니 말이다(물론 모든 기업을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느낀 경험담일뿐).



결국 아무리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해 불만을 내비쳐봤자, 위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조직은 변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불만들이 나온 조직은 변할 생각이 없는 것과 같기 때문에. 애초에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싶은 조직장들이나, 비교적 젊은 조직들은 저런 불만들이 쌓이기 전에, 미리 여러 방안을 강구하여 문제해결을 모색한다. 하지만 그 외 조직들은 변하기 어렵다. 고로 내가 변해서 더 나은 회사로 옮기는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언제까지나 조직에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현실이 되려면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근무하는 조직에서의 나의 명확한 위치, 업계 내에서 내가 속한 기업의 입지와 경쟁력, 업계 내에서 나의 경쟁력이다. (중략) 평생직장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직장은 경력의 종착역이 아니라 환승역에 가깝다. 지금 있는 곳에서의 경쟁력은 그 안에서만 유효한 것일수도 있다. 현재 속한 조직에 맞춰 적당히 눈높이를 타협하는 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내가 속한 산업군에서의 경쟁력으로 기준을 높여야 한다.p 040~041



코로나19 이후 당장 어떤 직무와 어떤 조직이 사라질 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라도 나의 직무를 확장하여 다른 영역과의 교집합을 만들어야 한다. 직무 확장 관점에서 볼 때 잡크래프팅 수준이 높은 사람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가능하다. p 141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기가 위기다. 이런 때에는 이직, 취직도 어렵다.”


이런 말이 아무리 나돌아도, 역량있는 사람들에겐 남의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에겐 알음알음 이직자리를 주선해주는 연락도 알아서 물밀듯 밀려온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조직이 얼마나 형편없는 곳인지 걸핏하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가? 능력이 있다면 나를 인정해 주는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면 된다. p 149



그저 경기가 나쁘다고, 회사가 별로라고 입으로 불만만 토로하는 사람들은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불만을 토로하는 동안, 옆자리 동료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동안, 나는 내 역량을 키우는데 얼마나 시간을 투자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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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 먹고 마시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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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만 되면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떠났던 내게 2020년은 최악의 해였다. 해서 2021년을 기대했는데, 올해도 왠지 작년과 매우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은 두려운 예감이.. 결국 올해도 여행은.... 책으로만 떠난다. 그 첫번째가 바로 오늘 리뷰의 주인공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이 때, 여행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책이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책은 그렇고 그런 흔한 여행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에선 뉴욕을, 일본에선 도쿄를, 프랑스에선 파리를 가봐야한다는 그런 흔한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책도 아니다. 그러니 휘양찬란한 도시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를 잠시 접어야한다. 이 책은 아주 소박한 프랑스 시골을 다니는 여행기이자, 거기에 ‘미식’을 살짝 곁드린 책이다.



내 여행스타일은 대도시보다는 소도시, 도심보다는 시골이다. 대도시, 도심의 모습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소도시나 시골의 모습은 조금은 정겨운, 내가 평소에 보는 것과는 다른 풍광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이 책의 저자도 세계 곳곳의 시골여행을 다녀서, 자타칭 ‘세계시골전문가’라고 한다. 책을 읽기도 전에 ‘시골’을 찾아다니는 이런 저자의 이력에 호감이 생기니, 책 자체도 좋게 볼 수밖에 없나보다ㅋㅋ.



거기다 내가 가본적 없는 나라 프랑스의 시골풍경이라니. 비행기값도 내지 않고, 여행계획을 짜기위한 시간도 소모하지않고, 이렇게 쉽게 프랑스 시골을 들여다볼 수 있다니. 특히나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지금,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같은 책이다.





 



프랑스가 선진국인 것은 GDP가 높아서가 아니라 시골이 깨끗하고 아름다워서다. 농담이 아니다. 선진국일수록 시골이 깨끗하다. 선진국의 대열에 끼지 못한 나라들은 아무리 그 수도와 대도시들이 번쩍이고 화려해도 시골에 가면 선진국이 아닌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다. p 025



프랑스의 시골은 우리 시골과 얼마나 다를까 궁금했다. 놀랍게도 이 책속에 나오는 프랑스 시골은 우리와는 많이 달랐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속에 나온 프랑스 시골은 동화속에서나 볼법한 시골의 모습이었다. 도심과 떨어진 시골이라는 건 프랑스나 우리나라나 다를게 없는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고민을 해보니 역시 답은 하나다. 과거 정권들은 낙후된 시골을 개발시킨다는 미명하에 새마을 운동을 비롯한 지역사회개발운동등을 펼쳤는데, 이게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영향인 것이다.



남길건 남기고 발전시킬건 발전시켜야하는데 그냥 이것저것 죄다 바꿔버리니 각 지역별 시골 마을마을마다 그 특색을 잃어버렸다. 만약 우리가 그때 시골개발을 각 지역별 특색에 따라 했다면, 어쩌면 우리의 시골도 동화에 나올법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연과 함께 초가집이 어우러진 모습, 기와가 어우러진 모습, 그 속에 외양간에서 소가 우는 모습. 상상만해도 얼마나 정겨운 모습인가. 유럽 어딘가에 있는 시골보다 더 멋진 풍광을 자랑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시골마을은 ... 그런 운치있는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프랑스 시골마을이 쓰레기 한점 없고, 깨끗하다고 해서 아름다운 건 아니다. 옛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기에, 그래서 깨끗하고 더 아름다워보이는 것이다.





 


 



이 책에는 프랑스 시골 여행기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안에는 시골에서 시작하여 도심까지 장악한 프랑스 ‘미식’의 세계가 담겨있다. 토종닭, 여러 와인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건 단연 브레스 토종닭이었다. 



뛰어난 요리사이자 소믈리에인 블랑은, 어렸을 때 동네에서 기르던 브레스 토종닭이 정체모를 닭에 의해 대체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때의 분노를 근간으로 조르주 블랑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랑스 브레스 토종닭 생산자 협회의 협회장이 된 것이다. p 063



유전자 특성을 규정하는 품종부터 당연히 브레스 토종닭이어야 하고, 반드시 브레스 지역 내의 땅에서만 기를 수 있다. (중략) 사실 닭이 우유를 소화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예전의 방식을 고수한다. 그게 원칙이다. p 076



정체모를 닭이 밥상을 차지하면서, 브레스 토종닭이 점점 뒤로 밀리던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모른척 하던 어느 날! 이 상황을 바꾸고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유명한 요리사 블랑. 블랑은 브레스 토종닭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실제도 불도저처럼 앞으로 착착착 밀고나갔다. 그러자 정부조차도 인정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브레스 토종닭은 다시 제 위치를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 



블랑과 브레스 토종닭 이야기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과연 우리나라 토종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크기가 크고 비싼 닭, 닭백숙밖에 먹을 수 없는 닭,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분명 대한민국은 닭이 점령한 나라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체모를 닭(또는 큰병아리)로 만든 치킨이 점령한 것을 뜻한다. 정체모를 닭들로 인해 우리나라 토종닭은 그 옛날 브레스 토종닭처럼 뒤로 밀려버린지가 한참이다. 



거세한 브레스 토종 암탉을 1.8kg까지 기르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중략) 그러니 비쌀 수밖에 없다. 육질과 육향이 다르거나 특별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시해야만 소비자들이 6만원을 지불할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 소비자들은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하고 있다. p 078



본디 토종닭이란게 기르는 기간도 길고, 크기도 크고, 손이 많이 들다보니 정체모를 일반적인 닭보다 가격이 비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닭이 비싼건 용납하지 못하니, 점점더 토종닭은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저 저렴하고 싼 것만 찾는 습성이 빚어낸 상황이랄까? 반면에 프랑스를 보면, 프랑스 국민들은 브레스 토종닭을 소비하는데 한 점 고민이 없다. 즉 브레스 토종닭을 기르는데 들어간 비용을 인정하고, 충분히 그 비용을 내고 소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브레스 토종닭이 그만큼 맛있고, 토종닭요리 방법도 다양해서 ..라는 이유도 포함될 것이다.



이렇게 프랑스 국민들의 브레스 토종닭 소비가 꾸준하니, 생산자들은 브레스 토종닭에 더 심혈을 기울여 기르게 되고, 정부는 계속해서 브레스 토종닭을 보호하는 아름다운 선순환!!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꼭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까? 블랑같은 유명한 사람이 나서지 않아서 그런걸까, 아니면 국민들의 시선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서 그런걸까? 이유야 나열하면 많겠지만은, 그 중에서도 제일 문제는 정부의 관리문제가 아닐까.



양계농장의 닭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여러 유통업자들이 중간에 낀다. 이 유통업자들은 대체 뭘 하는진 모르겠는데, 그들은 항상 이익이 나고 양계농장은 대게 본전도 겨우이며, 소비자들은 비싼 값의 닭을 사게 된다.  비단 양계농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통업자의 중간 마진 문제는 여러 농,수산품에서 나타난다. 




 



프랑스는 와인을 만드는 포도에 대해서도 규제와 보호가 강하다. 각 포도밭을 기르는 농장주마다 포도에 대한 신념이 있고, 다른 포도 종자와는 섞이는걸 용서치 않으며, 포도밭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더 나은 와인을 위해 품종개발에도 힘을 기울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쌀만 봐도 그렇다. 어떤 품종인지, 어떤 맛인지 이런건 1도 고려하지 않고 오롯이 생산량만을 따진다. 이게 무슨 일제강점기적 생각인가? 벌써 백년이 흘렀는데도, 쌀 생산은 그때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않은 건가 싶기도 하다.



프랑스 내에서도 서루 다른 등급제를 가진 보르도와 부르고뉴, 등급제가 다르니 발전의 방향도 다르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대대손손 땅을 물려주는 성향이 강하고 면적이 넓지 않다는 측면에서 보르도보다는 부르고뉴와 닮아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정책이나 국가의 등급 관리는 크게 차이가 난다. 쌀을 예로 들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누가 더 농사를 잘 지었는지, 어떤 밭에서 어떤 품종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쌀을 모아서 도정하는 미곡처리센터에서는 지역의 여러농부들이 생산한 쌀을 한곳에 다 모아 섞어버리고, 정산은 무게로 해버린다. p 106



이런 나라에서 양계농장이 닭의 품질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쓸 것이며,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쌀 품질개량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쓸것인가? 그들이 품질이 좋은 토종닭, 쌀을 생산할지언정 나라는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으며, 똑같이 유통업자들 배를 불리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어김없이 값이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할텐데 말이다. 그러니 각 농장주들은 굳이 시간과 돈을 써가며 품질개량을 할 이유를 못 느끼는 것이다. 한마디로 왜 우리나라는 이베리코 돼지처럼 좋은 먹이를 주며 방목하여 키워, 품질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하지 못하는지 백날 떠들어봤자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첫인상은 그저 미식을 곁들인 프랑스 시골여행기였다. 읽으면서는 사진속 동화같은 시골마을에 눈이 갔고, 각광받는 프랑스 토종닭과 프랑스 와인을 나도 한번 맛보고 싶다 느꼈다. 읽은 후에는 왜 우리나라는 프랑스처럼 자국의 농수산물을 발전을 위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지 씁쓸해졌다. 



우리나라 시골 곳곳에는 토종닭이 있고 토종 소가 있으며 토종 돼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 식탁 위에는 이름모를 닭이나 소, 돼지로 가득찼다. 언제쯤 우리 식탁위에도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 음식들이 가득찰까? 그런날이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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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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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되었다. 코로나19 라는 특수한 상황을 배제하면, 삶의 질 혹은 삶의 방식이 정말 어마마하게 바뀌었다. 조금은 어렵고 불편했던 것들이, 보다 더 쉽고 간단하게 바뀌었다. 조금은 비싼 것들이 값싼 중국산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우리는 편리함과 저렴함에 둘러쌓인 삶을 살고있다.


내가 코흘리개 꼬꼬마시절, 외가와 친가, 양쪽 시골집은 정말 정겨운 옛날 집 그대로였다. 춘천에 있는 친가와 영광에 있는 외가는 전부 그 지방의 특색이 담겨있는 옛집이었다. 아궁이가 있었고, 광이 있었고, 화장실이 밖에 있었고, 온돌이 있었고, 마루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이든 부모를 위해, 자식들은 ‘편리’한 삶을 선물하였다.

기와가 올라가있던 옛집은 사라졌다. 마루도 없어졌고, 광도 없어졌고, 아궁이도 사라졌다. 많은 추억이 있던 내 시골집은 그렇게 사라졌다.

초가를 없애면서 서민의 주거문화, 세시풍속과 생활문화 또한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p 017

내 어린 기억속의 시골집. 흡사 사극에서나 나올법한 기와지붕을 얹은 우리 시골집엔 대청마루가 있었다. 마루 위에 앉아서 강아지들과 놀았고, 마루를 뛰어다니다 넘어지기도 하였다. 할머니가 아궁이를 때면 그 옆에서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부채질도 했었다. 집집마다 외양간에서 ‘음메-’하는 소리가 울렸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밤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너무 무서워서 항상 할머니, 엄마랑 같이 가곤 했다. 가끔은 요강을 쓰기도 했다. 내가 사는 집과는 전혀 다른 시골집 모습은 어린 나에게 신기한 별천지였다. 내 기억속의 시골집은 그랬다.

시멘트로 지어진 우리집과는 너무 다른 모습. 명절이나 가족행사가 있을 때만 내려갔었던 시골집이기에, 우리집과는 다른 그 모습이 어린 나에게는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보는 물건이 많으니 매번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질문을 해대기도 했다. 우리집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할 경험이 가득하기에, 항상 신기했고, 재밌었고, 추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시골집은 사라졌다. 언젠가부터 내 기억속에 있는 시골집은 우리동네에서 볼법한, 시멘트로 지은 주택이 되어있었다.

현대에 이르러 가장 많이 쓰이는 시멘트는,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통 30~50년쯤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오랜시간을 쉴 새 없이 독성물질을 내뿜고 있는 셈이다. 또 도시가 열을 머금어 더워지는 ‘열섬효과’와 빗물이 땅에 스미지 않고 낮은 지대로 쏠려 일어나는 ‘도시홍수’를 일으키는 것도 사실상은 콘크리트 건축이 가져온 피해나 다름없다. p 037

새로 지은 시골집에만 가면 난 항상 코를 훌쩍였다. 워낙에 호흡기관이 예민했던 나였기에, 그래서 그러려니 했다. 이런 현상은 몇년이나 지속되었더랬다.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 내가 시골집만 가면 코를 훌쩍였던 건 새로 지은 시멘트 건물이 내뿜는 안좋은 물질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연그대로의 재료로 만들었던 옛 시골집에선 편하게 잘수 있었는데, 새로 지은 시골집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시멘트로 지은 신식주택이 된 시골집. 신식주택으로 지은지도 벌써 십여년을 훌쩍 넘겼다. 신식주택에서는 옛 시골집에서 있었던 추억을 떠올리기가 어려워졌다. 대청마루, 아궁이, 맷돌 등 추억을 떠올리던 매개체가 사라졌다. 밖에 있던 화장실은 집 안으로 들어왔고, 심지어 한겨울에도 따듯하다.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바뀐 시골집. 내가 사는 집과 다를 바가 없어진 시골집에서의 추억은..... 더이상 없다.

항상 흙냄새, 나무냄새가 나던 시골집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래도 나는 어렸을적 옛 집에서 지냈던 경험이라도 있다. 하지만 지금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이런 옛 집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들에게 이런 옛 집과 옛 생활도구는 책이나 TV, 민속박물관이나 한옥마을을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와집이 무엇이고, 너와집이 무엇이고, 초가집이 무엇인지는 책속으로 배울 뿐이다. 아궁이, 요강, 맷돌등도 ‘글자’로만 배운다. 엄연히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던 생활방식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에겐 그저 옛날 ‘것’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갖가지 보일러 시설과 난방기구가 화로를 대신하고 있다. 화로가 우리 곁을 떠나면서 올망졸망 모여 앉은 그 옛날 추억과 정감의 불씨도 더불어 꺼져가고 있다. 몸은 따뜻해졌을지언정 마음은 어쩐지 더 쌀쌀해진 느낌이다. p 049

옛날 생활방식은 요즘에 비하면 확실히 불편한 점이 많다. 간단하지도 않을뿐더러, 시간도 오래걸린다. 하지만 그만큼 주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오랫동안 같이 생활을 할 수 있다. 우리 옛날 생활방식이 그랬다. 그때 가족들의 모습은 오순도순, 복작복작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흐른 시간만큼 사회가 발전하고 문명이 발전하면서 ‘간단’하고 ‘편리’한 생활방식이 사회를 뒤엎었다. 지금 가족들의 모습은 ‘삭막’하고, 심지어 한 집에서 사는게 맞는지 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로 ‘단절’되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콘크리트로 올린 아파트에, 스스로 갇혀 살고 있다. 나 역시 그러하고, 우리 엄마도 그러하며, 내 친구들도 그렇다.

편리함만 쫓는 사회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사용하기 불편한 옛날 것이 최신식으로 바뀌면서 생활방식이 변화했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또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그 사라지고 생겨난 것들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지만, 이 다양한 것들에도 공통점이 있다. 새로 생겨난 것들은 대게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값이 저렴하며, 대체로 중국산이 많다.

이렇게 다양하고 긴요한 쓰임새 때문에 옛날에는 바가지가 깨어져도 태우지 않는 금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쓸모가 많았던 바가지도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바가지와 일회용 그릇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점차 바가지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단출한 초가지붕에 박넝쿨이 얹혀 있는 정겨운 모습도 덩달아 볼 수 없게 되었다. p 117

더구나 최근에는 복조리마저 중국산이 판을 치고 있다. 산청군 중산리 복조리마을에서 만난 이정구 씨에 따르면, 요즘 중국산 복조리가 대량으로 수입되는 바람에 복조리 마을에서 만드는 전통 복조리 값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복조리까지 중국산이 들어와 점령할 줄은 이들도 생각조차 못한 일이다. p 123

그러나 이 두 옷감은 지금 삼베나 모시보다도 훨씬 만나기 어려운 귀한 옷감이 되고 말았다. 기계로 마구 짜내는 면사와 비단에 밀려 베틀에 걸어 짜내던 옛날 방식이 이제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무명은 전남 나주의 ‘샛골나이’란 이름과 경북 성주의 ‘두리실’이란 이름으로 그 명맥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p 153

문제는 요즘 죽부인조차 중국산이 점령했다는 것이다. 중국산은 국내산에 비해 절반 이상 싸게 팔지만, 품질은 몇 배나 떨어진다. 최근에는 비단 죽부인뿐만 아니라 부채나 소쿠리, 대자리까지 중국산이 판을 치고 있다. p 160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과 저렴함을 누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불편한 옛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존재한다. 누군가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누군가는 가업을 잇기 위해서, 또 누군가는 편리한 삶이 힘겨워져서, 다들 갖가지 이유로 옛 생활방식을 고수한다. 하지만 이런 옛 생활방식은 지금에 와서는 반쪽짜리가 되었다.

옛 생활방식은 대부분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다. 짚신, 면옷, 죽부인, 조롱바가지 그 모든 것이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물건들이었다. 하지만 가성비를 쫓는 지금, 그 자리는 수 많은 중국산이 점령했다. 우리 손으로 만들면 워낙 오래걸리니, 제품가격이 비싸서 값싼 저품질의 중국산이 그 자리를 꿰찬것이다. 그렇게 우리 삶에는 수 많은 중국산이 점령했다. 끝까지 전통방식을 고수하던 사람들마저도 이 중국산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엄연히 따져보면, 아직 남아있는 종가집들 포함해도 우리의 옛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집은 없을 지도 모른다.

개발 앞에서는 모든 옛것이 진부한 것이 되었으며, 모든 자연이 거추장스러운 장애였다. 이런 현실은 지금껏 과거와 현재, 개발과 자연의 행복한 공존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사실상 해방 이후 우리를 지배한 이데올로기는 보수와 진보도 아닌 개발이었던 것이다. 개발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원하는 것을 버튼 하나로 다 얻을 수는 없다. 그런 세상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세상에 이토록 발전했는데도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건 바로 그때문이다. p 216

우리는 편하게 살기 위해 개발을 택하고, 전통을 져버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나라들이 전통을 지켜가며, 우리보다 더 사회를 발전시킨 모습을 보면, 정말 우리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내가 옛 전통방식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며 탄식하는 건 어쩌면 모순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흐릿해진 추억이지만, 아직까지도 옛 시골집 기억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 시골집에 있었던 성주신, 철륭신, 측신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하고, 마을을 지켜준 서낭신은 어디에 숨었는지 궁금해 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어린 날 탔던 비료포대 썰매가 떠오르기도 하고, 빙판길을 보면 시골에서 논에 물을 가둬 빙상을 만들어 앉은뱅이 썰매를 탔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잊혀져가는 추억이 아닌, 다시금 내 앞에 현실로 펼쳐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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