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 선인장도 못 키우는 왕초보를 위한 4주 완성 가드닝 클래스 ㅣ 소원풀이 시리즈 15
허성하 지음 / 한빛라이프 / 2020년 9월
평점 :
식물카페를 기웃기웃하다가 자주 마주친 책이 있다. 너무 궁금해서 결국 구입하고야 만 이 책,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내가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지만, 식물관련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솔직히 두근 반 세근 반! 식집사의 길로 들어선 이후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 그러고보니 난, 그 흔한 식물관련 책도 한번 읽어보지 않은 채 식집사의 길로 들어섰다. 예전만해도 모든 지식은 책을 읽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읽었어야 했을 식물 관련 책인데 말이다. 하지만 책 한권 안 읽고도 식물관련 여러 지식을 습득한 걸 보면, 새삼 책이 아니어도 컴퓨터,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싶었다. 와, 세상 참 좋아졌구나?
뭐, 아무리 세상이 좋아져 지식습득이 쉬워졌다고 하더라도, 기초를 다지기엔 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하겠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지식은 솔직히 단계적으로 습득한 것도 아니고, 워낙 중구난방하게 습득한 지식이 많으니까 ㅠㅠ 역시 책을 읽어야해!
물주기 3년, 또 3년 그리고 또 3년
사람들이 식물을 죽이는 제일 이유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과습’이라고 한다. 대충 99.9% 라고나 할까? 그래서 난 아직 닥치지도 않은 과습이 두려워, 모든 식물들 분갈이를 할 때 ‘배수’를 제일 큰 비중에 두었다. 아무리 물 좋아하는 친구여도, 무조건 특급배수!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하게, 물을 자주주면 될 일이니까. 뭐 덕분에 집에서 쉬어야하는 시간에도, 물시중 노동이다...ㅠㅠㅋㅋㅋㅋ
일주일에 한번, 이주일에 한번, 뭐 이런식으로 한방에 물시중을 들면 참 좋을텐데, 초록이들마다 물마르는 시간이 각기 다르다보니 휴. 그냥 집에 있는 시간은 물시중 노동시간이랄까?
식물 키우기는 도구빨?
ㅇㅇ 완전 도구빨!
식집사의 길에 들어서면서, 물시중 잘하고 볕시중 잘 들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물 주는것도 대충 생수통 재활용해서 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뭐, 공중습도를 위해 분무기를 하게 되고, 흙을 퍼나르기 위한 모종삽도 사게되고, 원예철사, 전지가위 등등. 심지어는 과거에 사용하던 공예도구까지 가드닝 전용으로 바꿨다. 정말 진짜 식물키우기는 완전 도구빨, 장비빨이었다...
뿐만인가? 혹시모를 갑작스런 분갈이를 대비에 크기별 화분 준비는 물론, 각종 흙을 준비하는 것도 기본이 되었다. 심지어는 언제 할지 모르는 파종을 위해 각종 일회용기까지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버릇이..... 이건 뭐, 책을 빼고는 나름 미니멀리스트였는데, 초록이들 때문에 맥시멀리스트가 되었다. 휴.
결국 초록이용 도구함까지 만들게 되었으니, 확실히 식물 키우기는 무조건 장비빨이다.
식물 키우기 대비해 인터넷으로 주로 확인한 내용이 바로 병충해였다. 특히 충해!! 벌레라면 치를 떠는 나지만, 벌레 실사까지 찾아보며(...) 정말 벌레마다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지 열씸히 외우고 또 외웠다. 다만 병해는.....봐도봐도 어려운 것ㅠㅠ. 그래서 뭔가 정리된 내용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 책에 딱!!!! 세상에나 감사하기도 해라 ㅠㅠㅠㅠ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병충해에 대한 증상이 실사진이 아닌, 일러스트형식이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실사진이 있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벌레는 정말... 실사진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얘가 쟤같고, 쟤가 얘같고 넘나 어려운 것 ㅜㅜ
물주기, 병충해 말고도 초록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햇빛’.
식물 키우기에 앞서 그 위치를 선정할 때, 보통 직광, 반양지, 반음지, 음지 뭐 이런식으로 구분하는 이유가 바로 햇빛 때문이다. 대충 뉘앙스를 보자면 직광은 말그대로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테라스, 창문을 열어놓은 베란다를 생각하면 된다. 반양지는 창문을 거쳐 햇빛이 들어오는 거실이나 창문을 닫은 베란다, 반음지는 햇빛이 들어오지는 않으나 간접적으로 밝은 곳, 음지는 걍 어두운 곳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저렇게 따지면 우리집은 반양지, 반음지, 음지만 있다는 점(베란다는 창문을 열지 않음!).하지만 우리집에 있는 식물들은 거의 햇빛을 좋아하는 애들뿐이다. 일일초는 햇빛을 봐야만 꽃색이 쨍하게 나오고, 크기도 커진다. 몬스테라도 햇빛을 봐야만 찢잎이 나온다. 그외 망고, 아보카도, 아가베처럼 고향이 아열대, 적도부근인 친구들도...아휴 두말하면 입 아프다. 거기다 심지어 우리집 습도는 건조경보 수준인 20도~30도 사이. 특히 촉촉한 열대가 고향인 식물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다(미안해 몬스...).
그나마 습도관리를 위해서는 베란다에 내놓는게 제일 좋은데, 우리집은 베란다 확장형이다. 그나마 있는 베란다라고는 안방에 쥐똥만큼 자리잡은 공간 하나. 그 좁은 베란다에 자리잡은 애들은 습도관리가 정말 중요한 율마와 동백이들. 그외 대부분의 식물들은 거실창가 및 방구석 행이다.
여기서 또 하나 슬픈 사실은 우리집은 오전에만 해가 들어오는 동향이라는 점이다. 휴... 해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많은데, 해가 들어오는 공간은 협소하고. 결국 나름대로의 기준을 만들었다. 일일초나 몬스테라, 호야, 아가베 같이 햇빛 양에 따라 반응이 빨리오는 친구들은 거실창가에 배치했다. 고작 오전만 들어오는 해라도, 쨍하게 받으라고! 파키라는 간접광으로 그나마 밝은 거실 구석탱이로, 카랑코에 처럼 적은양의 햇빛이 필요한 애들은 안방으로, 스투키나 문샤인은 아예 해가 들지 않은 작은방으로 흑흑. 그나마 다행인점은 식물등을 설치했다는 정도랄까? 물론 그 식물등마저도 없는 곳도 있지만 ㅜㅜㅜ 하, 식물등을 더 사야되나 고민이다(역시 식물키우기는 장비빨).
아... 역시 전원주택으로 이사가는게 답인가보다... 이놈의 아파트 생활 얼른 탈출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