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세계사 - 잔혹한 범죄에서 금지된 장난까지, 금기와 금단을 넘나드는 어른들의 역사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4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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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즐겨 찾는 블로그가 있다. 옛날 이야기를 워낙 맛깔나게 해주시는 그분은 유독 서양사에 정통한 블로거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글은 한 번 읽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기에 (...) 결국 책으로 출판되었는데, 그 책이름은 스캔들 세계사시리즈. 그 번외편으로 나왔던게 바로 이 책 은밀한 세계사이다. 출판 당시에 구매해서 읽고, 다음 책은 언제나오나, 블로그에 포스팅은 언제 올라오나 오매불망 기다렸었는데.. 어느새 또 다른 새책 출간! 그 이름하야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새 책을 바로 읽으려다가, 문득 앞서 나왔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자 싶었다. 그렇게 책장 밖으로 나온 이 책! 역시 다시 읽어도 재밌다 ㅠㅠㅠ

 

저자는 머릿말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치 경제사, 사회사, 사상사 등만 역사가 아니라 사적인 영역의 내밀한 이야기 역시 역사라고. 정말 맞는 말이다. 심지어 나한텐 이런 내밀한(?) 이야기가 정치사 보다 훨씬 취향이기도 하다..ㅋㅋㅋㅋㅋ 평소에는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저 악녀라고 욕했던 마리 앙투와네트의 이야기라던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잔혹함이라던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화 원작들에 대한 배경도 있다.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보통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떠올지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빨간모자’, ‘피노키오등 원래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구전 되었는지, 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 졌는지. 그 이면을 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동화...의 원작은 아이들에게 섣불리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각색을 거친 후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되는 , , 그리고 탈리아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맨 마지막에 쓰인 속담도 원작에 포함되어 있으니, 남자가 잠자고 있는 여성을 성폭행해서 피해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자식을 잠든 채로 낳고 강간범이 심지어 유부남이어서 가해자의 부인이 매우 분노하였는데 그 부인은 남편에 의해 산 채로 불에 태워지고 피해자는 강간범이랑 결혼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이야기네요!_P 034

 

원작 스토리도 이 책에 쓰여있으나 각설하고, 저자가 요약한 부분만 옮겼다. 이토록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는 1697년 프랑스 유명 동화작가 샤를 페로에 의해 그나마 우리가 아는 이야기로 변경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변경된 이야기 조차도 왕자의 엄마가 식인귀라는 모티브라서 (...) 하하하하.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우리는 왜 이렇게 동화가 잔혹해! 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동화를 비롯한 모든 이야기는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14세기에 집필된 문헌이 처음 발견된게 저 이야기고, 그나마 조금 순화시키고 왕자의 엄마가 식인귀로 변한 이야기가 17세기다. , 이 동화들은 당시 사회가 여성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거다.

그나저나.....정말 디즈니 없었으면, 우리 아이들의 동심은 누가 지켜줬을까 ㄷㄷㄷㄷ...

 

그런데 이 중간에 가리는 천이 위치가 위치인지라 남성들이 입다보면 약간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참 민망하게도 누구는 약간 튀어나오고 누구는 많이 튀어나오다보니 남자들 사이에서 자존심 대결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코드피스 속의 소중한 부분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서 얇은 패딩을 넣은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솜에서 시작해서 쇠로 만든 장식에 이르기까지 코드피스의 발전은 끊이 없었습니다. (중략) 게다가 코드피스는 심지어 자신감 넘치는 젊은 청년의 상징이었습니다._P 044

 

14세기 말 부터 등장한 코드피스의 이야기다. 정통 역사서에서는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을 이야기다.ㅋㅋㅋ 심지어 안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이런 이야기. 정말 흥미롭다.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 표현하는 방식만 달라졌을 지언정, 자랑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은 변하지 않나보다. 그러나! 이런 코드피스도 엘리자베스1세 여왕이 영국을 통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는 점!

 

마리 앙투아네트가 누군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거나, 아이들에게 늘 감사하고 검소할 것을 가르쳤다거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측근들과 시종들이 그녀의 겸손함과 친절함을 늘 칭찬했다거나, 백성들의 탄원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다친 사람을 위해 의사를 불러주고 그의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등의 선행은 알려지지도 않았고 믿지도 않았습니다._P 088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하하는 중상비방문은 수도 없이 인쇄되었고 파리 전역으로, 그리고 프랑스 전역으로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습니다. 이전 선전물들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 반인반수로 까지 묘사되었으며,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를 성적으로 모욕하고 성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유행 수준으로 까지 널리 퍼져서 다양한 언론이라는 것이 아죽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는 불륜을 저지르고, 수간과 동성애를 즐기고, 시동생들과 잠자리를 갖는 색정광으로 자리잡았습니다._P 089

 

마리앙투아네트, 개인적으로 서양사 에서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여성 중 한명이다.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사랑받던 막내 공주가 프랑스에 시집와서, 본인은 나름대로 잘 한다고 했는데, 심지어 남편 루이16세와 결혼생활도 나쁘지 않았는데, 루이 16세가 애첩을 두지 않는 다는 이유로(!!!) 왕실에서 온 갖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정말 이해가 안가지만, 프랑스 왕들은 대대로 유부녀 애첩을 두는게 관행이어서 (쓰레기 관행!!) 그런 쓰레기 관행을 좋아하는 프랑스 귀족들은 도덕적인 루이 16세가 눈 꼴 시렸나보다. 근데 왕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아주 자연스레 다른 나라에서 시집온 왕비한테 비난의 화살이 간거다. 프랑스 왕비로써 왕실에서 그렇게 비난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위와 같이 입에 담기 조차 더러운 욕을 먹고 단두대에서 처형됬다. 혁명군 입장에서는 프랑스 왕실을 모욕할 수록 좋다지만, 이건 뭐 저질도 이런 저질이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중세, 근세가 아닌, 현대에서도 계속 된다는 거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적 마케팅에서 자유로울까요? 다시 200년 뒤에 오늘날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이 지구상 어딘다게는 또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_P 099

 

우리는 알고 있다. 저런 더러운 정치 마케팅에 의해 희생된 한 사람을.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고, 그 누구보다 우리 같은 서민의 편에 섰으며, 그 누구보다 국민을 사랑했던 대통령을. 지금은 저 하늘 어딘가에서 우리를 내려다 볼 그 분을. 정말 가짜뉴스를 뿌리며 정치 마케팅을 하는 쓰레기 집단은 사라져야돼!!!

 

그나저나 오랜만에 읽었는데 역시나 재밌으니, 스캔들 세계사도 정주행해야겠다 ㅋㅋㅋㅋ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적 마케팅에서 자유로울까요? 다시 200년 뒤에 오늘날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이 지구상 어딘다게는 또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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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앨리스 리 외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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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 책장에 꽂혀있는 셀프트래블 시리즈를 다시 읽고 있다. 모름지기 여름이란, 근로자들에게 리프레시를 주는 휴가가 있기 마련인데 올 여름은 그게 불가능했다. 여름휴가가 없는 여름은 얼마나 슬픈 여름인지................ 그래서 그 마음을 달래고자 셀프트래플 시리즈를 다시 독파했다. 그러던 중 간만에 신간 발매! 이번엔 캥거루의 나라 호주!! 코알라의 나라 호주 !!! 오스트레일리아 라고도 불리는 호주 이다.

 

책 첫페이지를 폈는데 순간 낙타가 있어서 당황했다. 호주에 대한 배경지식이 1도 없다보니...하하하. 근데 정확히 셀프트래블 호주 325페이지에서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사진속의 저 장소는 아마도 울룰루. 호주 울룰루에는 호주에서 가장 큰 낙타농장이 있으며, 낙타 투어도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목차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호주에 대해 1도 모르는 나같은 초심자들은 맨 뒤에 있는 398페이지부터 먼저 보아야 할 듯 싶다. 호주라는 나라의 기본정보와 역사, 국경일, 축제 등이 전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정보를 독파했다면? 첫 페이지로 돌아와서 순서대로 읽으면 된다.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호주는 10개의 지역으로 나뉜다. 호주의 랜드마크 시드니, 남반구의 유럽 멜버른, 여유가 넘치는 도시 브리즈번, 황금빛 해변의 휴양도시 골드코스트, 액티비티의 천국 케언스, 호주 최고의 와인산지 애들레이드, 호주의 톱 앤드다윈, 호주 원주민들의 신성한 땅 앨리스 스프링스&울룰루, 매력적인 서호주 퍼스, 청정자연과 호주의 역사가 만나는 태즈메이니아.

 

각 도시별로 특징이 있으니 호주 여행을 생각한다면 각 도시의 특징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호주 Q&A

한국인이라면 외국에 나갈 때 꼭 챙겨가는 것이 있으니, 라면-김치-담배 3종 세트다. 저자의 Q&A에 따르면 호주는 검역이 아주 까다롭다고 한다. 음식물이 있는 경우에는 꼭 입국신고서에 체크를 하는게 중요하다. 또한 호주에서는 담배 25개비까지 면세 반입이 가능한데, 호주에서는 담배한 갑에 만원이 넘다보니 담배를 밀반입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밀반입 하다 걸리면 어마무시한 금액을 벌금으로 낼 수 있으니, 한국 면세점에서 담배를 보루로 구입하고 세금을 내는 편을 택하는 게 좋다고 한다.

 


여행가이드북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추천여행코스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각 코스별로 짧게는 6일 부터 길게는 15일까지 호주를 즐길 수 있는 추천 여행코스가 있으니, 호주 여행 초심자라면 참고할 만 하다.

 

그래도 호주를 대표하는게 무엇이 있는 지는 알아야 하니까, 역시 책을 정독해야 한다. 호주 베스트10에는 호주의 각 도시별 랜드마크가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랜드마크에서 조금 더 보자면, 호주의 명물 동물들이 있다. 호주 하면 떠오르는 부동의 1,2위 동물인 캥거루, 코알라를 비롯하여 요새 핫하게 뜨는 웃는 얼굴 쿼카도 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게 바로 먹거리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정말 보기 힘든 요리가 있었으니 바로 캥거루 고기’. ,깜짝놀랐다. 뭐 그 외에는 무난무난한 요리들이다. 맥주나 와인은 뭐....난 노알콜이니까

 

시드니

호주의 랜드마크 시드니. 호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드니 시내 구경을 즐겨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힙한 곳이 있다면 바로 브로드웨이 시드니&글리브’, ‘뉴타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XX리단길 같은 느낌도 살짝 들기는 하지만, 그 나라의 힙한 곳은 꼭 가줘야 하니까! 여행계획에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개발한 도시로만 생각했던 시드니에 팜 스테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 치면 그야말로 농촌체험이다. 시드니 팜스테이는 외곽에 있는 농장에서 농장체험을 한다고 한다. 농장마다 천지차이겠지만, 캥거루나 웜뱃 등 야생동물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면 추천할 만 하다.

 

퍼스

서 호주의 수도이자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퍼스. 하지만 호주에 오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동 호주로 간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서 호주에는 인도양의 멋진 해변들과 때 묻지 않는 섬, 로트네스 아일랜드 등 멋진 휴양지가 많다. 특히 웃는 얼굴로 유명한 동물 쿼카는 이곳 서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쿼카와 셀카를 찍고 싶다면 서 호주 여행을 추천한다.

 

진짜 8월 중순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짧은 시간동안 마음이라도 여름휴가 가는 기분을 느끼겠다고 읽어 재낀 여행가이드 북이 몇 권인지 모르겠다.

 

... 내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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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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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님의 책은 정말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수 많은 TV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하는 말에 공감이 되었고, 깊이를 할 수 없는 그 지식이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하지만 묘하게 유시민 작가님의 책과는 연이 닿지 않....기에..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드디어 읽었다! 발매된지 1년만에..

그것도 회사챤스 난 우리 회사가 이렇게 좋은 회사인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회사였다. 진짜 딱 이 부분만큼은 인정한다.

 

​『역사의 역사출간되자마자 모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했던 책이다. 유시민 작가님 자체 만으로 흥행성이 있었겠지만, 그의 글빨과 지식은 자타가 공인하는 부분이니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한 점이 1도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읽고나서 보니 이 책을 읽은 나같은 일반 독자들은 이 책을 온전히 다 이해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내가 읽은 이 책의 느낌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역사서를 쉽게 풀어준 해설서 였다. 목차에 나오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 사마천의 사기등 의 수 많은 역사서를 그냥 읽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이해를 도와주겠다!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어디까지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위의 역사서에 대해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나에게 이 책은 반은 어려웠고, 반은 쉬웠다.

 

위 목차에 나오는 역사서와 역사가들. 내 기준에서 반은 익숙한 이름들이고 반은 생짜 초면이었다. 그 결과 익숙한 이름이 있는 단락들은 정말 쉽게 읽혔다. 아주 술술술 읽혔다. 반면 생짜 초면인 이름이 있는 단락들은 두 번, 세 번 정독했으나 , 그렇구나하고 대충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책을 쉽게 읽으려면 위 목차에 있는 역사서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널리 읽힐 교양서라고 하기에는 그 문턱이 조금은 높은 듯한 느낌적인 느낌 ㅠㅠㅠ...

 

동양 역사서 혹은 역사해설서 인 사마천 사기, 박은식 한국통사, 신채호 조선상고사, 백남운 조선 역사 4단계 발전론은 정말 후루루룩 읽혔다. 모르는 단어 하나 없고, 모르는 시대 하나 없기에, 어려서부터 배워 온 한국사 혹은 동양사 연장선이었다. 일부는 읽어본 내용이기도 했다. 에드워드 H 역사란 무엇인가는 학창시절 국사시간 첫 머리에 배웠다. 카가 집필한 저 책을 배운다기 보다는, 카가 정의하는 역사에 대해 배웠다. 내가 기억하는 한 중학교, 고등학교 국사시간 첫머리는 에드워드 H 카 였다. 마르크스의 이론이나 다이아몬드 총균쇠의 경우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인용한 여러 책을 읽어보았기에 역시나 익숙했다.

 

반면..........헤로도토스나 투키디데스, 이븐할둔........생짜 초면인 이름들이다. 심지어 그들이 쓴 역사서 역시 나는 잘 모르는 그들의 역사.......

그들이 살았던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니, 그들의 책을 일부 인용한 구절을 봐도 솔직히 뭐가 뭔지 무슨말인지..!!!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내가 얼마나 서양사 혹은 유럽사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 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도 읽으면서, 위대한 역사가들에 대한 느낌은 이렇다.

헤로도토스와 쿠티디데스는 공정하게 역사를 다루었다.

사마천은 역사의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천하를 다뤘다. 인간 본성과 삶의 의미, 군주의 덕성, 권력을 다뤘다.

이븐 할둔은 세계를 일곱 기후대로 나눈 인류사를 썼지만, 그 안에는 주기적으로 알라신 찬양을 끼워넣었다.

랑케는 공평한 관점으로 역사를 서술한다고 했지만, 그의 글 속에서 로마-게르만 민족을 제외한 다른 민족은 미개인 혹은 오랑케였다.

마르크스는 기계가 노동의 차이를 없애고 임금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린다고 예언했지만 그 예언은 빗나갔다.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은 당시 시대를 반영하듯 항일을 위해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역사를 썼다.

에드워드 H 카는 크로체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했다.

슈펭글러, 토인비, 헌팅턴은...그냥 나에게 어렵다...ㅠㅠㅠㅠㅠㅠ..... 계속 읽어도 모르겠다......

다이아몬드는 각 대륙 문명의 발전 속도가 다른 이유는 그저 운이 좋아서!” 라고 말한다.

하라리는 농업형멱을 인류 최대의 사기극으로 보았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역사는 무엇이었는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내가 생각하는 역사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는지, 변했다면 어떤식으로 변했는지 끈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내가 생각했던 역사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역사는 '과거이 일어났던 일' 그 중에서도 인류에게 전환점이 되었던, 혹은 큰 사건들을 기록한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그렇게 단정짓기에는 역사란 너무 복잡한 시간, 공간, 인류의 결정체였다.

 

나는 들은 것을 전할 의무는 있지만, 들은 것을 다 믿을 의무는 없으며, 이 말은 책 전체에 적용된다._P41 ‘헤로도토스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실인지 역사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_P 232 (에드워드 H.)

 

각 대륙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 (중략) 이 네 가지 환경 차이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 P_296 (다이아몬드)

 

대체 역사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 거론된 수 많은 역사가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역사가 무엇인지를 이야기 했다. 다 맞는 말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아직 역사의 짜도 모르기에, 그나마 내가 생각하는 역사가 무엇인가 한다면 에드워드 H.카가 정의한 역사가 제일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 에드워드 H.

 

말 그대로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역사는 보다 나은 '현재'를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그 무언가다. 역사는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고 미래이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유독 신기했던 점이 바로 주석이다. 요새 읽은 책들은 이렇게 까지 주석을 활용한 책이 없었는데, 유시민 작가는 주석활용이 대단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논란이라도 방지하기 위한, 철두철미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난 이렇게 주석 활용하는 걸 좋아하니까. 저자가 어디서 이 문장을 인용했는지, 혹은 본문에 넣기에는 튀는 내용이지만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을 따로 알려준다던지, 이런 식으로 주석활용하는거 너무 좋다 ㅠㅠ

​나는 들은 것을 전할 의무는 있지만, 들은 것을 다 믿을 의무는 없으며, 이 말은 책 전체에 적용된다. - P41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실인지 역사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 P232

각 대륙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 (중략) 이 네 가지 환경 차이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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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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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구입한 지는 좀 되었더랬다. 여름휴가를 북캉스로 보내려고 구입한 책 중 한 권. 그래서 일부로 안 읽고 기다렸는데, 회사서 여름휴가가 없는 걸로 결정되었기에......... (아 또 눙물..) 그래서 막 읽기 시작했는데, 하필 읽은 시기가 반일감정이 격해진 바로 지금이다. 사자 마자 읽었으면 이런 걱정도 안했을 건데!!!!!! 이게 다 여름휴가 쉰다,만다 오랫동안 질질 끈 회사때문ㅠㅠㅠㅠㅠㅠ이라고 책임전가중이다.

 

못 쉬는 것도 서러운데 책 읽고 리뷰 올리는 것 마저 눈치를 봐야하는 이런 서글픈... 그래도, 이 책이 일본소설이라 할지라도 .. 이 책을 출판한 곳은 한국출판사고, 나는 내 돈내고 우리나라 인터넷서점에서 제 돈 주고 산거니까!! 라는 자기합리화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올린다.

두부와 함께 ㅋㅋㅋㅋㅋ

 

제목부터 독특했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라니. 두부에 어떻게 머리를 부딪히지? 아니 그전에 두부가 먼저 빠개질건데?!

제목도 독특하고 표지도 독특해서 냉큼 구매했다. 물론 박대리님 영업도 한 몫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는 자주 안 읽었으나, 나름 일본 미스테리 소설을 자주 읽었다. 물론 일부 작가에 한정이라는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내가 자주 읽었던 일본소설은 카미나가 마나부, 시마다 소지, 교고쿠 나츠히코 정도 였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도 간간히 읽어보긴 했지만 뭐 즐겨 읽는 정도는 아닌 ?

 

개인적으로는 카미나가 마나부, 시마다 소지 같은 작가들이 쓰는 미스테리 스릴러/추리물을 좋아한다. 뭔까 깔끔하게 끝나는 편이니까!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본 미스테리 소설은 대게 음습하거나 기괴하고, 기묘하고 찝찝한 호러물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이토준지식 공포물이 되고(..)

뭐 그렇다고 안 본건 아니지만 ㅠㅠ.. 알면서도 보고 나서 겁나 찝찝해 하지만ㅠㅠㅠㅠ...

 

이 책의 저자 구라치 준이라는 작가는 좀 생소했다. 사전 지식도 없었을 뿐더러, 어떤 류의 미스테리 소설을 쓰는 지도 감이 안왔다. 제목만 봤을 때는 약간 시마다 소지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라고 추측하는 정도? 어짜피 읽기 전까지는 내용이 어떤지 모르니, 바로 책을 펴봤다. 난 막연히 이 책은 한 에피소드의 이야기 인 줄 알았는데, 왠걸? 6편의 미스테리/호러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 소설집이었다.

 

​「ABC살인」 ……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

이 단편은 우리가 사는 현재를, 그것도 어딘가에 존재하는 어그러진 일상을 아주 대놓고 보여준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공포소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회 부적응자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를 바라보는지, 어떻게 자기합리화 하는지를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서 묻지마 살인사건이다.

 

누군가가 살인사건으로 죽었을 때, 그 사건을 대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애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부 어그러진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죽은자를 비난하고,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런 어그러진 삶에서 더 나아가 본인의 이익을 위해 또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인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 ‘내 이익을 위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타인을 죽였고, 내가 죽였다는 흔적도 없다. 하지만 일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어쩌면 본인이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움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난다.

 

이 에피소드는 미스테리? 아니다. 추리? 역시 아니다. 무섭지도 않다. 다만 찝찝하다. 이 이야기가 소설에 국한되지 않을 거라는 점, ‘묻지마 살인사건은 우리가 사는 현대에서도 중대한 범죄라는 걸 알기 땜누에, 그래서 미묘하게 찝찝한거다.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언제든 가 될 수 있다.

 

밤을 보는 고양이」 …… 밤의 정적에 귀를 기울이듯, 어둠을 바라본다. 어쩐지 이상하다는 얼굴로, 가만히.

내가 좋아하는 류의 미스테리 소설이다. 이 에피소드는 일종의 추리물에 가깝다. 기괴하거나 찝찝하지도 않다. 살짝 따지자면 조금은 기묘한가? 싶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깔끔하게 끝나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는 현대의 인간관계, 회사생활에 지쳐 휴가를 내고 할머니 집에 왔다. 할머니 집에는 미코라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다. 내가 할머니집에 올때 미코가 마중나왔고, 계속 나의 곁에 머물며 나를 위로해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밤만 되면 어딘가를 멍하니 응시하는 고양이 미코’. 나는 미코가 왜 그러는지 알기 위해 추리한다. 미신적인 방법도 아니고 나름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며 찾아낸 사실은 이웃집 시신유기.

 

우리는 으레 개나 고양이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 의 할머니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비합리적인 이야기는 믿지 않고, 본인 스스로 납득이 될 만한 근거로 추리를 하고 기어이 맞췄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에는 고양이 이상행동, 이웃집 시신유기 만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현재가 들어있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곳은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할머니 이웃집도 전부 고령. 이들의 소득이라고는 연금밖에 없다. 이웃집에는 고령의 할머니와 나이가 많은 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 아들이 엄마가 죽자 시신을 그대로 유기한 것이다. 유기한 이유는 사망신고를 하면 연금수급이 끊어진다는 이유 였다.

직업이 없는 이 아들에게 소득이라고는 고령의 엄마 이름으로 나오는 연금뿐이었을 테니. 연금의 부정수급. 비단 바다 건너 일본이라는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근데... 왜 맨날 고양이는 나만 없나..ㅠㅠㅠㅠㅠ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죽어버려라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놈 같으니 !

제일 기대한 에피소드다. 무려 책의 타이틀롤을 책임진 이야기였으니까.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앞으로 쓰러진 시체와 그 주변에 흩어진 두부. 게다가 시체의 후두부에는 사각 물체의 모서리로 구타한 상처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194412월 초순. 제국육군특수과학연구소 2-13호 실험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_P157

 

충격적이게도 이 에피소드의 배경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이 전세를 역전하기 위해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한 실험실이었다. 하필 이런 미묘한 시기에 태평양 전쟁....이라서 책을 덮을까 고민했지마뉴ㅠㅠㅠ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학생인 는 태평양 전쟁을 이길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강제동원에 의해 군으로 징집되었다. 하지만 전쟁터로 나가는게 아닌 이상한 실험실로 옮겨진다. 그리고 매일매일 자전거처럼 생긴 기기에서 폐달질만 하고 있다. 이 실험실에는 실험을 주도하는 박사 한명, 실험실을 관리하는 대위 한명, 그리고 열씸히 페달질을 해야하는 와 나머지 까까머리 학군 2명이다. 실험을 주도하는 박사가 3명의 학군에게 자주 하는 말이 바로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죽어버려라!” 였다. 근데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약간 시마다 소지의 미스테리 소설과 진행이 흡사한 기분이 든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었는데 알고 보면 아니, 조금 비틀어보면 그 속에는 틈이 있고 그 틈으로 깔끔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뭐 그렇다고 이 에피소드가 그런 식으로 깔끔하게 해결되었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군 소속이라는 장소와 추리를 하는 는 그저 학군이기에 맘 속으로 생각하고 끝날 뿐이었으니까.

 

이 책은 위에서 언급했었던 미스테리, 추리를 포함하여 기묘하고 찝찝한 이야기가 전부 있었다. 약갼 뭘 좋아할 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같은 느낌?

깔끔하니 딱 좋았다. 기묘하고 찝찝한 이야기는 어느 선을 넘어가면 정말 그로테스크한 호러로 바뀔 수 있는데, 그 전에 안전하게 멈춘 느낌이랄까?

특히 내 취향에 맞는 에피소드도 반 이상이나 있으니, 이정도면 완전 선빵이다.

 

개인적으로 밤을 보는 고양이,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같은 장르의 이야기가 제일 좋았는데, 알고보니 네코마루는 저자의 자연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공인 것 같고. 이렇게 된거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는 한번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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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만 알아야 하는 삐뚤빼뚤 일본이야기 - 그 첫 번째! 밉지만 알아야 하는 삐뚤빼뚤 일본이야기 1
최인규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 첫 인상은 이랬다. 지금 같은 시국에 조금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서평단으로써 이 책을 받았고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방향이 많이 달랐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하며, 공부하며 배운 일본사에 대해 이야기 한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하려고 노력한 면도 분명히 보인다. 그래서 처음엔 인문/교양서적 내지는 역사여행기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의 목차가 무색하게도 내용 곳곳에 저자의 정치관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현재 네이버책 에서 확인 되는 이 책의 장르는 역사/문화인데, 그 내용은 이 장르안에 포함되기에는 많이 미묘했다.

 

1/ 삐뚤빼뚤 일본 고대이야기

일본의 시작 고사기, 일본서기를 말하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자 본인이 갓었던 규슈에 있는 가라쿠니 다케 사진도 실려있다. 일단 개인적으로 고대 부분은 저자보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연력을 보면 역사와는 무관한 전공을 가지신 분이며, 현재 하는 일도 역사와는 무관해 보인다. 반면 난 일단 전공수업으로 한국사 및 일본사 관련 여러 공부를 하기도 했고, 이후로도 취미생활이긴 하지만 고대사 특히 한일관계사 관련 서적을 자주 읽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내가 보고, 읽고, 배운게 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관련 부분을 내가 기술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이안 시대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갑자기 큰 정부이야기를 꺼내며 저자의 정치관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국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이 많아져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많기 대문에 일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원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스의 경우를 보시라. 공무원이 늘어나게 되면 국가의 재정이 늘어나야 하고 돈 벌어 세금 내는 사람보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사람이 많아져 그리스는 결국 망했다. 공무원의 급여나 복리후생 연금은 오롯이 국민의 혈세에서 나온다. 또한 한번 늘린 공무원은 폭탄이 터지지 않는 한 절대 줄일 수 없다. (중략) 나라 예산의 반 가까이가 복지지출이다. 산업육성, 세금 축내는 공무원의 구조조정, 연금개혁 등 인기 없는 정책에는 손대지 않으니 높은 인기 뒤에서 나라가 골병들고 있다.(중략) 증세 멈춰야 한다. 착취적 정치체제하에서는 잠시 경제성장이 가능하지만 탄력 있는 민간 중심의 포용적 체제하에서만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이 가능하기에 우리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중략) 우리의 좌파 역시 긴 고민 없이 주체사상을 받아들이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터득하여 정권을 쥐었지만 국가가 해서는 안 될 일까지 나서고 있다. _P 064 ~ 067

 

이런 본인의 정치관이 일본의 고대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 일본의 고대, 헤이안 시대와 무슨 상관이 있는건가? 순간 책이 바뀐 줄 알았다. 개인의 정치관이야 사람 마다 다르니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책은 엄연히 주제가 있는데 이건 그 주제를 벗어났다. 어찌보면 자기의 정치관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이용한 느낌마저 들었다. 뭐 그래도 일단 초반이니까, 순간 욱하고 올라왔던 감정을 절제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일단 확실한 건 저자는 역사 전공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역사 비 전공자인 내 눈에 보이는 게 이 정도니, 전공자가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2/ 삐뚤빼뚤 일본 중세이야기

보통 일본의 중세는 막부가 시작되는 시점, 가마쿠라 막부부터 임진왜란까지다. 고대는 찬란한 우리 문화를 일본에 전달해주었던 친교의 시기였따면, 중세는 한국과 일본의 악연이 시작된 시기다. 임진왜란이 막을 내리며 일본의 중세시대는 끝나기 때문이다.

 

정유재란 때 고니시는 조선왕조에 경쟁자 가토의 침략일정을 통보해 미리 대비하게 만들어 주지만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그 정보를 믿을 수 없어 진군을 하지 않자 조정으로부터 투옥을 당하게 되고 이떄 원균 장군이 내려와 수군통제사가 되어 정세를 파악하였지만 역시 진군을 하지 않자 권율로부터 매를 맞고 출전을 하게 된다. 원균은 패전을 거듭하여 거제도의 산으로 피신하였다가 부하 한 명과 함께 적의 창을 맞고 죽는다. 일부에서는 살아서 고향인 평택 도일동에 숨어 지냈다는 설도 들린다(나무 위키 참조). 이 전투가 가장 치욕스런 칠천량 전투이고 정쥬애란의 처절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_P 109

 

앞서 고대 부분을 읽을 때 미묘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중세부분을 읽으면서 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저자가 쓰는 지금 이 책은 한국인이 썼다는 정보가 없다면, 친한파 일본인이 썼다고 해도 밉을법한 문체였으며, 그런 내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단락이다. 이런 뉘앙스의 문장은 이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다. 어저면 내가 조금 예민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 괄호 안에 나무 위키 참조라는 문구가 참 당황스럽다.

 

이 때의 일본영웅이 바로 시마즈 요시히로 이다. 칠천량 전투에서의 원균 전사, 남원성 전투에서의 도공 포로, 노량해전에서의 이순신 전사 등은 모두 그의 손에 의해서였다. 일본인들은 그를 토요토미보다도 더 용맹한 사람으로 인정한다. 중략12월에 순천왜성에 고립된 고니시를 구출하기 위해 500척의 함대를 끌고 갔다가 참패했지만 퇴로를 확보하고 돌아왔다. 이것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이다. _P 110

 

계속 계속 위화감의 연속이다. 내가 위화감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저자가 쓰는 또 다른 표현들에 있다. 어떤 내용에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정설로 인정되는 부분을 그대로 기술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꼭 넘어갈 만 하면 저렇게 위화감이 덕지 덕지 붙어있는 문장이 나타나는거다. 근데 또 이 책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계속 원숭이라고 칭한다. 나도 도요토미를 이야기 할 땐 너무 당연하게 원숭이라고 칭했던지라,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훅훅 넘기다가, 중간에 깨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원숭이라는 단어로 서술했다는 걸.

 

280년 뒤에 구한말에 또 한 번 재현된다. 민비와 대원군, 신료들끼리의 당쟁과 파벌싸움이 다시 한번 재현되었던 것이다. 임란의 수모를 망각한 채 서로 꼴을 못 보니 일본에 나라를 뺏겨도 좋다라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었고 절체절명의 경제위기에 국가의 안위는 뒷전에 두고 정쟁만 일삼은 지금의 상황도 망각의 작태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큰 걱정이다. _P113

 

유성룡의 징비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저런식으로 또 본인의 정치관을 들어낸다. 읽으며 느꼈지만 저자는 현 정부를 증오하고, 전 정부를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저자보다 더 오래 살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전 정권~ 전전 정권 10년간 나라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기억하고 그때도 사회생활을 했던 나이인데 말이다. 아니 그전에, 왜 자꾸 이 책의 주제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왜 징비록에서 저렇게 삼천포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아쉬운 것은 성 함락의 주요 원인이 수만의 일본군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항왜인의 도움으로 유일한 무장 김해부사 백사림이 가족을 피신시킨 후 도망을 가면서 동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하니 언제나 악마보다도 더 나쁜 간신이 문제다. 만약 지금도 전쟁이 벌어지면 곽준처럼 끝까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릴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P_117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언제나 간신이 문제라는 것도 맞다. 지금 전쟁이 나면 국회에 있는 사람들? 태반이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난 저자가 저격하는 현 정부,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도망갈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현 야당쪽에서 제일 빠르게, 한국을 손절하게 튀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3/ 삐뚤빼뚤 일본 근세 이야기

그러나 조금이라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무사들은 그다지 복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터! 허기야 우리 역시 구한말, 나라를 빼앗길 때 쫓기면서도 투항하지 않고 최후까지 항쟁을 계속한 자는 가난한 백성이나 무뢰한 출신의 의병이었고 책 깨나 읽은 잘난 인간들은 박근혜 대통령 버리듯이 일제에 붙은 인간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 _P 133

 

저자의 역사 인식과 현 정권을 왜 그리 책에서 비판으로 포장한 비난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문장이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간 나무에게 한없이 미안해지는 대목이었다. 이 책을 계속 읽어야 되는 건가 깊이 고민하게 되는 구간이었다. 저 짧은 문장으로 말미암아 저자가 항일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알수 있었고, 왜 그렇게 현 정권을 정말 연관없는 역사적 사실까지 들먹이며 비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시절 4대강 구축에 소요된 금액은 20조 원 내외. 만약 운하로 연결되었다면 센킨고타이처럼 수많은 왕래로 인해 새로운 관광자원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사실 경북 내륙지방은 유독 교통 등 많은 것이 열악하다. 이곳에 운하를 통해 유람선 등이 왕래할 수 있다면 새로운 부가 창출될 수 있었을 것이다. _P154

 

4대강에 수상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비행장을 개설하였다면 젊은이가 가장 선호한다는 조종사의 길과 지방간 항공산업 발전, 수많은 새로운 관광 상품이 만들어 졌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P155

 

일본 에도막부 시절 산킨고타이* 제도를 이런식으로 써먹었다. 그것도 전전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합리화 방안으로. 대체 4대강과 산킨고타이를 어느 시각으로 봐야 동일시 할 수 있고, 이 둘을 비교 할 수 있나. 결국 저자는 전 정권, 전전 정권이 그리워서 이 책을 쓴 것 밖에 안되었던 걸까. 그래도 조금이나마 뭔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희망은 처참히 무너졌다.

*산킨고타이(참근교대): 에도막부 시절 다이묘 통제를 위해 격년으로 다이묘를 에도로 불렀던 제도. 다이묘의 처자는 인질로써 에도에 거주.

 

 

4/ 삐뚤빼뚤 근대와 그리고 일본이야기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면서 그를 사살한 15가지 이유중 첫 번째로 명성황후를 살해한 죄를 거론하였고 메이지 천황의 아버지 고메이 천황을 독살(?)한 죄를 이등박문에게 물었다. 중략이등박문 요절 후 안중근의사 차남 안준생은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어 곤궁하게 지낸다. 모두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제 살길만 찾고 영웅의 아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다. 이떄 일본 순사가 안준생에게 접근, 이등박문의 아들에게 사죄하면 먹고살게 해주겠다고 회유를 하니, 안준생은 박문사에 가서 이등박문 아들에게 큰절을 하며 우리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빈다. 중략질제 치하의 모든 조선인과 임시정부의 요인들도 이 영웅의 아들에 대해 모두 눈감고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말인가? 이렇게 침묵으로 일제에 협조한 무리의 후손들이 나만 깨끗한 척 매국노를 찾아낸다고 설쳐대고 있으니 개가 웃을 일이 아닌가! _P181

 

위에서도 이야기했다. 이 책은 한국인이 썼다는 정보가 없었다면, 친한파의 일본인이 쓴 것 처럼 보인다고. 이 책은 읽는 내내 그 분위기를 계속 가지고 갔다. 분명 역사 속에는 동학혁명을 하다 변절한 자도 있고, 독립운동을 하다 변절한 자도 있다. 없지 않다.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닌 사람도 정말 많다. 동학혁명을 하던 사람들은 항일의병을 계속 진행했고, 이후에도 수 많은 독립운동가가 계속 나왔다. 심지어 어린아이들 조차도 나라를 구하겠답시고 신흥학교를 찾아오고 그랬다.

 

그런데.

 

저자는 그러한 역사는 무시하고 너네가 좋아하는 그런 독립운동가 중에도 변절자가 있다’, ‘너네가 혁명이라고 외치는 동학군도 친일파로 변절했다를 중심으로 책을 서술한다. 분명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 많이 있음에도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서술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구국의 영웅 김구 선생은 친일을 강조했다. 역시 대인다운 자세이다. 그가 극도로 혐오한 자는 반민족적 친일파였을 뿐이다. _P198

 

나는 이 구간을 끝으로 이 책을 덮었다. 이 책을 도저히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역사를 현 정권을 비난하기 위한 방패로 삼았고, 무기로 삼았다. 그야말로 자신의 정치적 사상을 말하기 위해 역사를 이용했다. 그것도 이러한 시기에 말이다. 심지어 그가 말하는 역사도 일부는 썰이다. 어쩌면 본인의 정치관을 이야기 하기 편하게 일부러 진실이 아닌 썰을 선택하여 저술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서문에서 극일(克日)을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극일은 내가 생각하는 극일은 아닌 듯 하다. 내가 생각하는 극일은 반일/항일에서 시작되는데, 저자가 말하는 극일은 친일 그 어디쯤에서 시작되는 극일이었다.

 

저자는 이 책의 2권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린 학생들이 이 책을 읽는 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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