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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만 알아야 하는 삐뚤빼뚤 일본이야기 - 그 첫 번째! ㅣ 밉지만 알아야 하는 삐뚤빼뚤 일본이야기 1
최인규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 첫 인상은 이랬다. 지금 같은 시국에 조금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서평단으로써 이 책을 받았고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방향이 많이 달랐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하며, 공부하며 배운 일본사에 대해 이야기 한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하려고 노력한 면도 분명히 보인다. 그래서 처음엔 인문/교양서적 내지는 역사여행기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의 목차가 무색하게도 내용 곳곳에 저자의 정치관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현재 네이버책 에서 확인 되는 이 책의 장르는 ‘역사/문화’인데, 그 내용은 이 장르안에 포함되기에는 많이 미묘했다.
1부/ 삐뚤빼뚤 일본 고대이야기
일본의 시작 고사기, 일본서기를 말하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자 본인이 갓었던 규슈에 있는 가라쿠니 다케 사진도 실려있다. 일단 개인적으로 고대 부분은 저자보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연력을 보면 역사와는 무관한 전공을 가지신 분이며, 현재 하는 일도 역사와는 무관해 보인다. 반면 난 일단 전공수업으로 한국사 및 일본사 관련 여러 공부를 하기도 했고, 이후로도 취미생활이긴 하지만 고대사 특히 한일관계사 관련 서적을 자주 읽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내가 보고, 읽고, 배운게 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관련 부분을 내가 기술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이안 시대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갑자기 ‘큰 정부’이야기를 꺼내며 저자의 정치관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국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이 많아져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많기 대문에 일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원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스의 경우를 보시라. 공무원이 늘어나게 되면 국가의 재정이 늘어나야 하고 돈 벌어 세금 내는 사람보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사람이 많아져 그리스는 결국 망했다. 공무원의 급여나 복리후생 연금은 오롯이 국민의 혈세에서 나온다. 또한 한번 늘린 공무원은 폭탄이 터지지 않는 한 절대 줄일 수 없다. (…중략…) 나라 예산의 반 가까이가 복지지출이다. 산업육성, 세금 축내는 공무원의 구조조정, 연금개혁 등 인기 없는 정책에는 손대지 않으니 높은 인기 뒤에서 나라가 골병들고 있다.(…중략…) 증세 멈춰야 한다. 착취적 정치체제하에서는 잠시 경제성장이 가능하지만 탄력 있는 민간 중심의 포용적 체제하에서만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이 가능하기에 우리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중략…) 우리의 좌파 역시 긴 고민 없이 주체사상을 받아들이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터득하여 정권을 쥐었지만 국가가 해서는 안 될 일까지 나서고 있다. _P 064 ~ 067
이런 본인의 정치관이 일본의 고대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 일본의 고대, 헤이안 시대와 무슨 상관이 있는건가? 순간 책이 바뀐 줄 알았다. 개인의 정치관이야 사람 마다 다르니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책은 엄연히 주제가 있는데 이건 그 주제를 벗어났다. 어찌보면 자기의 정치관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이용한 느낌마저 들었다. 뭐 그래도 일단 초반이니까, 순간 욱하고 올라왔던 감정을 절제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일단 확실한 건 저자는 역사 전공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역사 비 전공자인 내 눈에 보이는 게 이 정도니, 전공자가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2부/ 삐뚤빼뚤 일본 중세이야기
보통 일본의 중세는 막부가 시작되는 시점, 가마쿠라 막부부터 임진왜란까지다. 고대는 찬란한 우리 문화를 일본에 전달해주었던 친교의 시기였따면, 중세는 한국과 일본의 악연이 시작된 시기다. 임진왜란이 막을 내리며 일본의 중세시대는 끝나기 때문이다.
정유재란 때 고니시는 조선왕조에 경쟁자 가토의 침략일정을 통보해 미리 대비하게 만들어 주지만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그 정보를 믿을 수 없어 진군을 하지 않자 조정으로부터 투옥을 당하게 되고 이떄 원균 장군이 내려와 수군통제사가 되어 정세를 파악하였지만 역시 진군을 하지 않자 권율로부터 매를 맞고 출전을 하게 된다. 원균은 패전을 거듭하여 거제도의 산으로 피신하였다가 부하 한 명과 함께 적의 창을 맞고 죽는다. 일부에서는 살아서 고향인 평택 도일동에 숨어 지냈다는 설도 들린다(나무 위키 참조). 이 전투가 가장 치욕스런 칠천량 전투이고 정쥬애란의 처절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_P 109
앞서 고대 부분을 읽을 때 미묘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중세부분을 읽으면서 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저자가 쓰는 지금 이 책은 한국인이 썼다는 정보가 없다면, 친한파 일본인이 썼다고 해도 밉을법한 문체였으며, 그런 내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단락이다. 이런 뉘앙스의 문장은 이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다. 어저면 내가 조금 예민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 괄호 안에 ‘나무 위키 참조’라는 문구가 참 당황스럽다.
이 때의 일본영웅이 바로 시마즈 요시히로 이다. 칠천량 전투에서의 원균 전사, 남원성 전투에서의 도공 포로, 노량해전에서의 이순신 전사 등은 모두 그의 손에 의해서였다. 일본인들은 그를 토요토미보다도 더 용맹한 사람으로 인정한다. …중략… 12월에 순천왜성에 고립된 고니시를 구출하기 위해 500척의 함대를 끌고 갔다가 참패했지만 퇴로를 확보하고 돌아왔다. 이것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이다. _P 110
계속 계속 위화감의 연속이다. 내가 ‘위화감’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저자가 쓰는 또 다른 표현들에 있다. 어떤 내용에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정설로 인정되는 부분을 그대로 기술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꼭 넘어갈 만 하면 저렇게 위화감이 덕지 덕지 붙어있는 문장이 나타나는거다. 근데 또 이 책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계속 ‘원숭이’라고 칭한다. 나도 도요토미를 이야기 할 땐 너무 당연하게 원숭이라고 칭했던지라,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훅훅 넘기다가, 중간에 깨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원숭이’라는 단어로 서술했다는 걸.
280년 뒤에 구한말에 또 한 번 재현된다. 민비와 대원군, 신료들끼리의 당쟁과 파벌싸움이 다시 한번 재현되었던 것이다. 임란의 수모를 망각한 채 서로 꼴을 못 보니 일본에 나라를 뺏겨도 좋다라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었고 절체절명의 경제위기에 국가의 안위는 뒷전에 두고 정쟁만 일삼은 지금의 상황도 망각의 작태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큰 걱정이다. _P113
유성룡의 《징비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저런식으로 또 본인의 정치관을 들어낸다. 읽으며 느꼈지만 저자는 현 정부를 증오하고, 전 정부를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저자보다 더 오래 살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전 정권~ 전전 정권 10년간 나라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기억하고 그때도 사회생활을 했던 나이인데 말이다. 아니 그전에, 왜 자꾸 이 책의 주제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왜 징비록에서 저렇게 삼천포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아쉬운 것은 성 함락의 주요 원인이 수만의 일본군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항왜인의 도움으로 유일한 무장 김해부사 백사림이 가족을 피신시킨 후 도망을 가면서 동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하니 언제나 악마보다도 더 나쁜 간신이 문제다. 만약 지금도 전쟁이 벌어지면 곽준처럼 끝까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릴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P_117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언제나 간신이 문제라는 것도 맞다. 지금 전쟁이 나면 국회에 있는 사람들? 태반이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난 저자가 저격하는 현 정부,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도망갈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현 야당쪽에서 제일 빠르게, 한국을 손절하게 튀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3부/ 삐뚤빼뚤 일본 근세 이야기
그러나 조금이라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무사들은 그다지 복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터! 허기야 우리 역시 구한말, 나라를 빼앗길 때 쫓기면서도 투항하지 않고 최후까지 항쟁을 계속한 자는 가난한 백성이나 무뢰한 출신의 의병이었고 책 깨나 읽은 잘난 인간들은 박근혜 대통령 버리듯이 일제에 붙은 인간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 _P 133
저자의 역사 인식과 현 정권을 왜 그리 책에서 비판으로 포장한 비난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문장이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간 나무에게 한없이 미안해지는 대목이었다. 이 책을 계속 읽어야 되는 건가 깊이 고민하게 되는 구간이었다. 저 짧은 문장으로 말미암아 저자가 항일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알수 있었고, 왜 그렇게 현 정권을 정말 연관없는 역사적 사실까지 들먹이며 비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시절 4대강 구축에 소요된 금액은 20조 원 내외. 만약 운하로 연결되었다면 센킨고타이처럼 수많은 왕래로 인해 새로운 관광자원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사실 경북 내륙지방은 유독 교통 등 많은 것이 열악하다. 이곳에 운하를 통해 유람선 등이 왕래할 수 있다면 새로운 부가 창출될 수 있었을 것이다. _P154
4대강에 수상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비행장을 개설하였다면 젊은이가 가장 선호한다는 조종사의 길과 지방간 항공산업 발전, 수많은 새로운 관광 상품이 만들어 졌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P155
일본 에도막부 시절 산킨고타이* 제도를 이런식으로 써먹었다. 그것도 전전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합리화 방안으로. 대체 4대강과 산킨고타이를 어느 시각으로 봐야 동일시 할 수 있고, 이 둘을 비교 할 수 있나. 결국 저자는 전 정권, 전전 정권이 그리워서 이 책을 쓴 것 밖에 안되었던 걸까. 그래도 조금이나마 뭔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희망은 처참히 무너졌다.
*산킨고타이(참근교대): 에도막부 시절 다이묘 통제를 위해 격년으로 다이묘를 에도로 불렀던 제도. 다이묘의 처자는 인질로써 에도에 거주.
4부/ 삐뚤빼뚤 근대와 그리고 일본이야기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면서 그를 사살한 15가지 이유중 첫 번째로 ‘명성황후를 살해한 죄’를 거론하였고 메이지 천황의 아버지 고메이 천황을 독살(?)한 죄를 이등박문에게 물었다. …중략… 이등박문 요절 후 안중근의사 차남 안준생은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어 곤궁하게 지낸다. 모두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제 살길만 찾고 영웅의 아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다. 이떄 일본 순사가 안준생에게 접근, 이등박문의 아들에게 사죄하면 먹고살게 해주겠다고 회유를 하니, 안준생은 박문사에 가서 이등박문 아들에게 큰절을 하며 우리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빈다. …중략… 질제 치하의 모든 조선인과 임시정부의 요인들도 이 영웅의 아들에 대해 모두 눈감고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말인가? 이렇게 침묵으로 일제에 협조한 무리의 후손들이 나만 깨끗한 척 매국노를 찾아낸다고 설쳐대고 있으니 개가 웃을 일이 아닌가! _P181
위에서도 이야기했다. 이 책은 한국인이 썼다는 정보가 없었다면, 친한파의 일본인이 쓴 것 처럼 보인다고. 이 책은 읽는 내내 그 분위기를 계속 가지고 갔다. 분명 역사 속에는 동학혁명을 하다 변절한 자도 있고, 독립운동을 하다 변절한 자도 있다. 없지 않다.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닌 사람도 정말 많다. 동학혁명을 하던 사람들은 항일의병을 계속 진행했고, 이후에도 수 많은 독립운동가가 계속 나왔다. 심지어 어린아이들 조차도 나라를 구하겠답시고 신흥학교를 찾아오고 그랬다.
그런데.
저자는 그러한 역사는 무시하고 ‘너네가 좋아하는 그런 독립운동가 중에도 변절자가 있다’, ‘너네가 혁명이라고 외치는 동학군도 친일파로 변절했다’를 중심으로 책을 서술한다. 분명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 많이 있음에도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서술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구국의 영웅 김구 선생은 친일을 강조했다. 역시 대인다운 자세이다. 그가 극도로 혐오한 자는 반민족적 친일파였을 뿐이다. _P198
나는 이 구간을 끝으로 이 책을 덮었다. 이 책을 도저히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역사를 현 정권을 비난하기 위한 방패로 삼았고, 무기로 삼았다. 그야말로 자신의 정치적 사상을 말하기 위해 ‘역사’를 이용했다. 그것도 이러한 시기에 말이다. 심지어 그가 말하는 역사도 일부는 썰이다. 어쩌면 본인의 정치관을 이야기 하기 편하게 일부러 진실이 아닌 썰을 선택하여 저술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서문에서 극일(克日)을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극일은 내가 생각하는 극일은 아닌 듯 하다. 내가 생각하는 극일은 반일/항일에서 시작되는데, 저자가 말하는 극일은 친일 그 어디쯤에서 시작되는 극일이었다.
저자는 이 책의 2권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린 학생들이 이 책을 읽는 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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