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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세계사 - 잔혹한 범죄에서 금지된 장난까지, 금기와 금단을 넘나드는 어른들의 역사 이야기 ㅣ 풍경이 있는 역사 4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6년 4월
평점 :
꽤 오래전부터 즐겨 찾는 블로그가 있다. 옛날 이야기를 워낙 맛깔나게 해주시는 그분은 유독 서양사에 정통한 블로거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글은 한 번 읽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기에 (...) 결국 책으로 출판되었는데, 그 책이름은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 그 번외편으로 나왔던게 바로 이 책 『은밀한 세계사』이다. 출판 당시에 구매해서 읽고, 다음 책은 언제나오나, 블로그에 포스팅은 언제 올라오나 오매불망 기다렸었는데.. 어느새 또 다른 새책 출간! 그 이름하야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새 책을 바로 읽으려다가, 문득 앞서 나왔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자 싶었다. 그렇게 책장 밖으로 나온 이 책! 역시 다시 읽어도 재밌다 ㅠㅠㅠ
저자는 머릿말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치 경제사, 사회사, 사상사 등만 역사가 아니라 사적인 영역의 내밀한 이야기 역시 역사라고. 정말 맞는 말이다. 심지어 나한텐 이런 내밀한(?) 이야기가 정치사 보다 훨씬 취향이기도 하다..ㅋㅋㅋㅋㅋ 평소에는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저 악녀라고 욕했던 마리 앙투와네트의 이야기라던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잔혹함이라던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화 원작들에 대한 배경도 있다.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보통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떠올지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빨간모자’, ‘피노키오’ 등 원래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구전 되었는지, 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 졌는지. 그 이면을 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동화...의 원작은 아이들에게 섣불리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각색을 거친 후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되는 「해, 달, 그리고 탈리아」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맨 마지막에 쓰인 속담도 원작에 포함되어 있으니, 남자가 잠자고 있는 여성을 성폭행해서 피해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자식을 잠든 채로 낳고 강간범이 심지어 유부남이어서 가해자의 부인이 매우 분노하였는데 그 부인은 남편에 의해 산 채로 불에 태워지고 피해자는 강간범이랑 결혼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이야기네요!_P 034
원작 스토리도 이 책에 쓰여있으나 각설하고, 저자가 요약한 부분만 옮겼다. 이토록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는 1697년 프랑스 유명 동화작가 샤를 페로에 의해 그나마 우리가 아는 이야기로 변경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변경된 이야기 조차도 왕자의 엄마가 식인귀라는 모티브라서 (...) 하하하하.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우리는 왜 이렇게 동화가 잔혹해! 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동화를 비롯한 모든 이야기는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14세기에 집필된 문헌이 처음 발견된게 저 이야기고, 그나마 조금 순화시키고 왕자의 엄마가 식인귀로 변한 이야기가 17세기다. 즉, 이 동화들은 당시 사회가 여성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거다.
그나저나.....정말 디즈니 없었으면, 우리 아이들의 동심은 누가 지켜줬을까 ㄷㄷㄷㄷ...
그런데 이 중간에 가리는 천이 위치가 위치인지라 남성들이 입다보면 약간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참 민망하게도 누구는 약간 튀어나오고 누구는 많이 튀어나오다보니 남자들 사이에서 자존심 대결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코드피스 속의 소중한 부분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서 얇은 패딩을 넣은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솜에서 시작해서 쇠로 만든 장식에 이르기까지 코드피스의 발전은 끊이 없었습니다. (중략) 게다가 코드피스는 심지어 ‘자신감 넘치는 젊은 청년’의 상징이었습니다._P 044
14세기 말 부터 등장한 코드피스의 이야기다. 정통 역사서에서는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을 이야기다.ㅋㅋㅋ 심지어 안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이런 이야기. 정말 흥미롭다.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 표현하는 방식만 달라졌을 지언정, 자랑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은 변하지 않나보다. 그러나! 이런 코드피스도 엘리자베스1세 여왕이 영국을 통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는 점!
마리 앙투아네트가 누군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거나, 아이들에게 늘 감사하고 검소할 것을 가르쳤다거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측근들과 시종들이 그녀의 겸손함과 친절함을 늘 칭찬했다거나, 백성들의 탄원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다친 사람을 위해 의사를 불러주고 그의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등의 선행은 알려지지도 않았고 믿지도 않았습니다._P 088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하하는 중상비방문은 수도 없이 인쇄되었고 파리 전역으로, 그리고 프랑스 전역으로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습니다. 이전 선전물들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 반인반수로 까지 묘사되었으며,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를 성적으로 모욕하고 성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유행 수준으로 까지 널리 퍼져서 다양한 언론이라는 것이 아죽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는 불륜을 저지르고, 수간과 동성애를 즐기고, 시동생들과 잠자리를 갖는 색정광으로 자리잡았습니다._P 089
마리앙투아네트, 개인적으로 서양사 에서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여성 중 한명이다.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사랑받던 막내 공주가 프랑스에 시집와서, 본인은 나름대로 잘 한다고 했는데, 심지어 남편 루이16세와 결혼생활도 나쁘지 않았는데, 루이 16세가 애첩을 두지 않는 다는 이유로(!!!) 왕실에서 온 갖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정말 이해가 안가지만, 프랑스 왕들은 대대로 유부녀 애첩을 두는게 관행이어서 (쓰레기 관행!!) 그런 쓰레기 관행을 좋아하는 프랑스 귀족들은 도덕적인 루이 16세가 눈 꼴 시렸나보다. 근데 왕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아주 자연스레 다른 나라에서 시집온 왕비한테 비난의 화살이 간거다. 프랑스 왕비로써 왕실에서 그렇게 비난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위와 같이 입에 담기 조차 더러운 욕을 먹고 단두대에서 처형됬다. 혁명군 입장에서는 프랑스 왕실을 모욕할 수록 좋다지만, 이건 뭐 저질도 이런 저질이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중세, 근세가 아닌, 현대에서도 계속 된다는 거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적 마케팅에서 자유로울까요? 다시 200년 뒤에 오늘날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이 지구상 어딘다게는 또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_P 099
우리는 알고 있다. 저런 더러운 정치 마케팅에 의해 희생된 한 사람을.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고, 그 누구보다 우리 같은 서민의 편에 섰으며, 그 누구보다 국민을 사랑했던 대통령을. 지금은 저 하늘 어딘가에서 우리를 내려다 볼 그 분을. 정말 가짜뉴스를 뿌리며 정치 마케팅을 하는 쓰레기 집단은 사라져야돼!!!
그나저나 오랜만에 읽었는데 역시나 재밌으니, 스캔들 세계사도 정주행해야겠다 ㅋㅋㅋㅋ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적 마케팅에서 자유로울까요? 다시 200년 뒤에 오늘날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이 지구상 어딘다게는 또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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