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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2/08/27/09/nanjappans_4276053260.jpg)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게 되는 시기가 오면 그림이 있든 그림이 없든 책들중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작품중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작품이 아마도 셜록 홈즈라는 탐정을 만들어낸 코난 도일의 탐정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는 듯 합니다.. 다만 요즘에는 예전과는 달리 아이들이 혹할만한 교육용 만화들이 워낙 많은지라, 철자가 많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문자 위주의 작품들이 예전보다는 상당히 적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만화나 소설책이나 뭐 큰 차이가 없다고 보긴하지만 역시나 번갈아서 볼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여하튼 이런저런 의미로 보더라도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탐정은 홈즈라는 캐릭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탐정이니까 말이죠.. 추리소설이라는 개념이 에드가 알렌 포라는 작가에 의해 제대로 인식 또는 만들어진 후 뒤팽에서 시작해서 홈즈와 수많은 탐정이 100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우리들의 삶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지만 홈즈만한 인물은 없죠.. 또한 셜로키언이라는 신조어로 수많은 홈즈의 사생팬(?!)들을 양산한 캐릭터도 드물죠..허구가 현실속에서 살아 숨쉬는 특이한 케이스가 되어버린 인물이기도 합니다.. 물어봅시다.. 이 독후감을 보시는 분들중에서 셜록 홈즈 모르시는 분, 책은 안읽어봐도 이름만은 우리들 증조부 존함보다 쉽게 다가오죠?.. 아이다카믄 니 거짓말이다이..
자, 이제 쓸데없는 소리는 시마이하고 이 작품의 작가는 시마다 소지입니다.. 일본 본격미스터리의 기수이자 신본격의 중심이라고 보시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이 시마다 소지라는 작가를 말할라치믄 미타라이 기요시라는 아주 깔쌈빠꿈쌉싸리한 탐정을 배제할 순 없죠.. 이 미타라이 탐정의 모델이 셜록 홈즈라는 사실은 검색해보시면 대강 나올터입니다.. 그런 시마다 소지의 추리의 바탕이 홈즈라는 것이죠.. 이 작품이 그런 시마다 소지의 바탕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국내 출간은 지금이지만 실제 일본내의 출간은 무려 30년 전입니다..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라고 하나요.. 뭐 그런 오마쥬와 같은 셜로키언의 한사람인 시마다상이 만든 패스티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일본 근대문학의 중심이자 존경의 대상인 나쓰메 소세키라는 걸출한 일본작가도 함께 등장하죠.. 그래서 제목은 이렇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이라고 지었네요.. 일본 추리작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궁합이 잘맞는 조합중의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아마도 소세키할아버지가 1900년에 영국으로 국비 유학을 떠나는 역사적 사실과 그의 유학중의 생활을 바탕에 두고 허구적 인물인 셜록 홈즈와 왓슨을 만났다는 허구적 상상이 만났습니다..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홈즈가 활약하던 시기와 소세키 할배가 유학중에 세익스피어의 대가 크레이그 교수를 만나 영문학을 배우던 시기가 겹치니 이런 상상도 가능할 겁니다.. 게다가 아주 재미진 시마다상의 추리적 문장력이 합쳐지니 재미가 상당하네요..
극중의 나인 나쓰메는 영국으로 유학을 옵니다.. 어렵게 국비로 유학을 온 고학생이라 하숙비가 싼 곳을 고르고 되고 유학생활을 시작하나 자꾸 밤에 들려오는 환청에 시달리다 또다시 하숙집을 옮기게 되나 역시 또 환청에 시달립니다.. 이에 홈즈라는 유명한 탐정을 찾게되고 그 곳에서 홈즈의 실체와 왓슨이라는 의사이자 홈즈의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나쓰메가 바라본 홈즈의 모습과 그가 의뢰받은 메리 링키라는 여인이 최근 찾은 남동생의 기이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서 벌어지죠.. 그리고 링키의 남동생이 못이 박혀 아무도 열 수없는 밀실인 방안에서 불이 탄체 미라가 되어 죽음을 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홈즈탐정의 멋진 추리가 벌어지는거죠....라고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나쓰메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홈즈의 모습과 우리가 여태껏 알고 있는 왓슨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홈즈의 활약상은 아주 다릅니다.. 나쓰메에게 보여지는 홈즈는 일반적이지 않은 조금은 비정상적이고 전혀 홈즈답지 않은 예민하고 정신나간것 같은 모습입니다만 왓슨의 홈즈는 현실속의 홈즈의 행동을 대단히 미화시키고 영웅적 탐정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켜버립니다.. 일종의 현실에 허구적 캐릭터의 버라이어티함을 덧붙여서 대단한 영웅과 기민한 천재의 모습을 보여주는거죠.. 그러하면 나쓰메가 보여주는 홈즈의 모습에 우린 눈살을 찌푸리게 되어야되지 않을까요, 여태껏 보아온 홈즈는 나쓰메의 시선에는 없습니다.. 여하튼 현실속의 홈즈는 어리벙벙하고 멍청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오히려 나쓰메가 추리적 소스와 단서를 찾아주죠.. 아마도 죽은 자와 연관된 단서가 동양적 주술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밖에 없을겁니다.. 과연 사건의 진실과 추리적 결과는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요,, 상당히 잘 짜여진 반전의 묘미가 나쁘지 않습니다..
말씀드린대로 눈살을 찌푸려야될 홈즈의 멍청스럽고 바보같은 신경적 예민함이 어쩐지 더 푸근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요, 나중에 신사다운 홈즈의 모습이 우연히 뜬금없이 되돌아오긴 하지만 사건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근데 이 모든 것을 읽고 보면서도 현실적으로 보여지는 나쓰메의 시선속의 따스함이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왓슨이라는 친구의 홈즈에 대한 감싸는 모습들이나 윤색된 작품적 이미지 역시 왠지모를 수긍적 끄덕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나 할까요, 아시다시피 미타라이 기요시는 지 똑똑하다고 천재짓하면 밉쌍에다가 홈즈를 개무시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우린 시마다상이 셜로키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모르신다면 이제 아셨어면 됩니다.. 시마다의 홈즈사랑은 아주 유명하니까 말이죠.. 아무래도 현대의 신본격의 대선배이니까 말이죠..뭔말이래,
근데 홈즈는 그렇다치고 이작품의 중심은 아무래도 제목에 버젓이 드러난 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의 근대문학의 대가가 되시겠습니다.. 교과서에도 실리는 대문학가이시죠.. 전 잘 모릅니다만 일본가서 소세키할배 아냐고 물어보면 학교 댕겨본 애들은 다들 끄덕끄덕합답디다.. 그만큼 일본 문학의 스승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라네요.. 그라고 이 할배가 유학가서 어떤 일을 하신지는 모르지만 홈즈를 만났다면 충분히 이런 상상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소설적 구성을 시마다상이 한거죠.. 초기의 시마다상의 인기에 아마도 이 작품이 대단한 역할을 했을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전 뭐 일본추리의 신본격의 역사를 잘모르지만 이 작품이 시마다 소지의 향후의 추리적 입지에 큰 역할을 할 정도의 캐릭터적 구성과 약간의 재미가 있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재미적인 부분 자체도 사실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긴합니다만 대조적으로 보여지는 나쓰메와 왓슨의 시선의 대치적 모습이나 반전의 추리적 마무리의 구성도 나쁘진 않으니..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내용보다 마지막부분에 나온 후기나 편집된 소세키 할배의 크레이그선생에 대한 단편집과 셜로키언에 대한 구체적 설명들이 오히려 더 재미진 느낌이 든건 왜일까요, 상당한 성의와 독자의 이해력을 넓혀주는 잔재미가 많았다는 일종의 독자적 배려가 저를 미소짓게 해주더라는 겁니다.. 다소 밋밋했던 작품의 내용의 격을 조금 높혀주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출판사의 입장이 아닌 객관적인 입장의 타사의 출간작품까지 배려하고 홍보해주는 편집부의 모습은 대단한 신뢰감을 주더라는 개인적 편견을 피력해봅니다.. 아무 출판사나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진 않더군요.. 전 이렁거 많이 못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소 지리하고 그저그랬던 작품의 내용에 뒤늦은 활기와 수긍적 이해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였다고 보여집니다.. 돈주고는 안사볼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거부적 독후감을 펼치려다가 마지막 후기와 편집된 셜로키언의 내용들과 크레이그 단편집의 내용은 결국 괜찮다라는 결론을 만들어주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엄청 성공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렁거 나쁘지 않아요..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