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죄 밀리언셀러 클럽 12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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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면 어느 캐릭터가 머리속에 각인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다지 많은 작품을 읽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습니다.. 하드보일드라하면 누구, 본격추리라하면 누구라는 식이죠.. 독자들마다 그 주인공의 이미지가 다를 수 있고 나름의 느낌이 다를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몇년째 술렁술렁 읽어온 장르소설의 독자로서 알콜중독 탐정이라는 캐릭터를 가진 한 주인공이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 그렇게 많이 알려지고 부각되어진 작품의 주인공도 아닐뿐더러 딱히 인지도가 높은 작가로서 국내출간작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전 이 주인공이 머리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매튜 스커더라는 이름을 가진 로렌스 블록이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로렌스 블록이라는 작가 또한 세계적으로 대단한 스릴러소설 작가님이시지만 국내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그렇게 많은 분은 아니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국내 출간작이 적으니까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전직이 경찰인 이 매튜 스커더는 알콜중독자입니다.. 이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의 규칙을 따르고는 있지만 캐릭터에게서 풍겨나는 하드보일드한 느낌은 개인적으로 매튜 스커더가 최고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만큼 저한테는 제대로 각인된 탐정이니 말이죠.. 뭐 나한테만 그렇다는거니까 오해들하지마아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대망의 첫작품입니다.. 그러니까 대중들에게 이 작품이 선보여진 후로 35년이 훌쩍 지나고  보게 된겁니다.. 그것도 국내에서 말이죠.. 제목은 "아버지들의 죄"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이 작품보다 이전에 봐왔던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첫 작품이 나오고나서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이 지난 작품들인거죠..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나 "무덤으로 향하다"같은 작품과 이전에 출시된 "백정들의 미사"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장편으로는 이렇게 총 4권이 국내에 출시가 되었군요.. 순서로는 저도 헷갈립니다만 첫작품이 "아버지들의 죄(76)"이고 800만가지(82) 백정들의(91), 무덤으로(92)의 순인것 같습니다.. 아님 말고..

 

    스커더는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어린 여자아이의 생명을 빼앗게 됩니다.. 그 일로 인해 경찰직을 그만두게 되죠.. 현재 그의 생활이 알콜에 의존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탐정일조차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인 여자의 아버지가 살인자도 밝혀진 사건의 내막을 알고자 스커더를 찾아옵니다.. 정황상 살인사건이 문제될 것은 없어보입니다.. 과거에 매춘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여자는 살해되었고 살해범으로 동거중이던 남자가 현장에서 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유치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사건을 끝이 난거죠.. 하지만 여자의 아버지는 그녀가 대학시절 이후 부모와 떨어져서 생활한 부분과 죽음과 함께 사라진 그녀의 삶에 대해 알기를 원합니다.. 이에 매튜는 살해된 여자 웬디 해니포드의 삶을 조사하게 되죠.. 또한 그녀를 죽인 동거남 리처드 밴더폴에 관해서도 함께 진실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매튜는 의뢰를 받을 당시 의뢰인에게 이 진실의 문을 열고나면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알 수밖에 없어지는데 그래도 의뢰를 하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은 그렇다고 하죠.. 케일 해니포드는 그렇게 매튜 스커더에게 처음으로 사건을 의뢰합니다..

 

    하드보일드 장르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만 대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메마른 감성속에 극중 인물들의 극단적이고 불편한 진실이 담긴 현실속의 딜레마를 대중들이 느끼는 공감적 감정속에 잘 녹아내는 장르인 듯 합니다.. 이게 뭔말이래,하고 하면 난 할말 엄따아.. 특히 일반적인 탐정의 범위를 벗어난 고독한 영웅의 모습이 잘 담겨진 소설들이 아마도 하드보일드의 장르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뭐 두말할 것도 없이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나 대실 해밋의 스페이드 탐정은 유명하니까 말이죠.. 근데 알콜중독자 탐정은 참 느낌이 다릅니다.. 그의 삶과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뭔가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는 동정적 공감이 무척이나 강하게 생깁디다.. 그래서 더욱더 제 머리속에는 하드보일드소설의 중심은 매튜 스커더라고 각인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가 가진 아픔과 삶과 탐정으로서 밝혀내는 아픈 진실들이 가슴깊이 지대로 파고든다고 해야될까요, 뭐 그런 느낌입니다..

 

    특히나 이 작품 "아버지들의 죄"는 첫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제가 보아온 매튜 스커더라는 작중인물의 이미지를 오히려 더 굳건히 해주는 느낌이 드네요.. 시리즈의 내용들은 다 다르지만 알콜중독으로 이어지고 심화되고 이겨내는 부분은 뒤로 갈수록 더 강해지니까 아마도 첫 시작속에서 드러난 스커더의 모습과 향후 이어질 그의 삶과 아픔을 미리 알아본 독자로서는 그런 스커더에 더 동정적 마음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거, 참 시리즈를 순서로 안보는게 좋은 것도 있네요..

 

    상당히 짧은 중편수준에서 조금 더 긴 내용입니다.. 첫작품이라서 그럴 수도 있구요.. 향후 이어진 시리즈의 중심에서 맛뵈기를 보여주시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짧다고 허접하게 마무리가 된다거나 내용이 부실한 것이 절대 아니네요.. 짧고 강한 그리고 진한 여운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하드보일드소설의 전형을 제대로 따르면서도 그 속에 담긴 로렌스 블록만의 매튜 스커더라는 주인공의 특색을 처음부터 제대로 살려낸 작품인 듯 합니다.. 딱히 반전이나 내용적으로 충격적으로 독자들을 현혹하는 즐거움은 없습니다만 찬찬히 밝혀나가는 진실의 내면과 함께 매튜 스커더라는 인물의 내면을 그리고 삶을 단조로우면서도 캐릭터화시키는 장점이 아주 대단한 작품입니다.. 특히나 제목에서 보여주는 스포일러가 대단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있어서는 반전이 어떠니 저떠니하는건 좀 우습게 느껴지네요.. 아마도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작품의 반전이나 내용상의 추리적 현혹들이 아니라 하드보일드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삶속에 숨겨진 진실의 아픔을 끄집어내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튜 스커더라는 주인공의 모습까지도 말이죠.. 너무 매력적입니다..

 

앞으로 꾸준히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출시가 될 듯 합니다.. 이 시리즈는 짧게 몇년간 만들다 사라진 시리즈가 아닙니다.. 30년 가까이 꾸준히 이어져온 시리즈이니 대단한거죠.. 가능하면 많은 작품들과 끝까지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뭐 좀 그렇긴 하지만 L.A에 해리 보슈가 있으면 뉴욕에는 매튜 스커더가 있네요.. 우리들의 고독한 영웅들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멋진 사람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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