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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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되지 않았네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햇볕이 따사롭게 비치는 차안에서 따수븐 바람을 틀어놓고 운전을 하다보니 무척이나 졸립더군요..특히나 점심을 먹고 운전기사 노릇을 하면서 출장을 같이 나가다보니 중간에 쉬기도 어렵고 그냥 참고 운전을 하다가 큰 사고를 낼 뻔 했습니다.. 아마도 눈을 감은 시간이 채 0.5초도 되지 않았을테지만 정신이 번쩍 든 시점에는 그 순간이 천갑자의 시간만큼 아득해지더군요.. 바로 옆에서 빵~하지 않았으면 바로 사고가 났을겁니다.. 분명합니다.. 그 차에는 저보다 어려보이는 아주머니와 유치원 정도 다닐 나이의 아이가 둘이나 타고 있더군요.. 너무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연신 꾸벅거리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회사 대장 노친네는 잠에 푹 쩔어 있어 그 상황을 몰랐으니 잔소리는 듣지 않았습니다만 눈을 감은 채 1초라는 시간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순간을 모면한 이후로 가는 내내 아찔함에 온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나만 다쳐서 끝나는 일이면 나만 후회하면 되지만 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간다면 나만의 후회만으로는 끝날 일이 아닌거죠.. 조심해야겠다능, 

 

    제가 아는 덴마크는 우유와 안데르센이라는 동화작가, 그리고 코펜하겐과 현재 영국축구리그 스완지시티의 감독인 미카엘 라우드럽 정도 외에는 딱히 아는 바가 없는 아주 무식하다못해 덴마크에 대해서는 거의 문맹에 가까운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찾아보면 좀 더 있을수도 있겠지만 특히나 소설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접해보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솔직히 덴마크가 어디에 있는지도 사실 정확하게 몰랐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네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과 바다를 맞대고 있는 유라시아대륙의 북쪽 끝자락에 혹처럼 튀어나온 독일의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더군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장르소설은 유독 국내 독자들에게 많이 선보여지고 있는 추세이죠.. 특히나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나 스웨덴의 고 스티그 라르손 작가는 나름 어려운 국내 장르소설시장에서 선방을 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여기에 덴마크의 "유시 아들레르 올센"이라는 작가를 추가해야겠네요.. 상당히 짜릿한 느낌의 장르적 감각과 범죄소설의 기준을 잘 보여주는 작가님이시니 말입니다.. 물론 제 생각입죠.

 

    솔직히 제목조차도 매력적입니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이하 자구녀)"라는 제목인제 원제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상당히 좋습니다.. 그닥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듯하지만 어떻게 보면 내용과 또한 가장 적합한 제목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뭐 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칼 뫼르크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내세운 특별 수사반 Q라는 배경속에서 이루어지는 시리즈입니다.. 그러니까 이 자구녀가 이 시리즈의 첫 편이라는 말입니다.. 뭐랄까요, 일종의 미국드라마 콜드케이스같은 스타일인데 말이죠.. 덴마크 코펜하겐의 강력반에서 현재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만으로 넘쳐나는 관계로다가 일종의 왕따 신세인 "칼 뫼르크"를 새로 신설된 미해결된 정치적 이슈가 된 사건들을 추려서 조사하는 특별수사반 Q을 만들어 칼을 밀어넣은거죠.. 왜 칼이 왕따를 당하느냐는 초반에 대강 나오긴합니다.. 기본적인 성향이 여러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아주 기본적인 범죄소설의 주인공다운 거칠고 반항적인 면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팀이 와해되고 팀원이 죽거나 전신불구가 되었음에도 버젓이 살아있는 칼에 대한 일종의 소외감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분명 칼의 과거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선까지 꾸준히 나오고 그런 칼의 모습과 함께 벌어지는 사건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것으로 보여집니다..

 

    2002년 메레테 륑고르는 잘나가는 여성 국회의원입니다.. 그녀의 삶은 일종의 틀에 짜여져 있죠..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자신의 동생인 우페는 장애를 얻게 됩니다.. 매일 저녁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동생을 보살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메레테에게 납치가 이루어집니다.. 어딘가로 잡혀가게 되고 그녀는 그 이유를 모릅니다.. 그리고 2007년 칼 뫼르크 팀은 자신의 팀원들이 살인사건 현장에서 죽거나 평생 불구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혼자서 버젓이 살아남습니다.. 여전히 현재까지 자신은 이런 저런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강력반내에서 그에 대한 이미지는 최악에 가깝습니다.. 그런 그를 중재하고 하던 마르쿠스 반장은 부반장이 알려준 정보에 의해 칼을 특별수사반 Q라는 신설 미해결사건의 팀장으로 임명하게 됩니다.. 물론 혼자입니다.. 일종의 놀고 먹고 쉬다가 생각나면 한번 사건 파악해보라는 식입니다.. 그리고 잡다한 업무를 처리할 사무실 직원으로 중동에서 망명해 온 아사드라는 남자가 고용됩니다.. 아사드는 형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아사드의 능력은 생각보다 대단합니다.. 아사드로 인해 칼은 놀고 먹을려던 현재의 직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나게 되고 2002년 실종되어 죽은 것으로 보여지는 메레테라는 한 여성의원의 사건에 대해 조금씩 파고 들게 됩니다.. 납치된 메레테의 모습과 그녀의 진실을 찾는 칼의 수사가 번갈아 보여지면서 사건은 하나씩 그 내막이 밝혀지게 되면서 엄청난 충격의 진실과 상황이 드러나게 됩니다..

 

    일단 상황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흔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형사 유형의 칼 뫼르크이라는 캐릭터의 모습은 그렇다치고 그와 함께 버디적 역할을 담당하는 아사드라는 중동인의 역할은 무척이나 새롭습니다.. 또한 사건의 진실인 메레테라는 여인의 납치적 상황의 모습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덴마크라는 나라의 경찰조직의 일반적 모습들도 그렇게 허황되지 않고 나름의 공감을 보여주는 듯 하더군요.. 특히나 북유럽의 공감적 느낌은 일반적 서양의 모습들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오히려 동양적 느낌이 더 많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네요.. 그게 소설속에서만 그런지는 몰라도, 아니 저만 그렇게 느꼈는지는 몰라도 낯설지가 않습니다.. 시리즈의 첫 편에서 느껴지는 나름의 설정적 장광설이 보여지긴 하지만 여느 작품들보다는 지루함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순간순간 번뜩이는 독백투의 생각의 문장들과 아사드와의 대화들과 상황들은 참말로 맛깔스러운 잔재미가 가득합니다.. 뭔가 특출한 재능을 드러내는 주인공처럼 똑똑한 척 하는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하나하나 찾아가며 추리적 상황과 연결을 꼼꼼하게 파악해내는 재미 또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올센 작가님은 범죄소설의 유형에 대한 어느정도의 기본적 재미는 깔고 작품을 집필하시는 듯 싶더군요.. 대단히 프로적인 범죄소설적 구성의 느낌이 가득한게 아닌가 느꼈습니다..  다른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으니 주제넘게 기다, 아니다라고 판단하기는 좀 우습군요.. 근데 이 작품 자체만으로는 전 만족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는 북유럽의 이름들이 어렵니, 발음이 안되니, 생소하니 하는 말들은 예전보다 많이 나오진 않는 듯 싶습니다.. 워낙 많은 독자들에게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북유럽의 장르소설들이다보니 안 읽어지는 이름들이면 그러려니하고 쓰윽 넘어가버리는 적응력도 생겼으니 말입니다.. 말씀드린바대로 전 개인적으로 서양적 방식의 이야기 구성과 배경속에서 동양적 감성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듯한 북유럽의 심리적 꼼꼼함과 배려가 오히려 영미 스릴러에서 주는 어색한 문화적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그런 부분이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이 어필하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구요.. (아니면 말더라고,) 여하튼 꼼꼼하면서도 섬세한 범죄소설의 한 분야를 굳건히 이어나가는 북유럽의 장르소설이 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 싶어서 마음에 드는군요.. 이름마저 알흠다운 "유시 아들레르 올센" 작가의 작품들도 자주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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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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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뭐 이런 비슷한 제목의 영화도 있었던 것 같긴한데 패스하구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어리나 젊으나 나이가 드나 연세가 많으나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 한 두개쯤은 짊어지고 살아간다는거지요.. 그게 크든 작든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숨겨진 이야기는 꼭 있다라는 말입니다.. 보통은 그런 비밀들은 어둡고 아프고 고통스럽고 드러내기 부끄러운 이야기일때가 많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곳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사람들도 자신만의 비밀이 있을테지요.. 그리고 그 비밀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망각의 저편으로 묻어버릴 수도 있을겁니다.. 저 또한 세상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이 있습니다.. 하지만 털어놓고 싶죠.. 아직까지 그 대상을 찾지 못했다고 보는게 좋겠지만요, 가족이 있으시니 부인에게 털어놓으시면 되잖아요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가족이기에 더 조심스럽고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누구나에게 간직된 그런 비밀들을 털어놓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입장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아, 나와 같구나라는 일종의 토로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런 작품이 아마도 "미치오 슈스케"의 요즘 작품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광매화" 

 

    미치오 슈스케는 그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듯 합니다.. 이런 스타일이 많은 독자분들께서 그의 작품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한마디로 미치오 슈스케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간직한 모든 아픔에 독심술을 부리는 작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 어린 양반이 말이죠(칭찬입니다).. 상당한 공감적 묘사가 두드러지는 작가님이시기에 그의 작품을 읽어본 많은 독자분들이 그의 작품을 사랑하게 된다는거지요.. 하지만 잘은 모르지만 초창기의 미치오상의 작품들은 호러와 스릴러적 추리의 영역에 많이 치우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그의 초기의 작품을 읽어보질 않아서 제가 평가를 하진 못하겠지만 근래들어 그가 보여주는 문학적 감성은 정말 나와 같은 이야기처럼 인간적인 냄새가 진동하는 것들이라  좋더군요.. 근데 단순히 인간적인 따스함만이 있는게 아니라 미치오상 특유의 장르적 감성속에 잘 스며든 상처받은 우리들의 모습과 그것들을 보듬어내는 이야기라서 더욱더 와닿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중에 이번 단편집 "광매화"가 아주 그런 미치오 슈스케의 감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총 여섯편의 단편들로 묶여 있습니다.. 일종의 연작의 형식인데 말이죠.. 하나의 단편이 끝나면 다음 편은 인물들과 스쳐 지나가 듯 만나는 사람이나 주변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또 엮어 나갑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단편속의 인물들은 가까운 지역에서 생활하고 모여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주변의 모습인게죠.. 첫 편인 "숨바꼭질"의 도장가게 아저씨의 과거의 아픔과 모습을 그리고 있고 "벌레 쫓기"는 같은 동네에서 사는 친구가 많지 않은 남매가 강둑변에서 곤충을 잡으려다 겪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겨울나비"는 한 노숙자가 남매에게 말한 이야기의 진실을 참회하고 지난날의 자신이 겪은 아픔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음 편인 "봄나비"는 겨울나비의 노숙자가 어린시절 함께 했던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지금 살아가면서 주변의 생활과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따사로운 이야기죠, "풍매화"는 또다시 주변에서 함께 스치듯 이어진 성인 남매의 개인사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구요.. 마지막 편인 "아득한 빛"은 성인 남매중 누나인 초등학교 교사가 직면한 학생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아주 공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배경속에서 많은 인물들의 유기적 관계와 사회적 구성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인거죠.. 너와 내가 살아가는 이 곳에서 가지고 있는 수많은 비밀과 아픔과 회환과 외로움과 고립과 무관심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들에게서도 희망과 행복은 언제나 존재한다는거죠.. 그런 이야기입니다.. 책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작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작가... 뭐 이렁거, 아님 말고

 

    처음에도 말씀을 드렸다시피 미치오 슈스케작가는 그만의 스타일이 이제는 확고해진 듯 싶습니다.. 그동안 초기의 장르틱한 이미지가 이제는 보다 휴머니티스러운 공감적 감성으로 진화되었다고 봐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슈스케가 초기에 가지고 있는 미스테리한 구조가 바뀐건 아닙니다.. 이 작품의 단편들의 첫 세 편은 그런 미스터리와 인간애의 구성이 너무나도 잘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슈스케표 소설인거지요.. 전 그렇게 봤습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의 단편속에서 하고자하는 의미를 모두 부여해 넣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치오상의 작품경향상 저는 단편집이 더 잘 어울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단편만 많이 읽어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짧지만 그 속에 담긴 내포적 감성과 느낌을 이렇게 잘 표현하는 작가를 저는 여즉 본 적이 없습니다.. 동양적 사고와 가치관과 생활의 기준에서 볼때 제가 아는 몇 안되는 일본 작가들을 통틀어 보아도 가장 우리네 인생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재미집니다.. 공감이 잘 되는 이유도 그런 중심적 의도를 잘 포착해서 이야기로 만들어내기 때문이겠지요.. 아직 어린 양반이 말입니다(역시 칭찬입니다)..

 

    일본소설류보다는 영미나 서양적 스릴러소설에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던져주는 저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일본소설에 나름의 선입견과 낮게 보는 평가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소설의 문장이나 묘사적 측면보다 내용상의 서사에 중점을 두고 줄거리적 재미에 독후감을 많이 할애를 하는 성향인지라 일본소설에서 느껴지는 감성적 공감대에 큰 평가를 주진 않죠.. 조금은 빡빡하고 구성상의 충실한 느낌이 많은 영미쪽의 스릴러나 추리에 재미를 많이 느끼게 됩니다.. 일본소설을 많이 안읽어봐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분명히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에 미치오상의 감성적 공감들이 그동안 몇몇 작품속에서 느꼈던 "얘, 나름 괜찮다"의 이미지에서 "와우, 얘 정말 괜찮다"로 바뀐 듯 합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이기도 하구요.. 근데 솔직히 제가 단편집만 읽어봐서 장편소설은 어떤지 찾아봐야겠군요.. 장편까지 읽어보고 좋으면 완소해준다, 하기사 뭐 내가 소중하다해준다고 별반 달라질 건 없긴 하지만,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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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작별 트래비스 맥기 Travis McGee 시리즈
존 D. 맥도널드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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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때 정말 잘생긴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거의 정우성과 비슷한 수준의 조막만한 얼굴에 기럭지가 마저 대단한 아이였죠.. 싸움도 잘하고 너무나 순진하고 순수하고 착하기까지한 거의 인간으로서 완벽의 수준을 갖춘 그 친구였지만 역시나 신은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주시지 않는다는 사실, 그 녀석은 혀가 짧았습니다.. 그러니까 말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단한 옴프파탈의 수컷 냄새가 무진장 풍기는 사내였지만 대화를 나누면 거의 숙취에 좋은 컨디션의 느낌을 받게 된다는거죠.. 뭐 사실 그래도 그 친구는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혀짧은 말투가 여인네들에게 모성애를 자극하고 더욱 편안하게 다가오게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하튼 그 녀석은 다가오는 여인들을 물리치지를 못했습니다.. 혼자서 늘 끙끙앓고 힘들어하고 상처주기 싫어 도망다니곤 했었죠.. 물론 결국 그게 더 큰 모욕감을 여인네들에게 안겨주곤 했습니디만.. 그렇게 견디다못해 훌쩍 해병대로 떠나버렸죠.. 그리곤 시간이 흘러 제대를 하고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 이제는 두아이의 아빠로 뚱뚱한 중년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시절 전 그 친구를 유난히도 부러워했던 것 같은데 그 친구는 이러더군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넘이 너였다, 한 여자에게 사랑을 주고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오롯이 자신만을 챙겨주는 한 여자가 있어서.. 그리고 늘 여자들은 힘들때 내가 아닌 널 찾아서".... 그래서 한마디 해줬습니다.. 미친넘,

 

    국내에서는 근래 들어서는 거의 처음 소개되지 않나요, 존 D, 맥도널드라는 작가인데 말이죠, 사실 전 처음에 로스 맥도널드와 조금 헛갈렸습니다.. 비슷한 하드보일드를 다룬 작가이라서 그런지, 제가 무식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가 가"같더군요..  여기서 로스 맥도널드는 "루 아처"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키신 분이시고 제가 이번에 읽은 존 D. 맥도널드는 "트래비스 맥기"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키신 분이십니다.. 트래비스 맥기라는 하드보일드한 캐릭터는 많은 작가분들의 캐릭터 구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별로 없나, 없음 말고.. 상당히 매력적이고 남성적인 마초적 사내이지만 여성에 대한 아주 대단한 감성적 필링을 소유한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처음 읽어본 "푸른 작별"에서의 느낌으로 보았을때 앞으로도 이어질 맥기 시리즈에서 보여줄 맥기의 사랑은 아주 감성적이고 절절한 로맨스가 곁들여질 듯 싶습니다.. 그리고 트래비스 맥기의 "억울하게 빼앗긴 당신의 재산을 찾아드립니다" 사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시대적 사회상과 맞물려 여인들의 아픔과 얼간이같은 남정네들의 빌어먹을 행태를 잘 버무려 마초적 복수와 해결을 해주는 하드보일드한 구성은 정말 좋군요..

 

    그러니까 이 작품 "푸른 작별"은 거의 50년 전 작품입니다.. 대망의 트래비스 맥기시리즈의 첫 편이죠.. 하지만 배경적으로는 크게 현실적 감각에서 멀어져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속도감과 반전적인 자극적인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서는 조금 평범해보이긴 합니다만 캐릭터의 구성이나 주변 인물들의 묘사적 방법이 무척이나 좋고 무엇보다 맥기와 주변 여인들과의 역학관계(?!)구성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맥기는 포커게임에서 버스티드플러시(궁금하신 분은 꼭 읽어보셈..)로 자신의 생활주거지를 획득합니다.. 보트인거죠.. 그리고 가끔 한번씩 누군가가 강탈하거나 눈먼 돈을 주인에게 찾아주고 그 비용으로 전체 금액의 반을 받아서 생활합니다.. 현재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지만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듣고서 그녀의 삶과 돈을 위해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캐서린 커라는 여인의 아버지가 꿍쳐놓은 재산을 교도소에서 함께 생활하던 앨런이라는 불한당이 그녀에게 다가와 보석을 찾아 튀어버리죠.. 그리고 한밑천을 잡은 앨런은 호화 보트를 구매한 뒤 다시 캐서린이 사는 곳으로 돌아와 캐서린이 아닌 예전 자신을 무시했던 로이스 앳킨스부인에게 다가가 그녀를 유혹하죠.. 캐서린은 자신을 버리고 앨런이 훔쳐간 아버지의 보석을 되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를 벌주고 싶어하죠.. 맥기는 그런 캐서린의 삶과 아픔에 동조하며 앨런을 찾기 시작하죠.. 하지만 앳킨스 부인이라는 여인의 진실속에서 맥기는 더욱더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과연 맥기는 그녀들의 아픔을 어떻게 해결해줄까요,

 

    상당히 간결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하드보일드한 문체이지만 이 때문에 감성적인 느낌의 로맨스적 스타일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듯 싶습니다.. 게다가 뭔가 가슴속에서 풀어지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듯한 아픔까지도 쏴한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전 전문가가 아니라고 누누히 말씀드렸기 때문에 하드보일드의 로맨스,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내용적인 서사 부분은 저에게 크게 어필되질 않습니다.. 이야기적 반전이나 구성적 즐거움은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재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주는 매력들이 아주 좋습니다.. 순간순간 던져놓는 트래비스 맥기의 독백류도 매력적이구요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남성적 관점속에 묻어난 여인들의 묘사적 부분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트래비스 맥기가 겪는 로맨스적 감성과 아픔이 제일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 이야기에 대한 재미도 무척 중시하는 스타일이라서 말이죠.. 좋긴하지만 우와, 최고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처지는 느낌입니다.. 단순해보이는 줄거리에 조금 허전함을 느꼈거덩요.. 요즘 들어 내용적 측면에서 무척이나 빵빵한 작품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작품 50년 전 작품이라고 말씀드렸죠.. 제가 뭘 안다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셨던 돌아가신 존 D. 맥도널드 할아버지의 작품의 의도를 아는 척 나불거리겠습니까, 이 할아버지 정말 대단하신 그랜드 마스터신데 말입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게다가 한 캐릭터를 구성하는 첫 작품에서 보여주는 내용상 캐릭터를 중심으로 여러 골격을 맞추다보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시리즈는 꾸준히 이어지고 봐야된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맥도널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완결(?!)된 작품이니 다음 편 나올때까지 기다릴 일도 없잖아요, 아시겠지만 뭘하다가 중간에 끊는 것 만큼 찝찝한것도 없거덩요.. 안그렇습니까,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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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천국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맥신 패트로 지음, 이영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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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가 어린시절에는 쥐를 잡자라는 국가에서 써붙인 포스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간첩신고와 불조심과 더불어 삼대 포스터에 들어가는 공익광고였죠.. 아,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부럽다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어린시절에는 동네 구석구석에 쥐들이 많았고 쥐덫이나 쥐를 잡기위한 도구가 집앞 가게에서 생필품처럼 판매가 되었습니다.. 저희 집도 쥐를 잡기 위해 쥐덫을 설치했었죠.. 쥐덫안에 음식은 넣어놓고 두면 늘 하루에 한마리씩 잡혔습니다.. 근데 잡은 쥐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인간의 잔인성과 폭력성과 파괴적 본능이 눈뜨는 시기인거죠.. 물론 어린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들이 너무나도 무서운 일인걸 알지 못합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물을 담은 대야속에 쥐를 넣어 익사를 시키기나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이거나 하는 잔인한 행동들이 일반적인 쥐 척살의 방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는 입장에 불과했지만 여러 형들이 불로 쥐를 태워 죽일때의 그들의 눈에 비친 흥분된 모습은 아마도 저 역시 그때 그런 모습으로 불타며 미친듯이 꿈틀대며 비명을 질러대는 쥐를 바라보고 있었을겝니다.. 물론 그때에는 그게 얼마나 무서운 행동이고 잔인한 모습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한때의 인간의 파괴적 본능이 사회를 배우고 학습을 하며 도덕성이 생기고 본능과 이성이 균형적 조화를 이루면서 그런 행위의 잘못을 대부분 인지하긴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인간들이 자라나면 소시오패스와 같은 사회적 부적응자가 나타나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들은 우리들의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는거지요.. 

 

    개인적으로는 제임스 패터슨이라는 작가 덕분에 스릴러라는 세계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지 상당히 각별한 느낌이 듭니다.. 그가 만든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의 "스파이드 게임"과 "키스 더 걸"은 아주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죠.. 그리고 단행본으로 나온 그의 작품들도 스릴러라는 기준에서 상당히 대중적 즐거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동안 패터슨만큼 즐거운 집중도를 보여주는 작가를 이전에는 알지 못했거덩요.. 그리고 국내에서는 패터슨의 작품중에서 유일하게 시리즈의 일곱번째까지 꾸준히 출시되고 있는 우먼즈 머더 클럽이라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네명의 여인네들이 자신들의 삶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루는 시리즈이죠.. 미국에서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던 시리즈입니다.. 찾아보니 게임으로도 나왔더군요.. 소설은 벌써 11편까지 출시되었다는군요.. 그만큼 생명력이 대단한 대중적 스릴러 시리즈이죠..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최근에 패터슨을 아신 분들에겐 대표작으로 우먼스 머더 클럽을 떠올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제임스 패터슨이라는 작가에게 덕이 될지 해가 될지는 제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초기의 걸작들을 더 볼 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러니까 벌써 일곱번째 시리즈가 나왔다는겁니다.. 제목은 "제7의 천국"입니다.. 원제에서는 모두 숫자가 들어갑니다.. 그동안 이 우먼스 머더 클럽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린지 박서라는 여주인공은 첫 시리즈에서 병도 앓고 4인의 멤버들에게 아픔이 생기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져온 굳건한 샌프란시스코 범죄관련 전문여성 도모다찌 계모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큰 틀은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제가 읽었던 내용들 - 희한하게도 내용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찾아보니 대강 감이 오긴 하더군요 - 속에서 그들의 존재감들이 이번 작품속에서는 많이 사라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린지와 리처라는 파트너에 집중이 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일반적인 크라임소설의 범주에서도 독특한 설정이 이 작품의 매력이었는데.. 조금은 허술해 보였습니다.. 신디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클레어도 만삭의 몸이라 그런지 큰 활약상을 기대하기 힘들었고 린지 박서와 뒤늦게 멤버가 된 지방검사보 유키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펼치더군요..

 

    호크와 피지라고 불리우는 두 남자가 어떤 중년 부부를 살해합니다.. 불태워 죽이죠, 이유는 모릅니다.. 왜인지는 나중에 나오겠죠.. 그리고 전 주지사의 아들 마이클 캠피언이 실종된지 3개월만에 누군가의 제보로 3개월전 매춘부의 집에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를 심문하죠.. 마이클 캠피언은 어려서부터 심장이 안좋아 어려움을 겪은 전국민들이 알고 있는 모성애를 자극하던 아이였습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마이클에 미디어는 일종의 국민적 아픈 동생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니 마이클이 실종되었을때 대단한 파장을 안겨주었죠.. 그런데 사건은 지지부진했고 3개월이 흘러 새로운 제보로 이 사건은 다시금 물위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두남자가 부자인 중년의 부부를 살해한 사건 이후로 비슷한 연쇄방화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방화를 한 후 꼭 라틴어로 문구를 만든 단서를 남겨둡니다.. 이렇게 두가지의 사건이 벌어지는거죠.. 여기서 린지 박서는 연쇄방화사건에 집중을 하게 되고 유키는 마이클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매춘부 주니 문의 재판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는 평행선을 이어가며 긴장감을 극도로 독자들에게 집중시킬려고 합니다.. 역시나 400페이지의 두께에 챕터가 125개나 만들어 속도감하나는 기가차게 좋습니다.. 속도감 하나만 따지고 볼때 스릴러계의 람보르기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의 챕터가 평균 4페이지를 넘어가지 않습니다(제가 곱하기, 나누기는 좀 합니다).. 패터슨이 주장하는 챕터의 마력입죠(진짜로 주장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대중적 재미는 상당히 좋습니다.. 말그대로 드라마 한 편 보는 듯한 스피드한 줄거리들니다.. 이 또한 패터슨의 소설의 매력입죠.. 언제부턴가 맥신 패트로는 꾸준히 패터슨과 공저로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기본적 감성이나 틀도 변화없이 그들이 주창하는 보다 대중적이고 보다 자극적인 내용의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디 토마스라는 여인의 활달하고 거친 기자적 면모를 나름 멋지게 생각하고 있어 이 작품속에서 신디의 역량이 보이질 않아 허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린지가 담당한 연쇄살인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는 부분도 꼼꼼하지 못하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마지막 결말부의 화끈한 충격적 내용들은 아주 좋았습니다.. 유키를 이야기해보면 주니 문과 마이클 캠피언의 재판과정에서의 내용과 사적 스토커의 이야기인 제이슨 트윌리의 이야기도 퍼석한게 좀 쫀득거리는 맛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헉, 이 "헉"의 판단은 앞으로 읽어보실 독자들의 몫입니다..

 

    시리즈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것이 아마도 한 편 읽기 시작하면 좋으나 싫으나 끝까지 볼 수 밖에 없는거겠죠.. 특히나 중간중간 좋은 내용과 즐거움이 가득하다면 더욱 거부하기 힘들겁니다.. 게다가 우먼스 머더 클럽같은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와 구성이라면 절대로 외면하기 힘듭니다.. 시리즈로서 많은 장점을 가진 작품입니다.. 현재 거의 공저로 장르소설 공장장으로 많은 부분 폄하되었지만 역시 패터슨의 역량은 제대로 글쓰기에 집중하든, 캐릭터와 전체적 구성에만 관여하든 독자들의 입맛을 제대로 알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입맛이 톡 쏘는 맛은 있지만 여운이 남고 오랫동안 음미할 만큼의 진득한 미각은 없네요.. 근데 또 사실 우리가 아니 제가 근래 들어 보여주는 패터슨씨의 작품경향에 대해서 딱히 그런 미식가의 맛을 바라지는 않으니까요.. 한번 보고 흘려버리고 향후 또 시리즈가 이어지면 찾아보고 아, 이런 내용이었지라는 단편적 기억만으로도 족한 작품이라 생각하니 큰 실망감은 없네요..와따가따합니다.. 그러려니하세요.. 다음편 볼때는 전혀 생각안날테니..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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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2
조힐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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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첫사랑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때까지 어떤 누나를 만나고 블라블라는 그냥 어린시절 치기어린 그런 홍역같은 경험이라 치부하고 진정한 사랑이라는 느낌으로 나이 사십이 넘어가버리는 현재까지 머리속이나 가슴속에 그대로 각인된 기억의 첫사랑은 대학교때의 그녀입니다.. 지나고 보면 그렇게 오래 사귀지도 못했군요.. 막 입학하던 시절부터 군대를 가서 상병이라는 계급을 달아서 헤어졌으니 뭐 삼년도 채 안되는 시절동안 미친듯이 사랑하고 좋아하고 보고싶고 그리워하던 사랑입니다.. 흔히들 보아오는 그런 만남과 헤어짐에 불과하지만 그렇게도 아픈 사랑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전 왜 그녀가 저에게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두번 다시 절 보질 않았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을텐데요.. 제대후 그녀를 만났지만 분노만 남았었고 증오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 볼 뿐이었죠.. 그렇게 그녀는 떠나버렸고 지금도 그녀의 이별의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근데 책 내용이랑 전혀 무관하지않냐고 물으신다면  뭐 내가 읽고 떠오른 이야기니 크게 무관하진 않겠네요..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 지껄인다고 태클걸면 니 엉덩이에 뿔난다아 

 

    일단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넘어갑시다.. 작가는 자신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판단해주길 원하시겠지만 후광이라는 것은 없애고 싶다고 쉬이 사라지는게 아니니 후광운운한다고 삐져서 뿔나며 곤난해, 아시겠지만 아버지라는 분이 스티븐 킹쌤이십니다.. 조셉 힐스트롬 킹은 아버지의 이미지가 자신을 옭아맬지도 몰라 필명인 "조 힐"로 영국에서 먼저 작가 인생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단한 아버지니까요..  왜 굳이 들먹이느냐면 개인적으로 조 힐의 작품들을 볼때 아버지인 스티븐 킹의 감성과 이미지적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제 선입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읽은 선 단편인 "20세기 고스트"를 읽어보았을때도 그랬고 장편소설인 이번 "뿔"에서도 그런 감성을 저는 떠올렸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느낌들이 아버지의 작품들에 대한 모방이나 일종의 카피적 개념으로 생각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뿔"만 가지고 보면 스티븐 킹쌤의 느낌보다 더 즐거운 독서의 집중도를 줘서 만족하니까요..

 

    이그나티우스 페리시는 전날밤의 폭음으로 숙취에 시달리며 깨어나서 거울을 보니 머리에 뿔이 자란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주 매력적인 도입부죠.. 그리고 뿔난 자신의 머리에 대해 병원을 찾게 되면서 뿔이 안겨주는 능력에 대해 알게됩니다.. 뿔이 난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는 판이한 속마음들이죠.. 충격적입니다.. 아주 충격적입니다.. 이그 페리시는 자신의 머리에 뿔이 자라는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전날 밤 일년전 강간살인을 당한 연인인 메린 윌리엄스의 살해장소인 오랜 주물공장 주변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지옥같은 현실에 대한 신의 무관심에 복수하고 싶어 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전히 이그는 자신이 연인인 메린을 강간살해했다는 주변의 의심스러운 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죠.. 다만 자신만 그리고 자신의 형인 테리만 자신의 무죄를 알아 줄 뿐입니다.. 그런 그의 머리에 뿔이 나서 주변의 사람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보니 일년 전 벌어졌던 메린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게 됩니다..  진실을 알게된 이그 페리시는 단순하게 뿔만 난게 아니라 진정한 악마성에 자신을 던져넣게 됩니다.. 물론 인간이 악마보다 더 무섭다는 진실과 함께 말이죠.. 진실은 그를 무너뜨리고 주변을 무너뜨리고 이기의 삶 전체를 뒤바꿔 버립니다.. 그리고 이기는 진실에 대한 복수를 시작하죠.. 무섭도록 잔인한 진실에 대해 말입니다..

 

    초반부의 충격적이면서 독창적인 집중도가 대단한 지점을 지나고 나면 과거와 현재가 엮이고 얽히면서 상황적 긴장감과 감정적 이입을 안겨줍니다.. 초현실적이면서 환상적 잔인성과 상황적 파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대중적 흥미거리를 자극적으로 보여주고자하는 의도적이라고는 느껴지지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묘사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해결부로 넘어가게 되죠.. 재미지네요.. 상당히 재미집니다.. 분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게되는 마력은 역시나 아버지의 능력을 많이 배우고 닦고 기름치고 조였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유전적으로 바탕에 깔리는 글쓰는 능력적 후광도 있으니 대단한거죠..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

 

    단순하게 보면 사랑과 살인과 배신과 복수를 다룬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그 주변장치로 초현실적 환상의 덮개를 기분나쁘게 혹은 좋게 입혀놓은거죠..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극단적이면서 아픈 상황적 모습을 감성적으로 환상이라는 개념으로 공감시켜내기에는 웬만해서는 쉽지 않을터인데 그걸 아주 잘 이끌어낸 듯 싶습니다.. 아주 공감이 잘되었구요, 특히나 이그 페리시가 행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와 상황적 묘사들은 나라면, 나같아도, 나역시라는 생각으로 다가서게 만들어주는 듯 싶더군요.. 사실 제가 "20세기 고스트"라는 단편을 보면서 조금은 지루하고 잰체하면서 똑똑한 척 현학적인 개념을 환상이라는 매개로 만들어 뭔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상황의 의도를 표현해내서 한마디로 재미가 별로였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죠.. 단편이라 뭐 이 독후감도 좀 우습기는 하지만서도 여하튼 전반적으로 별로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그런 전반적인 구성은 비슷합니다..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주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환상적 개념을 대입을 시켰고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모습까지 엮었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집중하고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없이 서사가 흘러가게 만들어주는걸보니 와우, 아직도 젊을텐데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영화가 만들어진답니다.. 지금 촬영중이라니 조만간 개봉을 하게 되겠죠.. 우습게도 악마의 뿔을 가진 주인공이 우리의 해리 포터인 다니엘 래드크리프라는군요.. 소설속에서도 해리 포터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당히 대비적이죠, 진정한 악마에 대항해 세상을 구한 해리가 자신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나타나니까 말입니다.. 이 작품 "뿔"은 아주 단순한 내용이고 이야기지만 환상과 초현실적인 철학적 선과 악이라는 개념의 모호성과 종교적이면서 도덕적 사회와 인간의 본능적 감성들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잘 표현해서 비주얼적인 측면도 상당히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봐야겠지만 일단 소설에다가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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