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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2
조힐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첫사랑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때까지 어떤 누나를 만나고 블라블라는 그냥 어린시절 치기어린 그런 홍역같은 경험이라 치부하고 진정한 사랑이라는 느낌으로 나이 사십이 넘어가버리는 현재까지 머리속이나 가슴속에 그대로 각인된 기억의 첫사랑은 대학교때의 그녀입니다.. 지나고 보면 그렇게 오래 사귀지도 못했군요.. 막 입학하던 시절부터 군대를 가서 상병이라는 계급을 달아서 헤어졌으니 뭐 삼년도 채 안되는 시절동안 미친듯이 사랑하고 좋아하고 보고싶고 그리워하던 사랑입니다.. 흔히들 보아오는 그런 만남과 헤어짐에 불과하지만 그렇게도 아픈 사랑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전 왜 그녀가 저에게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두번 다시 절 보질 않았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을텐데요.. 제대후 그녀를 만났지만 분노만 남았었고 증오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 볼 뿐이었죠.. 그렇게 그녀는 떠나버렸고 전 지금도 그녀의 이별의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근데 책 내용이랑 전혀 무관하지않냐고 물으신다면 뭐 내가 읽고 떠오른 이야기니 크게 무관하진 않겠네요..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 지껄인다고 태클걸면 니 엉덩이에 뿔난다아
일단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넘어갑시다.. 작가는 자신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판단해주길 원하시겠지만 후광이라는 것은 없애고 싶다고 쉬이 사라지는게 아니니 후광운운한다고 삐져서 뿔나며 곤난해, 아시겠지만 아버지라는 분이 스티븐 킹쌤이십니다.. 조셉 힐스트롬 킹은 아버지의 이미지가 자신을 옭아맬지도 몰라 필명인 "조 힐"로 영국에서 먼저 작가 인생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단한 아버지니까요.. 왜 굳이 들먹이느냐면 개인적으로 조 힐의 작품들을 볼때 아버지인 스티븐 킹의 감성과 이미지적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제 선입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읽은 앞선 단편인 "20세기 고스트"를 읽어보았을때도 그랬고 장편소설인 이번 "뿔"에서도 그런 감성을 저는 떠올렸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느낌들이 아버지의 작품들에 대한 모방이나 일종의 카피적 개념으로 생각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뿔"만 가지고 보면 스티븐 킹쌤의 느낌보다 더 즐거운 독서의 집중도를 줘서 만족하니까요..
이그나티우스 페리시는 전날밤의 폭음으로 숙취에 시달리며 깨어나서 거울을 보니 머리에 뿔이 자란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주 매력적인 도입부죠.. 그리고 뿔난 자신의 머리에 대해 병원을 찾게 되면서 뿔이 안겨주는 능력에 대해 알게됩니다.. 뿔이 난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는 판이한 속마음들이죠.. 충격적입니다.. 아주 충격적입니다.. 이그 페리시는 자신의 머리에 뿔이 자라는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전날 밤 일년전 강간살인을 당한 연인인 메린 윌리엄스의 살해장소인 오랜 주물공장 주변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지옥같은 현실에 대한 신의 무관심에 복수하고 싶어 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전히 이그는 자신이 연인인 메린을 강간살해했다는 주변의 의심스러운 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죠.. 다만 자신만 그리고 자신의 형인 테리만 자신의 무죄를 알아 줄 뿐입니다.. 그런 그의 머리에 뿔이 나서 주변의 사람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보니 일년 전 벌어졌던 메린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게 됩니다.. 진실을 알게된 이그 페리시는 단순하게 뿔만 난게 아니라 진정한 악마성에 자신을 던져넣게 됩니다.. 물론 인간이 악마보다 더 무섭다는 진실과 함께 말이죠.. 진실은 그를 무너뜨리고 주변을 무너뜨리고 이기의 삶 전체를 뒤바꿔 버립니다.. 그리고 이기는 진실에 대한 복수를 시작하죠.. 무섭도록 잔인한 진실에 대해 말입니다..
초반부의 충격적이면서 독창적인 집중도가 대단한 지점을 지나고 나면 과거와 현재가 엮이고 얽히면서 상황적 긴장감과 감정적 이입을 안겨줍니다.. 초현실적이면서 환상적 잔인성과 상황적 파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대중적 흥미거리를 자극적으로 보여주고자하는 의도적이라고는 느껴지지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묘사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해결부로 넘어가게 되죠.. 재미지네요.. 상당히 재미집니다.. 분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게되는 마력은 역시나 아버지의 능력을 많이 배우고 닦고 기름치고 조였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유전적으로 바탕에 깔리는 글쓰는 능력적 후광도 있으니 대단한거죠..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
단순하게 보면 사랑과 살인과 배신과 복수를 다룬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그 주변장치로 초현실적 환상의 덮개를 기분나쁘게 혹은 좋게 입혀놓은거죠..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극단적이면서 아픈 상황적 모습을 감성적으로 환상이라는 개념으로 공감시켜내기에는 웬만해서는 쉽지 않을터인데 그걸 아주 잘 이끌어낸 듯 싶습니다.. 아주 공감이 잘되었구요, 특히나 이그 페리시가 행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와 상황적 묘사들은 나라면, 나같아도, 나역시라는 생각으로 다가서게 만들어주는 듯 싶더군요.. 사실 제가 "20세기 고스트"라는 단편을 보면서 조금은 지루하고 잰체하면서 똑똑한 척 현학적인 개념을 환상이라는 매개로 만들어 뭔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상황의 의도를 표현해내서 한마디로 재미가 별로였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죠.. 단편이라 뭐 이 독후감도 좀 우습기는 하지만서도 여하튼 전반적으로 별로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그런 전반적인 구성은 비슷합니다..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주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환상적 개념을 대입을 시켰고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모습까지 엮었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집중하고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없이 서사가 흘러가게 만들어주는걸보니 와우, 아직도 젊을텐데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영화가 만들어진답니다.. 지금 촬영중이라니 조만간 개봉을 하게 되겠죠.. 우습게도 악마의 뿔을 가진 주인공이 우리의 해리 포터인 다니엘 래드크리프라는군요.. 소설속에서도 해리 포터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당히 대비적이죠, 진정한 악마에 대항해 세상을 구한 해리가 자신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나타나니까 말입니다.. 이 작품 "뿔"은 아주 단순한 내용이고 이야기지만 환상과 초현실적인 철학적 선과 악이라는 개념의 모호성과 종교적이면서 도덕적 사회와 인간의 본능적 감성들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잘 표현해서 비주얼적인 측면도 상당히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봐야겠지만 일단 소설에다가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