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며칠 되지 않았네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햇볕이 따사롭게 비치는 차안에서 따수븐 바람을 틀어놓고 운전을 하다보니 무척이나 졸립더군요..특히나 점심을 먹고 운전기사 노릇을 하면서 출장을 같이 나가다보니 중간에 쉬기도 어렵고 그냥 참고 운전을 하다가 큰 사고를 낼 뻔 했습니다.. 아마도 눈을 감은 시간이 채 0.5초도 되지 않았을테지만 정신이 번쩍 든 시점에는 그 순간이 천갑자의 시간만큼 아득해지더군요.. 바로 옆에서 빵~하지 않았으면 바로 사고가 났을겁니다.. 분명합니다.. 그 차에는 저보다 어려보이는 아주머니와 유치원 정도 다닐 나이의 아이가 둘이나 타고 있더군요.. 너무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연신 꾸벅거리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회사 대장 노친네는 잠에 푹 쩔어 있어 그 상황을 몰랐으니 잔소리는 듣지 않았습니다만 눈을 감은 채 1초라는 시간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순간을 모면한 이후로 가는 내내 아찔함에 온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나만 다쳐서 끝나는 일이면 나만 후회하면 되지만 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간다면 나만의 후회만으로는 끝날 일이 아닌거죠.. 조심해야겠다능, 

 

    제가 아는 덴마크는 우유와 안데르센이라는 동화작가, 그리고 코펜하겐과 현재 영국축구리그 스완지시티의 감독인 미카엘 라우드럽 정도 외에는 딱히 아는 바가 없는 아주 무식하다못해 덴마크에 대해서는 거의 문맹에 가까운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찾아보면 좀 더 있을수도 있겠지만 특히나 소설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접해보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솔직히 덴마크가 어디에 있는지도 사실 정확하게 몰랐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네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과 바다를 맞대고 있는 유라시아대륙의 북쪽 끝자락에 혹처럼 튀어나온 독일의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더군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장르소설은 유독 국내 독자들에게 많이 선보여지고 있는 추세이죠.. 특히나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나 스웨덴의 고 스티그 라르손 작가는 나름 어려운 국내 장르소설시장에서 선방을 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여기에 덴마크의 "유시 아들레르 올센"이라는 작가를 추가해야겠네요.. 상당히 짜릿한 느낌의 장르적 감각과 범죄소설의 기준을 잘 보여주는 작가님이시니 말입니다.. 물론 제 생각입죠.

 

    솔직히 제목조차도 매력적입니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이하 자구녀)"라는 제목인제 원제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상당히 좋습니다.. 그닥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듯하지만 어떻게 보면 내용과 또한 가장 적합한 제목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뭐 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칼 뫼르크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내세운 특별 수사반 Q라는 배경속에서 이루어지는 시리즈입니다.. 그러니까 이 자구녀가 이 시리즈의 첫 편이라는 말입니다.. 뭐랄까요, 일종의 미국드라마 콜드케이스같은 스타일인데 말이죠.. 덴마크 코펜하겐의 강력반에서 현재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만으로 넘쳐나는 관계로다가 일종의 왕따 신세인 "칼 뫼르크"를 새로 신설된 미해결된 정치적 이슈가 된 사건들을 추려서 조사하는 특별수사반 Q을 만들어 칼을 밀어넣은거죠.. 왜 칼이 왕따를 당하느냐는 초반에 대강 나오긴합니다.. 기본적인 성향이 여러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아주 기본적인 범죄소설의 주인공다운 거칠고 반항적인 면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팀이 와해되고 팀원이 죽거나 전신불구가 되었음에도 버젓이 살아있는 칼에 대한 일종의 소외감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분명 칼의 과거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선까지 꾸준히 나오고 그런 칼의 모습과 함께 벌어지는 사건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것으로 보여집니다..

 

    2002년 메레테 륑고르는 잘나가는 여성 국회의원입니다.. 그녀의 삶은 일종의 틀에 짜여져 있죠..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자신의 동생인 우페는 장애를 얻게 됩니다.. 매일 저녁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동생을 보살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메레테에게 납치가 이루어집니다.. 어딘가로 잡혀가게 되고 그녀는 그 이유를 모릅니다.. 그리고 2007년 칼 뫼르크 팀은 자신의 팀원들이 살인사건 현장에서 죽거나 평생 불구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혼자서 버젓이 살아남습니다.. 여전히 현재까지 자신은 이런 저런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강력반내에서 그에 대한 이미지는 최악에 가깝습니다.. 그런 그를 중재하고 하던 마르쿠스 반장은 부반장이 알려준 정보에 의해 칼을 특별수사반 Q라는 신설 미해결사건의 팀장으로 임명하게 됩니다.. 물론 혼자입니다.. 일종의 놀고 먹고 쉬다가 생각나면 한번 사건 파악해보라는 식입니다.. 그리고 잡다한 업무를 처리할 사무실 직원으로 중동에서 망명해 온 아사드라는 남자가 고용됩니다.. 아사드는 형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아사드의 능력은 생각보다 대단합니다.. 아사드로 인해 칼은 놀고 먹을려던 현재의 직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나게 되고 2002년 실종되어 죽은 것으로 보여지는 메레테라는 한 여성의원의 사건에 대해 조금씩 파고 들게 됩니다.. 납치된 메레테의 모습과 그녀의 진실을 찾는 칼의 수사가 번갈아 보여지면서 사건은 하나씩 그 내막이 밝혀지게 되면서 엄청난 충격의 진실과 상황이 드러나게 됩니다..

 

    일단 상황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흔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형사 유형의 칼 뫼르크이라는 캐릭터의 모습은 그렇다치고 그와 함께 버디적 역할을 담당하는 아사드라는 중동인의 역할은 무척이나 새롭습니다.. 또한 사건의 진실인 메레테라는 여인의 납치적 상황의 모습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덴마크라는 나라의 경찰조직의 일반적 모습들도 그렇게 허황되지 않고 나름의 공감을 보여주는 듯 하더군요.. 특히나 북유럽의 공감적 느낌은 일반적 서양의 모습들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오히려 동양적 느낌이 더 많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네요.. 그게 소설속에서만 그런지는 몰라도, 아니 저만 그렇게 느꼈는지는 몰라도 낯설지가 않습니다.. 시리즈의 첫 편에서 느껴지는 나름의 설정적 장광설이 보여지긴 하지만 여느 작품들보다는 지루함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순간순간 번뜩이는 독백투의 생각의 문장들과 아사드와의 대화들과 상황들은 참말로 맛깔스러운 잔재미가 가득합니다.. 뭔가 특출한 재능을 드러내는 주인공처럼 똑똑한 척 하는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하나하나 찾아가며 추리적 상황과 연결을 꼼꼼하게 파악해내는 재미 또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올센 작가님은 범죄소설의 유형에 대한 어느정도의 기본적 재미는 깔고 작품을 집필하시는 듯 싶더군요.. 대단히 프로적인 범죄소설적 구성의 느낌이 가득한게 아닌가 느꼈습니다..  다른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으니 주제넘게 기다, 아니다라고 판단하기는 좀 우습군요.. 근데 이 작품 자체만으로는 전 만족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는 북유럽의 이름들이 어렵니, 발음이 안되니, 생소하니 하는 말들은 예전보다 많이 나오진 않는 듯 싶습니다.. 워낙 많은 독자들에게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북유럽의 장르소설들이다보니 안 읽어지는 이름들이면 그러려니하고 쓰윽 넘어가버리는 적응력도 생겼으니 말입니다.. 말씀드린바대로 전 개인적으로 서양적 방식의 이야기 구성과 배경속에서 동양적 감성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듯한 북유럽의 심리적 꼼꼼함과 배려가 오히려 영미 스릴러에서 주는 어색한 문화적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그런 부분이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이 어필하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구요.. (아니면 말더라고,) 여하튼 꼼꼼하면서도 섬세한 범죄소설의 한 분야를 굳건히 이어나가는 북유럽의 장르소설이 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 싶어서 마음에 드는군요.. 이름마저 알흠다운 "유시 아들레르 올센" 작가의 작품들도 자주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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