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에스키모 왕자 - 詩說: 시적인 이야기
윤대녕 지음, 하정민 그림 / 열림원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한국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불리는 작가 '윤대녕'의 책을 읽었다.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 제법 글깨나 읽는다고 알고있던 知人이 몇번을 읽어도 좋다, 너무나 아끼는 책이라며 그의 책을 내게 건네주었던 적이있다. 그 책이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싶은 것들'이었는데 사실 몇 페이지 읽고 그리 특별함을 느끼지못해 중간에 접었었다.다소 시적이며 이미지즘 적인 여행서에 편지글정도로 치부하고 덮었던 기억이난다.아마도 읽고있던 다른 책들로 돌아갔던것 같다.'에스키모 왕자'를 읽으면서는 처음부터 느낌이 사뭇달랐다.

전반부에선 사실 고개를 갸웃거렸다.'에스키모 왕자'의 정체가 주는 묘연함..정신분열증적 증상을 표현하고 있는건가 싶기도하고..몽환적이며 나른한 글쓰기 방식을 갖고있는 작가의 문체와 심각한듯 하면서도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주인공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지면서 이게 기획의도인지 아님 작가의 숨겨진 증상인지를 가늠하기가 쉽지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서는 '자유'의 냄새가 난다. 시간과 공간, 내면과 현실을 넘나드는 무한자유의 냄새. 어떤것에도 속박받고 얽매이지않는 초월의 힘. 그것은 온전한 글쓰기가 삶이 되어버린 작가에게서 받을수있는 겸손한 배움인듯싶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있다.

'그래, 그것뿐이었다. 지금껏 아비에게도 단 한번 굽히지 않았던 내가 기어이 문학에 항복하고 말았다. 이제 남자 나이 마흔이 됐으니 이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돼버렸다.굶어죽지 않고 버티는 게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미덕이라는 것도 알았다. 자진해서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이 아니면 어쨌든 턱걸이를 계속해야 한다. 세상과 매끈하게 어울리는 재주는 없으나 땀을 흘리고 뛰어와야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는 건 안다. 그러나 입장권을 얻기 위해 고개를 숙이지는 않는다. 그것이 내가 문학을 하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글의 특성중 하나는 '여행'을 통한 글쓰기 방식이다. 여기서 '여행'은 미지의 공간이자 이국적인 향취로 가득한 낯선곳이기도하고 자기 내면에 감춰진 수면속의 빙산 아랫부분이기도하다. 물위에 드러난 지극히 작은 일부분인 보여지는 부분들이 감춰진 물속의 거대한 이드에로 끊임없이 헤엄쳐 들어가서 치열하게 탐구하고 얻어내고 화해하는 과정이 글의 전반에서 엿보인다.

이제 나는 그의 책을 덮었고 몇장읽다 덮어두었던 그의 다른 책을 다시 볼 생각이다. 아마도 이번엔 전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거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다리 아저씨 대교북스캔 클래식 2
진 웹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키다리아저씨'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진 않았어도 만화영화로 봤던 기억과 누구나 키다리아저씨를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을것이다. 요즈음 예전에봤던 책들중에서 인상깊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있다. 알퐁스도테의 '별' 쌩 떽쥐베리의 '어린왕자' 미카엘엔데의 '모모' 뮤지컬로 더 유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등등.. 대부분 중.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다.그러다가 문득 이제껏 키다리아저씨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키다리아저씨의 결말이 어땠는지가 기억이 나질않았다.

첵으로 읽는 키다리아저씨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신선한 기운을 내게 듬뿍 불어넣어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난 소녀시절의 쥬디가되어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도하고 나의 대학시절에대한 안타까움이 일기도했다. 어린나이에는 느끼지못했던 진지함을 엿보기도했고 쥬디의 열정에 금새 빠져들어 너무나 심플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에대해 회의하는 마음이 일기도했다. 책을 금새 단박에 읽어버리고서도 책을 쉽게 덮질못했다. '고아들을 대학에 보내주시는 친절한 후원자님께' 로 시작되는 쥬디의 첫 편지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저비도련님이자 키다리아저씨인'으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다.

책을 읽는 도중에 마지막 장면을 잠깐 들여다보고싶은 충동을 얼마나 억눌렀는지..

실제로 불우한 이들에게 후원활동을 했으며 그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출간하게되었다는 작가는 안타깝게도 <키다리 아저씨> 와 생후 하루된 어린딸만을 남긴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불우한 환경을 무의지하게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땅의 많은 소년,소녀들에게 더 많은 작품으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불우한 환경이 반드시 불행한 인생의 결말이 되지않는다는 작가의 밝고 희망찬 메세지가 새해를 맞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설레임으로, 꿈으로 다가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아주 가까이서 그녀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녀는 날 주의깊게 바라보지 않았고 내게 관심을 두는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어떤 것에도 눈길을 주지않은 채. 그것이 내가 작가 공선옥을 본 첫 장면이다.

내가 사는 '여수'에 유명작가가 이사를 왔다고 누군가 알려줬다. 그리고 몇일후 난 늘 들르곤하던 커피숍 내자리에 앉아있었고 그녀가 불쑥 나타나 내 맞은편자리에 턱하니 앉았다. 물론, 내 옆에 있던 그집 주인하고 친분이 있었다. 덕분에 난 아무런 부담없이 그들의 대화를 엿볼 기회를 가졌다. 그때까지만해도 난 공선옥이란 작가를 알지못했다. '피어라 수선화' 정도의 단편을 읽은게 전부였다. 유명작가인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그녀의 근황이 들려왔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품과 그녀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결코 녹녹치않았을 법 한 작가약력과 그 뒤로도 몇번의 마주침을 하며 그녀의 곁에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녀를 짐작하긴 쉽지않았다. 좀체 어떤 표정을 보이는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 그녀의 책 몇권을 읽었다.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수수밭으로 오세요' '붉은포대기' 등. 커피숍에 올때 그녀는 거의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였는데 그녀의 책 속에서도 늘 아이들이 많이 나왔다. 그동안의 소설속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들은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엔 버거운 생각이 들었었다. 그녀의 책 속엔 그녀가 들어있었다. 내가 그녀를 좀처럼 알수없다고 느꼈던 것처럼 그녀의 책 또한 온전히 받아들이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선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내 주변에 일단 마흔의 나이를 짊어진 여자들이 많고, 그 마흔의 여자들이 길을 떠난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제목의 느낌처럼 책의 내용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녀의 글은 많이 편해졌고 이해하기 어렵지않았으며 전처럼 무표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이 글속에 살아있어서 남의일처럼 생각되지도 않았다. '말'지 기자의 탁월한 사진실력도 한몫했고 그녀만이 할수있는 질펀한 삶의 넋두리를 '짠'하게 쏟아내어 놓았다.

그사이 나는 여수를 떠났고 책의 중간부분에서 그녀도 여수를 떠났다. 나는 이곳에있고 그녀는 그곳에 있지만 그녀는 어느새 내겐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다. 왜냐하면 그녀의 글속에 이제 그녀의 표정이 보이기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난 늘 메모를 해왔다. 이 책의 저자처럼 전문적으로 체계를 갖고 정리하면서 하는 메모는 아니었지만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생각의 편린들을 그대로 버리기 아까워 한 두 단어라도 적어두는게 습관이되면서 늘 무엇인가를 적을 마음준비는 하고 사는 편 이었다. 그런데도 뭔가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얼마전부터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게되면서 앉아서 하는일보다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횟수가 빈번해진 업무를 하면서 그 아쉬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메모의 체계화, 메모의 정보화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하룻동안 한 메모는 한 개인의 정보로 자료가되고 그 자료는 개인 데이터베이스로까지 발전했다.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하는것은 어렵지만 그들에 관한 기억, 그들과 나눈 얘기, 그들의 가족관계와 증상. 이런 구체적인 메모들은 나와 내가 만난 사람들을 이어주는 끈끈한 고리의 역할을 해준다. 나는 수시로 정리한 노트를 보면서 그들을 기억해낸다. 그들에게 안부전화도하고 그들과 마주앉았던 집 모양도 떠올리며 전혀 타인같지않은 친숙함을 느끼는것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간사한것이서 기억이 있는한 잊혀지지 않는법 이기 때문이다.

한장 한장 조그만 주머니수첩에 적혀있던 메모는 이제 대학노트 몇권의 분량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기록하면서도 미심쩍어 하던 부분에대한 확신을 갖게되었고 이런식의 메모를 더욱 즐기게되면서 좀더 구체적인 메모법으로 발전시켜가고있다. 신문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낯선곳을 방문하거나 영화서평을 보면서도 내가 생각지못한 부분을 일깨워주거나 내게 정보로서 도움이 될만한 것들은 분야별로 따로 메모를 하게되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아이러니한 얘기를 하고있다. 메모를 하는것은 메모한 내용을 모두다 기억하기 위함이아니라 그것들을 잊기 위함이라고..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메모한 후 메모한 것들을 잊어버려라. 필요할때 언제든 꺼내어 사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가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녀와 마녀
박경리 지음 / 인디북(인디아이)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의 작가로 알려진 박경리의 단행본 책을 접하게 되어 우선 반가움이 앞섰다.박경리하면 26년에 걸쳐 쓰신 '토지'라는 대작을 떠올리게 되는데 예전에 '김약국집 딸들'을 읽었을때의 신선함이 박하사탕같은 알싸함으로 다가들었고 오랫만에 연애소설을 읽게되었다는 조금은 낭만적인 기대도 하게되었다.

문체가 구문이라서 옛날 생각이나는 재미도있고 제법 쉽게 읽히기는 하는데 읽을수록 전개되는 상황이 그리 편안치만은 않았다. 모두가 사랑은 하고있는데 모두가 행복 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랑의 본질이 갈등과 괴로움을 안고있긴 하지만, 모두가 다른곳을 보고 선채로 엇갈린 사랑을 하는 답답한 운명에처한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양면성이 있다.
하란에게서 보여지는 성스러움과 형숙에게서 나타나는 파괴적인 자의식. 이 둘은 별개의것이 아니라 샴쌍둥이같은 관계일지도 모른다. 형숙이 지독하게도 자신과 타인에게 가학적인 모습만으로 일관한것이라든지 자기 자신에게마저도 끝내 솔직하지못한 하란의 모습은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김약국집 딸들에서 나타난 여성의 바람직한 자의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 책이 1960년에 발표되었다고 하니 그나마 그 시대의 상황으로 이해하기로한다. 60년대식 연애관으로 보자면 굳이 이해하지못할것도 없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렇다고 해도 답답함이 쉬이 가시는건 아니다.

애정의 문제에 있어서 사람의 의지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하지만 사랑의 결과가 다분히 운명적이고 감정적인 선에만 국한되고 치우친 것은 나로선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애정이나 결혼에 관한 의견은 모두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긴 하지만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