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책날개를 달아 주자
김은하 지음 / 현암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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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가령-해야 해야 >

사실 우리 부모님들 자신을 위해서는 일년에 책 한 두권 사기도 어렵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은 아낌 없이 사주고 싶어하고 있지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고 하는 어린이 책 출판 시장...오늘도 엄청난 양의 어린이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린이 책을 고를 때 가장 큰 어려움이 '어떤 책을 사 주어야 할까? 우리 아이에게 어떤 책이 적당할까?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하는 것이겠지요. '잘 고른 아이 책' 이 코너도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채워드리면 좋겠다 해서 마련된 것이구요.

'우리 아이, 책 날개를 달아주자' 이 책은 그런 부모님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딱딱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한 어린이 책에 대한 이론서가 아니라, 자신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책과 관련한 경험, 실수담들이 여과없이 이야기되고 있어서 부모님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림책에 대해서도 어른들의 편견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유아들이나 읽는 초보자용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일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예술 작품이라는 것이다. 색감이 뛰어난 그림책(제인 레이의『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한 그림책(리즈베스 츠베르거의『난쟁이 코』) 등을 통해 아이는 사물과 관념에 대한 소중한 첫 경험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림책을 우습게 보지 말라...하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열심히 들으시는 분이시라면 그런 분은 안 계시겠지요만...

또한 200여 권의 책을 등장시키면서 ‘좋은 책’과 ‘질이 떨어지는 책’을 선별해 놓는다. 예컨대, 그림과 글이 일치하지 않는『크리스마스 선물』(두두), 비합리적인 그림이 많은『김치는 싫어요』(보림) 등이 저자가 뽑은 ‘워스트북’에 속합니다.
저자는 나름대로 좋지 않은 어린이책을 가르는 몇 가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요 이발소 그림처럼 그림이 조악하기 짝이 없는 해적판, 빛이 주는 효과를 완전히 무시한 디즈니 그램책 등이 그렇다. 성차별과 아동학대를 당연시하는 꽤 유명한 동화들(『신데렐라』『콩쥐 팥쥐』), 어린이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설(초등학교 6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도 저자가 못마땅해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책 선정에 고심하는 부모라면 꼼꼼히 읽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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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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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령-해야해야>

요즈음 가장 각광을 받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하지요?
오늘 가지고 나온 책은 쉽게 말하면 살뺀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귀가 번쩍 뜨이시는 분들 많으실 건데요. (우선 저부터 그렇습니다.....^^*)
이 책은 택시 운전사에서 독일의 외무장관까지를 지낸 요쉬카 피셔가 112kg의 뚱보에서 75kg의 날씬이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입니다.

112kg에서 75kg으로 몸무게를 뺐다 그러면 경이로운 다이어트 비법이 담긴 책쯤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 책은 '사회적인 성취'는 이루어 냈지만 '삶의 의미'는 잃어버리고 만 한 중년의 남자가 이혼이라는 현실적 계기를 통해 '비만'으로 상징되는 '삶의 비계덩어리'들을 쓸어내버리는 인생의 재정비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피셔는 5년간 택시운전을 하면서 프라크푸르트 전역을 학교로 삼아 인생공부를 합니다. 그런 후 '정치는 망가지면 다시 고칠 수 있지만 한 번 망가진 자연은 고칠 수 없다'는 슬러건으로 녹색당 바람을 일으키며 1983년 연방의회에 진출합니다. 그는 독인 연방의원이 된 후 1996년 아내에게 이혼 당했을 때까지 스스로를 '목적격'으로 살았노라고 고백합니다.'주격'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연방의원으로 주 정부의 장관으로 녹색당의 원내의장으로 화려한 경로를 밟으면서 살아왔지만 어쩌면 등떠밀려서 살아온 세월을 그대로 받아들여왔고 서서히 몸은 망가졌습니다.

그러다가 이혼이라는 현실적 계기를 통해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본 것이지요. 키 181센티에 75kg으로 훤칠하던 그가 112킬로 그램으로 불어난 '맥주통'으로 불어난 자신의 몸을 보면서..그것은 13년간 잘못 된 삶의 방식, 습관, 태도 들이..숨김없이 드러나는 것임을 직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피셔는 자신의 인생의 위기가 아주 포괄적 것들 그리고 뿌리깊은 것들이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위기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삶의 습관들이 얼마나 파괴적이었나 하는 것을 철처히 해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레쓰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술과 음식을 먹어댔고 그러다가 보니 어느새 맥주통이 되어버린 자신의 몸.

그는 자신의 삶의 습관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다시 자기 삶의 주인의 위치를 되찾고자 했습니다. 생활의 프로그래밍을 완전하게 새롭게 했습니다. 삶의 우선 순위를 재배치하고 날마다 달렸습니다. 달리고 달리고 끊임없이 달려서 1년 만에 몸무게를 37kg이나 줄이고 새로운 출발을 한 것입니다. 생각이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고 생활자체가 바뀐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다시 자기 삶의 주인으로 복권시켰다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요쉬카 피셔는 비만한 사람들과 나이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인생은 40살 이후에도 계속 됩니다. 대단한 의지력을 가지고 '정신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자아여행'을 시도해서 엄청난 비만 상태에서 50살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몸 상태로 바꾸어 놓은 것이지요. 그의 정신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 나는 과연 내 인생을 '주격'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그에 대하여 메를린 올부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기억해 둘 만한 동시대인"이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기억해 둘만 한 사람을 하나 만나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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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는 페루 사람들이 산다 - 문학과지성 산문선 5
김병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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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책의 발행년도를 찾아보았다. 펼쳐지는 곳을 먼저 읽는 습성이 있는 내게 우연히 처음 잡힌 부분이 '우공의 호수를 보며'라는 제목의 중국편이었는데 얼만전에 중국을 다녀왔던 나는 내가 받은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들이 구체적이고도 어떤 근거를 갖고 정확하게 지적된 것이 정말 반갑고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몇년의 시간차를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고도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하던 부분을 속시원히 풀어주니 가슴이 다 환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작가는 이 책 서문에서 이글을 쓰는 목적이 여행안내서가 아니라고 했지만 특히 페루편을 읽고 있노라니 작가가 직접 목도한 상황과 장면들의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 그동안 동경해마지 않던 잉카문명의 신비속으로 계속 걸어들어가 그가본 쿠스코의 달을 보고, 외계인이 그린것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나즈카의 상형도형을 내려다보며, 숨을 깊이 들이쉬면 파랗게 허파가 변색할 정도라고 표현한 때묻지않은 페루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은 생각에 책을 던져버리고 당장이라도 떠나고픈 욕구가 일었다.

여행이 늘 꿈이고 갈증인 나는 분주한 일상 중에도 문득 어디로, 어디로, 하고 묻곤한다. 그리고 그꿈의 실현을 위해 매달 새로운곳을 계획하고 있다. 가까운 곳, 먼 곳, 일정이 짧은 곳,오래 걸리는곳 등등.. 가고싶은 곳도 많고 가야할 곳도 많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여행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부를 바탕으로 한 열린 가슴만이 짧은 시간으로 제한되는 여행을 알차고 튼실하게 할수있는 최선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내가 걷고, 내가 호흡하며 나와 짧게나마 얘길 나누었던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더이상 내게 낯선 사람이 아니며 낯선 땅이 아니게된다. 우연한 기회에 여행했던 곳의 소식을 듣게되면 마치 잘 알던 오래된 친구의 소식을 듣는 것처럼 반갑다. 그곳이 우리나라 땅이어도 그렇게 아니어도 그렇다.

저자에대해 잘 알고 선택한 책은 아니고 제목이 주는 느낌을 믿고 고른 책이었지만 여행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주는건지에 관한 것이며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성찰의 눈을 갖게해주는 여행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다시 고르게 해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섬세하고도 내면적인 표현이 돋보인 유려한 문장은 기본이 튼튼히 다져진 대가에게서나 느낄수있는 깊이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찾아내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훌륭한 책이나 음반을 찾아냈을 때에 받는 기쁨과 감동은 겪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을 읽는동안 나는 잠시 행복했다. 책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 이 책에 나는 기꺼이 별 다섯을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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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 왕자 - 詩說: 시적인 이야기
윤대녕 지음, 하정민 그림 / 열림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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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불리는 작가 '윤대녕'의 책을 읽었다.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 제법 글깨나 읽는다고 알고있던 知人이 몇번을 읽어도 좋다, 너무나 아끼는 책이라며 그의 책을 내게 건네주었던 적이있다. 그 책이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싶은 것들'이었는데 사실 몇 페이지 읽고 그리 특별함을 느끼지못해 중간에 접었었다.다소 시적이며 이미지즘 적인 여행서에 편지글정도로 치부하고 덮었던 기억이난다.아마도 읽고있던 다른 책들로 돌아갔던것 같다.'에스키모 왕자'를 읽으면서는 처음부터 느낌이 사뭇달랐다.

전반부에선 사실 고개를 갸웃거렸다.'에스키모 왕자'의 정체가 주는 묘연함..정신분열증적 증상을 표현하고 있는건가 싶기도하고..몽환적이며 나른한 글쓰기 방식을 갖고있는 작가의 문체와 심각한듯 하면서도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주인공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지면서 이게 기획의도인지 아님 작가의 숨겨진 증상인지를 가늠하기가 쉽지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서는 '자유'의 냄새가 난다. 시간과 공간, 내면과 현실을 넘나드는 무한자유의 냄새. 어떤것에도 속박받고 얽매이지않는 초월의 힘. 그것은 온전한 글쓰기가 삶이 되어버린 작가에게서 받을수있는 겸손한 배움인듯싶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있다.

'그래, 그것뿐이었다. 지금껏 아비에게도 단 한번 굽히지 않았던 내가 기어이 문학에 항복하고 말았다. 이제 남자 나이 마흔이 됐으니 이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돼버렸다.굶어죽지 않고 버티는 게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미덕이라는 것도 알았다. 자진해서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이 아니면 어쨌든 턱걸이를 계속해야 한다. 세상과 매끈하게 어울리는 재주는 없으나 땀을 흘리고 뛰어와야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는 건 안다. 그러나 입장권을 얻기 위해 고개를 숙이지는 않는다. 그것이 내가 문학을 하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글의 특성중 하나는 '여행'을 통한 글쓰기 방식이다. 여기서 '여행'은 미지의 공간이자 이국적인 향취로 가득한 낯선곳이기도하고 자기 내면에 감춰진 수면속의 빙산 아랫부분이기도하다. 물위에 드러난 지극히 작은 일부분인 보여지는 부분들이 감춰진 물속의 거대한 이드에로 끊임없이 헤엄쳐 들어가서 치열하게 탐구하고 얻어내고 화해하는 과정이 글의 전반에서 엿보인다.

이제 나는 그의 책을 덮었고 몇장읽다 덮어두었던 그의 다른 책을 다시 볼 생각이다. 아마도 이번엔 전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거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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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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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까이서 그녀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녀는 날 주의깊게 바라보지 않았고 내게 관심을 두는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어떤 것에도 눈길을 주지않은 채. 그것이 내가 작가 공선옥을 본 첫 장면이다.

내가 사는 '여수'에 유명작가가 이사를 왔다고 누군가 알려줬다. 그리고 몇일후 난 늘 들르곤하던 커피숍 내자리에 앉아있었고 그녀가 불쑥 나타나 내 맞은편자리에 턱하니 앉았다. 물론, 내 옆에 있던 그집 주인하고 친분이 있었다. 덕분에 난 아무런 부담없이 그들의 대화를 엿볼 기회를 가졌다. 그때까지만해도 난 공선옥이란 작가를 알지못했다. '피어라 수선화' 정도의 단편을 읽은게 전부였다. 유명작가인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그녀의 근황이 들려왔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품과 그녀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결코 녹녹치않았을 법 한 작가약력과 그 뒤로도 몇번의 마주침을 하며 그녀의 곁에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녀를 짐작하긴 쉽지않았다. 좀체 어떤 표정을 보이는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 그녀의 책 몇권을 읽었다.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수수밭으로 오세요' '붉은포대기' 등. 커피숍에 올때 그녀는 거의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였는데 그녀의 책 속에서도 늘 아이들이 많이 나왔다. 그동안의 소설속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들은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엔 버거운 생각이 들었었다. 그녀의 책 속엔 그녀가 들어있었다. 내가 그녀를 좀처럼 알수없다고 느꼈던 것처럼 그녀의 책 또한 온전히 받아들이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선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내 주변에 일단 마흔의 나이를 짊어진 여자들이 많고, 그 마흔의 여자들이 길을 떠난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제목의 느낌처럼 책의 내용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녀의 글은 많이 편해졌고 이해하기 어렵지않았으며 전처럼 무표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이 글속에 살아있어서 남의일처럼 생각되지도 않았다. '말'지 기자의 탁월한 사진실력도 한몫했고 그녀만이 할수있는 질펀한 삶의 넋두리를 '짠'하게 쏟아내어 놓았다.

그사이 나는 여수를 떠났고 책의 중간부분에서 그녀도 여수를 떠났다. 나는 이곳에있고 그녀는 그곳에 있지만 그녀는 어느새 내겐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다. 왜냐하면 그녀의 글속에 이제 그녀의 표정이 보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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