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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는 페루 사람들이 산다 - 문학과지성 산문선 5
김병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가 책의 발행년도를 찾아보았다. 펼쳐지는 곳을 먼저 읽는 습성이 있는 내게 우연히 처음 잡힌 부분이 '우공의 호수를 보며'라는 제목의 중국편이었는데 얼만전에 중국을 다녀왔던 나는 내가 받은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들이 구체적이고도 어떤 근거를 갖고 정확하게 지적된 것이 정말 반갑고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몇년의 시간차를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고도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하던 부분을 속시원히 풀어주니 가슴이 다 환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작가는 이 책 서문에서 이글을 쓰는 목적이 여행안내서가 아니라고 했지만 특히 페루편을 읽고 있노라니 작가가 직접 목도한 상황과 장면들의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 그동안 동경해마지 않던 잉카문명의 신비속으로 계속 걸어들어가 그가본 쿠스코의 달을 보고, 외계인이 그린것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나즈카의 상형도형을 내려다보며, 숨을 깊이 들이쉬면 파랗게 허파가 변색할 정도라고 표현한 때묻지않은 페루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은 생각에 책을 던져버리고 당장이라도 떠나고픈 욕구가 일었다.

여행이 늘 꿈이고 갈증인 나는 분주한 일상 중에도 문득 어디로, 어디로, 하고 묻곤한다. 그리고 그꿈의 실현을 위해 매달 새로운곳을 계획하고 있다. 가까운 곳, 먼 곳, 일정이 짧은 곳,오래 걸리는곳 등등.. 가고싶은 곳도 많고 가야할 곳도 많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여행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부를 바탕으로 한 열린 가슴만이 짧은 시간으로 제한되는 여행을 알차고 튼실하게 할수있는 최선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내가 걷고, 내가 호흡하며 나와 짧게나마 얘길 나누었던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더이상 내게 낯선 사람이 아니며 낯선 땅이 아니게된다. 우연한 기회에 여행했던 곳의 소식을 듣게되면 마치 잘 알던 오래된 친구의 소식을 듣는 것처럼 반갑다. 그곳이 우리나라 땅이어도 그렇게 아니어도 그렇다.

저자에대해 잘 알고 선택한 책은 아니고 제목이 주는 느낌을 믿고 고른 책이었지만 여행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주는건지에 관한 것이며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성찰의 눈을 갖게해주는 여행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다시 고르게 해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섬세하고도 내면적인 표현이 돋보인 유려한 문장은 기본이 튼튼히 다져진 대가에게서나 느낄수있는 깊이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찾아내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훌륭한 책이나 음반을 찾아냈을 때에 받는 기쁨과 감동은 겪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을 읽는동안 나는 잠시 행복했다. 책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 이 책에 나는 기꺼이 별 다섯을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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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 왕자 - 詩說: 시적인 이야기
윤대녕 지음, 하정민 그림 / 열림원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한국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불리는 작가 '윤대녕'의 책을 읽었다.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 제법 글깨나 읽는다고 알고있던 知人이 몇번을 읽어도 좋다, 너무나 아끼는 책이라며 그의 책을 내게 건네주었던 적이있다. 그 책이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싶은 것들'이었는데 사실 몇 페이지 읽고 그리 특별함을 느끼지못해 중간에 접었었다.다소 시적이며 이미지즘 적인 여행서에 편지글정도로 치부하고 덮었던 기억이난다.아마도 읽고있던 다른 책들로 돌아갔던것 같다.'에스키모 왕자'를 읽으면서는 처음부터 느낌이 사뭇달랐다.

전반부에선 사실 고개를 갸웃거렸다.'에스키모 왕자'의 정체가 주는 묘연함..정신분열증적 증상을 표현하고 있는건가 싶기도하고..몽환적이며 나른한 글쓰기 방식을 갖고있는 작가의 문체와 심각한듯 하면서도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주인공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지면서 이게 기획의도인지 아님 작가의 숨겨진 증상인지를 가늠하기가 쉽지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서는 '자유'의 냄새가 난다. 시간과 공간, 내면과 현실을 넘나드는 무한자유의 냄새. 어떤것에도 속박받고 얽매이지않는 초월의 힘. 그것은 온전한 글쓰기가 삶이 되어버린 작가에게서 받을수있는 겸손한 배움인듯싶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있다.

'그래, 그것뿐이었다. 지금껏 아비에게도 단 한번 굽히지 않았던 내가 기어이 문학에 항복하고 말았다. 이제 남자 나이 마흔이 됐으니 이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돼버렸다.굶어죽지 않고 버티는 게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미덕이라는 것도 알았다. 자진해서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이 아니면 어쨌든 턱걸이를 계속해야 한다. 세상과 매끈하게 어울리는 재주는 없으나 땀을 흘리고 뛰어와야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는 건 안다. 그러나 입장권을 얻기 위해 고개를 숙이지는 않는다. 그것이 내가 문학을 하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글의 특성중 하나는 '여행'을 통한 글쓰기 방식이다. 여기서 '여행'은 미지의 공간이자 이국적인 향취로 가득한 낯선곳이기도하고 자기 내면에 감춰진 수면속의 빙산 아랫부분이기도하다. 물위에 드러난 지극히 작은 일부분인 보여지는 부분들이 감춰진 물속의 거대한 이드에로 끊임없이 헤엄쳐 들어가서 치열하게 탐구하고 얻어내고 화해하는 과정이 글의 전반에서 엿보인다.

이제 나는 그의 책을 덮었고 몇장읽다 덮어두었던 그의 다른 책을 다시 볼 생각이다. 아마도 이번엔 전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거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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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대교북스캔 클래식 2
진 웹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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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아저씨'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진 않았어도 만화영화로 봤던 기억과 누구나 키다리아저씨를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을것이다. 요즈음 예전에봤던 책들중에서 인상깊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있다. 알퐁스도테의 '별' 쌩 떽쥐베리의 '어린왕자' 미카엘엔데의 '모모' 뮤지컬로 더 유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등등.. 대부분 중.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다.그러다가 문득 이제껏 키다리아저씨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키다리아저씨의 결말이 어땠는지가 기억이 나질않았다.

첵으로 읽는 키다리아저씨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신선한 기운을 내게 듬뿍 불어넣어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난 소녀시절의 쥬디가되어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도하고 나의 대학시절에대한 안타까움이 일기도했다. 어린나이에는 느끼지못했던 진지함을 엿보기도했고 쥬디의 열정에 금새 빠져들어 너무나 심플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에대해 회의하는 마음이 일기도했다. 책을 금새 단박에 읽어버리고서도 책을 쉽게 덮질못했다. '고아들을 대학에 보내주시는 친절한 후원자님께' 로 시작되는 쥬디의 첫 편지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저비도련님이자 키다리아저씨인'으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다.

책을 읽는 도중에 마지막 장면을 잠깐 들여다보고싶은 충동을 얼마나 억눌렀는지..

실제로 불우한 이들에게 후원활동을 했으며 그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출간하게되었다는 작가는 안타깝게도 <키다리 아저씨> 와 생후 하루된 어린딸만을 남긴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불우한 환경을 무의지하게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땅의 많은 소년,소녀들에게 더 많은 작품으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불우한 환경이 반드시 불행한 인생의 결말이 되지않는다는 작가의 밝고 희망찬 메세지가 새해를 맞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설레임으로, 꿈으로 다가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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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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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주 가까이서 그녀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녀는 날 주의깊게 바라보지 않았고 내게 관심을 두는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어떤 것에도 눈길을 주지않은 채. 그것이 내가 작가 공선옥을 본 첫 장면이다.

내가 사는 '여수'에 유명작가가 이사를 왔다고 누군가 알려줬다. 그리고 몇일후 난 늘 들르곤하던 커피숍 내자리에 앉아있었고 그녀가 불쑥 나타나 내 맞은편자리에 턱하니 앉았다. 물론, 내 옆에 있던 그집 주인하고 친분이 있었다. 덕분에 난 아무런 부담없이 그들의 대화를 엿볼 기회를 가졌다. 그때까지만해도 난 공선옥이란 작가를 알지못했다. '피어라 수선화' 정도의 단편을 읽은게 전부였다. 유명작가인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그녀의 근황이 들려왔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품과 그녀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결코 녹녹치않았을 법 한 작가약력과 그 뒤로도 몇번의 마주침을 하며 그녀의 곁에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녀를 짐작하긴 쉽지않았다. 좀체 어떤 표정을 보이는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 그녀의 책 몇권을 읽었다.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수수밭으로 오세요' '붉은포대기' 등. 커피숍에 올때 그녀는 거의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였는데 그녀의 책 속에서도 늘 아이들이 많이 나왔다. 그동안의 소설속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들은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엔 버거운 생각이 들었었다. 그녀의 책 속엔 그녀가 들어있었다. 내가 그녀를 좀처럼 알수없다고 느꼈던 것처럼 그녀의 책 또한 온전히 받아들이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선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내 주변에 일단 마흔의 나이를 짊어진 여자들이 많고, 그 마흔의 여자들이 길을 떠난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제목의 느낌처럼 책의 내용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녀의 글은 많이 편해졌고 이해하기 어렵지않았으며 전처럼 무표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이 글속에 살아있어서 남의일처럼 생각되지도 않았다. '말'지 기자의 탁월한 사진실력도 한몫했고 그녀만이 할수있는 질펀한 삶의 넋두리를 '짠'하게 쏟아내어 놓았다.

그사이 나는 여수를 떠났고 책의 중간부분에서 그녀도 여수를 떠났다. 나는 이곳에있고 그녀는 그곳에 있지만 그녀는 어느새 내겐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다. 왜냐하면 그녀의 글속에 이제 그녀의 표정이 보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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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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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메모를 해왔다. 이 책의 저자처럼 전문적으로 체계를 갖고 정리하면서 하는 메모는 아니었지만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생각의 편린들을 그대로 버리기 아까워 한 두 단어라도 적어두는게 습관이되면서 늘 무엇인가를 적을 마음준비는 하고 사는 편 이었다. 그런데도 뭔가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얼마전부터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게되면서 앉아서 하는일보다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횟수가 빈번해진 업무를 하면서 그 아쉬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메모의 체계화, 메모의 정보화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하룻동안 한 메모는 한 개인의 정보로 자료가되고 그 자료는 개인 데이터베이스로까지 발전했다.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하는것은 어렵지만 그들에 관한 기억, 그들과 나눈 얘기, 그들의 가족관계와 증상. 이런 구체적인 메모들은 나와 내가 만난 사람들을 이어주는 끈끈한 고리의 역할을 해준다. 나는 수시로 정리한 노트를 보면서 그들을 기억해낸다. 그들에게 안부전화도하고 그들과 마주앉았던 집 모양도 떠올리며 전혀 타인같지않은 친숙함을 느끼는것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간사한것이서 기억이 있는한 잊혀지지 않는법 이기 때문이다.

한장 한장 조그만 주머니수첩에 적혀있던 메모는 이제 대학노트 몇권의 분량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기록하면서도 미심쩍어 하던 부분에대한 확신을 갖게되었고 이런식의 메모를 더욱 즐기게되면서 좀더 구체적인 메모법으로 발전시켜가고있다. 신문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낯선곳을 방문하거나 영화서평을 보면서도 내가 생각지못한 부분을 일깨워주거나 내게 정보로서 도움이 될만한 것들은 분야별로 따로 메모를 하게되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아이러니한 얘기를 하고있다. 메모를 하는것은 메모한 내용을 모두다 기억하기 위함이아니라 그것들을 잊기 위함이라고..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메모한 후 메모한 것들을 잊어버려라. 필요할때 언제든 꺼내어 사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가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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