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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과 철학 강의 1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논술이 통하지 않는 세상, 폭력이 폭주하는 세상

11_0103_김용옥_<논술과 철학 강의>1,2_통나무_2006_*****

탁월하다. 도올 선생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다. EBS 강의록인 본저는 중고생을 위해 기획된 책이지만 수준은 그 이상이다. 책 뒷면에 이런 글이 씌여 있다. “나의 생애에서 깨달은 정보의 대강이 이 한 책에 압축되어 있다.” 허언이 아니다.
논술이든 철학이든 하나로 꿸 수 있는 논지가 도올 선생이 인용한 다음 두 문장에 있다. 본저에서 내 전두엽을 가장 세게 강타한 글이다.

“우리의 삶, 우리의 실존이야말로 텍스트고 성경은 콘텍스트다!”(서남동 목사)
“육경은 모두 내 마음의 각주다”(루시앙산)

“논술이라는 것이 인간세에 존재하는 모든 폭력성에 대한 항거”라며 이 책은 시작되는데, 지금 얼마나 폭력적인, 비논술적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
750만원도 아니고 한 달 75만원을 받는 홍대 청소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쫓기고, 가장 논리적이어야 할 대학생들이 학교의 폭력에 편승하는 세상. 정권이 바뀌면서 폭력에 밀려 자리를 내놔야 했던 사람들이 많아진 세상. 언론도 권력의 폭력에 무릎을 꿇는 세상. 산 짐승도 폭력적으로 땅에 묻어버리는 세상. 폭력의 폭주를 멈출 수 없는 세상.
이 곳에서 우리 삶의 텍스트와 내 마음의 각주가 자꾸 뒤틀려간다. 뒤바뀌어간다. 그래서 논술이, 철학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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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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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서 인문학 읽기

10_1106_이은희_<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_궁리_2002_***

좋은 책이다. 굳이 ‘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란 부제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 다르지 않다. 현상이 다를 뿐, 뽑아낸 가치는 국수처럼 맛있고 길다.

우리의 눈으로 보면, 샴쌍둥이는 과학의 힘으로 분리해서 살게 하는 것이 맞아 보이지만, 실제로 로리와 도리라는 샴쌍둥이는 그냥 태어난 그대로 서로를 자신의 일부로 느끼며 잘 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유리, 유정 자매는 분리 수술 후 유리는 세상을 떠났고, 유정은 잘 걷지 못한다는 것을 보면, 우리의 눈이라는, 우리의 기준이라는 것이 참으로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눈은 무섭다.

“목숨값은 평등하지 않다, 에이즈” 항목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동성애자나 변태 성욕에 대한 저주라고 여겨졌던 에이즈, 사실 알고 보니 그건 지엽적인 것이었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공격하는 건 백혈구 중 T-세포로 침투한 세균을 죽이는 백병전 기술을 가진 세포를 파괴, 면역 체계가 망가져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라 한다. 더욱이 이 병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도 초기 에이즈 환자의 대부분이 사회 하층민이었고, 알고 보니 조심만 하면 걸릴 병도 아니었기에, 치료제 개발의 경제적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외면당한 것이라고 한다. 에이즈 환자의 80%가 GNP 200달러 미만의 제 3세계 사람들이라 하니 이런 젠장, 생명에도 우선 순위가 있다는 것.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에 맞지 않는 골치병일 뿐. 생물학 책을 읽었는데도 거기 더러운 인간 냄새가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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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특별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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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열 손가락 안에 들 책

10 0807 칼 세이건/홍승수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 *****

1초,1분,1시간,1일,1주일,1달,1년,100년,1000년,10000년,100000년,1000000년,10000000년,100000000년,1000000000년,10000000000년,그리고 15000000000년 전, 수소의 재에서 시작된 인류.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00000000개, 각각의 은하엔 별이 약 100000000000개, 합쳐서별의 수만 대략 10000000000000000000000개, 적어도 별의 수만큼 있는 행성, 그 별 중 하나가 태양, 그 별을 도는 행성 중 하나가 지구, 그 지구 속 한국, 남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24평 아파트, 그리고 나.

언급하기조차 초라하고 구차한 존재인 인간종이 뒤엉켜 있는 지구. 우주라도 씹어 삼킬 듯했던 인간종의 시건방은, 다윈에 의해 뉴턴에 의해 아인슈타인에 의해 한낱 미물에 불과한 자기 자신의 얼굴을 적나라 하게 보고 나서도 식을 줄 모른다. 잘나고 잘나고 잘나셨다. 겨우 찰나를 살며, 고작 먼지인 존재가 탐욕은 우주를 넘어선다. 죽어도 4대강은 해야겠고, 곧 죽어도 천안함은 어뢰에 맞은 것이며, 다시 죽어도 언론 장악은 안 한 것이다.

저자의 일관된 관심은, 코스모스의 일부인 인간종에 대한 사랑과 연대, 그리고 코스모스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겸손이다. 13개의 챕터 하나하나가 경이롭고 흥미로우며 가치있다. 한 분야에 평생 올인한 고수의 검술을 보는 것보다 떨리는 일이 있을까. 내가 읽었거나 읽게 될 책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파괴 이후 과학이 암흑 시대를 맞이한 것이 과학적 발견과 지식이 대중에겐 알려지지 않고 일부 기득권층의 소유물로 전락한 이유라고 밝히고(665쪽)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675쪽)이라고 하며, ‘아리스타르코스 이래 과학자들의 임무는 우주 드라마의 중심 무대에서부터 우리 자신을 한발씩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이었다.’(386쪽)란 부분들에서 이 책이 단순히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소개하는 과학 교과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팩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팩트에 대한 관점, 해석의 영역이 진짜 알맹이란 점은 자연 과학에서도 동일한 것이다.

이제야 우리는 스스로를 1조 개의 별들을 각각 거느린 1조 개의 은하들이 여기저기 점점이 떠 있는 저 광막한 우주의 바다에 부질없이 떠다니는 초라한 존재로 보고 있다.(631쪽)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중략…) 우주의 한 구석에서 의식의 탄생이 있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줄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682쪽)

영어로 출판된 과학책 중 가장 많이 팔렸다는 본저에 당신도 숟가락 하나 얹혀 놓길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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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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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장길산처럼 길게 쓰셨으면

10 0704 황석영 <강남몽> 창비 2010 ***

황석영 소설 중에 별 세 개를 준 것은 처음일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 이상이 없다.
‘꼭두각시놀음’을 떠올렸다고 작가는 말했는데 대체 어디에 그게 반영됐는지 묻고 싶다. <손님>의 형식적 툴을 기대했던 나는 황당했다. 아쉬웠다. 더욱이 각 챕터에서 인물들이 연결되어 스토리텔링되는 기법은 너무 많이 나왔다. 황석영이라는 대작가가 자신을 뛰어넘으려는 그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둘째, 재미가 없다.
소설의 재미를 깍아 먹은 건 신선하지 못한 캐릭터의 등장과 나열식으로 깔아버린 이야기때문일 것이다. 지루했다. 지루함을 참은 결말의 대가도 너무나 기본안주였다. 당연히 다 아는 얘기였다.

대한민국이 낳은 단 한 명의 소설가를 뽑으라면 난 황석영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그보다 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와 시대의식을 작품에서 드러낸 작가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작에서 그가 보여준 형식의 고민을 높게 평가하면서, 차라리 정공법의 진득한 장편소설로 <강남몽>을 접근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구닥다리처럼 느껴지는 정공법의 힘은 제대로 맞으면 한방에 나가 떨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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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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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은 벼락경

10 0606 김용옥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강해> 통나무 1999 *****

도올 선생이 봉은사에서 천안함 날조에 대해 호통쳤다는 기사를 읽고 오래 전 읽다가 멈추었던 금강경강해를 다시 들췄다. 예상컨대 능히 내가 읽은 책 중 올해의 책이 아닐까 싶다. 금강경은 벼락경. 벼락같은 진리를 벼락 같은 말투로 일갈한다. 역시 도올이다. 두고두고 읽고 또 읽을 책이다.
無我…諸法無我-아, 대단하다, 부처여

만약 보살이 我相이나 人相이나 衆生相이나 壽者相이 있으면 곧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Ego -> Man -> Life -> Existence)

너희들 비구들이, 나의 설법이 뗏목의 비유와 같음을 아는 자들은, 법조차 마땅히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이 아님에 있어서랴!

수보리야! 갠지스강에 가득찬 모래알의 수만큼, 이 모래만큼의 갠지스강이 또 있다고 하자!(…)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여기 있어, 칠보로써 그 모든 갠지스강의 모래알수만큼의 삼천대천세계를 채워 보시한다고 한다면, 복을 얻음이 많겠느냐?(…)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 가운데, 사구게 등을 받아 지니게 되어, 그것을 딴 사람들에게 잘 설명해 준다면, 이 복덕은 앞서 칠보의 복덕보다 더 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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