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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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미쳤거나, 미친 걸 모른 척 하거나

10_1121_장 지글러/유영미_<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_갈라파고스_2007_****

전두환이 정의 사회 구현을 말하고, 이명박이 공정 사회 실현을 논한다. 이건희가 모두가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박근혜가 민주주의를 언급한다. 당신은 이런 세상에서 미치지 않을 수 있는가, 아니 이 세상이 제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냐고? 젠장, 아주 돌아버릴 정도로 세상이 미쳐버렸으니까 그렇지!

10세 미만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고,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잃는 사람이 3분에 1명 꼴이며, 세계 인구의 1/7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 상태라 한다. 물론 세계 곳곳에서 수백만의 빈민들이 부자들의 쓰레기를 뒤지며 질긴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1분에 250명의 아기가 태어나는데 그중 197명이 제 3세계에서 태어나며 그중 많은 수가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묘’에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힌 아이들’로 묻힌다. 이 정도로 끝일 것 같아?

먹지 못해 죽는 이들이 넘쳐나는 한편, 전세계 옥수수의 1/4은 부유한 나라들의 소들이 차지하기 바쁘며, 거의 모든 농산품의 가격이 시카고 곡물거래소의 투기자본에 좌지우지되면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는 현실-어때, 이제 슬슬 감이 오나? 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 아, 아직 아냐, 아직 멀었다구.

1970년, 칠레의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지키려고 하자, 네슬레-예쁜 아가가 나오는 분유 광고 기억하지?-는 모든 협력을 거부하고 아옌데의 공약은 무참히 깨지게 되지. 물론 더 무참한 건 CIA의 도움으로 아옌데는 살해되고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성공한 일이겠지만.

하지만 어떤 학교에서도 이런 건 가르쳐 주지 않지. 인류에 대한 박애정신과 낭만적 동정만 배우게 되지. 그렇게 적들의 엑스맨이 되고 나면 뭐, 그 다음은 한 달에 한 번, 아프리카 아이에게 만 원씩 기부하며 뿌듯해하면 되지 않겠어? 아 연말 정산 기부금 항목도 채우고 말야.

“그들은 모든 꽃들은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인 저자는 네루다의 이 시구절로 책을 마무리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 있고 봄에서 겨울까지 지배할 수 있다”

# 부록인 주경복 교수의 “신자유주의를 말한다”도 놓치지 말 것. 신자유주의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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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이범준 지음 / 궁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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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에 인색한 나, 친구의 책을 칭찬하다

09 1227 이범준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 궁리 2009 ****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지만 내 대학친구가 저자라는 이유때문에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어줄 만큼 내 팔은 유연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기자질을 때려치며 준비했고 기록만 1만 장을, 인터뷰만 100시간을 했다는 그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 그의 첫 작품에 힘찬 박수를 보내는 것은 진심이며 립서비스가 아니다.

그래도 내가 광고밥을 먹고 있다고, 메신저로 책 제목을 물어보는 친구에게 ‘헌법재판소 해부학’, ‘헌법재판소를 재판하라’라고 순간 대답했던 건, 첫째는 자극적인 제목이었으면 하는 세속적인 바람때문이었고, 둘째는 책의 내용을 잘 몰라 넘겨짚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금처럼 책을 완독한 상태에서 물어왔다면 혹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헌법재판소 제 1막 30장’

30가지 헌재 이야기로 구성된 본저는 TV나 보면서 하루를 소일했던 초창기 헌법재판소 연구원들의 풍경부터 시작, 재동에 단독 사옥을 확보하고 점차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을 거쳐 그 위상이 상한가를 치게 해 주었던 최근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행정수도 헌법소원까지를 생생하게 다룬 최초의 헌재 보고서라는 데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기능적으로 구역을 나눠본다면, 정치적으로는 그 두 사건을 포함해서 5•18 불기소 헌법소원, 국회 날치기 사건 권한쟁의 등을, 사회적으로는 야간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문제, 영화와 음반의 사전심의 문제 등을, 개인적으로는 간통 논쟁과 동성동본 금혼 문제 등을, 그리고 헌재 자신으로는 대법원과의 영역 다툼 문제, 그리고 헌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의 시소타기 등을 다룬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이런 기능적인 구분보다는, 다소 딱딱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소재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저자의 문체는 기자라는 저자의 전직이 말해주듯 군더더기 없고 명확하다. 어떤 부문에선 이렇게까지 자세히 얘기해 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집요하기까지 하다. 또한 저자의 문체는 국문학과라는 저자의 전공을 속일 수 없듯 적절한 비유와 표현이 살아 있다. <7인의 사무라이>를 인용하는 장면에선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질 정도다.

날이 잔뜩 선 칼로 생선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날카롭게 회를 뜬 문장, 더구나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베어냈기에 죽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있어 맛있는 문장-이것이 내가 가장 간략하게 이 책을 칭찬할 수 있는 표현이다.

또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는 듯한 장면 묘사, 각 챕터마다 핵심을 파고드는 컨셉, 군더더기 없는 인터뷰의 배치까지 책을 쓴 의도와 구성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헌재를 이렇게 공론의 장으로 데리고 나온 전례가 없다는 희소성 역시 저자에게 돌아가야 할 칭찬의 몫일 것이다.

책 다 쓰고 뭐하냐는 질문에, 아기를 낳은 산모에게 산후 우울증이 오는 것처럼 자신도 탈고 후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어느 자식인들 배 아파 나오지 않았겠는가. 속히 우울증을 벗어던지고 다음 작품을 잉태하길 바란다. 이 책이 “글쓴이의 평생 프로젝트인 대한민국 법조사 테트랄로지의 제1부다”(들어가며 中)라는 저자의 말대로 쌍둥이라도 좋을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 사족
기억에 남는 헌법재판관으로-여러 장면 등장해 개성을 표출했던, 김대중 대통령 지명 재판관 변정수와 전두환, 노태우를 감형하며 ‘자고로 항장降將 불살不殺 공화共和를 위해 감일등 減一等 하지 않을 수 없다’(273쪽)고 했다는 권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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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onemo 2010-03-1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슷한 주제로 더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아마 이범준님이 고생깨나 하실 것 같습니다.

kapf 2010-03-12 13:28   좋아요 0 | URL
아, 계속 책을 내는 게 이 친구의 단중장기 플랜입니다, 기다리다 보면 나올겁니다 쭈욱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2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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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리스토텔레스! 당신의 경제관도 反 MB군!

081221 홍기빈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 2001  * * *

마르크스의 경제학 중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나는 지금 8개월째 <자본론>1을 읽고 있는 중이다.
문고판이란 한정된 분량에서 저자는 욕심을 부린다. 경제학의 정의와 역사를 책의 분량에 비해 장황하게 서술한 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폴리스의 시대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나서야 마르크스에 관해 발언 기회를 준다. 물론 생각보다 짧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폴리스에서의 인간다운 삶을 그 목적으로 사는 동물이란 말과 동의어다. 이윤을 남기는 영리적 상업(M-C-M’)과 고리대(M-M’)는 거의 사기의 수준으로 보았으며 행복한 삶과는 무관한 돈벌이 기술로 보았다. 구두란 상품의 경우, 신는 것이 그 만들어진 목적인데 만약 교환을 통해 이윤을 남기게 된다면 그것은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쓰였다는 것이고, 여기서 도출되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게 정확히 이해한 자가 마르크스라는 것이다. <자본론>을 펼치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된다. 

폴리스에서의 행복한 삶이 목적일진대 왜 사람들이 행복한 삶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그런 돈벌이 기술에 현혹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절박한 이유가 불안한 생계때문이라 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행복이고 뭐고 돈 버는 일에 목숨 걸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생존에 대한 열망은 무한하므로 생존을 가져다 줄 물건들-즉,돈-에 대한 욕망도 무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자본의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 바로 지금, 세상은 2천 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또한 루이스란 자의 분석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의 생계수단 확보가 항상 불안해지는 원인을 시장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고 하니, 아…아리스토텔레스 양반, 당신 정말 그때 그런 생각까지 한 거요? 그 불안정한 시장경제의 아수라장을 지금 세상은 경험하고 있소. 마르크스의 분석처럼 자본주의의 이윤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공황은 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소. 상식적으로도 끝없는 성장이란 게 당최 가당키나 한 일이오? 얼마나 오만한 발상이오, 성장 성장 계속 성장만 하겠다는 게. 또 나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이오, 오로지 성장밖에 모르는 대가리에 삽 한 자루만 있는 전과범이 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있으니 말이오. 

그 불안정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결국 대한민국의 해결책은 늘 그랬듯이 자본은 살고 노동은 죽는 방향이니, 이거야 원, 아리스토텔레스 양반, 우리 행복이란 말은 당분간 꺼내지 말도록 합시다. 아니, 우리 머리 속에서 구조조정시켜도 무방할 것 같소이다. 지금은 불안한 생계를 유지시킬 생존, 그것보다 중요한 게 없어 보이니 말이오.

# 책 속에서
-절제와 자립을 이상으로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경제 사상에 가장 반대되는 모델이 있다면, 바로 우리가 추구해온 ‘수출 주도형 정치경제’일 것이다.(163쪽)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오로지 선택된 소수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으며(163쪽)
-economy : ‘가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oikos + ‘다스린다’는 뜻의 합성어근 nem-
-acropolis : ‘높은 곳’을 뜻하는 acro + ‘도시’란 뜻의 polis
-agora : 광장 (성벽 안 회의하거나 재판하는 넓은 광장, 후에 이곳에서 시장이 생김)
-idiot : 그리스어 idiotes(무지렁이 천민) : (폴리스)정치에 대한 관심과 책무에 무관심한 자, idios(사적인 용무)
-barbarian : 그리스어 barbaroi(폴리스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야만인) :자신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언어는 ‘버버버’하게 들린다는 데서 기인
-이자 : 그리스어 tokos – 새끼 offspring이란 뜻도 있음. 이자 利子에도 子가 들어있고, 고려시대에도 원금을 母, 이자를 子라고 해서 이자를 규제하는 법의 이름을 자모정식법(子母 停息法)이라 했고, 구한말 이식利息이란 용어에도 새끼란 뜻이 있다.(106쪽, 주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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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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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생의 강의는 탁월했다. 명쾌했다. 거의 흠이 없었다.
 최선생이 말하는 바는 이러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라는 것이고 그 위기의 기원과 원인, 현상, 대안을 밝힌다.
 냉전 반공이데올리기가 잉태한 이념체계가 협애한 보수정당의 탄생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이어졌고, 그런 협애한 이념체계의 양당으로는 현재 사회 계층의 갈등을 담아낼 수 없다. 그 갈등을 담아내고 정책화하는 것이 정당이고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당이므로 현재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그 정당의 약함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성장 목표를 확정하고 그것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소수 재별을 육성, 그 목표를 달성케 한 결과 현재의 재벌은 무소불위의 파워를 갖게 되었고, 정권의 성장 목표를 위한 하위 파트너가 아니라 이제는 정치를 아래에 두고 경제를 위해 정치 따위는 기업에 걸림돌이 되며 아니고 싶다면 복종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갖게 되었다. 오만방자한 슈퍼 재벌 삼성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런 결과, 노동은 소외되고 노동은 약해졌고, 사회 중요 계층의 이익과 갈등을 대변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한국은 사회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형성하고 있는 노동자의 정치참여를 금지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한다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협애한 이념체계의 보수 양당이 민주주의를 약하게 하며, 정당을 정치 엘리트들의 파벌 싸움판으로 희화화했고, 87년 이후 놀라운 속도로 줄어드는 투표율은 그에 대한 민중의 절망적 항의라 할 수 있겠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아니라면 다른 당이어야 하는데 비슷한 보수 양당의 존재가 사람들로 하여금 투표장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이다. 자신들의 갈등과 이념을 대변할 정당의 부재는, 갈등은 민주주의의 엔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민주주의를 약하시킨 것이다. 보수양당끼리도 서로 차별점이 거의 없기에 갈등의 폭은 작고 갈등의 정도만 심하여 정치를 시장 투전판의 싸움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여기에 보수 언론 재벌이 지배하는 여론은 민주주의를 더욱 보수화하고 약화시켰으며, 87년 이후 소위 민주 정부들이 들어선 이후 능력의 한계 자질의 한계 등으로 지지율은 땅에 떨어진 결과 오히려 관료들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나라의 운영이 안될 정도로 관료는 강해졌고 국민에게 선출된 정권은 약해졌다.
 여기까지가 책을 읽고 생각나는대로 써본 것이고 초판 이후 개정판에선 후기가 초판과 달라진 내용이라 하여 반디앤루이스에서 서서 개략 읽었는데 역시 초판을 읽으며 좀 부족하다고 느낀 후반부의 민주주의를 위해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힘을 빌려오자고 한 부문이 삭제되어 있었다.
 왜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지, 우린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지, 2MB는 왜 저 지랄인지, 한나라당은 왜 저 개판인지 그 근본부터 알고 싶다면, 그것은 결국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야" 라고 말해주고 싶으며 독자들께 일독을 강추한다.
 다소 두서없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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