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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2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아리스토텔레스! 당신의 경제관도 反 MB군!
081221 홍기빈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 2001 * * *
마르크스의 경제학 중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나는 지금 8개월째 <자본론>1을 읽고 있는 중이다.
문고판이란 한정된 분량에서 저자는 욕심을 부린다. 경제학의 정의와 역사를 책의 분량에 비해 장황하게 서술한 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폴리스의 시대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나서야 마르크스에 관해 발언 기회를 준다. 물론 생각보다 짧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폴리스에서의 인간다운 삶을 그 목적으로 사는 동물이란 말과 동의어다. 이윤을 남기는 영리적 상업(M-C-M’)과 고리대(M-M’)는 거의 사기의 수준으로 보았으며 행복한 삶과는 무관한 돈벌이 기술로 보았다. 구두란 상품의 경우, 신는 것이 그 만들어진 목적인데 만약 교환을 통해 이윤을 남기게 된다면 그것은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쓰였다는 것이고, 여기서 도출되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게 정확히 이해한 자가 마르크스라는 것이다. <자본론>을 펼치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된다.
폴리스에서의 행복한 삶이 목적일진대 왜 사람들이 행복한 삶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그런 돈벌이 기술에 현혹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절박한 이유가 불안한 생계때문이라 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행복이고 뭐고 돈 버는 일에 목숨 걸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생존에 대한 열망은 무한하므로 생존을 가져다 줄 물건들-즉,돈-에 대한 욕망도 무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자본의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 바로 지금, 세상은 2천 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또한 루이스란 자의 분석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의 생계수단 확보가 항상 불안해지는 원인을 시장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고 하니, 아…아리스토텔레스 양반, 당신 정말 그때 그런 생각까지 한 거요? 그 불안정한 시장경제의 아수라장을 지금 세상은 경험하고 있소. 마르크스의 분석처럼 자본주의의 이윤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공황은 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소. 상식적으로도 끝없는 성장이란 게 당최 가당키나 한 일이오? 얼마나 오만한 발상이오, 성장 성장 계속 성장만 하겠다는 게. 또 나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이오, 오로지 성장밖에 모르는 대가리에 삽 한 자루만 있는 전과범이 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있으니 말이오.
그 불안정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결국 대한민국의 해결책은 늘 그랬듯이 자본은 살고 노동은 죽는 방향이니, 이거야 원, 아리스토텔레스 양반, 우리 행복이란 말은 당분간 꺼내지 말도록 합시다. 아니, 우리 머리 속에서 구조조정시켜도 무방할 것 같소이다. 지금은 불안한 생계를 유지시킬 생존, 그것보다 중요한 게 없어 보이니 말이오.
# 책 속에서
-절제와 자립을 이상으로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경제 사상에 가장 반대되는 모델이 있다면, 바로 우리가 추구해온 ‘수출 주도형 정치경제’일 것이다.(163쪽)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오로지 선택된 소수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으며(163쪽)
-economy : ‘가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oikos + ‘다스린다’는 뜻의 합성어근 nem-
-acropolis : ‘높은 곳’을 뜻하는 acro + ‘도시’란 뜻의 polis
-agora : 광장 (성벽 안 회의하거나 재판하는 넓은 광장, 후에 이곳에서 시장이 생김)
-idiot : 그리스어 idiotes(무지렁이 천민) : (폴리스)정치에 대한 관심과 책무에 무관심한 자, idios(사적인 용무)
-barbarian : 그리스어 barbaroi(폴리스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야만인) :자신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언어는 ‘버버버’하게 들린다는 데서 기인
-이자 : 그리스어 tokos – 새끼 offspring이란 뜻도 있음. 이자 利子에도 子가 들어있고, 고려시대에도 원금을 母, 이자를 子라고 해서 이자를 규제하는 법의 이름을 자모정식법(子母 停息法)이라 했고, 구한말 이식利息이란 용어에도 새끼란 뜻이 있다.(106쪽, 주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