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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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서 인문학 읽기

10_1106_이은희_<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_궁리_2002_***

좋은 책이다. 굳이 ‘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란 부제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 다르지 않다. 현상이 다를 뿐, 뽑아낸 가치는 국수처럼 맛있고 길다.

우리의 눈으로 보면, 샴쌍둥이는 과학의 힘으로 분리해서 살게 하는 것이 맞아 보이지만, 실제로 로리와 도리라는 샴쌍둥이는 그냥 태어난 그대로 서로를 자신의 일부로 느끼며 잘 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유리, 유정 자매는 분리 수술 후 유리는 세상을 떠났고, 유정은 잘 걷지 못한다는 것을 보면, 우리의 눈이라는, 우리의 기준이라는 것이 참으로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눈은 무섭다.

“목숨값은 평등하지 않다, 에이즈” 항목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동성애자나 변태 성욕에 대한 저주라고 여겨졌던 에이즈, 사실 알고 보니 그건 지엽적인 것이었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공격하는 건 백혈구 중 T-세포로 침투한 세균을 죽이는 백병전 기술을 가진 세포를 파괴, 면역 체계가 망가져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라 한다. 더욱이 이 병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도 초기 에이즈 환자의 대부분이 사회 하층민이었고, 알고 보니 조심만 하면 걸릴 병도 아니었기에, 치료제 개발의 경제적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외면당한 것이라고 한다. 에이즈 환자의 80%가 GNP 200달러 미만의 제 3세계 사람들이라 하니 이런 젠장, 생명에도 우선 순위가 있다는 것.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에 맞지 않는 골치병일 뿐. 생물학 책을 읽었는데도 거기 더러운 인간 냄새가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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