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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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전태일에겐 악수를, 현재의 전태일에겐 멱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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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라지만,
2012년 이곳의 역사는 우리에겐 비극으로 저들에겐 희극으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며칠 전 불변의 헤어스타일과 미소로 전태일 동상을 찾아간 박정희의 딸을 보아도 이 명제의 유효성은 입증된다. 과거의 전태일에겐 악수를 내밀지만, 현재의 전태일에겐 멱살을 잡아당기지 않던가? 그가 바로 <의자놀이>의 주인공 쌍용자동차 노동자였으니, 이 희비극이 절묘하게 한 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포스트 모던한 시츄에이션이라니!


2009년 쌍용자동차 2,646명의 정리해고 발표와 뒤이은 77일간의 파업, 그리고 광주를 연상시켰던 살인진압 뒤, 22명의 쌍용자동차 사람들의 생이 마감되었다. 목을 매고, 차 안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퇴근한 남편이 옷을 갈아입는 사이 아내는 베란다에서 투신하고, 그 다음 해 두 아이를 남긴 채 그 남편이 떠나고, 대부분은 유서도 없이, 무언가에 떠밀린듯 홀린듯 미친듯 그렇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이 곳을 등졌다.


공지영은 카톨릭 피정을 갔다가 ‘악의 특징’이라는 정의를 배웠는데 그저 ‘나쁘고, 못되고, 잔인하고’같은 것들을 생각했는데 뜻밖의 단어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혼돈, 지연, 분열.


이것은 전두환과 이명박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자비한 폭력과 억압으로 상징되는 지난날 권력의 악행이 전자일 것이며, 친환경적으로 4대강을 파괴하고 서민을 위한다며 대기업을 보위하는 정신분열적 권력의 악행이 후자일 것이다. 그 혼돈과 지연과 분열의 바이러스에 쌍용자동차 사람들은 속무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고……


멈추게 해야 한다, 이 죽음을. 그래서 의자놀이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 하여 누군가는 써야 하고 누군가는 읽어야 하고 누군가는 트윗을, 페북을 해야 하고 기부도 해야 하고 결국엔 투표도 해야 한다. 혁명도 돌을 던지는 대신 표를 던져서 할 수 있는 세상이니 바뀐 세상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진보일 것이다. 의자놀이를 위해선 회계감사도 멋대로 하고, 노조와의 약속은 개한테나 줘버리고, 재판도 개판으로 하고, 경찰도 법 위에서 테이저건을 난사하는 아수라장… 우리는 인내의 마지노선에 와 있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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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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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상식적인 대통령을 가져 볼 권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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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실소유주라 추정되는 이명박의 5년이 아찔하게만 느껴지던 4년 전, 그보다 더 끔찍했던 건 이명박 다음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이명박 – 박근혜 계투조로 이어지는 엽기적인 릴레이는 마치 선동렬과 최동원이 이어 던지는 경기의 상대편이 느끼게 되는 무력감 수준이랄까, 어쨌든 그런 압도적인 상실감을 연상하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지는 뜬금없이 안철수가 등장한다.
어? 뭐지? 반전 내지는 허를 찔린 듯한 느낌.
여러 가지 상념이 오가다가 안철수면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바로 광고에서 늘 말하던 거 아닌가? 싸움의 장을 바꾸어버리는 것! 모두가 초콜렛의 맛이 진하니 다니 싸우고 있을 때 툭 던지는 거 있잖아, 이 초콜렛은 디자인이 졸라 예쁘다고 던지는 것. 안철수는 그런 느낌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후보로 예상되는 문재인의 경우, 근본적으로 노무현 프레임을 벗어날 수가 없다. 노무현 친구와 박정희 딸이 붙는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안철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싸움의 장이 다르다. 인식의 프레임이 다르다.


그래서 난 <안철수의 생각>을 집어들었다. 사실 이 책은 ‘안철수의 상식적인 생각’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래디컬하지 않다. 좌우를 넘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솔직히 말하고 있다. 정의, 복지, 평화의 가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상식 말이다. 철수스타일이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국민들의 열망이 진정 무엇인지, 그것이 자신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또한 그것을 자신이 잘 담아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는 그의 말은 그의 인생처럼 담백하고 진솔하다. 가감없고 쉽다. 그게 안철수의 힘이다. 재산환원 관련해서 쓴 이메일에서 자신의 말을 재인용한 구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이 시대의 상식은 안철수다. 적어도 이명박 다음 박근혜가 아닌 것이 상식이다. 우리도 한번쯤은 상식적인 대통령을 가져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더 이상 망가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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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인간의 맛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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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중용을 한 마디로 하면, 時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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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지지 않는 건, 이 주옥 같은 우주적 진리들이, 무려 2500년쯤 전에 이미 정리가 다 됐다는 것인데난 뭐하고 있는 거지?

도올 선생이 붙인 인간의 맛이란 부제와 EBS방송용 주제곡의 가사 저 시중의 푸름은 천지의 길 솔개는 하늘을 찌르고 잉어는 연못을 튄다 높은 곳도 낮은 데서 먼 곳도 가까운 데서 그 길을 나 홀로 간다 그 길을 나 홀로 간다에 중용의 엑기스가 담겨 있다. 그래서 나도 도올 선생처럼 시 한 수로 중용 독후의 감을 마감할까 한다.

 

생의 마디 마디 길이 있나니

서슬퍼런 칼 위에 설 수 있어도

기탄이 없다면 미치지 못하네

 

먼 길을 간다고

사람과 먼 길이겠느냐

높은 곳을 간다고

벗어난 활을 탓하겠느냐

 

소리도 내음도 없이 지극하고 지극하게

홀로 쉼 없이 가는 자만이

그 맛을 알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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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1
조 홀드먼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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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시간 전쟁, 도올선생께 배운 중용의 時中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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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상. 네뷸러상. 디트머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작.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책이, 몇 편의 장단편을 끌어모아 장편으로 개작-SF업계 용어로 ‘fix-up’-하여 1974 <The Forever War>란 제목으로 발표하기까지 무려 18곳의 출판사부터 거절당했단 사실이다. 자신에게 엿을 준 출판사들의 면상 앞에 다수의 트로피를 진열함으로써 보란듯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셈.

 

작가는 1968년 베트남 전쟁에 파견되어 백여 개의 폭탄 파편을 몸에 떠안고 명예 재대하게 되는데 이 작품의 메타포는 당연히 베트남 전쟁이다. ‘토오란이라 불리는 외계 종족과의 전쟁에서 토오란의 기지 내지 행성을 찾아가 싸우게 되는 장면은 베트남 파병의 치환이며, 잘 모르는 미지의 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의 심리상태는 그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아시아 국가에 투입되어 적으로 싸워야 하는 베트콩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의 대구이다. 생명이 공처럼 발로 차이는 우주전쟁에서 파이팅 슈트가 보호하는 건 병사들의 서푼짜리 존엄이 아니라 영원한 전쟁의 궁색한 이유일 것이다. 베트남이든, 토오란의 행성이든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영원한 전쟁이 영원한 분단으로 슈트를 갈아 입었을 뿐.

 

무엇보다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시간개념을 무력화시킨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 소설의 전개 방식이다. 소설에선 콜랩서라는 일종의 블랙홀을 이용하여 시공을 초월해 이동하는데, 광속으로 이동하면 지구에선 몇 백 년이 흘러도 그 비행선에 탄 병사는 얼마 정도밖에 나이 먹지 않는다는 상대성 이론, 다들 알고 있겠지? 모르면 아인슈타인에게 물어보도록.

 

스타게이트에서 콜랩서를 통해 이동해서 전투 좀 하다 운 좋게 지구에 살아돌아오면 달력이 수백에서 수천장씩 넘어가 있는 것이다. 대체 지구에 날 아는 사람이 누가 남아 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과 콜랩서에서 조금이라도 다르게 이동된다면 다시 만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약속시간 넘어 30분만 기다려도 눈에 불을 켜는 우리가 아닌가. 하물며 200, 300년은 기다릴 수조차 없다! 눈을 깜빡하면 내 주변에서 날 아는 사람이 죄다 사라져버린다는 생각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김태희를, 버스커버스커를, 순대국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세상보다는 70살이 넘어 0급으로 판정받으면 아무런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세상이나 인공자궁으로 생명을 관리하고 10억 명의 동성애자로 구성된 세상에 적응하는 게 차라리 더 쉽겠지.

 

, 이게 혹시 도올선생이 <중용 인간의 맛>강의에서 말한 時中 의 의미는 아닐까?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위는 시간 속에 있으며 그럴 때에만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진리는 속에 있다””시간 속의 것이 덧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 있기 때문에 영원할 수 있는 것이다”(103, 중용 인간의 맛)고 도올선생은 말한다. 소설을 보자. ‘콜랩서를 통해 시간을 넘나든다. 난 별로 나이든 게 없는데 우주에서 돌아온 지구는 몇 십 년씩, 몇 백 년씩 시간이 흘러가 있다. 시간 속에 있지만 그 시간과 함께 하지 못하는 처절한 아이러니. 전쟁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시간 속에 있지만 그 속에 인간이 있지 못하게 하는 압도적인 폭력. 인간 사이에 있지만 그 속에 시간이 흐르지 못하게 하는 잔인한 상처. 요약하면, 전쟁은 인간에게서 시간을 빼앗아버리는 것. 인간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 전쟁이 기웃거린다면, 하물며 영원에 가까운 전쟁이 자리를 잡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우주를 부유할 것이다. 텅 빈 플랫폼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시간이란 열차를 기다리며.

 

1143년간 계속된 전쟁은 허위에 의해 시작되었고, 두 종족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했던 고로, 계속되었다.

처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을 때, 제일 먼저 나온 질문은 왜 너는 그런 일을 시작했지?” 였고, 대답은 내가?” 였다.(355)

 

후회할 수는 있어도 돌이킬 수는 없다. 시간도 인간도 전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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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범우문고 2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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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이 경지를 소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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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돌아가신 법정 스님께서는 말씀하셨죠.

다비식 같은 것 하지 말고, 수의 만들지 말고, 입던 옷 입혀서 태우고, 사리고 찾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고

 

또한 공개된 남기는 말엔,

 

그러나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

 

라고 하셨죠. 하지만 범인들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법정 스님의 베스트셀러 <무소유>를 소유하기 시작했죠. 서점에선 금방 동이 났고, 중고책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날뛰었죠.

이 아이러니에 동참한 자 또 있었으니,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법정스님 입적과 함께 이 대통령의 조전 사실을 전하면서 "이 대통령은 법정스님의 저서를 항상 가까이 두시고 추천도서 1호로 꼽았다" "<무소유>는 여러 번 읽었고 해외순방을 갈 때나 휴가를 떠날 때 항상 법정스님의 수필집을 지니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서 <조화로운 삶> 추천사유를 남겼다" "산중에 생활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성과 깊은 사색을 편안한 언어로 쓰셔서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밝힌 <조화로운 삶>이란 저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추천한 법정스님의 저서는 <맑고 향기롭게>라는 제목의 산문집이었고, <조화로운 삶>은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이름이었다.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0656

 

돈에 관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소유욕의 화신이 <무소유>를 여러 번 읽었다니!!! 입조차 다물어지지 않는 이 아방가르드한 세태에 스님께선 뭐라고 하실지

 

우연히 알라딘 중고에서 <무소유>를 판매하는 자에게 책을 주문했는데 도착한 책은 스님의 열반 하루전날 발행된 2 77쇄 새 책이었죠. 뭔가 석연치는 않지만, 아쨋든, 스님껜 죄송하지만, <무소유>를 소유하게 되었죠. 일일이 책 내용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겠죠? 난을 키우며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무소유에 대해 깨우치게 되었다는 일화는 너무 유명하고, 도둑이 훔쳐간 스님의 탁상시계를 청계천 시계방에서 그 도둑으로부터 다시 사게 된 일화에서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는 말씀은 뒤통수를 띵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죠.

 

무소유. 이 경지를 소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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