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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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앞으로도 여전히,

그리고 온전히 너의 것이야. _ p. 142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다.

제목처럼 작가의 문장들이, 작가의 생각들이 너무 다정해서 아끼고 아껴서 읽고 싶었다.

 

<친애하고, 친애하는>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백수린 작가를 알게 되었지만, 사실 아직 다른 책은 읽지 못했다.

그런데도, 작가의 산문집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아니, 산문집의 제목이 너무 다정해서... 책의 표지가 왠지 따뜻해서... 작가의 마음 속 문장들을 알고 싶어졌다.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이라니... 궁금해졌다.

 

중학교 때 첫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했다(결과는 대실패였다고 한다.^^)는 작가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잡지 안에서 베이킹 레시피를 메모했다고 한다.

그만큼 빵과 베이킹을 좋아했던 작가는 '빵집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고 한다.

결국은 소설가가 된 작가는 그래서 책을 읽다가 빵이 나오는 내용을 만나면 애정을 느낀다고 한다.

 

책은 작가가 소개하는 다양한 빵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솔직히 모르는 빵이 더 많았다. 겁이 많은 나는 빵집에서조차 다양한 빵에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파리에 갔을 때도, 라스베가스의 프랑스 뷔페에 갔을 때도 마카롱을 먹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너무 뒤늦게 마카롱의 매력에 빠져 버려서 많은 후회를 했지만 말이다.

 

예전 살았던 동네에 있었던 제빵사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우유식빵만을 팔았던 작은 가게를 떠올리며 작가는 말한다.

소설이 삶을 닮은 것이라면, 한길로 꼿꼿이 가지 못하고 휘청휘청 비틀댄다 해도 뭐 어떤가.

내가 걷는 모든 걸음걸음이 결국엔 소설 쓰기의 일부가 될 텐데. (p. 64)

 

작가는 켄트 하루프의 소설 <축복>을 이야기하면서, 언젠가 방문한 미국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은 평범한 팬케이크를 연상한다. 투박하고 일상적이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담담하고 부드러운 삶의 조각들이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말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공원을 거닐다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 <장미밭에서>를 떠올리고, 주저하면서도 서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엄마와 딸을 보며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어주신 달콤한 도넛을 생각한다.

 

또, 청춘의 열병을 앓는 두 남녀의 이야기 <좁은 문>을 떠올리며 대학 시절 학교 앞 다방에서 새하얀 생크림을 발라 먹던 토스트를 추억하고, 사촌 동생 부부의 새로운 시작 앞에 놓인 웨딩 케이크를 보며 니콜 그라우스의 <사랑의 역사> 속 마지막 장면을 생각한다.

무한히 번져갈 때에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에 완성이 영원히 지연될 수밖에 없는, 사랑.

사랑의 속성이 그런 것이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오늘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일뿐이다. (p. 177)

 

빵과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긴 문장이었다.

어쩌면 문장 하나하나가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도 예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려 애쓰거나, 그러지 않거나 두 가지밖에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능한 한 나는, 언제나 사랑의 편에 서고 싶다. _ p. 193

 

'가능한 한 사랑의 편에 서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매일매일이 다정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처럼,

나도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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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의 네 딸들 컬러링북 우리가 사랑했던 순정만화 시리즈
신일숙 지음 / 용감한까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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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순정만화를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윙크나 댕기, 밍크 등은 물론이고 단행본까지... 친구들과 함께 만화를 보는 시간이 젤로 즐거웠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사랑했던 순정만화 컬러링 시리즈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드문', '궁', '비타민' 이렇게 4가지로 출간되었다.

 

소록소록 떠오르는 옛날 기억에 컬러링북을 넘기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컬러링북은 예쁜 컬러 인쇄본과 컬러링을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시절 사랑했던 만화의 명장면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는 듯 하다.

 

 

 

 

<궁>은 TV드라마로 너무나 큰 인기를 끈 작품이라 모르는 이가 별로 없을 듯 하다.

만화도, 드라마도 참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예쁜 컬러 일러스트가 너무 많았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픽해서 컬러링을 해 봤다.

아무래도 색연필로 칠하다 보니 색감이 많이 연한데, 뭔가 색칠하면서 "느낌 있어"라며 연신 흐믓해 했다는...ㅋㅋ

 

색연필로만 하다가 벽돌은 좀 더 선명하게 색감을 주고 싶다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마카펜으로 칠했더니, 조금 이상해지긴 했다.

 

색연필의 연한 느낌이 괜히 더 순수하고 부드러워 보여서 다 칠하고 난 뒤 한참을 쳐다봤다.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둘을 보고 있으니, 괜시리 내 마음이 설렌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신일숙 작가의 작품으로, 여성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아르미안이라는 가상 국가의 네 딸들이 운명과 싸우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아선호사상을 가진 어른들 아래서 자라난 나였기에 진취적인 여성들이 운명과 싸운다는 점이 멋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남자 주인공들도 멋있었지만...

 

역시나 예쁜 컷들이 많았지만, 멋있어 보이는 장면으로 픽해서 컬러링을 해 봤다.

비슷한 색감이 많아서 어떻게 색을 정해서 칠해야 할지 어려웠다. 원래도 색에 대한 감각이 조금 없기도 하고... ^^;;

 

색연필은 색이 연하고 마카펜 사용이 조금 어설퍼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든다.

둘의 눈빛이 살아있네...ㅋ 느낌 있어... ^^

 

<레드문>과 <비타민>도 컬러링할 페이지는 정했는데, 좀 어렵게 느껴져서 어떻게 칠해야할지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

 

 

 

 

외출도 쉽지 않은 요즘 상황에서 예쁘고 즐거운 취미 하나가 생긴 것 같아 기쁘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만큼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는데, 순정만화 컬러링북으로 틈틈히 좋아하는 장면들을 골라 색칠해 보고 싶다.

 

순정만화를 좋아하고, 친구들을 좋아하고, 그 시간을 좋아했던 순수하고 행복했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즐거웠다.

이미라, 이은혜, 박희정 등 다른 작가의 컬러링북도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 시절 좋아했던, 사랑했던 순정만화 컬러링 시리즈가 계속되기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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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 - 하루 1작품 내 방에서 즐기는 유럽 미술관 투어 Collect 5
이용규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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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갈 때면 꼭 미술관 혹은 박물관 투어를 계획한다. 책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사진으로만 접해 본 거장들의 미술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버린 지금은 직접 보고 싶어도 그럴 수조차 없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그림 보기를 포기할 우리들은 아니지...^^

동양북스에서 출간된 <90일 밤의 미술관>유럽 각지의 미술관에서 오랜 시간 도슨트로 활동한 5명이 자신들이 아끼는 작품을 하루에 하나씩 소개하는 책이다.

 

사실 그림 보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그림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림을 처음 본 순간의 내가 받는 그 느낌이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좀 더 그 그림에 대해 또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해 안다면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고 감동도 더 커지지 않을까.

그래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을 할 때도 혼자 보는 것도 좋지만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5명의 도슨트들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그 외 지역으로 나누어 거장들의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은 재미있고 특별하다.

 

 

 

 

'바티나스'는 '헛되고 헛되노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즉, 현생의 모든 것이 덧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단어라고 하는데, 기존 종교화를 그리기 어려워진 사회 상황에서 화가들은 '바티나스 정물화'를 통해서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단순히 아름다운 꽃들이 꽂혀진 화병으로만 보이는 이 그림이 어떻게 바티나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걸까?

그림의 화병 속 꽃들은 같은 계절에 피는 꽃이 아니라, 각각의 꽃이 1년 중 가장 화려하게 피었을 때를 그려 모아둔 것이라고 한다. 즉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그림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그림을 본다면 그저 예쁜 그림이구나, 정교하게 잘 그린 그림이구나 정도로만 봤을 텐데, 앞으로는 '바티나스'라는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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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

그를 떠올리면 콧수염부터 생각이 난다.

특이하고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일삼던 달리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고양이를 스물여덟 번이나 던져 동물 학대 비난을 받기도 했고, 초현실주의 개막식에 잠수복과 잠수 헬멧을 쓴 채 등장하여 연설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특이한 그가 한 여성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쳤다는데, 달리의 뮤즈였던 '갈라'라고 한다.

그림의 서명마저 갈라-살바도르 갈리로 바뀌었다니, 그 여성은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였던 모양이다. 

 

 

 

 

우리에게도 너무 유명한 화가 피카소, 그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본 후 "내가 뛰어넘고 싶은 화가는 벨라스케스가 유일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피카소가 벨라스케스의 위대한 그림 <시녀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일흔여섯 살의 피카소가 존경하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그리기 위해 작품을 해체하고 분해하기를 거듭해 전혀 다른 화풍으로 만들어낸 피카소의 <시녀들>.

사실 모르고 보면 전혀 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바로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에는 무려 46점의 <시녀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단 하나의 완전한 작품을 그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 피카소.

언젠가 피카소 박물관에 갈 수 있다면, 그의 그림을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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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륭한 그림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정교해 눈길을 끌지만,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이나 화가 개인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림에 대한 또다른 감정이 느껴질 것 같다.

 

<이삭의 희생>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으로, 아브라함은 100년을 기다려 얻은 귀한 자식 이삭을 희생 제물로 바쳐야 했는데, 다행히 천사가 나타나 다른 숫양이 제물로 바쳐졌다고 한다.

귀한 아들 이삭을 희생양으로 바쳐야 하는 그 순간을 그려낸 이 그림을 그릴 때쯤 렘브란트 역시 자신의 첫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야만 했다고 하니, 그림이 사뭇 슬프게 느껴진다.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화 모작> 속 베아트리체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악마같은 아버지를 뒀고, 악마같은 아버지를 가족들과 죽인 죄로 사형에 처해진 인물이라고 한다.

그림 속 베아트리체의 사연도 안타깝지만, 이 모작을 그린 엘리자베타 역시 아버지의 학대에 가까운 혹사 속에서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돌연사했다고 하니, 베아트리체의 눈빛이 더욱 처연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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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 되어 버렸는데, 첫 유럽여행의 첫번째 도시가 오스트리아 빈이었다.

당시 미술에 큰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그럼에도 빈의 일정에는 '벨베레데 궁전에서 클림트의 'KISS 보기'가 체크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지만, 유명한 그림을 직접 두 눈으로 본다는 그 감회는 정말 남달랐다.

그리고 몇 년 후인가에 출장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가게 되었고, 일정상 파리에 2일 정도 머물 기회가 생겼다.

파리하면 '루브르 박물관'인데, 하루만에 다 볼 수 없다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모나지라'를 볼 기회를 포기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지금만큼 좀 더 미술에 관심이 있었다면, 여행시 지나갔던 여러 도시들에서 더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아쉬워만 하고 후회만 하기보단, 이렇게 좋은 책 한 권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에 1작품씩, 천천히 작품과 그 뒷이야기를 즐기며 미술관 투어를 해 보면 어떨까.

언젠가 실물로 마주하게 될 작품들의 감동을 미리 느끼면서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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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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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전 작품들도 강렬해서, 이번 <작열>도 제목만큼이나 기대됩니다.
복수를 위해 살인자의 아내가 된 여자, 그녀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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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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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따뜻한 햇살이 쭈욱 내리쬐는 거실이다. 날이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햇살 비치는 거실의 온기는 너무 따스해서 마음의 평온을 준다.

그래서였을까.

<빛의 현관>의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부 맡기겠습니다. 아오세 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 주세요."

마법에 걸린 듯, 뇌가 마비되는 순간이 있다.

책에 실렸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의뢰를 받았을 때의 마음이 특별했다. _ p. 12

 

건축사인 '아오세 미노루'는 '요시노 도타'로부터 특별한 의뢰를 받는다. 요시노는 아오세가 지은 다른 집을 보고 왔다면서, 아오세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한다.

 

아오세는 건축사로서 열정적으로 일하던 시기가 있었으나 거품경기를 겪으며 일과 가정 모두에서 실패했다.

현재 일하는 설계사무소에서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집은 짓지만 예전의 열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런 아오세는 요시노의 의뢰로 가슴 속에 무언가 특별한 감정을 느끼며 설계에 열중했고, 마침내 'Y주택'이 만들어졌다.

 

Y주택이 '헤이세이 주택 200선'이라는 책에 실리고, 많은 사람들이 Y주택에 흥미와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어느날 아오세는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Y주택을 보고 싶어 찾아갔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라는 메일을 받게 된다. 아오세가 찾아간 Y주택은 정말로 사람이 살았던 흔적 없이 텅 비어 있었다. 2층 창가에 놓인 특별한 의자를 제외하고는...

화목하고 다정해 보였던 요시다 가족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함께 동행한 설계사무소 소장 오카지마는 그 의자가 유명 건축가 '타우트'가 만든 의자 같다고 말하고, 아오세는 타우트의 의자를 단서로 요시다 가족의 행방을 찾기로 한다.

 

건축사지만 오랜 기간 타우트에 대해 무지했던 아오세는, 타우트의 의자를 시작으로 타우트에 대해 알아가고 그와 함께 요시다와의 연결점도 찾게 된다.

한편, 오카지마는 파리에서 사망한 화가 후지미야 하루코의 기념관 건립 공모전 지명업체에 선정되어, 아오세가 Y주택을 지은 것처럼 자신도 일생일대의 건축물을 짓고 싶다는 열정과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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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주택이 지어졌을 때 기뻐하고 행복해했던 요시다 가족의 실종이 미스터리한 요소로 다가오지만, 전체적 내용은 상실과 실패를 겪은 아오세가 Y주택과 요시다 등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며 그 변화의 끝에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다.

 

미스터리, 추리 등의 요소를 좋아하는 편이라 솔직하게 아오세의 행방을 찾으며 함께 추적해가는 타우트의 생애, 기념관 건립 관련 내용 등 여러 내용들이 왔다갔다 나와서 금방금방 읽혀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떠돌이 생활을 하며 정착하지 못했던 아오세의 어린 시절, 여전히 애틋한 전부인에 대한 마음, 그래서 더 특별했던 Y주택으로 귀결되는 집에 대한 마음과 감정은 뭔가 이해가 되면서 느슨해지는 내 마음을 다잡았다.

 

 

'산다'는 건 뭘까. 아니, '집'이란 뭘까.

오늘은 비가 와서 우중충하지만, 어쩌면 햇살이 있든 없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는 이 곳이 '우리집'이고 내가 머물 곳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오세는 어쩌면 자신이 있을 곳을, 자신이 원하는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실수를 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고 많은 후회의 날들을 보냈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부드럽고 고요한 노스라이트 속에서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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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

떠돌던 건설 현장의 숙소에는 희한하게도 북쪽 벽에 큰 창이 나 있었다. 새어 들어오는 것도, 쏟아져 들어오는 것도 아닌, 왠지 조심스레 실내를 감싸 안는 부드러운 북쪽의 빛.

동쪽 빛의 총명함이나 남쪽 빛의 발랄함과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은 듯 고요한 노스라이트(north light). 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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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만들고 싶었습니다.

빛을 환대하고, 빛에게 환대 받는 집을. _ p. 89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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