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밤의 미술관 - 하루 1작품 내 방에서 즐기는 유럽 미술관 투어 Collect 5
이용규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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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갈 때면 꼭 미술관 혹은 박물관 투어를 계획한다. 책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사진으로만 접해 본 거장들의 미술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버린 지금은 직접 보고 싶어도 그럴 수조차 없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그림 보기를 포기할 우리들은 아니지...^^

동양북스에서 출간된 <90일 밤의 미술관>유럽 각지의 미술관에서 오랜 시간 도슨트로 활동한 5명이 자신들이 아끼는 작품을 하루에 하나씩 소개하는 책이다.

 

사실 그림 보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그림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림을 처음 본 순간의 내가 받는 그 느낌이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좀 더 그 그림에 대해 또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해 안다면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고 감동도 더 커지지 않을까.

그래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을 할 때도 혼자 보는 것도 좋지만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5명의 도슨트들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그 외 지역으로 나누어 거장들의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은 재미있고 특별하다.

 

 

 

 

'바티나스'는 '헛되고 헛되노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즉, 현생의 모든 것이 덧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단어라고 하는데, 기존 종교화를 그리기 어려워진 사회 상황에서 화가들은 '바티나스 정물화'를 통해서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단순히 아름다운 꽃들이 꽂혀진 화병으로만 보이는 이 그림이 어떻게 바티나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걸까?

그림의 화병 속 꽃들은 같은 계절에 피는 꽃이 아니라, 각각의 꽃이 1년 중 가장 화려하게 피었을 때를 그려 모아둔 것이라고 한다. 즉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그림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그림을 본다면 그저 예쁜 그림이구나, 정교하게 잘 그린 그림이구나 정도로만 봤을 텐데, 앞으로는 '바티나스'라는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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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

그를 떠올리면 콧수염부터 생각이 난다.

특이하고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일삼던 달리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고양이를 스물여덟 번이나 던져 동물 학대 비난을 받기도 했고, 초현실주의 개막식에 잠수복과 잠수 헬멧을 쓴 채 등장하여 연설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특이한 그가 한 여성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쳤다는데, 달리의 뮤즈였던 '갈라'라고 한다.

그림의 서명마저 갈라-살바도르 갈리로 바뀌었다니, 그 여성은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였던 모양이다. 

 

 

 

 

우리에게도 너무 유명한 화가 피카소, 그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본 후 "내가 뛰어넘고 싶은 화가는 벨라스케스가 유일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피카소가 벨라스케스의 위대한 그림 <시녀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일흔여섯 살의 피카소가 존경하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그리기 위해 작품을 해체하고 분해하기를 거듭해 전혀 다른 화풍으로 만들어낸 피카소의 <시녀들>.

사실 모르고 보면 전혀 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바로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에는 무려 46점의 <시녀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단 하나의 완전한 작품을 그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 피카소.

언젠가 피카소 박물관에 갈 수 있다면, 그의 그림을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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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륭한 그림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정교해 눈길을 끌지만,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이나 화가 개인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림에 대한 또다른 감정이 느껴질 것 같다.

 

<이삭의 희생>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으로, 아브라함은 100년을 기다려 얻은 귀한 자식 이삭을 희생 제물로 바쳐야 했는데, 다행히 천사가 나타나 다른 숫양이 제물로 바쳐졌다고 한다.

귀한 아들 이삭을 희생양으로 바쳐야 하는 그 순간을 그려낸 이 그림을 그릴 때쯤 렘브란트 역시 자신의 첫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야만 했다고 하니, 그림이 사뭇 슬프게 느껴진다.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화 모작> 속 베아트리체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악마같은 아버지를 뒀고, 악마같은 아버지를 가족들과 죽인 죄로 사형에 처해진 인물이라고 한다.

그림 속 베아트리체의 사연도 안타깝지만, 이 모작을 그린 엘리자베타 역시 아버지의 학대에 가까운 혹사 속에서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돌연사했다고 하니, 베아트리체의 눈빛이 더욱 처연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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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 되어 버렸는데, 첫 유럽여행의 첫번째 도시가 오스트리아 빈이었다.

당시 미술에 큰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그럼에도 빈의 일정에는 '벨베레데 궁전에서 클림트의 'KISS 보기'가 체크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지만, 유명한 그림을 직접 두 눈으로 본다는 그 감회는 정말 남달랐다.

그리고 몇 년 후인가에 출장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가게 되었고, 일정상 파리에 2일 정도 머물 기회가 생겼다.

파리하면 '루브르 박물관'인데, 하루만에 다 볼 수 없다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모나지라'를 볼 기회를 포기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지금만큼 좀 더 미술에 관심이 있었다면, 여행시 지나갔던 여러 도시들에서 더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아쉬워만 하고 후회만 하기보단, 이렇게 좋은 책 한 권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에 1작품씩, 천천히 작품과 그 뒷이야기를 즐기며 미술관 투어를 해 보면 어떨까.

언젠가 실물로 마주하게 될 작품들의 감동을 미리 느끼면서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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