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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ㅣ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평점 :
클래식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하다는 이유 모를 편견부터 생긴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그렇게 성인이 된 후에도 쉽고 편하게 내 귀에 들어오는 음악들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 클.알.못.인 나였지만 클래식에 대한 동경의 마음은 늘 품고 있었기에, 90일 동안 하루에 한 곡씩 그 곡에 숨겨진 특별한 이야기와 함께 듣는 클래식이라는 책의 소개에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인 작가는 1) 특별한 이야기가 있고, 2) 난해한 음악 이론은 가급적 적용하지 않고, 3)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의 처음에는, 쉽게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도록 <클래식 음악 연대표>와 <클래식 작품 목록 표기>, <클래식 음악 용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어 좀 더 편안하고 부담없이 책을 펼칠 수 있었다.
또한 해당 음악의 QR코드가 이야기마다 첨부되어 있어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음악을 듣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게 그 음악에 빠져들 수 있었다. 감상 팁과 추천 음반이 소개된 것도 좋았다.
초등학교 때 한번쯤은 불어봤을 리코더가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악기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 거기다 '비발디'의 <플라우티노를 위한 협주곡, RV443>을 직접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니 저게 정말 내가 아는 리코더로 부는 게 맞어?, 라고 할 정도로 리코더는 현란하고 화려한 기교를 마구 뽐내고 있었다. 아, 놀라워라!!
꿈 속에서 악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그 실력에 너무 충격을 받아 악마의 음악을 재현하려 했다는 썰이 있는 '주세페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악마의 트릴'>,
이제 그만 집에 보내달라는 의미를 담아 연주자들이 차례대로 자신의 악기를 챙겨 퇴장하는 기상천외한 교향곡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교향곡 45번, Hob.I:45 '고별'>,
너무나 뛰어난 실력 때문에 악마의 자식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니콜로 파가니니'의 <마녀들의 춤, Op.8>,
당시에는 지독한 혹평을 받으며연주 불가 판정까지 받았지만 현재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시그니처 곡인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Op.23>,
혈액형별로 성격을 나누는 것처럼 인간의 4가지 기질인 담즙, 점액, 우울, 다혈을 음악으로 표현한 '카를 닐센'의 <교향곡 2번, Op.16 '4가지 기질'>,
2001년 연주 실험이 이루어진 이래 현재까지 연주가 진행중(종료는 2640년)인 세상에서 가징 긴 음악인 오르간 연주곡 '존 케이지'의 <오르간2/ASLSP> 등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의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거기다 제목은 미처 몰랐지만 막상 들어보니 귀에 익숙한 음악들도 의외로 많아서 더 재미있게 책을 즐길 수 있었다.
전문가처럼 음악의 흐름이나 기교 이런 것들은 여전히 잘 모르겠고, 이제와서 클래식 음악이 엄청 쉽게 느껴진다는 말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함께 한 90일 밤의 클래식 여행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그리고 이제는 예전처럼 완전히 클래식이 낯설게만은 느껴지지 않아서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