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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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따뜻한 햇살이 쭈욱 내리쬐는 거실이다. 날이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햇살 비치는 거실의 온기는 너무 따스해서 마음의 평온을 준다.

그래서였을까.

<빛의 현관>의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부 맡기겠습니다. 아오세 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 주세요."

마법에 걸린 듯, 뇌가 마비되는 순간이 있다.

책에 실렸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의뢰를 받았을 때의 마음이 특별했다. _ p. 12

 

건축사인 '아오세 미노루'는 '요시노 도타'로부터 특별한 의뢰를 받는다. 요시노는 아오세가 지은 다른 집을 보고 왔다면서, 아오세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한다.

 

아오세는 건축사로서 열정적으로 일하던 시기가 있었으나 거품경기를 겪으며 일과 가정 모두에서 실패했다.

현재 일하는 설계사무소에서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집은 짓지만 예전의 열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런 아오세는 요시노의 의뢰로 가슴 속에 무언가 특별한 감정을 느끼며 설계에 열중했고, 마침내 'Y주택'이 만들어졌다.

 

Y주택이 '헤이세이 주택 200선'이라는 책에 실리고, 많은 사람들이 Y주택에 흥미와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어느날 아오세는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Y주택을 보고 싶어 찾아갔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라는 메일을 받게 된다. 아오세가 찾아간 Y주택은 정말로 사람이 살았던 흔적 없이 텅 비어 있었다. 2층 창가에 놓인 특별한 의자를 제외하고는...

화목하고 다정해 보였던 요시다 가족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함께 동행한 설계사무소 소장 오카지마는 그 의자가 유명 건축가 '타우트'가 만든 의자 같다고 말하고, 아오세는 타우트의 의자를 단서로 요시다 가족의 행방을 찾기로 한다.

 

건축사지만 오랜 기간 타우트에 대해 무지했던 아오세는, 타우트의 의자를 시작으로 타우트에 대해 알아가고 그와 함께 요시다와의 연결점도 찾게 된다.

한편, 오카지마는 파리에서 사망한 화가 후지미야 하루코의 기념관 건립 공모전 지명업체에 선정되어, 아오세가 Y주택을 지은 것처럼 자신도 일생일대의 건축물을 짓고 싶다는 열정과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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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주택이 지어졌을 때 기뻐하고 행복해했던 요시다 가족의 실종이 미스터리한 요소로 다가오지만, 전체적 내용은 상실과 실패를 겪은 아오세가 Y주택과 요시다 등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며 그 변화의 끝에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다.

 

미스터리, 추리 등의 요소를 좋아하는 편이라 솔직하게 아오세의 행방을 찾으며 함께 추적해가는 타우트의 생애, 기념관 건립 관련 내용 등 여러 내용들이 왔다갔다 나와서 금방금방 읽혀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떠돌이 생활을 하며 정착하지 못했던 아오세의 어린 시절, 여전히 애틋한 전부인에 대한 마음, 그래서 더 특별했던 Y주택으로 귀결되는 집에 대한 마음과 감정은 뭔가 이해가 되면서 느슨해지는 내 마음을 다잡았다.

 

 

'산다'는 건 뭘까. 아니, '집'이란 뭘까.

오늘은 비가 와서 우중충하지만, 어쩌면 햇살이 있든 없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는 이 곳이 '우리집'이고 내가 머물 곳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오세는 어쩌면 자신이 있을 곳을, 자신이 원하는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실수를 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고 많은 후회의 날들을 보냈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부드럽고 고요한 노스라이트 속에서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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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

떠돌던 건설 현장의 숙소에는 희한하게도 북쪽 벽에 큰 창이 나 있었다. 새어 들어오는 것도, 쏟아져 들어오는 것도 아닌, 왠지 조심스레 실내를 감싸 안는 부드러운 북쪽의 빛.

동쪽 빛의 총명함이나 남쪽 빛의 발랄함과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은 듯 고요한 노스라이트(north light). 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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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만들고 싶었습니다.

빛을 환대하고, 빛에게 환대 받는 집을. _ p. 89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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