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ㅣ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답이 나왔다. 그런 사람은 없다고.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추려고 애쓰면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사람대로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도대체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는 걸까?

서울대학교의 명강의를 책으로 읽는 서가명강 시리즈 28번째 강의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인 이현정 교수의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이다. 자크 라캉의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유명한 철학적 명제를 따온 듯한 책제목에서 풍기는 첫 느낌은 익숙함이다. 다른 사람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니까. 

서두에서 말했듯이 타인의 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가 말하는 육체의 문제에 있어서도,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눠놓은 젠더 문제도 모두 타인 지향적인 삶, 다시 말해 남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왜 그렇게 타인의 눈을 의식해야 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타인과 다른 삶이나 모습은 결국 사회에서 동떨어진 아웃사이더라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달리 말하면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런 인정 욕구에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가지만 마음 한견에는 늘 자신의 욕망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깊숙이 숨어있다. 자연인 혹은 오지인의 삶을 조명한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 그런 마음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모든 순간을 나답게 살아가자는 저자의 말처럼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게 이루지 못할 그런 삶이지만 이제는 찾아가야 한다. 행복은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세력을 이기는 주식투자 치트키

세력을 이기는 주식투자 치트키 - 주식 초보가 고수되는 주식입문 기본서
박영수.김홍열 지음 / 율도국 / 2022년 12월

요즘 주식 투자하시는 분들은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날들이지 않을까 싶다.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국 코로나 등 주식 투자를 힘들게 만드는 상황들이 너무 많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을 잡기도 힘든 시기이다. 투자 경력이 얼마 안 된 나같은 사람은 뭐라 할 말이 없다. 

이렇게 힘든 시장을 이겨내는 방법이 있을까? 투자자라면 누구나 생각해볼만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 위해 박영수&김홍열 두 분이 집필한 <세력을 이기는 주식투자 치트키>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들은 프롤로그에서 주식 투자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정의했다. 주식에 무지하고, 경험이 없고, 성공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내 모습이다. 주식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무언가 정석대로 공부하기보다는 요약집 혹은 시험 족보만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경험은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당연히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고, 성공하는 법은 말 그대로 모른다. 알면 이 책을 읽을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주식 투자를 시작한 후 잡다하게 여러 책을 읽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솔직히 별로 없었다. 이전에 읽은 책들 대부분이 그저 이론적인, 누구나 알법한 그런 이야기들만 짜깁기한 내용이라 실제 매매에 도움이 되는 조언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어땠을까?

주식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한 번은 공부해야 할 책이다. 물론 이 책에 주식에 관한 모든 것이 실려 있지는 않다. 어쩌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만 다루고 있다고 불평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투자자라면 분명히 알아야할 보석 같은 내용들이 수없이 많이 담겨있다. 가까운 길이 아니라 어쩌면 멀리 돌아가야 하는 길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실제 매매에 적용한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매매법도 실려 있으니 잘 참고해서 자신만의 매매법으로 소화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한 해의 끝이 다가온다. 23년에는 모두가 성투하는 그런 행복한 한 해가 되길 응원한다.

한 걸음 더 들어간 한국사

한 걸음 더 들어간 한국사 - 한층 깊은 시각으로 들여다본 우리의 역사
김상훈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2년 12월

역사는 참 재밌다. 전혀 다른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만들어낸 시간과 공간,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낸 사건들을 살피다보면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에 들어선 듯한 기분도 들고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듯한 기분도 든다. 수업 시간에 들었던 역사 이야기를 벗어나면 그렇게 즐겁고 유쾌한 여행이 시작된다. 

역사가 그렇게 재미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학자라는 이름을 달 정도로 흥미로운 분야는 아니었기에 그냥 적당한 수준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영상을 보기도 하던 중에 김상훈님의 <한 걸음 더 들어간 한국사>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다양한 책을 집필한 저자였지만 그의 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새로운 인물의 새로운 역사관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책 제목에서 풍기는 왠지 모를 묘한 분위기가 정말 우리나라 역사에 조금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 만한 마법이 숨어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총4장에 걸쳐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다른 역사책들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각 이야기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독자들이 내용을 읽기 전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야하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간단한 질문 2-3가지이지만 책 제목처럼 한국사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들이라 상당히 유익하게 다가왔다.

전혀 몰랐던 내용도 적지 않았기에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조선 주당들의 음주 문화를 알려주는 혼돈주 이야기처럼 술자리처럼 가벼운 모임에서 나누기에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적지 않았다. 역관 홍순원이 이야기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어떻게 역사가 되는지를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무척 흥미롭다.

길지 않은 분량에 사진들을 첨부해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기에 중고등학생들도 함께 읽으면 우리나라 역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역사가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역사는 우리가 꼭 지켜야할 뿌리이기에 학생들이 이 책에 실린 재미난 이야기들로 역사 공부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스페인의 위대한 철학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글을 몇 년 전에 읽었다. <사람을 얻는 지혜>라는 책이었는데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들을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짧은 글로 소개하는 책이었다. 글이 어렵지 않아 아주 쉽게 읽지만 그 의미를 마음속에 담기 위해서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망치로 마음속을 ‘쿵’하고 세게 친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에 읽은 메이트북스의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도 이전에 읽은 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주 짧은 글들 속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6개의 장으로 나눠 소개한다. 삶의 의미, 내면 훈련, 현명한 사람, 명망, 말 내공, 인간관계 등 살면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지혜를 소개하고 있기에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들려주는 지혜는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우리가 생각하고 있지만 결코 드러내지 않는 생각들이기에 어쩌면 속으로 누구보다 더 깊이 공감하는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저자는 당신이 하는 일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라고 한다. 겸손을 삶의 미덕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말은 어쩌면 자기 과시 혹은 교만한 모습처럼 보이질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다른 이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따라가는 존재이기에 그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 우러러보게 하고, 널리 알려 호기심을 자극하고, 존경심을 야기하는 게 오히려 대단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글들이기에 쉽게 읽히지만 쉽게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온 커다란 삶의 한 축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길 원한다면 삶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의 본질을 분명하게 알고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었을 때, 그 때가 바로 우리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이 책은 평생 읽어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그런 책이 아니다. 그러기에 지금 바로 서점으로 달려갈 것을 권한다. 너무 늦어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

쇼샤

쇼샤 ㅣ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사랑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그렇기에 현실에서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 없다. 아니,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라면 다른 사람의 사랑에 대해 살짝 얘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뭐, 정답은 아니겠지만.

쇼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가 쓴 소설의 제목이자 작품 속 주인공인 아렐레가 사랑하는 여인이다. 쇼샤는 아렐레가 어릴 적부터 마음에 품었던 여인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마음도 몸도 생각도 어린 시절 그대로인 여인이다.

아렐레가 그런 쇼샤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지만 아렐레가 쇼샤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선택하기 힘든, 아닌 상상하기조차 힘든 결정이니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아렐레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너무나 흔하디흔한 한 마디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렐레의 마음이 조금은 보이는 듯했다.

아렐레가 쇼샤에게 사랑은 준 건 결국 쇼샤의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자신의 감정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잊은 채, 자신을 둘러싼 생각과 욕망과 감정에 사로잡혀 변해버렸지만 쇼샤는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아렐레는 그의 사랑을 그녀에게 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가장 아픈 역사의 한 장면에서 아렐레의 선택은 가장 큰 고통을 넘어선 사랑이여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모든 것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