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샤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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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그렇기에 현실에서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 없다. 아니,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라면 다른 사람의 사랑에 대해 살짝 얘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뭐, 정답은 아니겠지만.

쇼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가 쓴 소설의 제목이자 작품 속 주인공인 아렐레가 사랑하는 여인이다. 쇼샤는 아렐레가 어릴 적부터 마음에 품었던 여인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마음도 몸도 생각도 어린 시절 그대로인 여인이다.

아렐레가 그런 쇼샤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지만 아렐레가 쇼샤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선택하기 힘든, 아닌 상상하기조차 힘든 결정이니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아렐레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너무나 흔하디흔한 한 마디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렐레의 마음이 조금은 보이는 듯했다.

아렐레가 쇼샤에게 사랑은 준 건 결국 쇼샤의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자신의 감정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잊은 채, 자신을 둘러싼 생각과 욕망과 감정에 사로잡혀 변해버렸지만 쇼샤는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아렐레는 그의 사랑을 그녀에게 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가장 아픈 역사의 한 장면에서 아렐레의 선택은 가장 큰 고통을 넘어선 사랑이여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모든 것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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