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엄성 - 개념의 기원과 형성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6
디트마르 폰 데어 포르텐 지음, 김정로 옮김 / 북캠퍼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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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인간 존엄성이란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인간 존엄성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그 존재 가치가 있고, 그 인격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개념을 말한다. 인간 존엄성은 단순한 도덕적 개념이 아니라 헌법, 인권선언 등에서 인간의 기본적 가치로 규정된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인간존엄성을 깊이 있게 분석을 책이 있다. 바로 디트마르 폰 데어 포르텐의 《인간존엄성 -– 개념의 기원과 형성》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존엄성이라는 개념은 헌법과 각종 국제 협약에서 최고의 자리에 놓인 절대적 원칙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일상에 깊숙이 개입하고 유전자 편집과 같은 첨단 기술이 상용화되는 오늘날에 이 개념은 단순한 추상적 관념을 넘어 실질적인 법적 기준이자 윤리적 방어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인간존엄성이라는 권리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역사적 굴곡을 거쳐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 역시 그렇다. 그렇기에 이 책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더욱 중요하지 않나 싶다. 법철학∙사회철학 교수인 저자는 인간존엄성이라는 개념이 지닌 역사적 뿌리와 철학적 구조를 명쾌하게 해부하면서 별다른 감흥 없이 흘려보내는 인간존엄성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존엄성이라는 개념은 어느 날 갑자기 뚝 튀어 나오지 않았다. 저자는 로마 시대의 ‘디그니타스’라는 개념에서 시작해 기독교적 사상과 칸트를 넘어 내적이고 불변하는 자기 결정권으로서의 존엄성이 어떻게 명문화되었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한다. 이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서 인간존엄성은 수많은 격동의 시간을 거쳐 다듬고 다듬어진 역사적 산물임을 알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인간존엄성을 삶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우리의 지표로 삼고 있느냐이다. 내 자신만 보아도 그렇지 못할 때가 너무나 많다. 아주 가벼운 무시에서부터 세상을 뒤집어엎을 정도의 시끄러운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인간존엄성이 무시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그런 순간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현실적이고 예민한 문제들을 세밀하게 살펴보며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화두를 던진다. 당신은 인간존엄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인간이라는 존재의 절대적 가치가 끊임없이 시험받는 시대에, 이 책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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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죽이기 - 현실적 악의
서맨사 바바스 지음, 김수지.김상유 옮김 / 푸른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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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뉴욕타임스 죽이기 –- 현실적 악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뉴욕타임스 죽이기’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뭔가 쎄하다. 뉴욕타임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연결해보면 이건 분명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무언가와 관련된 내용임에 틀림없다. 현실적 악의라는 표현도 익숙하지는 않지만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개념임에는 분명하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뉴욕주립대 버펄로 로스쿨 교수인 서맨사 바바스는 이 책에서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주요 판례인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의 배경과 진행 과정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언론의 자유가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는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권력 앞에 자유롭지 못한 순간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다룬 사건은 이렇다.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광고를 당시 지역 공공업무위원인 설리번이 광고 내용 중 일부 오류를 근거로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다. 당시의 명예훼손법에 근거해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런 판결에는 언론사를 재정적으로 압박하고 외부의 비판적 보도를 차단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더욱 깊이 생각해봐야 할 법리가 나온다. 바로 '현실적 악의'라는 개념이다. 대법원은 고위 공직자가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배상을 청구할 경우, 단순히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넘어 언론사가 그것이 허위임을 사전에 인지했거나 진실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현실적 악의'를 엄격히 입증하도록 판결했다. 저자는 언론사 내부 문서와 재판연구원들의 기록 등 1차 사료를 활용하여, 이 판결 기준이 마련되기까지의 법리적 논의 과정을 세밀하게 재구성하여 설명한다.

'현실적 악의' 기준이 도입된 이후, 기자들은 소송에 대한 두려움 없이 권력층의 부패와 비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파헤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언론이라는 특정 산업의 승리가 아니라, 시민들이 공적인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는 공론장의 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힌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하나의 법적 판결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면서 법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반세기 전과 오늘날의 사회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분명 많은 부분에서 진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사례들을 보게 될 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법이 지닌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그 법이 과연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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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 - 톨스토이의 《참회록》 러시아어 완역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충우 옮김 / 대경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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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세계 3대 참회록인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루소의 《고백록》, 그리고 톨스토이의 《참회록》. 그 중 하나인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대경북스에서 러시아어 원어를 번역하여 새롭게 출판한 책이 《회심》이다. 개인적으로 회심이라는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물론 참회록이라는 제목도 나쁘지는 않지만 기독교인인 내게는 회심이라는 표현이 더 깊이 다가온다. 돌아선다는 회심이라는 표현이 번역가인 이충우님의 말처럼 이 책에서 톨스토이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는데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그 모든 내용들이 톨스토이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이 책을 읽고 있는 바로 내 이야기라는 점에서 쉴 새 없이 화들짝 놀라곤 했다. 아니, 톨스토이의 말처럼 나뿐만 아니라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 번쯤 삶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 위해 몸부림친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성에 대한 톨스토이의 자각은 수많은 철학자들뿐 아니라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에게도 결코 다르지 않다. 죽음에 대한 깨달음도 역시 그렇다. 인간은 이를 이겨낼 수 없다. 평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진리를 찾는 과정에서 결국 신의 존재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랬다. 죽음과 인간의 한계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님만이 참 소망이심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톨스토이의 고백은 기독교인에게만 던져진 화두가 아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지금 무엇을 붙들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그리고 바른 길로 돌아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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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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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세븐》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일곱 가지 죄악을 따라 발생하는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었다. 영화 자체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고민했던 점이 더욱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최근에 《세븐》이라는 영화처럼 기억에 남을 만한 책 한 권을 읽었다. 가이 레슈차이너의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기존의 시각과는 전혀 다른 과학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죄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수많은 환자들의 이야기와 다양한 사례들을 일곱 개의 죄악과 연결해서 풀어나가는데 실제 사례를 가지고 설명하기에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성격 파탄'이나 '도덕적 타락'이라 손가락질하던 행동들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하나씩 해부해 나가는데,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이라는 익숙한 죄목들이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도덕의 부재가 아니라, 뇌의 특정 회로가 끊어지거나 과부하가 걸린 결과라고 말한다. 이는 누군가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그 사람의 자유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면 과연 그를 죄인이라고 불러야할지 심각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뇌과학적 분석은 어떤 면에선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진다.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갑작스러운 분노, 기이한 집착, 무기력—을 보면서 그 사람을 비난하기보다 과연 저 사람의 뇌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인간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죄의 문제는 기독교인인 내게는 너무나 명확하다. 저자가 말하듯이 개인의 의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손상된 뇌로 인한 문제라고 할지라도 이를 판단하시는 분은 하나님 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는 정죄하지 말라는 의미를 또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된다. 우리는 그 죄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를 결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조금은 더 타인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한 걸까? 모두가 깊이 고민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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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하버드에 오다 - 1세기 랍비의 지혜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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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책 내용과 크게 관련은 없지만 들어가는 말에 실린 한 줄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세상이, 혹은 미국이 언제 악의에 찬 경쟁 국가들 없이 살아본 적이 있는가?

2026년의 세상을 보면서 저자는 뭐라고 말했을까? 이 한 줄의 글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냥 이 글에 눈길이 가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무척 궁금해졌다.

이 책은 저자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한 ‘예수와 윤리적 삶’이라는 강의의 내용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저자는 신앙의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와 역사적 예수를 넘어 유대교의 랍비이자 이야기꾼인 예수님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예수님은 단순히 정답을 제시하시는 분이 아니라 윤리적 문제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 각자가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사고방식을 알려주신 분이다. 랍비로서 예수님은 율법 조항을 나열하는 대신,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설명했다.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이성적인 논리보다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의 의미를 이해하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말하면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들도 딱딱한 교리나 도덕 규칙이 아니라 비유를 통해 사람들의 굳어진 고정관념을 깨고 ‘도덕적 상상력'을 자극한 놀라운 이야기라고 말하면서 이런 예수님의 이야기에 우리의 삶을 결합시켜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오늘의 삶을 써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인 내게 이 책은 예수님이 살아가셨던 그대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야할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에게도 정답이 없다고 말하는 이 시대에 과연 윤리적으로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삶의 기준이 무엇일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으로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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