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 여자아이 - 유치원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레너드 삭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아침이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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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 여자아이>는 성별 차이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할 새로운 정보를 전하고 있다. 작가 레너드 삭스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임상심리학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이 과정에서 아이들에 대해 독특한 관점을 갖게 되었으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배우고, 느끼고, 행동하는 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여러 전문지와 매체를 통해 성별 차이와 효과적인 학습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알리고 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는 성의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례를 근거로 한다. 기존의 사실들 (즉,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믿었던 사실)의 오류를 지적하고 정밀화된 새로운 과학기술로 남녀 성차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 심리학자로써 경험한 사례와 다양한 통계를 정리하여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셋째, 성별 차이를 구분했을 때와 구분하지 않고 교육했을 때 나타는 현상과 통계자료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는 성에 대한 구분이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들 성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그들의 어떤 성적 성향이 게이 혹은 레즈비언을 만드는지 따위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현대 사회의 성별차이에 대한 인식은 단순한 실험결과를 일반화시킨 과학자들의 오류, 정체성을 상실한 패미니즘, 성적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인문학에 의해 외곡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800년대 말, 신경학자 샤를 에두아르 브라운-세카르와 헨리 찰튼 바스티안은 왼쪽 뇌가 언어를 전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는 지금까지 정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실험 결과는 남자들을 실험 대상으로 한 결과이며 여자들의 뇌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새로운 실험 결과에 의하면 남자들의 경우는 뇌의 좌반구가 언어를 담당하고 있지만, 여자의 경우는 뇌의 양측 반구 모두가 언어 기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성을 실험 대상에서 제외한 실험을 믿고 남녀의 뇌구조가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남녀는 청각과 시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같은 성에서 나타난 차이 보다 차이가 크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여자아이들에 비해 청각이 약하다. 특히 부드럽고 작은 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 만약, 남자아이가 교실에서 산만하다고 지적을 받는다면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앞자리에 앉히는 일이다.

남녀의 시각은 시각을 구성하는 세포부터 다르게 발달해 있다. 그래서 사물을 인식하는 데에도 차이를 보인다. 소녀들은 '저게 뭐지?'와 같은 대상물 식별 작업을 잘 하는 반면에 소년들은 '그게 어디에 있지?'와 같은 대상물의 위치 탐색에 탁월하다.

이렇듯 학습에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청각과 시각에서 남녀가 큰 차이를 보이는 데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이런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률적인 교육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그로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의 한 예를 부모들도 쉽게 느낄 수 있는 미술교육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남자아이들은 동적인 상상을 하고 색감에 민감하지 않는 반면, 여자아들의 경우 색감이 뛰어나고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이런 남녀아이들의 특성은 그림에서 그대로 나타나는데 아이들의 그림을 평가는 선생님은 '아이들이 다양한 색을 사용해 인물 중심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권장하라'고 배우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의 그림이 낮게 평가 받게 된다.

감정표현이 미숙하고 동적인 남자아이들의 성향은 대부분 여선생님들이 지도하는 대다가 학습적인 면을 강조하는 현대 교육 현장에서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여성적이고 차분한 학생에게 칭찬과 좋은 점수가 돌아가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무능해 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성별 중립적인' 교육이 여자아이들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많은 소녀들이 더욱 여성화되어 자신의 정체성보다는 외적인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도 성별을 무시한 교육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공학에서는 여학교에서 보다 여학생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더 많이 구분된다. 남녀공학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이 하는 일이나 행동을 했을 때,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수 있고 인기를 얻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남학생에게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현행 남녀공학 시스템에서는 남녀학생들이 자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견해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성별 차이를 무시한 교육이 마약 복용, 알콜 중독, 성문화 따위의 청소년문제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통계자료를 들어 설명하고 있으며, 그 해결방법까지 연령별, 남녀별로 나누어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 정체성에 관해 다루고 있는데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런데 게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게이를 정상적인 남자와 정상적인 여자의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게이들은 지극히 남성적이며 보통의 남성보다 더 남성 취향적 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자료로 게이와 보통남성의 청력을 측정한 실험에서 게이 남성이 보통남성보다 청력이 덜 민감하다는 결과를 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데니스 맥패든은 '초남성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데니스 맥패든의 '초남성적인'경향이라는 게이에 대한 설명은 다소 과장되어 보인다. 일반인들에게 성적 성향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은 좋지만, 게이를 초월적인 존재로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게이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터부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게이를 우월한 존재로 만들어 일반인들을 터부시하는 것도 옳지 않다. 물론, 저자는 이 책에서 게이에 대한 설명으로 데니스 맥패든의 견해를 소개하는 정도로 다루고 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에서 저자는 남녀성별을 무시한 교육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점을 낳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해결방안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가 지적하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점의 원인이 우리 교육에서 너무 당연시해온 것들이기에 다소 충격적이고 당황스럽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충분이 설득력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정교육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학교교육에 있어선 우려를 갖게 되었다. 교육관계자와 부모들에게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꼭 일독하여 성별차이를 새롭게 인식하여 아이들 교육문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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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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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나를 입은 어느날>은 10대 소녀들이 즐기는 쇼핑을 소재로 했다. 패션에 민감한 나이인데도 교복이라는 굴레에 자신을 덮어버린 아이들은 쇼핑을 하면서 불만을 해소한다. 그러나 쇼핑이나 유행하는 패션을 쫓는 것으로, 굴레를 벗고 자신을 찾을 수는 없다. 이 책에선 그런 청소년들의 심리를 꼬집고 있다. '옷이 사람을 입었다'는 비틀어 보기를 통해 뒤바뀌 세태의 흐름을 반성하게 한다. 그래서 문장이 가볍고 경쾌하지만,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책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옷이 나를 입고 있었다.

살다 보면 무언가 조금 뒤바뀌거나 아주아주 약간 틀어지는 그런 날이 하루쯤 찾아온다. 그 뒤바뀜, 혹은 틀어짐을 세상을 한꺼번에 확 뒤엎을 만큼 획기적인 양이 아니라 그저 바퀴벌레의 눈물보다는 조금 많은, 무해한 양이다.

그래서인지 그것을 눈치 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특히 그가 커다란 우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믿기 어려운 일들을 절대로 믿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이거나,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 혹은 어떤 충격으로 모든 감각이 무디어진 가여운 사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된다면 가능성을 그야말로 희박해진다."


어느 날 나는 교복을 입은 체 잠이 든다. 해녀복을 입고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꿈을 꾸다 눈을 번쩍 떴다. 살았다! 그날 이후 주인공은 ‘내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이 나를 입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낯설고 뒤바뀐 주인공의 생각을 찬찬히 따져보면 주인공의 생각이 뒤바뀐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달라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독서실 감시 카메라, 인터넷은 주인공을 감시하고 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인간의 행동을 감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일은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들의 자신들이 만든 기계나 문화에 스스로를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인간이 자신들이 만든 문화에 스스로 갇혀 사는 모습을 옷이라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주제의 진지함에 비해 글은 가볍고 경쾌하다. 요즘 아이들의 세태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주인공이 족쇄처럼 느끼는 옷은 교복이고 엄마가 강요하는 옷이다. 교복은 나의 신분을 대변하는 동시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규정짓는다. 교복을 입는 동시에 나는 90%이상 다른 아이들과 같아진다. 더욱이 교복을 입은 나에게 사회는 학생신분에 맞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교복은 나의 족쇄이고 교복은 그렇게 나를 입어버렸다. 엄마가 권하는 옷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의사가 존중되지 않고 엄마 보기에 좋은 옷을 입는 다는 것은 교복으로 나를 억압하는 것처럼, 엄마의 틀에 나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만화주인공처럼 화려한 변신은 할 수 없어도 내가 선택한 옷을 입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을 고를 수 있는 쇼핑이다. 각각 개성이 다른 10대 소녀 다섯이 모여 쇼핑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런데 오늘 쇼핑은 다른 날 보다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친구들이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는 판에 정신없는데, 옷들도 제 각기 한마디씩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옷을 고른다고 생각하지만 쇼핑몰엔 유행에 따라 비슷비슷한 옷들이 걸려 있다. 아무리 폼 나는 옷을 입고 싶어도 체형이 받쳐 주지 않으면, 옷은 사람을 거부한다. 억지로 입는다고 해고 옷들은 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신하지 않는다. 옷은 만들어진 그대로이고 사람이 거기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옷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고 유행은 교복이나 엄마가 권하는 옷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를 구속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신선함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니라 옷이 사람을 입었다’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관점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작품으로 만들었으니 쉽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런 창의성은 관점 전환, 비틀어 생각하기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무조건 비틀어진 생각이 다 창의성과 연결될 수는 없다. 일반인들이 생각하여도 타당성을 인정받거나 일반들 속에 감추어진 생각들을 드러낼 때 독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로 보아도 작가의 비틀기은 충분히 가치 있고 내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나 역시 사춘기를 겪었으면서도, ‘학생은 단정해야 한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틀에서 학생들을 곱지 않게 보고 있지 않은지 반성하게 되고, 유행이라는 것에 벗어나지 못하고 유행이 나를 입고 그 속에 묻혀있지 않나 반성하게 하는 작품이다. 뒤바꿔 생각하는 신선한 자극 말고 좋았던 것은 인물의 성격을 원단에 비유해 표현한 부분이다. 원단의 특성과 인물의 성격을 딱 맞게 아주 잘 표현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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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을 위한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논술 - 기초편 살림 '숨어 있는~' 시리즈 15
로고스교양연구회 엮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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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능 시험이 끝나고 ebs에서 논술을 특집 프로가 방영되었다. 논술시험에 있어서 수험생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과 이해해야 할 것들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창의성에 관한 것이었고 이해해야 할 것은 ‘통합교과’에 대한 것이었다.

논술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창의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어떠한 창의성도 기존의 이론이나 사실을 뛰어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학술적 글쓰기인 논술에 있어서는 더욱 그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창의적인 글쓰기를 오해하여 황당무계한 이론들을 나열하는 것은 위험하다.

통합 논술이 또 다른 입시로 부담이 된다는 지적과 교육과정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각 대학에서는 교과서에 바탕을 둔 통합교과로 논술 문제를 출제 하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통합 교과란 무엇이며, 교과를 어떻게 통합한다는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통합교과란 말 그대로 교과간의 통합을 의미한다. 대학에서는 수험자들에게 고등학생 수준을 뛰어 넘는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라든가, 사회현상에 대한 획기적인 방안을 요구하지 않는다. 통합교과 논술에서 요구하는 것은 교과를 얼마나 충실히 공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현상을 읽어내고 정리해서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논술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기존의 대입논술은 주로 고전을 중심으로 주제와 제시문을 출제했다. 그에 따라 유명 논술학원 교육계획서는 서울대 고전 100선으로 화려하게 장식했고, 입시를 치루는 학생들의 부담은 가중되었다. 이런 고전에 대한 부담감은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대학에서 통합 교과 논술을 근간으로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교과내용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야 할 것이고, 다른 교과 내용과 연관하여 사고할 수 있는 영역전이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교과내용과 연계선상에서 세상읽기도 논술교육에 중요한 목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논술’에서는 이런 통합교과 논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 생활 속 대화에서 주제 찾고 주제를 깊고 넓게 생각한 다음, 영화와 주제와 연관시키고 신문이나 만화, 광고, 책등 다양한 영역에서 같은 주제를 찾아낸다. 물론, 그 주제는 교과내용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교과와 연계성도 보여준다. 이렇듯 다양한 장르에서 영역전이적 사고를 키운 다음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통합교과 논술은 교육과 관련된 이들에게 새로운 화제 거리이다. 여기저기서 논술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개념정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논술’에서는 이런 개념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관련 교사는 물론 일반 학부모나 학생들이 통합교과 논술을 이해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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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선생의 격몽요결 - 조상들의 생활과 지혜, 교육편
민족문화추진회 엮음, 김영호 그림 / 아침나라(둥지)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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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 추진회 엮음/ 아침나라 펴냄

아이에게 잠자리에서 다시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다. 저학년 때까지는 꾸준히 하던 것을
슬그머니 일을 덜었다. 바쁘기도 하고 아이가 고학년이 되어 혼자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자기 취향에 맞는 만화책을 주로 보게 되었다. 물론 요즘 만화책은 단순한 재미만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지식과 지혜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잠자리에서 만큼은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고 초등 5학년이면 그래야할 나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집에 율곡 선생이 쓰신 격몽요결이 있어 밤마다 들려주기로 했다.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선생이 처음으로 학문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읽어 주는 격몽요결은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요즘 어린이들에게 맞게 펴낸 것이다. 어제 아이에게 들려준 내용은 ‘오래된 나쁜 버릇을 고침’이라는 소제목으로, 아이보다 내게 더 큰  깨달음을 주어 그 내용을 적어 보고자한다.

본문내용을 요약정리 할 수도 있겠지만, 해석에 재해석을 할만한 능력이 없어 본문내용을 그대로 적는다.

사람들이 비록 학문에 뜻을 두기는 하나 용감하게 나아가고 곧바로 전진하여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뜻을 이루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오래된 나쁜 버릇이 가로막아 뜻을 이루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나쁜 버릇을 조목별로 다음에 열거하겠다. 만약 뜻을 가다듬어 이것을 철저하게 끊어 버리지 않는다면 끝내 학문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된 나쁜 버릇이란 무엇인가?

  첫째, 마음과 뜻을 게을리 하고 몸가짐을 함부로 해서, 편히 노는 데만 정신을 쓰며, 얽매이기를 매우 싫어하는 것이다.

  둘째, 항상 나돌아다닐 생각만 하여 조용히 있지 못하며, 늘 분주하게 드나들면서 이야기로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셋째. 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은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미워하며 휩쓸려 다니다가 그 곳에서 빠져 나오려고 해도 그 무리들의 비위를 거스를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넷째, 자기가 지은 글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받기를 좋아하여 경전의 글귀를 여기저기서 잘라다가 알맹이 없는 화려한 문장을 꾸미는 행동이다.

  다섯째, 글씨와 편지 쓰기에 공을 들이고, 거문고 다기와 술 마시는 것으로 직업을 삼아 세월을 보내면서, 이것이 선비의 품위 있는 멋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이다.
     
  여섯째, 한가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바둑이나 노름을 즐기면서 종일토록 배불리 먹는 일로 시간을 보내다가 티격태격 다툼질이나 하는 것이다.
 
  일곱째, 즐기고 좋아하는 욕심 때문에 나쁜 일에 끌리는 마음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돈과 이로움, 음악과 여색이 빠져들어 그 맛을 사탕처럼 달게 여기는 것이다.

  오래된 나쁜 버릇으로 마음에 해를 끼치는 것들은 대개 이와 같으나 이 외에도 일잉ㄹ이 열거하자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러한 오래된 나쁜 버릇에 젖으면 뜻을 굳건히 가질 수가 없고, 따라서 행동도 도탑고 성실할 수 없게 마련이다. 오늘 저지른 잘못을 내일 고치기 어렵고, 아침에 후회하고 뉘우쳤던 행동을 저녁에 다시 저지르게 된다.
  그러므로 용맹스럽게 뜻응 펴서 한 칼로 나무뿌리를 잘라 버리듯 해야 한다. 마음을 깨끗이 씻어야내어 터럭만한 찌꺼지도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때로 깊이 자신을 반성해서 옛날에 물든 단 한 점의 더러움도 없애야 한다.
  그런 뒤에야 학문에 나아가는 공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둘째까지는 아이를 흘끔 흘끔 보며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똑같단 생각을 했다. 그런데 셋째에서부터는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학문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네 번째 지적은 더욱 예민하게 다가 왔는데 이 대목은 요즘 글 쓰는 이들이 경계해야할 행태가 아닌가 싶다. 잔재주로 치장된 현란한 글발로 안목 없는 이들의 찬사에 도취되어 나르시즘에 빠져 어우적대는 골을 경계하는 글이다. 학문은 거기에 있지 않다, 그 것은 어찌 보면 감각이요 예술이라 할 수 있으나, 학문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과는 다르다. 감각만 있는 예술을 예술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예술도 아닐 것이다.

그럼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글재주도 없거니와 글을 보는 안목도 없으니 현란한 글발에 도취되어 찬사를 연발하는 우매한 독자다.

오늘 이이선생께서 들려주신 말씀 속에서 학문하는 자와 학문을 방자하여 밥벌이 하는 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성현의 말씀은 이처럼, 진정성을 간파하여 축을 이루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흘러도 새로운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잠자리에서 성현의 말씀을 들려주는 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자신의 일상생활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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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1957-2005 - Kim Young Gap, Photography, and Jejudo
김영갑 사진.글 / 다빈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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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큰마음 먹고 디카를 샀다. 디카의 매력은 필름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사진을 현상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또 디카는 조금만 배우면 자유자재로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디카를 휴대폰처럼 휴대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디카와 함께 하면서 세상이 좀 달리 보인다.

일상의 사소한 것에 의미을 부여하게 되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된 것이다. 내가 찍은 이미지가 객관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지라도 내 주변에 있는 것이고, 내 시선이 머문 곳이다. 그렇게 내 인생의 한 자락을 담았기에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실 전엔 사진이란 단순히 추억하고 싶은 순간을 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속에 찍는 이의 시선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진작품이란 미적 감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이미지일 뿐이라 생각했고 순간을 포착하여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니까 솔직히 사진 작품 속에 실은 작가정신이랄지,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통 몰랐던 것이다. 그런 내가 생활 주변을 렌즈를 통해 보기 시작하면서 '사진작가에게 작가 정신이 필요 하구나! 사진작품 속에서도 작가의 모습을 읽어 낼 수 있겠구나!'라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바보스럽게도 이제야 깨달게 되었다.

김영갑의 사진집 대하고, 48세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불운의 사진작가 김영갑은 무엇을 담았는가? 묻게 되었다. 그는 20 여 년 동안 제주에 살면서 제주 오름의 사계를 담았다. 제주의 빛과 그림자를 담았고 바람과 구름을 담았다. 그 속에 숨쉬는 자연의 울림을 담아냈다. 처음 김영갑의 사진집을 받아 봤을 때, 특별할 것 없이 밋밋한 작품들을 보고 잠시 실망 했다. 안목이 없는 탓에 글자를 통해서야 비로소 사진들이 새롭게 다가 왔다.

‘아주 평범한 풍경을 제주의 정체성으로 확장했다. 아주 평범한 풍경을 제주의 정체성으로 확장했다. 아름다운 곳이라고는 전혀 없는 풍경, 그는 그 평범함을 가장 제주다운 풍경으로 바라보았다. 그랬다. 사진이 그런 말을 한다. 평범하고 소박한 풍경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풍경이라고 생명을 주는 호흡이 뭐 특별할 게 있느냐고, 맞는 말이다. 사진의 미학은 여기에 있다. 사진도 삶처럼, 호흡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수용되고 오랫동안 품에 안겨지는 사람이 된다. 사진을 사진답게 하는 것은 자연성이다. 미학의 정토는 바로 이것이다. 풍경을 만든 삶. 삶을 만든 풍경을 꿰뚫는 것이 사진의 철학이다. 철학만이 진정한 사진을 만들고 삶을 수용하는 사진만이 미학이 될 수 있다.’

현란한 기술을 자랑하는 자극적인 사진작품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김영갑은 태초의 에덴동산을 연상케 하는 고요한 원시적 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고요한 오름 능선에 펼쳐지는 바람의 모습은 참으로 다채롭다. 나뭇가지를 심하게 흔드는가 하면, 갈대밭을 날카롭게 스치기도 하고 부드럽게 쓰다듬기도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바람만이 자연물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채꽃밭에 펼쳐진 역동성은 분명 바람이 아닌 작가의 흥분된 빠른 움직임이었다.
       
작가 김영갑은 이런 자연물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정체된 자연물에 빛과 구름이 투영된 전혀 다른 실체를 드러낸다. 이 순간은 작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것이라, 작가는 그 것을 얻기 위해  수 많은 시간을 기다릴 속에 보냈다. 한번 놓치면 일년을 기다려야 했고  그렇게 기다려도 다시 만나지 못 할 때도 허다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20년. 말년에 루게릭 병을 얻어 6년 간 투병생활을 하는 와중에 손수 두모악 갤러리를 만들고 그 마당에 뼈를 뿌렸다.

그가 보여준 제주는 내가 보았던 관광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바다도 아니고 인간이 만들 낸 어떤 사물도 거부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제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중간 산이다. 그 오름이 그려낸 것은 선이고 색칠한 것은 빛과 그림자, 구름과 안개이다. 그 오름을 들뜨게 하고 움직이는 것은 바람과 작가였다.

태초의 모습처럼 평화로운 이 원시적 미가 제주도 본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그가 찍어낸 것은 자연이었고 고요며 평화였다. 인공적인 것을 거부하고 오직 자연이 주는 것으로 원초적인 자연미를 드러내 미의 절정에 도달하고 싶어했다. 그는 근원적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했던 원대한 꿈을 품은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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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8-0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진집 보고 싶어집니다..

수양버들 2006-08-0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보지 마시고 글을 함께 읽으세요.
그러면 사진이 처음 볼때완 다르게 보일 겁니다. ^^
코멘트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