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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 - 러시아와 싸운 조선군 사령관 신류가 남긴 병영 일기 ㅣ 샘깊은 오늘고전 7
이윤엽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08년 9월
평점 :
<북정록>은 1658년 4월 함경도 북병마우후(종3품 무관) 신류장군이 청나라 원정군으로 러시아와 싸우러 나간 일을 기록한 글이다. 명나라를 섬기던 조선의 관리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커가는 청나라를 무시한 탓에 조선은 정묘호란, 병자호란이라는 양란을 겪으면서 조선의 왕이 청나라 황제에게 세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당한다. 그 후 청나라와 러시아는 짐승 가죽을 두고 잦은 전투가 벌어진다. 신무기와 견고한 배를 갖고 있던, 러시아 함선 번번이 패하던 청나라는 러시아인이 조선의 포병을 두려워하는 것을 알고 파병을 명한다. 이에 신류 장군을 비롯한 152명 낯선 중국 땅에서 남의 나라를 위해 전쟁을 한 기록이 <북정록>이다.
<북정록>에 기록된 전쟁은 우리가 드라마이나 소설로 보는 전쟁과는 달랐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는 전투가 벌어지는 격한 전투 장면과 전투가 벌어진 후의 참혹함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신류가 쓴 전쟁은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사흘간의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위해 몇 달을 오고가는 데 보내야했던 여정, 무거운 짐, 식량 조달문제, 적이 아닌 비열한 청나라 장군의 욕심 때문에 죽어간 조선군인들, 전쟁 속에 난무하는 유언비어들 등에 대해 상세히 적혀있다. 전쟁 씬 보단 지루할지 모르지만 사실감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350여 년 전 기록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눌려 이라크로 파병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파병된 지금의 우리 군인들도 350년 전 낯선 땅에서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했던 조선의 군인들과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제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를 위해 명분 없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서글픈 청춘의 설움이 시대를 지나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기를 기록한다고 해서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먼 훗날 누군가에겐 역사 현장을 체험하는 자료로 흥미롭게 읽힐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