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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화비평이다 ㅣ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4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대중문화가 정치적인 함의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 이택광은 한국사회에 문화비평이라는 행위가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그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지만 일상에 파묻혀 있는 불편한 정치성을 발굴해서 제 몫을 찾아주는 것이 문화비평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지금 여기'에 대한 전면적인 사유가 응당 필요하다는 저자의 의견에 아마 많은 이들이 수긍할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지금껏 발표한 비평글을 한 데 엮은 것이다. 거의 시간 순서대로 취합한 덕분에 그가 각종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현상을 어떤 식으로 바라봤는지 읽어내기가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더구나 세 개의 장을 철학과 비평, 사회와 정치, 문화와 인물 순으로 구성한 것은 아직까지 문화비평이 낯선 독자들에게도 그 개념을 쉽게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화비평이라는 것이 제 아무리 어떤 확고한 근거를 바탕으로 전개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사유에서 비롯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분야보다 저자의 생각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비평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소개하는 초반의 글들은 본격적인 비평에 앞서 기본적인 사유의 근거를 설명하는 것과도 같다.
요즘은 전문적으로 칼럼을 쓰는 사람만 비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비평의 형식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대다. 그것도 온라인 상에서 쉽고 빠르게 얼마든지 글을 쓸 수가 있다. 따라서 어쩌면 문화비평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저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비평의 기본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자신의 생각을 참된 형식에 알맞게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그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실이 비평에 대한 인식을 좌우하는 것이므로 부담스럽지 않은 존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마 상당수의 사람들은 여기 이 현상들에 대한 분석을 살펴보면서 그리 낯설게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직접 보고 들었던 것들을 조금 다르게 이야기할 뿐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한 연유에서 비평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이택광은 '주이상스'라는 개념을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신세경(지붕뚫고 하이킥), 월드컵 응원녀, 작가 김수현, 마빡이, 소녀시대 등 아주 가벼운 소재에서도 집요하게 정치성을 끄집어내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지나치게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사유는 있어도 새로운 사유는 많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우리가 그간 접했던 개개의 사건이 줄지어 나오는 터라 내용을 읽는 데 따른 부담을 느끼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기준을 토대로 나 아닌 누군가가 세상을 달리 바라보는 일을 다시 내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것이 내 생각과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내겐 무척 재밌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비평의 재사유를 통한 즐거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신문 기사나 칼럼을 통해 여러 형태의 비평을 접하고는 있지만 오랜 기간 문화비평을 한 저자의 일관된 시선으로 내가 알고 있는 일들을 새로이 정립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비평글의 참맛을 느끼는 일이었다. 저자처럼 우리도 누구나 자신만의 비평적 잣대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홍수처럼 넘치는 각양각색의 사회 현상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그 잣대를 잘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가정이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