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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이다. 어째 지난달에 비해 읽고픈 책이 많지가 않다.
내가 아는 게 많지 않은 탓이다. 관심의 촉수를 넓게 내뻗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1. 아름다운 외출 / 실라 로보섬
간만에 코미디 영화 한 편을 봤다. 여자 주인공이 다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것도 맞는 말만 딱딱 골라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런 당당함이 멋있었다. 제 논리를 펼치는 데 한 치의 주저가 없는 캐릭터였던 터라 흥미로웠는데, 그럼 그렇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정을 지키는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그게 화목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연출자의 태도가 영 마뜩잖았다. 아름다운 외출을 꿈꾸는 데 그치는 게 아니고 몸으로 행동하는 여성들을 스크린에서 보는 건 아직 무리인가 보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다. 실천의 역사를 쓴 위대한 여성들을 만날 요량으로.
2. 남자, 그림이 되다 / 가브리엘레 툴러
요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때가 잦다. 특히 몸과 관련된 그림들. 이 책은 남자(의 육체)가 그림이 되는 순간을 그러모았다고 해서 눈길이 간다. 뒤러, 코코슈카, 마그리트 등 유명 화가들이 그린 작품들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하다. 또한 그림으로부터 남성성의 역사를 읽어내는 것도 그 시도 자체가 새롭진 않으나 재밌을 것 같다. 여자가 그림이 되는 순간은 그간 꽤 접했던 것 같은데, 그에 비하면 남자의 경우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것도 이 책을 고른 이유가 될 것이다.
3. 취향의 정치학 / 홍성민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를 해제하는 책이란다. 고대 로마 때부터 취향의 문제는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화두였다. 취향에 관한 한 논쟁할 수 없다는 격언은 상이한 취향들 사이에 우열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인데, 역설적으로 '취향'은 '구별'을 낳았다. 계급적 분류에 따라 취향이 다르게 작동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내용에 관해 감이 잘 잡히진 않지만 취향의 정치학을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