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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 -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 ㅣ 아우또노미아총서 27
조정환 지음 / 갈무리 / 2011년 4월
평점 :
'인지자본주의'라는 용어부터 우선 정리해봐야겠다. '인지'는 주로 과학 용어에 사용되는 말인데, 여기에 정치경제학 용어인 '자본주의'가 더해졌다. 자본주의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그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현대사회를 조직하고 통제하고 감시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분야. 저자는 이러한 시도가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과 비판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그 시도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고 그러한 시도를 가능케 했던 근거로도 볼 수 있는, 인지자본주의로 묶이는 연구들이 여럿 열거되는데 그 양이 방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리하여 나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가 꿈꾸는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결론에 집중했다. 말하자면, 부분적으로 목표를 조금 좁힌 셈이다.
신자유주의로 불려온 양극적 경제는 오늘날 깊은 침체에 빠졌다. 지난 20년간 짧은 붐과 긴 침체를 거듭해 오다 2008년 이후 전세계가 들썩거린 공항 상태의 수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발전의 지체라고 보지 않는다. 성장의 재개를 위해서 신케인즈주의 노선과 신보수주의 노선 사이에 오가는 논쟁이 극복의 방안에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서도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그는 오늘날의 경제적 붕괴가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단언하며, 삶의 혁신과 행복을 위한 인지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와 쾌, 그리고 행복에 대한 질적으로 다른 인지양식을 창출하자는 것. 공통적인 것의 생산, 문화와 정동들의 재특이화, 서비스 및 재화의 탈사유화. 그 이름만큼이나 매우 어려운 일처럼 생각되는데 분명 이상적인 개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까 더 이상 탈성장 경제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냉소적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는 치유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는 그것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여러 고대 철학자나 사회주의자의 인지에 관한 이론을 바탕으로 인지적 신체적 치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지배를 지엽적인 것으로, 주변적인 것으로 만들어 그것이 지배적인 것이 되도록 허락하지 않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것은 매우 위대한 혁명에 가까운데, 나는 이 책의 표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이 글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실현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어졌다. 매우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라 버겁게 느꼈지만, 이 책이 오랜 시간 동안 설파하는 치유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자본주의가 너무나도 부패하여 방향을 잃은 배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의 침체를 꿰뚫어 보는 인지자본주의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하나마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