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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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6 시장 시스템을 유지하고 가치관을 획일화하는 행위에 가담하는 것 ..

p132 자본주의 안에서도 가치를
축척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 효모 맥주 장인.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니 세계 깊숙한 곳에 잠시 함께 발을 담근다는 기분이 들어 신비롭다. 자신의 경험들을 그것의 의미를 길어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하고 헤아릴 길 없다. 그들은 모두 도처에 숨쉬고 있는데 우린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이해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긴 시간이 흐르면 그 마져도 잊게 된다던지.

그래서 조금 더 깊이 이 시간에 담근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는 있어야 하리란 생각이 든다.

가면과 우리..

152쪽. 틀을 부수고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개성을 인식하고 성장할 수 있다.

#슈하리

p167 몸으로 느끼려면 시간을 잊을 만큼 무언가에 몰두해야한다. ..

즐겁다는 말은..
숙련되었다는 뜻이다.

#몰두 #수련

p170 머리는 몸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머리는
현실보다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p171 내가 생각하는 마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p178 이게 우물이라고?

p204 현대와 같은 인구 감소 시대에는 요구되는 바도 다르지 않을까?

'나와 대상물 사이에 놓인 기계' '수작업의 연장선인 단순한 기계'를 선호한다는 의미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중요한 철학이다. 생활속에서 보통사람들이 추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버리고 기계가 점차 복잡성을 추구해나가는 지금의 시대를 헤처가는 제작자들은 이와 비슷한 고민들을 마주할 것이다.

모든 게 컴퓨터 프로그램에 맞춰지는 디지털 제작환경 또한 인간의 노동에 대해 다시 충분히 고민해야할 지점이었다. 의료분야도 마찬가지일터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우린 어떤 생산적 논의를 해보았던가.

사용자도 함께 생산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고 이해하는 순환이 필요하다. 제작자가 그들의 철학을 충분히 숙고해 들려주는 일-저작물-이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있는 한 이 일들은 충분히 상호작용 속에 놓여질 수 있다.

90%가 삼림인 지즈초에서 빵에서 맥주로 새로운 분야를 익히며 온전히 지역과 자연환경 안에서 무르익히는 삶의 가능성들이 유유히 펼쳐진다. 치열하게 하지만 느긋함을 배워가는 어떤 다른 삶의 지혜가 번뜩인다.

책의 구성이 재밌다. 장소와 공간, 사람(그 자신에 대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새롭게 구성하고픈 내게 퍽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라 좋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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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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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켄투키는 눈을 뜨고 있었다.

안녕?
넌 누구니?
- 37, 38쪽

거북한 느낌, 잔인한 발명품 -48쪽, 정말 예쁘고 순해 보이는 토끼 -260쪽.

그리고 까마귀, 두더지. 계획적 진부화* 때문인지 방전되지 않게 이 인형의 밧데리에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단다. 279달러를 들여 구입한 이상. 물론 필요하면 두 눈을 끈으로 가려놓을 순 있다. 정부에선 아직 규제가 안된 ..

귀여운 토끼인형을 소유하던지 바라보던지. 그 두가지를 선택한다는 문제부터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했겠다. 전파시험성적표 같은 건 제품에 붙어 나오지만 사실 보이는 눈을 판매하는 권리에 대해선 윤리, 로봇?( 애완로봇? 새로운 상품분류를 포함한) 특허과정이 있어야하지 않았을까. 읽는 우리가 약간 혼란스러워지는 지구촌 곳곳에 존재하게 된 스투키들의 안밖을 둘러싼 별난 이야기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머리속에서 뒤섞이는 그런 경험이다.

전작에서 보여준 독특한 이미지들이 강렬해 몰입에 방해가 되긴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어쩔 수 없이 익숙한듯 낯선 새 장면들에 우두커니 놓여짐을 느낀다. 그 점을 이 책을 sf란 장르로 우릴 데려갔다고 생각된다. 너무 현실적인 sf는 아마 이런 주제들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당장 출시가 될 것 같은 새 상품이 가져올 이야기. 언제든 부셔져버릴 가혹한 작은 인형이 보호를 받고 권한이 생길 수도 있을까. 정말 복잡해지고 광활한 세계를 -그러나 늘 가장자리가 소외되고 있는- 이 세계의 그늘쪽을 이렇게 연결하고 있구나하는 뜻밖의 현타가 밀려오는 그런 현실sf.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과거에 막연히 그릴 수 밖에 없던 여기란게 복잡하지만 문득 또렸하게 그려지는 그런 책.



K7833962회선의 총 연결시간. 46일 5시간 34분.. p122
..

K087937525 회선의 총 연결시간 1분 17초.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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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가 만든 질서 - 인류와 우주의 진화 코드
스튜어트 A. 카우프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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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7 스스로 움직인다는것은 '영혼'의 징후이다.


8장 '우리가 하는 게임'을 시작으로 9장, 10장에 이르는

X세대 원시세포 부분에선 매우 흥미진진해진다. 창세기마냥 세포가 진화를 이루는 시초를 너무나 담백하게 표현해 나간다.

p213 이것이 브리콜라쥬이다(Jacob, 1977


세계는 부글거리며 나아간다!


진화의 복잡성과 생명의 창발성. 생물학에 대한 시적인 이해라 해도 좋을 듯.

우리의 게임, 즉 행위 주체성은 오직 진화를 가능케한 태초의 작용들이며. 복잡한 생물학적 지식까지는 혹시 다 이해하기 힘들다해도 물리학이나 우주 또 이 세계에 대한 광활한 이해는 아주 많이 이 모든 긴 시간의 축척이 아주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는 산뜻한+따뜻한 느낌의 과학책.

저자소개를 보니 1996년 생명공학기업과 회사를 설립한 이력이 눈에 띈다.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 띄지엔 복잡계의 대가란 마크. 올해 여러 과학책들을 살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중 매우 흥미롭고 즐겁게 읽은 책 중 최상위권이다.

새로 가입한 독서모임 회원에게 막 펴읽던 페이지도 환영인사로 보냈다. 지금 여기서 읽는 책이 우리를 구성한다고 믿는편이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다가가는 매 순간의 행위들이 또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내일로 데려가고 있었다.

무질서라 칭하는 복잡한 여러 사정들의 작은 단편들이 모든 가지들을 단숨에 파고드는 한줄기 작은 단서들이며 그 점은 질서와 이해의 기초를 형성하게 해준다. 명쾌한 저자의 방향감각에 몸을 싣고 나아간 시간이 달콤했다. 어떤 좋은 책들이 우리를 밝히는 작은 도움물질이 될 수 있다면 늘 이런 식이란 생각이다..

곁에 두고 여러 번 시간차를 두고 펴볼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모두 희망찬 새해 되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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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 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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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싸워 온 인류의 파란만장한 시간을 담은 책.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각 감염병의 일대기를 차례로 싣고 있다.

티푸스, 이질, 황열병 같은 감염병이 한 자리들을 차지하고 천연두, 결핵, 매독, 콜레라, 말라리아 그리고 페스트와 인플루엔자를 통해 각 감염병의 시대별 전개 양상과 극복, 그리고 현재에 관해 서술한다.

93쪽. 마스크를 쓴 채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금연하는 사람이 늘었다. -2 인플루엔자
238쪽. 헤이안에도 천연두는 이따금 마수를 드러내며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했고. .. -7 천연두
273쪽. 미시시피강 하구에 자리 잡은 도시 뉴올리언스에서는 .. -8 황열병


이 주요 전염병들의 경우 이번 코로나 대유행처럼 대륙을 넘어서 전파됨으로써 인류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 과정에서 세계는 재편되거나 극격한 변화를 맞게되고.
그래서 각 감염병에 따른 세계지도가 속속 등장한다.

222쪽. 백신과 항생제가 보급되기 전 결핵 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으로는 '요양요법'이 보편적이었다. -6 결핵
309쪽. '부스럼 창' 자를 써서 '창독' 이라 부르며 -10 매독


광견병, 홍역, 에이즈는 눈도장을 찍어 두어야 하는 감염병이란다. 마지막장을 통해 감염병에 대한 종합적인 서술이 다시 이뤄진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넓은 관점에서 지금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사에서 감염병이 자리한 크기가 새삼 놀랍다.


79쪽. 수 십년을 주기로 형태가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다. - 2 인플루엔자

169쪽.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성을 보이는 모기가 나타났다. - 4 말라리아

십자군이 무릎꿇은 건 이질이었으며, 백년전쟁의 판도에도 영향을 까쳤다고. (헨리5세의 사망)

유럽인들이 가져온 감염병에 속수무책이던 아메리카 선주민의 경우에서도 감염병의 대유행과 면역력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위드 코로나시대를 준비하는 인류에게 앞으로의 감염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기술의 발달과 교류를 가로막는 재앙일까 새로운 전환의 촉발점이 될까. 올해 벌써 두 해를 넘긴 코로나19의 종식 혹은 안정화를 다시 한 번 떠올린다. 마스크 없던 시절을 꿈꾼다는 것. 내년엔 가능할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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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안개초등학교 1 - 까만 눈의 정체 쉿!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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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까만 눈의 정체 ..

우리 어릴 적 한 여름 밤을 장식했던 고향과 전설의 기억들과는 또 다른 감각으로 써내려간 작가 보린의 미스터리동화 1권. 제목부터 느낌이 오며 까만눈 작은 체구의 조마구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입술을 막고 섰고 묘지은이 조용해진 눈동자로 무언가를 응시한다.

해골계곡, 암흑도로, 빨간목욕탕, 그럼 안개초등학교는 대체 언제부터 안개란 교명을 사용해 온걸까. 강원도 산간지역엔 안개가 자욱하긴 했었다. 이름부터 으스스한 학교에 공동묘지까지.


"있으나 마나한 눈." ..

"없는 게 나은 샘." ..


"나 마음에 드는 애랑 짝 된 거, 진짜 오랜만이야."


진심 나를 위로해줄 만한 친구 조마구였지만 선생님을 삼켜버린 괴상한 까만눈을 '묘지은'이라고 해서 두렵지 않을 순 없는거다.

"선생님은 네가 삼켜버렸잖아."

"토했어. 속이 울렁거리더라고." ..

거기다 이번에는 지은이의 '입'이란다.

안개초등학교를 둘러싸고 두 친구가 벌일 소동들이 하나씩 보여지고

..

입없는 사람이고자 했던 전학생 묘지은에게 이제부턴 또 무슨 일이 막 펼쳐질까. 2권으로.. 우린 그 과정들을 또 확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별빛 전사 소은하>의 센개가 그린 만화가 도입부에 몇 컷 실려있어 상상과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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