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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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켄투키는 눈을 뜨고 있었다.

안녕?
넌 누구니?
- 37, 38쪽

거북한 느낌, 잔인한 발명품 -48쪽, 정말 예쁘고 순해 보이는 토끼 -260쪽.

그리고 까마귀, 두더지. 계획적 진부화* 때문인지 방전되지 않게 이 인형의 밧데리에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단다. 279달러를 들여 구입한 이상. 물론 필요하면 두 눈을 끈으로 가려놓을 순 있다. 정부에선 아직 규제가 안된 ..

귀여운 토끼인형을 소유하던지 바라보던지. 그 두가지를 선택한다는 문제부터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했겠다. 전파시험성적표 같은 건 제품에 붙어 나오지만 사실 보이는 눈을 판매하는 권리에 대해선 윤리, 로봇?( 애완로봇? 새로운 상품분류를 포함한) 특허과정이 있어야하지 않았을까. 읽는 우리가 약간 혼란스러워지는 지구촌 곳곳에 존재하게 된 스투키들의 안밖을 둘러싼 별난 이야기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머리속에서 뒤섞이는 그런 경험이다.

전작에서 보여준 독특한 이미지들이 강렬해 몰입에 방해가 되긴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어쩔 수 없이 익숙한듯 낯선 새 장면들에 우두커니 놓여짐을 느낀다. 그 점을 이 책을 sf란 장르로 우릴 데려갔다고 생각된다. 너무 현실적인 sf는 아마 이런 주제들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당장 출시가 될 것 같은 새 상품이 가져올 이야기. 언제든 부셔져버릴 가혹한 작은 인형이 보호를 받고 권한이 생길 수도 있을까. 정말 복잡해지고 광활한 세계를 -그러나 늘 가장자리가 소외되고 있는- 이 세계의 그늘쪽을 이렇게 연결하고 있구나하는 뜻밖의 현타가 밀려오는 그런 현실sf.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과거에 막연히 그릴 수 밖에 없던 여기란게 복잡하지만 문득 또렸하게 그려지는 그런 책.



K7833962회선의 총 연결시간. 46일 5시간 34분..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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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087937525 회선의 총 연결시간 1분 17초.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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