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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 성장이 멈춘 세계,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내가 신간평가단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읽어봤을까 싶을 정도로 접근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일단 500페이지가 족히 넘는 분량의 압박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고, ‘<성장의 한계>발간 40주년 기념 로마클럽 보고서’, ‘글로벌 싱크탱크 로마클럽의 핵심 멤버이자 미래학 최고 석학의 위대한 통찰’이라는 겉표지 문구를 보자마자 각오를 단단히 해야만 했다.
다행인 점은 내가 이번학기에 때마침 수강중인 전공과목(‘환경과 산업’이라는 경제학 과목이다)과 이 책의 내용이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수업 때 들었던 내용이 실제로 책에도 나와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 책에서 읽은 내용이 강의 시간에 나오기도 해서 여러모로 좋은 점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수업 시간에 나왔던 이야기라 반가워서 그랬는지, 나에게는 ‘5장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를 둘러싼 문제’ 파트가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태양광 에너지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5장은 40년 후인 2052년에 세계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수준이 어떠할 것인가 하는 예측이다. 현재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87퍼센트는 석탄, 석유, 가스라는 세 가지 화석연료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5퍼센트는 핵에너지, 8퍼센트는 재생에너지로 공급 받는다. 이 재생에너지의 공급원이 우리가 아는 수력,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이다. 이 중에 기술발달로 인해 급격하게 생산비용이 감소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태양광이다. 강의 시간에도 이 태양광과 그 발전소들의 해외 및 국내 사례는 단골 주제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현재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재생에너지가 태양광이다. ‘내다보기 5-1 태양광 발전으로 가는 길 - 테르예 오스문센(164페이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새로운 태양에너지 생산용량은 무려 54퍼센트가 늘어나 약 28기가와트의 설비용량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의 태양에너지 투자는 전 해보다 36퍼센트 증가한 1,400억 달러에 이른다. 수많은 설비 공급업체의 불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석유기업 토탈Total은 선파워SunPower와 다른 두 기업을 인수해 태양광 발전 산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베이징에서는 중국이 독일의 사례를 따라 2020년까지 50기가와트의 설비용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기준가격 지원제도를 도입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렇다. 이제 세계는 태양광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이어서 다음 부분에서 태양광 발전의 비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은 연간 10퍼센트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했다...(중략)...태양광 발전용량이 2배로 늘 때마다 태양전지판 비용은 20퍼센트씨 줄어든다...(중략)...나는 와트용량단 평균 투자비용이 해마다 5~10퍼센트씩 계속 줄어들고, 태양전지판의 평균 성능이 10년마다 3~4퍼센트씩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전력회사들이 최대 전력 사용 시간에 경유 및 석유 발전 전력을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그들은 현재 가격으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전기비용이 2015년에 킬로와트시당 10센트에 근접하고, 2020년에는 7~8퍼센트로 떨어질 전망이다. 2020년 새로운 원자력이나 석탄, 천연가스 발전용량을 추가하는 비용과 비교해볼 때 이 변화는 태양광 발전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이제 우리도 이 태양광 발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제품들을 하루 빨리 상용화 시켜야 할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독일, 영국 등의 나라들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투자비용 수준은 현저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의 경우 우리에게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태양광 발전소는 보통 대지가 광활하고 일조량이 큰 척박한 지역에서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다. 거대한 사막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공간이 중국이나 미국, 유럽의 대륙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내 생각에는 최근에 알게 된 일렉트릭 아일랜드라는 것이 우리에게 유용한 방법인 것 같다. 바다 위에 섬 형식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띄우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다. 발전소 건설비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태양광 발전 효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전망이 상당히 좋은 분야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전에 아나운서 백지영 씨가 쓴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라는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오른 김용 씨를 인터뷰한 내용인데, 김용 씨의 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가르치셨다고 한다.
“세상의 고민을 너의 고민처럼 생각하라.”
40년 뒤에 세계 에너지 사용량이 어떨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늘어날지 줄어들지, 식량은 충분할지, 인구문제는 언제 사라질지...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나만 하더라도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졸업 전에 취업은 될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등등 아주 사적인 고민들이 항상 최우선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발 디디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중 어느 누구라도 지구에 대한 고민을, 그 문제에 대한 책임을, 그 의무를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화, 성숙한 세계시민 의식,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말들이다. 그러나 그 권리는 누리면서 책임을 피해가는 것은 옳지 않다. 40년 후에 나와 내 아이가 살고 있을 하루가 행복하고 안전하기 바란다면, 오늘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문제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세계시민의식은 오늘 하루 자동차를 덜 타고, 텀블러를 사용하고, 난방비를 아끼는 아주 작은 실천에서 싹튼다. 그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모여서 40년 후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과제와도 같다. 그것도 아주 어려운.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과제인 것이다. 더 나은 미래는 ‘정말로’ 쉽게 오지 않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