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식당 레시피
서성란 지음 / 이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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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년식당이라는 상호를 들은 사람이라면 다들 무언가 넉넉하고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첫 느낌과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풍년식당은 낡고 오래되고 저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곳에 위치한대다가 그렇게 맛있을 것 같지 않은 메뉴로 가까스로 식당이라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이 곳에 가면 친절하지 않은 주인 아줌마(갑숙)에 다운증후군의 모녀(승복과 선희)까지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가족도 마냥 단란할 수는 없는 법. 사연이 없는 가족은 없을테지만 이들 가족(가족이라고 말하기에 다들 가족애가 없는 느낌?!)은 온갖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풀어서 설명해야 할지 어려운 가족임에 틀림없다.

 

 식당 주인 아줌마의 병환으로 이 식당은 그만 문을 닫아야 하나 하는 상황에서 돌아가신 시모의 레시피가 평생 설겆이만 하고 요리란 걸 해 본 적 없는 꼭꼭 숨겨 놔야 하는 승복의 손에서 펼쳐지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건 아마도 풍년 식당이 그녀가 유일하게 살아있다고 증명하는 곳이기 때문일테다. 우여곡절 많은 승복에게 똑같이 생긴 아이 선희가 오게 되고 모녀가 아닌 그녀들이 모녀로 살아가는 모습이 참 짠하면서도 모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하면 이 작품을 제대로 본 것일까? 다운증후군으로 묘사되지만 이 작품 어디에도 이렇게 명명하는 곳은 찾아 볼 수 없다. 작가는 그들의 모습이 다만 다를 뿐이지 조금 느릴 뿐이지 삶으로 충분히 의미있고 남들 못지 않다라는 마음이 깔린채 이 글을 쓰지 않았나 싶다.

 

 이 식당의 음식이 차갑게 죽은 이들을 부르게 하고 따뜻하게 달래줄 수 있는 묘수가 있는 것이다. 시모의 팥죽 한 그릇이 어떤 맛일까 괜히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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