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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개정증보판
김하나.황선우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평점 :
제목만 보고 여자 둘이 살고 있다는 말은 성소수자의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면 나는 옛날 사람인건가.
작가를 보고서 아니겠다라고 확신했다. 워낙 유명한 저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글솜씨만으로도 이 책은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둘이 진짜 같이 산다고?!
대학교때도 그 흔한 자취도 안해본 나이기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난다는 것은 유학, 타지방으로의 취직이나 결혼이라는 명목에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고지식한 생각에 잡혀있다라고 하면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달리 자라온 성인이 한 집에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자들 또한 동감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한 집에 살게 되었는지 그 풀스토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글이 너무 구체적이라 이들을 만난 것만같은 느낌은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다만 책 곳곳에 나오는 사진 속에서 누가 김하나인지, 누가 황선우인지 맞춰보는 것도 책 읽는 재미로 쏠쏠했다.
첫 챕터가 분자 가족의 탄생인데, 분자 가족이라 생경한 단어이고 이 단어는 누가 만들었나. 그런데 이들에게는 딱 맞는 단어인것 같다. 여자 남자라는 원자들이 만나 결혼해 가족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과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더 생겨날 것이라는 것은 예견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참 신선했다. 저자 둘다 자기 색이 분명하면서 자신의 삶을 추구하고자하는대로 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현재에서 출산 부양책을 나라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이 책의 내용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결혼이 답이 아니라며 혼자의 고단함을 피하려고 결혼 제도와 시월드와 가부장제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고단함의 토네이도라고 표현한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럼 나는 고단함의 토네이도를 직접 자발적으로 들어간 것!?
같이 사는 두 저자 모두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모두 4마리로 한마리씩마다 소개를 해주면서 애묘가들인 독자를 불러모으지 않을까 싶다. 어떤 정해진 주제가 아닌 저자 2명의 삶의 이야기가 이리저리 버무러져있어 참 재미있게 읽었다. 표현의 묘미를 이 책에서 많이 맛본 것 같다.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 이렇게 딱 맞으면서도 쿨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멋있는 두 여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