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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니 - 전경철 유고집
전경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10월
평점 :
<안녕, 피터팬>을 읽고 <피터팬 재단>이 만들어지는 소식을 듣던 중에 전경철 작가님께서 별세하셨다.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것들... 세상이 요란한 것들에 다 삼켜진 듯해도, 이렇게 어느 틈으로는 익숙하고 새로운 희망 같은 것도 있다.
다 망가지고 다 죽어버린 건 아니라는 눈물겨운 소식 같은... 그래서 살기 위해 내딛는 일상의 발걸음이 흔들리지 않게, 가만히 삶을 잡아 주는, 그런. <안녕, 엄니>가 태어나서 다행이다.

“배웅을 마치지 못한 느낌. 10개월이 넘었지만 저는 아직도 붙들고 있었나봅니다. 어머니의 회고록을 마치는 지금, 비로소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0대... 소위 ‘낀 세대’로 불린다. 친구들과 문득 50대의 삶의 이런 거라고 왜 아무도 제대로 얘기 안 해줬을까, 원망을 풀어헤치곤 한다. 저자의 형편도 비슷했다. ‘중증자폐인 아들과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홀로 한집에서 돌보는’ 삶.
하루 종일 아버지, 아들 그리고 두 가족의 어머니로 사는 삶은 아플 새도 죽을 새도 없을 것 같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밤에는 글을 썼다. 그 기록들이 책이 되어 세상과 만났다. 50대 여성 독자로서, 나는 이 책에 더 놀랐다.
“아니, 엄마의 삶을 이리 실감나게 감정 이입되어 쓸 수 있는 아들이 있다고?”
아들이 어머니의 생을 글로 복원했는데, 화자의 구술이 이렇게 잘 전달된다고? 아픈 어머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만난 이는 단단하고 유쾌했다. 혹시나 힘든 간병일지가 아닐까 했던 우려는 끝까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재밌어서 자주 즐겁게 웃었다.
본인의 87년생을 세세하게 회고한 어머니와 그 구술을 40개의 에피소드로 정리 기록한 아들은 함께 생의 감사와 사별의 인사를 이렇게 서로 나눈 것일지도 모르겠다. 애도가 서투른 나와 달리, 어머니를 세상에 복원시키고 아들은 훌훌 떠났을 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타인들에게 부탁을 다 남기고 편히 떠났을 지도 모르겠다.
2부의 유고는 그래서 편하게 읽었다. <피터팬 재단>도 ‘네버랜드’도 꿈을 이어가는 이들의 힘이 모이면 계속될 것이다. 무산되지 않을 것이다. 절망 대신 존엄과 행복을 지키며 살아갈 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꿈을 나도 오래 꿀 것이다.
* 전경철 추모 MBC 특집다큐 <안녕, 피터팬> 최초 상영회 (11월 12일 (목) 오후 7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