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
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지음, 김희정 옮김 / 해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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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계산’할수록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 당장 행동해도 안전한 환경으로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망하는 쪽으로만 가속되는 듯해서 무섭다. 인류세 환경문제에 관한 새로운 시각이라 궁금하고 반갑다. 현장에서 관찰하고 이해한 ‘이탈(feral, 離脫)’한 존재들이 전환과 희망으로서 예측불가능성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우리가 내린 정의에 따르면 이탈성ferality이란 인간 프로젝트에 연루되었지만 그 프로젝트의 설계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한 인간 외 존재들의 상태를 의미한다.”

 

‘과학 연구’를 무엇으로 이해하는가는 연구자 나름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유의미한 과학적 상상력을 갖춘 프로젝트 주제를 제시하고, 현장연구fieldwork를 이행 완료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학문의 권위와 진리(혹은 일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연구자에게 연구 활동 과정은 갈수록 더 모욕적으로 변했다. 지원이 없이는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고, 현 문명은 즉각 수익으로 환수되는 일이 아니면, 치사할 정도로 생색만 갖추는 출자도 망설였기 때문이다.

 

“‘패럴 아틀라스’는 경험적 관찰에 기초해서 인류세 패치들을 묘사하는 현장 보고서를 지도로 제작한 것이다.”

 

과학전공자로 겪은 경험이 읽는 내내, 책 속 연구자들의 현장 관찰에 이입되었다. 보고서가 충실하고 내용에서 배움이 클수록, 이런 마무리를 위해서 쏟아내어야 했을 모든 어렵고 성실한 끈기가 필요한 시간이 더 생생하게 상상되었다.

 

고공관찰과 거리두기와 평균화와 일반화라는 다소 손쉬운 작업 대신, 관찰 결과를 통해서만 과학적 통찰력을 쌓아올려서, 가속 중인 암울한 인류세의 인프라와 본질을 파악하고, 주체와 과정을 식별하려고 노력하는 연구자들이 존경스럽다.

 

“인류세 현상이 지구 전체에 걸쳐 벌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전 지구적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더 차분하게 오독하지 않고 배우려 노력했다. ‘패치’라는 명명에서 드러나듯, 연구 결과들은 공간적인 비균질성을 보이고, 이런 분석이 특정 지역의 흥미로운 일화나 예외적인 이야기로 취급당하지 않고, 사회적 생태계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잘 알아보고 싶었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경험했다’는 것이 아니라, 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통계’와 시기별 ‘자료’ 등의 탄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책 속 연구자들은 ““기후 변화” 역시 “지역적 영향의 집합체로 보는 시각”으로 나아간다. 즉, 기후 변화가 단일한 거대 현상이 아닌, ‘패치 현상’이라는 이해다.

 

“세계성은 기후 변화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른 하나는 패치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다.”

 

“세계 전역에서 파괴의 향연이 이어졌”다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황무지와 폐허”를 알아차리고,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대하는 방식을 함께 찾아보자는 지극히 소박한(?) 과학적 태도를 유지한다.

 

인류의 역사는 늘 정의보다 파워가 이기는 방식으로 움직였고, 좁은 지역에서의 정의조차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렇게 때문에, 여전히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기적 같다.

 

최근에 발생한 현실의 거대 비극인 환경 재앙에서도, 이제는 상식처럼 들리는 환경 정의에 관한 요구와 배상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후 위기가 인류 전체의 문제라고 모두가 동등하게 비난받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에도 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이 감각은 패치 연구자들의 태도와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활력은커녕, 흔적만 남은 듯한 용기와 희망도 다 사라질 것 같은 순간들마다 이렇게 힘을 내게 해주는 이들이 존재한다. 고마운 일이다. 패치 연구자들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을 매개로, 상호성에 기반을 둔, 책임지는 삶의 윤리를 더 크게 표현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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