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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평점 :
이것은 자기계발서인가 문학인가... 무엇이든, 이슬아의 글쓰기다. 기대를 안 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동봉된 시험지가 두렵다. 시험을 안 봐도 되는 삶이 이제 꽤 지났음에도...


“일기를 쓰다가 작가가 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이메일을 쓰다가 작가가 되었다.”
이메일을 사용한 지는 까마득하게 오래 되었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 - 약속과 계약 등등 - 과 업무도 이메일로 수없이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온갖 종류의 읽기와 쓰기 경험도 있다. 그중에는 다신 기억하고 싶지 않아 이메일 함만이 아니라 뇌 저장분도 싹 지운 사례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불러 오는 내용에는 기쁨의 맞장구를 치다가도, 사람이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일이고 함께 만드는 게 삶이라는 걸 망각하고, 결과와 효율과 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집중했던 시간들을 고개 숙여 반성하며 부끄러워진다. 홀려서 재밌게 읽다보면 자꾸 반성의 시공간에서 벌 서는 중...
“누군가가 균형을 잃을 것을 감수하면서도 기꺼이 당신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것. 그토록 달콤하기도 한 것이 바로 편애이고, 편애의 뛰어난 방식 중 하나가 바로 ‘특별 호명술’이다.”
이메일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하고 싶었던 일의 최종 목적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다정하고 차분하지도 못하고, 상대의 상황에 마음을 기울이지 못하고, 부족과 실수를 날름 지적한 순간들... 그보다 더 잘 알아봐야했을 고마움도 더 애써야 했을 설명도 부족하기만 했다.
MBTI 결과가 ESTJ라고 알리니까 오랜 친구들이 TTTT가 더 맞을 거라고 놀렸는데, 이제 나는 자계계발서를 읽고도 울게 되었다고 단체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건가 싶다. 솔직해서 강인하고 다정한 사람들, 타인에 대한 애정을 마지막까지 버리지 않는 고집쟁이 사랑꾼들의 글은 뜨겁다. 눈물로라도 식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는 이 기술에 ‘꽃수레 권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싫은 소리를 꽃수레에 담아 건네는 방식. 아름답고 다정한 주먹질.”
여러모로 게으르지만 힘껏 기억해내며 살아야겠다. 내게는 당연해도 상대에겐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히’ 있을 수 있다는 것,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내내 반복하는 이 부끄러움을 조금만 덜어내고, 나도 나름 애쓰며 이어가는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살아내자.
“당신이 쭉 머물고 싶은 업계가 되도록 나는 애쓸 것이다. 훗날 동료로 만난단면 우리, 꼭 끝내주는 이메일을 주고받자. 미래에서 기다리겠다.”
